11화. 독감 치료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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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알림음과 함께 로잘린이 메시지를 보냈다.
-로잘린은 현재 당신이 쓸 수 있는 방법을 물색했습니다.
-신종 플루를 이용해서 A형 독감을 멸종시키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왓······.”
신종 플루로 독감을 없애겠다니?
플루 (flu)는 독감을 의미한다. 신종 플루는 말 그대로 신종 독감 바이러스라는 뜻이다.
독감으로 독감을 멸종시킨다?
이 무슨 한의학에서 이열치열 하는 소리인가.
류영준이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신종 플루가 유행하면 전대에 유행하던 계절 독감 종이 절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명창이 떠올랐다.
-신종 플루의 확산 능력은 매우 뛰어나 전 세계 인구를 순식간에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종 플루는 기존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람은 기존 독감 바이러스의 저항도 갖게 됩니다. 전 인류에게 백신을 동시 접종하는 효과를 낳는 겁니다.
-전 세계 모든 인구가 신종 플루에 감염되면 더 이상 계절 독감이 감염시킬 수 있는 숙주가 없어져 멸종하게 됩니다.
“미친······.”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스페인 독감 같은 게 유행해서 1억 명을 죽여 버린 후에는 그 전대의 계절 독감이 멸종했다고 보는 연구 관점도 있다.
로잘린의 메시지창이 계속 떠올랐다.
-로잘린은 라이노바이러스 기반의 신종 플루를 합성할 것을 추천합니다.
‘라이노바이러스.’
이건 그냥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병원체다. 독감 바이러스에 비하면 그 유독성이 훨씬 떨어지긴 한다.
-이 경우 일반 감기 수준의 독성을 가지고 신종 플루 수준의 전염력을 가지는 병원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삐빅.
-이걸 에어로졸 형태로 만들어서 전 세계 곳곳의 인구 밀집 지역에 방사하십시오. 반 년 안에 전 인류는 독감 바이러스에 저항을 갖게 되고, 바이러스는 궤멸될 겁니다.
삐빅!
알림음과 함께 선택지 창이 떠올랐다.
-라이노바이러스 기반 신종 플루의 합성 방법 보기.
-에어로졸 형태로 제작하는 방법 보기.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표적 지역 확인하기.
“이거 미친놈 아냐!”
류영준이 비명을 질렀다.
“이건 약이 아니라 병을 퍼뜨리는 거잖아 정신 나갔냐!”
-라이노바이러스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입니다. 위 신종 플루는 위험성이 낮습니다.
마치 류영준의 혼잣말을 듣기라도 한 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야, 이게 대답하는 기능도 있네?”
-현재 로잘린의 레벨은 2입니다. 피트니스를 1점 이상 소모하는 옵션에서는 짧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어······.”
류영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튼 이건 안 돼. 아무리 유독성이 낮은 라이노 바이러스라 해도 면역력 떨어지는 사람들 중에선 사망자도 나올 거야.”
-그러나 3년 독감 사망자 수 이내입니다. 손익 분기점을 쉽게 넘을 수 있습니다.
“······.”
사람 목숨을 가지고 손익분기점이라니 이 미친놈이 대체 사고 회로가 어떻게 되어있는 거야?
-그리고 영구히 계절 독감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리스크와 비용을 생각하면 매우 유용하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현재 류영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아, 시끄러! 아무튼 그건 안 돼. 무슨 매드싸이언티스트 같은 소리야.”
-류영준. 당신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로잘린의 힘을 고작 그런 사소한 일에 쓰신다는 게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뭐라고?”
-당신은 제약 회사 연구원이 아니라 ‘생명의 플레이어’입니다. 잡고 싶은 사냥감이 있고 손에 소총이 있다면, 왜 그걸 개머리판으로 후려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면 훨씬 간단한데 말입니다.
“그럼 줄기세포를 만드는 더 쉬운 방법이 있다는 거야?”
-아닙니다.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설명 해줘.”
-피트니스가 모자랍니다. 복잡한 생명 현상에 대해 분석하기에는 로잘린의 레벨이······.
“아오, 나 갖고 노냐?”
-로잘린은 피트니스 범위 이내에서만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레벨을 높이세요.
-류영준. ‘생명창조’는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다른 과학자가 에이젠 생명창조 실험실에서 당신이 했던 일을 똑같이 해도 로잘린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알고 있어.”
-당신은 인류 최초의 생명의 플레이어지만, 동시에 유일한 플레이어이기도 합니다. 행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현명하게 힘을 쓰길 바랍니다.
“그런 소리 아무리 해도 감기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미친 짓은 안할 거야. 그건 백신 접종이 아니라 생물학 테러잖아.”
-접속 종료.
신종 플루의 합성 방법에 관한 메시지창들이 최소화되었다.
“종료? 야?”
-······.
아무런 답신이 없다.
“에잇.”
류영준은 침대에 걸터앉으며 로잘린의 상태창을 가만히 주시했다.
<로잘린 Lv. 2>
-전이 상태 : 심장 (2%), 간 (46%), 뇌 (7%), 신장 (13%), 척수 (4%)
-동기화 : 4%
-세포 피트니스 : 0.3
-유전자 발현 조절 : 없음
유전자 발현 조절 항목이 언제부턴가 비워졌다.
로잘린도 처음에 CYP2E1 유전자의 발현 억제가 3일 동안 지속될 거라고 얘기했었다.
류영준은 로잘린의 피트니스를 채우면서 독감 치료제들에 대해 인터넷으로 조사했다.
타미플루 말고도 자나미비어, 플루프리 등의 신약들이 있다.
그들의 특성과 화학 구조, 용법 따위를 조사하기를 약 세 시간.
-세포 피트니스 : 0.9
로잘린의 피트니스가 충분히 회복되었다.
류영준은 다시 로잘린의 상태창에서 독감에 관한 내용을 열었다.
1. 독감 감염 기작 확인하기 (피트니스 0.3 소모)
2. 독감 치료제 확인하기 (피트니스 0.9 소모)
3. A형 독감 멸종 전략 확인하기 (완료.)
3번은 이제 그냥 열 수 있게 되었다.
류영준은 2번 버튼을 눌렀다.
인체의 세포 하나는 유전자를 2만 종류씩 가지고 있다.
그럼 독감 바이러스는 몇 종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까?
겨우 10개 정도다.
지금 류영준의 눈앞에는 10여개의 바이러스의 유전자로부터 발생한 물질들의 상호 작용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자동차와 같았다.
그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물에서 약점을 찾아낸다.
브레이크 위에 작고 무거운 금속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질주를 막을 수 있다.
신약은 그런 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의 증식에 꼭 필요한 생체 물질의 약점을 찌르는 화학 물질.
팟!
류영준의 눈앞에서 아지랑이처럼 분자 구조가 떠다녔다.
“찾았다.”
류영준은 재빨리 노트에 그것을 받아 그렸다.
타미플루와 유사하지만 오른쪽에 벤젠 고리와 함께 특이한 모티프가 달려 있다.
독감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특정한 단백질의 작용을 막는 약이다.
독감 시장은 어쩌면 줄기세포 치료제에 비견될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일 수 있다.
로잘린의 말대로 독감의 확산능력은 굉장히 빨라서 신종 플루가 나오면 전 세계를 감염시킬 정도니까.
그리고 스페인 독감이 1억 명 이상을 죽였다고 추산되는 걸 보면 면역력 떨어지는 환자들에게서는 치사율도 낮지 않다.
신종 플루든 계절 독감이든, 감염 직후에 투여해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약이라면 분명 의학계에서 크게 쓰일 것이다.
타미플루도 한 때 얼마나 유명했었는가.
그만한 약을 몇 분간 명상하는 걸로 개발했다.
‘문제는 이 약을 테스트해야 한다는 것인데.’
로잘린의 상태창은 정답을 제공해주지만, 그것이 정답이라는 걸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는 건 류영준이 해야 할 일이다.
그걸 혼자 할 수가 없으니까 줄기세포 때는 에이젠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것은 다른 회사를 통해 증명할 생각이다. 특허를 독점한 다음, 임상까지 가지 않고 빠르게 팔아버릴 생각이다.
류영준은 인터넷을 켜고 실험 대행업체를 검색했다.
-리액션케미스트리
-셀바이오
리액션케미스트리는 항암신약부서에서 종종 이용했던 회사다.
유기합성 반응을 통해서 화학 물질을 제작해준다. 실력이 꽤 좋은 편이라서, 에이젠의 유기합성 부서가 실패한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시킨 적도 있다.
셀바이오는 생물학 실험을 전담하는 회사다. 고객이 몇 개의 신약 후보 물질을 보내주면 그걸로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대신해준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이 정도의 실험들을 위탁하려면 꽤 돈이 많이 깨질 테고, 특허 출원에도 적잖게 들 것이다.
도합 1,000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만한 돈을 어디서 구하겠는가.
‘대부업체에 전화해서 좀 더 땡겨?’
류영준은 이미 대부업체에 대출이 조금 있었다. 큰 벌이를 앞둔 투자니까 빚을 좀 더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고민에 잠겨있는데 문득 배가 고팠다.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벌써 오후 한 시인데 아직 점심을 못 먹었다.
식사 거리를 사러 나가기로 했다.
철컥.
현관을 열고나서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서있었다.
“어?”
“오.”
정장을 차려입은 멀끔한 인상의 남자였다. 류영준의 20년 된 친구다.
“박주혁?”
“지금 딱 벨 누르려던 참이었는데.”
박주혁이 류영준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았다.
“뭐야?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왜 찾아왔어?”
“감동의 깜짝 방문.”
“왜 왔냐고.”
“우리 영준이 잘 살고 있는지, 굶지는 않았는지, 못 생긴 건 좀 괜찮은지, 걱정돼서 왔지.”
“오랜만에 만나가지고 또 헛소리 하네. 너 변호사협회인가 어디서 실무 수습 한다던 건 잘 끝났냐?”
“거럼. 이제 수임 받아도 되는 진짜, 완성된 변호사야.”
“좋겠다. 혹시나 내가 회사에서 실수로 김현택 죽빵 날리거나 하면 변호해줘.”
“김현택이 너네 연구소장인가?”
“이젠 아냐. 나 징계 먹고 부서이동 당했거든. 다른 연구소로 왔어.”
“전에 욕했다는 거 때문에?”
“어.”
“정의의 변호사님이 출동할 각이 있는 부분이냐?”
“없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돼. 내가 나중에 연구 커리어로 박살낼 거니까. 근데 주혁아. 너 혹시 돈 좀 있냐?”
“왜? 나 아직 일 안해서 한 푼도 없는데.”
“천만 원 정도 빌려야 하는데.”
박주혁이 입을 딱 벌렸다.
“너······. 너 카드 돌려막기 하다가 뭐 문제 생겼냐?”
류영준의 집은 옛날부터 가난했다.
부모님 두 분은 직장에서 은퇴하셨고, 카드빚이 2억이다. 집도 없고 차도 없다.
류영준도 학자금 대출이며 카드 대출이며 이런저런 빚이 잔뜩 있다.
그리고 박주혁은 아주 오래된 친구인 만큼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류영준은 차라리 밥을 굶더라도 단 한 번도 박주혁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소리를 한 적 없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천만 원이나 빌려달라고 하니 박주혁도 놀란 것이다.
“그런 거 아냐.”
류영준이 손사래를 쳤다.
“그런 게 아니면 네가 갑자기 그만한 돈이 왜 필요해? 이 새끼 내가 실무 수습 받느라고 바쁜 사이에 어디 가서 사채 쓰거나 한 거 아니지?”
“아냐.”
“휴.”
“사채는 너 수습 들어가기 전에 썼지.”
“이런 미친······. 얼만데?”
“3천.”
“3천!”
박주혁이 경악했다.
“학자금 대출 말고 사채가 있다고? 사채? 진짜로 제 3금융 말하는 거냐? 뭐한다고 쓴 거야?”
“아버지 빚 말고 어머니도 빚 있었어. 그거 처리하느라고 이래저래 돌려막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근데 사채라곤 하지만 그렇게 이율이 나쁘진 않아. 신용은 많이 떨어졌지만.”
“미친······.”
“근데 돈 빌려달라는 건 그것 때문은 아니야. 다른 데 쓸 일이 좀 있어.”
“사채가 3천인데 천만 원을 쓸 다른 일이 또 있냐 멍청아. 그런 돈 있으면 조금이라도 원금 갚아야지!”
“갚으려고 하는 거야.”
“뭐 카지노라도 하는 거 아니지? 아니면 주식에 박는다거나······.”
“아냐.”
“아니기는 딱 보니까 뻔하구만. 에휴. 너 중딩 때 뤼니지하다가 아이템 뭐 비싼 거 떨구고 그거 복구한다고 용돈 다 털어서 랜덤박스 스무 개 샀다가 새꺄 뭐 나왔어, 거기서?”
“아니 언제 적 얘길 하는 거야?”
“내가 인마 너 보면 모르냐? 내가 로펌 들어가서 수임료 좀 받으면 너 빚 갚는 거 도와줄 테니까 멍청한 생각 하지 말고 같이 돈 착실히 모아서 갚자.”
“됐어, 너 그 동안도 알바한 돈 가끔씩 우리 아버지한테 조금씩 드렸지?”
“엇······.”
박주혁이 당황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아버지가 진즉에 얘기해줬어.”
“영준이한텐 얘기하지 말라고 계속 당부 드렸었는데······. 아니, 뭐, 네 아버지래도 나도 초딩 때부터 봐왔고······.”
“변호사 공부하면서 밤마다 고깃집 불판 갈아서 쥐꼬리만큼 모은 돈 친구 아버지 빚 갚는 데 갖다 박았으면 됐지, 뭔 내 빚까지 네가 같이 짊어진다고······. 자선사업하냐? 됐어. 괜찮아.”
“아니, 그럼 네가 사채 3천을 뭘 어떻게 하려고?”
“약 만들 거야.”
“약?”
“두고 봐라. 이거 하나만 터지면 빌딩도 산다.”
박주혁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내가 읽은 판례 중에 어디 대학원생이 마약 제조해서 유통하다가 걸려서······.”
“그런 거 아냐 인마! 합법적인 신약이라고.”
“진짜냐?”
“그래.”
“신약을 만들겠다니. 에이젠에서? 네가 주도하는 거야?”
“아니, 에이젠 손은 안 빌리고 그냥 나 혼자서 하는 거야. 그 신약의 특허를 등록하고 팔 거다.”
“응, 안 돼. 직무발명이라 너네 회사가 가져간단다. 보상 조금 받긴 하겠다.”
“에이젠이랑 상관없어.”
“에이젠 시설을 안 써도 네가 에이젠에서 얻은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거라서 안 된다고, 멍청아. 네가 회사에서 항암제 연구하면 회사 밖에서 만든 항암제도 회사 거야.”
“항암제가 아니라 독감 신약이야.”
“독감?”
박주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류영준이 설명했다.
“어. 이 경우엔 업무 범위 밖이라 직무발명 요건에 안 들어가는 거 아니냐? 미생물 연구하는 사람이 현미경 개량했다고 그게 회사 소유가 되는 건 아니잖아?”
“아, 새끼, 이과 나부랭이 주제에 골치 아프게 하네. 그건 업무 범위 밖은 아니고 직무 범위 밖이야. 이 경우엔 직무 발명이 아니고 업무 발명에 해당되어서······.”
“그래서 내 거야, 아니야?”
“몰라 인마. 네 계약서에 달렸어. 근데 회사가 아예 특허 출원 비용을 대줄 정도로 지원했는데도 대법이 직원의 자유발명으로 인정해준 판례가 있거든? 그 정도로 개인의 자유 발명권을 많이 보호해주는 편이라 어떻게든 방어해볼 수는 있겠는데.”
“그치? 그리고 나 제 1 연구소 소속이잖아. 거기선 독감 아예 하지도 않아. 문과 나부랭이가 보기에는 비슷해보일지 모르겠는데 독감이랑 항암제는 굉장히 달라.”
“그래? 그럼 괜찮을 것 같다. 혹시 에이젠에서 독감 관련 세미나를 듣거나 독감 개발 내부 데이터를 봤거나 그런 건 없지?”
“절대 없어.”
“좋아. 근데 그래도 사실 개인적으론 말리고 싶은데. 에이젠이 너한테 소송 걸면 너한테 승산이 있다 해도 졸라 힘들어지는 거야, 인마. 개인이 그런 회사 상대로······.”
“박주혁이 무료로 변호해주겠지.”
“어쩌다 이런 놈이 내 친구가 됐지? 아, 근데 그거 하려면 실험도 하고 그래야 할 텐데 너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거냐?”
“그걸 위해서 천만 원이 필요한 거야. 실험 대행을 의뢰하려고.”
“착잡하다, 정말. 너 대마나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지?”
“아, 헛소리 하지 말고 돈 안 빌려줄 거면 이 얘기 그만해.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했으니까 나한테 맛있는 거나 사주고 가라.”
“어떻게 그 짧은 한 문장 안에 반전이 있냐? 네가 사준다고 하는 줄 알았는데.”
“돈 없어.”
박주혁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뭐든 밥부터 먹고 해야지. 먹으면서 얘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