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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역분화 줄기세포 (1) (163/301)

6화. 역분화 줄기세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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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화이자, 존슨앤존슨······.”

사직서를 두들기던 류영준의 손이 멈추었다.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잠깐만.

그들이 정말 에이젠보다 나을까?

옛날에 들은 안 좋은 얘기들이 떠올랐다.

2011년 11월 14일 인디펜던스의 폭로.

인도에서 2005년에 임상 시험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후 화이자를 비롯한 몇몇 서방의 다국적 제약 회사들이 인도에서 대규모 임상 시험을 했다.

얼마나 무분별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3년 사이에 1,730명이 사망했다.

임상 시험 대상자들이 가난한 빈민들이었음은 두말할 것 없고 그 이상의 문제들도 뒤에 있었다.

미성년자들이 포함돼있었다.

심지어 그들 중엔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사망자에 대한 보상은 인당 540만 원.

인디펜던스가 폭로했음에도 아직도 제약사들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인디펜던스를 고소하고 나섰지.

“······.”

로슈는?

한국의 에이즈 환자 5,000명은 지난 몇 년간 로슈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그 이유는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을 로슈가 국내에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가가 낮게 책정됐다는 것.

한국과 미국의 평균 소득은 두 배나 차이나지만, 로슈는 미국의 판매가와 동일한 가격을 요구했다.

뭐 가격을 내리면 손해가 난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생산비는 판매가의 백분의 일에 불과하다.

로슈는 그 폭리의 이유가 연구개발비를 뽑아야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글쎄다.

푸제온만의 연간 판매고로 얻어내는 ‘연 순이익’이 이미 수천 억 규모라는 걸 생각하면 별로 설득력은 없다.

다국적 제약 회사의 수익성은 금융, 제조업, IT 어떤 분야와 비교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2002년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 중 제약 회사는 10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순익은 나머지 490개 회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높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사람 목숨을 저당 잡고 독점으로 약을 파는데 생산 단가의 100배 폭리를 취하든 말든 누가 뭘 어쩌겠나.

아무튼 그런 연유로 국내의 에이즈 환자들 중 상당수가 죽거나 실명하거나 몸이 마비됐다.

그래도 한국은 그나마 선진국에 속하니 규탄 시위라도 벌인다. 운 좋은 몇몇 환자는 국제 구호 단체로부터 푸제온을 극소량이나마 받기도 하고.

아프리카는 그냥 지옥이다.

일주일 생활비를 훌쩍 넘는 가격으로 나오는 에이즈 치료제들을 아프리카의 환자들은 살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인도에서 몰래 생산되어 나오는 카피약을 쓰고 있다.

물론 퀄리티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이 많아서 약을 쓰고 죽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 와중에 로슈를 선두로 한 많은 제약사들은 이 문제로 아프리카와 인도의 정부들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법적 분쟁도 벌였다.

한 편으로는 인도에서 인체실험을 하면서 말이다.

끝이 아니다.

그들은 신약을 만들 때 그것의 부정적인 데이터를 여러 차례 은폐했다. 그 중엔 타미플루 같은 유명한 약도 있다.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1선 연구원들이 15년씩 실험실에서 수명을 맞바꿔 정말로 좋은 약을 개발하는 것이 과연 기업가들의 입맛에 맞을까?

아니면 FDA의 허가를 좌지우지하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하는 게 나을까?

이 경우엔 적당한 약효를 가지고 부작용 데이터는 은폐된 신약이 쉽게 나온다.

왜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의 몇몇 나라들은 그렇게 마약에 찌들어 있을까?

가난한 흑인들이나 이민자들이 마약을 팔아서 그런 꼴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면 그 세계에 대해 아직 순진한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모두 조폭들이라는 폭로성 짙은 책들은 이제 서점에 흔한 에세이처럼 굴러다닌다.

에이젠은 그나마 깨끗한 편이었다.

아니 깨끗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간암치료제 때 경험했으니까.

“후우······.”

류영준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어느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회사를 직접 창업한다면 어떨까?

직접 경영하면 에이젠에 휘둘리진 않을 자신은 있다. 하지만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은 허비하게 될 것이다.

연구소 등록과 셋업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험한 물질들이 다루어지거나 유출될 수 있으므로 정부에서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

방법을 바꾸자.

좋은 제약회사는 없다.

제약회사들이 전부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영준은 모든 질병을 치료할 자신이 있다. 제약 회사를 좀먹은 정치적인 질병조차도.

‘로잘린이 있으니까.’

딸칵.

류영준이 컴퓨터에서 사직서 파일을 삭제했다.

‘에이젠으로 돌아가자.’

그곳보다 더 좋은 피지컬을 가진 회사는 없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키운다면 너무 오래 걸린다.

비교적 가장 간단하고 가능성 높은 방법은 에이젠을 직접 차지하는 것이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최대 주주. 대표이사이자 최고 경영자가 되는 거다.

김현택을 비롯한 회사의 유사 과학자들과 정치인들을 모두 쳐내고 저 거대기업을 집어삼킨다.

물론 쉽진 않을 것이다. 진흙탕 정치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수많은 음해와 공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류영준에겐 그걸 모두 물리칠 수 있는 막강한 무기가 있다.

***

생명창조 부서의 박동현 선임 연구원은 실험 데이터를 보고 있었다.

매주 돌아오는 프로젝트 진행 상황 미팅에서 상부의 과학자들한테 털리는 건 익숙해서 괜찮다.

하지만 다음 주에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말 보고 세미나.

에이젠 전체 연구소에서 인턴만 제외하고 모든 연구원이 참석하는 대형 연구 미팅이다.

여기서 각 프로젝트 팀장들은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해야 한다.

여덟 시간에 걸친 지옥 토론이고, 생명창조 부서에서 발표를 하면 매우 분위기가 나빠진다.

다들 빈정거리거나 무시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연구소장들 중에선 욕지거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작년에 들었던 말 중 최고는 이거였다.

“지금 당신이 한 거 봐봐. 저건 원숭이도 가르치면 할 수 있어!”

아니 원숭이가 대체 실험을 어떻게 하냐?

연구에 대한 피드백과 토론이 아니라 그냥 시작부터 쟤들 멘탈을 박살내겠다고 작두 갈고 오니까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그것은 연구소장들의 목표가 생명창조 팀의 발표를 듣는 게 아니라, 직원들을 자진 사퇴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었다.

“휴우······.”

그 지옥을 또 경험할 걸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했다.

“출근했습니다.”

화요일 오후. 류영준 박사가 나타나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몸은 좀 괜찮아요?”

박동현이 다가가 물었다.

“네. 아무 이상 없대요.”

“다행이에요.”

“네. 박 선임님. 우리 연말 세미나가 코앞이잖아요? 진행 현황에 대해서 한 번 점검하고 어떤 내용들을 보고할지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 따라와요.”

박동현이 류영준과 함께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커피 한 잔을 타주고 잠깐 기다리자 생명창조 부서의 팀원 두 명이 들어왔다.

류영준과 박동현을 포함해서 총 네 명이었다.

“일단 다들 류영준 씨 알죠?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오신, 김현택에게 쌍욕 날린 그 유명인사가 바로 이 친굽니다. 박수.”

박동현이 팀원들에게 류영준을 소개했다.

“몸은 이제 괜찮아요?”

동그란 안경을 쓴 여자가 물었다.

류영준이 쓰러졌을 때 119를 불러준 여자였다.

“네. 이제 괜찮습니다.”

“몸조리 잘 해요. 저는 정혜림이라고 하고. 직급은 선임 연구원이에요. 단백질 정제법 연구팀에 있었는데 이런저런 사건 때문에 여기로 오게 됐어요. 잘 부탁해요.”

정혜림은 자기소개를 마친 후 옆자리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뚱뚱한 체격에, 약간 작은 티셔츠를 입어서 살의 굴곡이 보이는 민망한 모습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순박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는데 집중력이 굉장히 높았다.

“고순열 씨. 이제 미팅할 거예요. 신입 왔는데 자기소개 하셔야죠.”

정혜림이 말했다.

그러자 고순열은 눈 한 번 옆으로 돌리지 않고 말했다.

“아직 점심시간 1분 남았는데.”

오후 2시였다.

점심시간이라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영준에게 정혜림이 말했다.

“순열 씨 점심 먹으러 한시 좀 넘어서 나갔거든요. 하하······. 순열 씨는 여기 왜 왔는지 아시겠죠?”

정혜림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시간 칼같이 쓰는 사람 회사는 싫어하죠.”

류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6시 정각 칼퇴근에 눈치 주는 부장한테 왜 안되냐고 대들다가 여기로 왔대요.”

정혜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함이 고순열 이신가요?”

류영준이 물었다.

“네, 맞아요. 순열 씨, 이제 영준 씨한테 자기소개 좀 해주······.”

“악!”

고순열이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가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있는 휴대폰을 와락 껴안았다.

“코하쿠 소노고 다메요!”

“네?”

“코하쿠 짱이······. 손나 하주와나이······.”

“······. 순열 씨 시간 다 됐어요.”

정혜림이 고순열의 어깨를 쿡 찔렀다. 하지만 고순열은 이미 휴대폰을 끄고 있었다.

정시가 되면 로봇처럼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고순열이라고 합니다. 요로시쿠~.”

“일본 분이신가요?”

“야레야레. 컨셉입니다. 내 소개는 딱히 필요 없을 것 같군요. 훗. 이미 혜림짱이 다 얘기 해버렸달까.”

와, 이 캐릭터 실화인가?

확실히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 것 같다.

집에 베개 커버 그림까지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정혜림이 별 수 없다는 듯 박동현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시작하시죠. 박 팀장님.”

“제가 뭐가 팀장이에요. 엄연히 천부장님이 계신데.”

“천안 가셨잖아요. 그리고 안 돌아오실 거 같은데······. 이번에 어떤 업무 맡았는지 아시잖아요?”

정혜림의 말에 박동현이 난처한 표정이 됐다. 그가 류영준에게 설명해주었다.

“사실 우리 팀 두 명 더 있거든요. 우리 팀 팀장. 천지명 수석 연구원님. 그리고 배선미 책임 연구원님.”

“두 분 다 오늘은 안 계신 건가요?”

“나중에 보게 될 겁니다. 지금은 이름 굳이 기억 안 하셔도 돼요. 오시면 다시 소개해드릴 테니.”

박동현은 노트북으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열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우리 팀은 아시겠지만 생명 창조 부서이고, 화학 물질들을 이용해서 살아있는 인공 세포를 합성하는 걸 최대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박동현이 설명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걸 이용해서 어떤 환자한테서도 거부 반응이 없는 인공 장기를 배양해서 이식하는 것까지 생각중입니다.”

인공 장기 배양과 이식.

미래 의학의 핵심 중 하나다.

마치 자동차의 고장 난 부품을 새로 갈아 끼우는 것처럼, 사람이 고장 난 장기를 새 것으로 갈아치우는 거다.

얼마나 편리한가?

담배 뻑뻑 피우다가 폐암에 걸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신선한 폐가 있으니까!’ 하면서 새 폐를 이식하면 끝이다.

지금은 장기 이식을 하려면 장기 기증자가 필요하다.

예컨대 신부전 환자들은 신장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인공 투석으로 연명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해야한다.

하지만 인공 장기를 배양할 수 있으면 당연히 일이 훨씬 쉬워진다. 직접 만들어서 넣으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인공 장기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거부 반응’이다.

1936년, 러시아의 보로노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었다.

그리고 죽었다.

이유는 거부반응.

이식된 신장을 보로노이의 면역 시스템이 공격하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났고 결국 사망했다.

왜 그럴까?

환자와 기증자의 유전자가 미세하게 달라서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장갑을 끼면 작업 중 손이 빠지는 것과 같다.

유전자가 서로 웬만큼 딱 맞아떨어져야 부작용이 안 생긴다는 것이다.

즉, 신장이 고장 난 사람이 있고 신장의 기증자가 있어도, 둘의 신장의 유전자들이 서로 충분히 비슷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뜻이다.

이 문제 역시 인공 장기가 개발되면 해결할 수 있다. 처음부터 비슷한 유전자들로 채우면 되니까.

“하지만 인공 장기를 만들기 위해서 인공 세포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나요?”

류영준이 지적했다.

“그럼요?”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쓰면 되잖아요.”

“그렇죠.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있죠. 그리고 그게 더 쉬워요. 하지만 대신 배아줄기세포는 상용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류영준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아줄기세포.

짧게 설명하면, 정자 난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수정란’에 환자의 유전물질들을 집어넣은 것이다.

수정란은 태아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가 아닌가?

따라서 배아줄기세포도 환자가 원하는 조직, 이를테면 신장으로 분화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의 몸에 이식해도 거부 반응이 없다. 환자 본인의 유전자를 집어넣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환자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다음 그걸로 신장을 제작해서 환자 몸에 이식하면 끝 아닌가?

맞다. 그게 되면 그냥 끝이다.

그러나 이 컨셉이 나온 지는 한참 되었는데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이 ‘수정란’이라는 점 때문이다.

즉, 신장이 망가진 환자를 치료하려면 의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

1. 자의적으로 지원한 건강한 여성에게 호르몬 주사를 약 2주간 놓아서 배란을 유도하고 초음파로 검사한 후 양 쪽 난소에서 주사기로 난자를 채취한다.

2. 건강한 남성 지원자에게 자위를 시켜서 정자를 채취한다.

3. 익시(ICSI, IntraCellular Sperm Injector) 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정자와 난자를 결합시켜 수정란을 만든다.

4. 수정란에서 유전물질들을 전부 제거한다.

5. 환자의 체세포를 얻은 다음 여기서 유전물질들을 채취한다.

6. 유전물질들이 제거된 수정란에 환자의 유전물질을 집어넣는다.

7. 신장 조직으로 배양하거나 세포 상태로 직접 환자의 몸에 이식한다.

이 과정에서 뭐가 하나라도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다.

믿어지는가? 이 과정의 험난함이 그야말로 불지옥 난이도다.

그걸 초고도로 숙달된 몸값 2억 짜리 테크니션과 의사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다 해냈다고 치자.

축하한다. 이제 드디어 환자 ‘한 명’을 치료했다.

그리고 같은 환자들이 수십만 명 정도 줄을 서있다. 다음 환자를 치료하려면 다시 1번부터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감기약 같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작업.

이 미친 짓을 과연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장애물 때문에 이 치료법은 아직 공상과학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백 번 양보해서 의사나 과학자들이 저 개고생을 모든 환자들이 치료될 때까지 매번 감수해준다고 치자.

그래봤자 남들을 위해서 호르몬제를 맞아가며 난자를 제공해주겠다는 테레사급 봉사 정신의 가임기 여성이 없으면 그 순간 아웃이다.

‘어······?’

고민에 잠긴 류영준의 눈앞에 갑자기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기화 모드 : 일반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초기화하는 방법을 통찰하시겠습니까? 피트니스 소모량 : 2.0>

이번엔 초당 얼마씩 피트니스를 소모하는 게 아니라 2.0의 피트니스값을 일시불로 처리하는 조건이다.

다만 그렇게 얻어낼 수 있는 지식의 메리트가 어마어마하다.

‘일반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초기화한다.’

이게 가능하면 위의 일곱 개 과정이 전부 필요 없다.

그냥 환자의 뺨 안쪽을 면봉으로 쓱 훑은 다음 그걸 조작해서 다시 환자 몸에 심으면 되는 것이다.

“혹시 일반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초기화시킬 수 있을까요?”

류영준이 질문했다.

“일반 세포요?”

박동현이 물었다.

“네.”

“뭐, 피부 세포나 혈구나 그런 것 말입니까?”

“네.”

박동현이 피식 웃었다.

“그게 되면 진짜······. 진짜 혁명적인 일이죠.”

“만약 우리가 일반 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낸다면, 연말 보고에서 발표할 수 있을까요? 우리 프로젝트하고는 좀 다른 내용이긴 한데.”

“아예 무관한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당연히 괜찮죠. 왜요? 영준 씨 어디서 뭐 들은 것 있어요?”

정혜림이 끼어들어 물었다.

“아뇨······. 그건 아니고요.”

류영준이 둘러대자 박동현이 빙긋 웃었다.

“영준 씨. 그런 게 되면 노벨 위원회에서 찾아와서 아이고 선생님 제발 노벨의학상을 수상해주십시오, 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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