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194화 (194/197)

193화.  < 46. 마지막 여정(3) >

알렉산드르 도브첸코.

그 이름을 처음 들었던 시기는, 강민혁이 아직 마법 문명에 적응하지 못했던 때로 돌아가야 한다.

[마나 룸]

[마나로 구성한 공간. 이 안에서 훈련하면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며, 마나 룸이 개발된 이후로 서클의 업그레이드 기간이 대폭으로 줄어들었다. 마나 룸을 개발해낸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마법 학계의 혁명을 일으킨 대마법사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때만 해도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에 대한 기억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마나 룸을 개발한 대단한 마법사 정도로 기억하던 강민혁은, 클리스만과의 대화를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를 만났다.”

클리스만의 일기.

클리스만이 검 한 자루를 가지고 심연의 공간을 떠돌던 시절, 로브를 펄럭이며 나타났던 존재. 그의 정체가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라는 말에, 강민혁은 기억 저편에 묻혀있었던 이름을 떠올렸다. 아직은 흑막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은 시점이라,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를 시작으로 다른 마법사들에게서 ‘마법’을 배웠다는 클리스만의 말을 강민혁으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클리스만은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고, 그렇다면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와의 만남은 의심해야만 한다.

그때부터였다.

강민혁은 상식적이지 않은, 하지만 고려해야만 하는 하나의 가설을 떠올렸다.

‘2000년 전에 클리스만은 심연의 공간에서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를 만났어. 그동안 심연의 공간을 수련의 용도로 사용하던 다른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심연의 악마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 그런데 대체 왜 심연의 악마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걸까? 그리고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던 클리스만도 심연의 힘으로 2000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면, 대마법사였던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죽음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허무맹랑한 가설이었다.

강민혁은 진실에 근접하고도, 당시에는 이것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 누가, 2000년 전의 인물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가브리엘 칼데론과 아이작 레드먼, 클리스만과의 연결고리는 확신했지만, 바로 눈앞에 진실이 있음에도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이름을 이번 일의 흑막으로 연결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상식 밖의 일.

강민혁은 눈앞의 사내를 빤히 바라보았다.

클리스만의 기억에 생생하게 존재하던 그는, 분명히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순수한 의문.

강민혁의 물음에,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번 일의 시작.

최초의 시작점을 말하기 위해서는, 2000년이라는 까마득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특별히 말해주지. 내가 아직도 살아있는 이유, 그리고 내가 왜 이런 일을 벌여야만 했는지를."

확-

주변의 공간이 비틀렸다.

공간의 분리.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마법이 현실 세계와 둘의 공간을 분리시켰다.

지금부터 하는 대화는 다른 사람들이 엿들을 수 없다. 고난이도의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모습에, 강민혁은 세간에 알려진 가브리엘 칼데론의 경지가 낮게 평가되었음을 알았다. 아니, 알렉산드르 도브첸코가 딱 그 정도의 힘을 드러냈을 확률이 높다.

“2000년 전, 차원의 폭발이 일어나면서 이 세계에 처음으로 ‘심연의 공간’이 드러났다. 그때만 하더라도 나는 인류에게 닥친 문제를 순수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더군. 심연의 공간에서 수많은 싸움을 벌이는 동안에도, 인류는 심연의 위험성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그러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몇 가지의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

마법 문명.

혁명의 시작은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로부터 비롯되었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사람들에게 마법을 퍼트렸고, 그렇게 얻은 힘으로 몬스터들을 소탕하길 바랐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사람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장벽을 세우자, 사람들은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평화에 안주하는 선택을 내렸다. 그것이 문제였다. 최초의 재앙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목숨을 걸었다면, 2000년의 세월 동안 심연의 악마가 성장하는 시간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첫 번째로 인간은 매우 멍청하다는 것.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로 포장한 인간의 기억력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한심하더군. 인간들은 내가 세운 ‘블랙 캐슬의 장벽’에 현실에 안주하는 한심한 선택을 내렸고, 최초의 재앙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빠르게 잊어버렸다. 나는 그들에게 수차례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이름으로도, 그리고 수많은 다른 이름으로도 그들에게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했지. 하지만 그들은 내 말을 무시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어떤 사람들은 용기가 없어서, 어떤 사람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확실한 건 높게 세워진 장벽이 눈앞의 위험을 가려주자, 그들은 장벽 너머에는 ‘재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의 노력은 수포가 되었다.

인간은 한데로 뭉치지 않았고, 장벽이라는 선택은 독이 되었다.

그렇게 두 번째 깨달음을 얻었다.

인간에게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것.

그때부터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심장에, 악마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인간들에게는 평화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강제적이고, 그들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할 방법이 필요했지. 그래서 나는 ‘하나의 계획’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인류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부여하는, 바로 너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타나면서부터 시작되는 계획을.”

“...?!"

강민혁의 표정에 균열이 일었다.

방금 발언.

그것은 아주 위험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희망과 절망.

희망이 강민혁이라는 영웅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절망은 이 세상에 닥친 재앙을 말하는 것일 터.

그 말인즉.

“...설마 왕실 아카데미의 재앙을 네가 의도했다는 건가?”

“그래. 나는 의도적으로 왕실 마법 아카데미를 무너트렸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는데도 심연의 악마가 세상에 나타난 것은, 내가 ‘심연의 통로’를 열었기 때문이지. 큭큭큭, 그제야 사람들은 난리를 피우더군. 세상에 멸망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의 모습에, 왜 진즉에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지 혐오감이 들 정도였지. 너도 내 심정을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너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인류를 한데로 뭉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을 느꼈으니까. 만약 내가 재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전쟁은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정하진 못한다.

인류.

그들은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말처럼, 전쟁을 주장하는 강민혁의 의견에 많은 이유로 반발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대체 어째서.

이번 계획에 자신이 영웅으로 선택되었을까.

알렉산드르 도브첸코가 역사에 길이 남을 대마법사라면, 본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한 의문이, 이번 계획의 화룡점정(晝龍點暗)이었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가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

“모든 판은 깔렸다. 인류는 간절함을 되찾았고, 사람들은 강민혁 너를 영웅이라 부르고 있다. 지금부터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연의 악마를 모두 소탕할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2000년의 세월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난제. 나는 지금부터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너의 몸을 차지함으로써, 9서클의 경지에 올라설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 계획의 완성이니까.”

살의를 깨닫는 순간.

“그러니, 이만 죽어라.”

콰앙!

콰콰콰콰콰쾅!

기습적인 공격이 그대로 강민혁에게 작렬했다.

간발의 차이였다.

강민혁은 상대가 공격하리라는 사실을 예상했고, 한발 빠르게 그레이트 실드를 펼쳐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콰직!

실드에 균열이 일었다.

그대로 부서지며 전달되는 충격에, 강민혁은 블링크로 벗어나려고 했다.

“디스펠.”

콰앙!

“크윽.”

머리에서 충격이 일었다.

마법을 방해하는 디스펠의 위력은, 상대의 서클이 높을수록 강력한 충격을 선사한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무려 2000년간 마법을 수련한 괴물이었고, 그의 디스펠은 강민혁의 블링크를 완전히 와해시켜버렸다. 순간 눈앞에 작렬하는 마법에, 강민혁은 이를 악물며 검막을 펼쳤다.

콰앙!

콰르르르르르릉.

뜨거운 열기가 몸을 감쌌다.

검막과 철벽의 연계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마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플레어.”

화르르르륵.

콰앙!

사방에서 강민혁에게 불길이 작렬했다. 강민혁은 마법이 아니라 육체적인 힘으로 피해냈고,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위치를 파악하자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어느새 일루전을 사용한 상태였다. 그러한 모습에, 강민혁은 상대가 누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 마법은 모두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로부터 비롯된다.’

클리스만.

그의 지식이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것이라면, 등급 외 마법인 일루전도 그가 개발한 것일 터.

일루전이 마나를 일으켰다.

하나는 속박 마법을, 두 개는 공격 마법을.

강력한 폭발에, 강민혁이 그대로 잡아먹혔다.

콰르르르르릉.

화악-

강민혁이 폭발을 뚫고 나타났다.

이미 머리는 분뇌로 나누어진 상태.

상대가 일루전을 사용한다고 해서 당황할 것은 없다. 아무리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로부터 비롯된 마법이라지만, 강민혁은 그의 마법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상대의 머릿수가 많아졌다면, 어차피 환영에 불과할 그들을 모두 베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섬멸.’

동시에.

“유성우.”

휘이이잉-

콰콰콰콰콰쾅!

바로 앞에 있는 적을 검으로 베어버리면서, 나머지 환영이 존재하는 위치에 유성우를 떨어트렸다.

엄청난 위력.

순식간에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공간을 분리시키지 않았다면, 이미 사람들이 소리를 들고 몰려들었을 것이다.

“역시 재미있어. 검과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다니. 하지만 절정(絶頂)에 오른 마법은 그 어떠한 힘으로도 감당할 수 없지. 영겁의 삶을 살며, 나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갖추었다.”

하늘.

그곳에 알렉산드르 도브첸코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을 내리긋는 순간.

“퓨리 오브 더 헤븐."

번뜩.

콰콰콰콰쾅!

수백 발의 번개 다발이 강민혁의 머리에 작렬했다.

그것은 단순한 8서클 마법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두뇌는 심연의 공간에서 인간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섰다. 6개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였고, 수차례 중첩된 퓨리 오브 더 헤븐은 강민혁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위력을 선사하였다.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강하게 울리는 경고음에 몸을 피하려고 했으나,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시선이 강민혁에게 꽂혔다.

“멈춰.”

언령(言重).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말에 힘이 실렸다.

강력한 구속력이 강민혁의 몸을 묶었고, 강민혁은 자신에게 내리꽂히는 번개 다발을 그대로 맞이했다.

콰르르르르르릉.

콰콰콰쾅!

완벽한 천적이었다.

마법사의 힘은 서클의 상관관계에 따라 상대가 되질 않았고, 검의 힘은 사용할 겨를이 없었다. 6개의 마법을 사용하고서도 언령을 사용하는 알렉산드르 도브첸코. 단순히 서클의 경지를 떠나, 그의 정신력은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압도적인 차이.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경지는 하늘에 닿았다.

아직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에 도달하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같은 인간들이 보기에는 그의 위치는 하늘에 머무른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천외.

알렉 산드르 도브첸코가 강민혁을 내려다보았다.

이번에는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번개 다발로 쑥대밭이 되어버린 땅에는 생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정말 대단해. 어떻게 내 공격을 버틸 수 있었던 거지?”

확!

강민혁이 하늘로 튀어 올랐다.

방금의 공격.

그로 인한 충격으로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민혁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 강민혁은 심연의 마나를 퍼트려서 마법의 위력을 상쇄시켰다. 동시에 검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오라를 일으켜 번개를 베어버렸고, 몸을 둘러싸는 철벽의 힘은 내부로 파고드는 번개의 힘을 차단시켰다.

그래도 충격은 대단했다.

그러나 강민혁은 속에서 일어나는 역함을 삼켜내고, 빠르게 상대를 공격하는 판단을 내렸다.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에게 거리를 주었다간, 얼마 버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강민혁은 알았다.

‘개방.’

활짝.

단전을 열었다.

그로부터 비롯되는 강력한 힘이,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를 갈랐다.

서걱!

파밧.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모습이 사라졌다.

블링크로 다른 곳에 나타나는 순간, 강민혁은 다리에 마나를 폭발시키며 어느새 그곳에 도달했다.

“어딜!”

파사삭.

상대는 분신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도,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분신을 사용하는 마법적인 능력을 보여주었다.

“헬 파이어.”

콰앙!

화르르르르륵.

불길이 작렬했다.

강민혁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몸을 튕겨냈다. 상대는 상식 밖의 인물이다. 모든 상황을 상식 안에서 생각하지 않았고, 항상 공격이 실패할 때를 대비하였다. 날카롭게 돋아오른 감각. 소름 끼칠 정도로 주변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황에, 강민혁의 몸놀림이 빨라졌다.

곧바로 반격.

마법과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 검격에,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표정이 밝아졌다.

대단했다.

강민혁은 괴물이었다.

자신은 2000년의 삶을 통해 지금처럼 강해졌지만, 강민혁은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 발전하였다.

“역시!"

이래서 강민혁이 필요했다.

특별한 재능.

하늘이 허락한 재능이야말로, 9서클이라는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영역에 올라설 수 있다.

“나는 네가 필요하다. 그러니, 더욱 날뛰어라. 너의 모든 것은, 곧 나의 것이 될 테니까.”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웃었다.

이미 본인이 승리하리라는 확실한 결말 안에서, 그는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싸움이 진행될수록, 강민혁의 의식은 깊게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상대가 일으키는 마나에, 강민혁은 매우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심연의 마나.’

악마의 심장.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순수한 힘.

강민혁은 그것을 활용해 8서클에 올랐고, 패러사이트라는 방식으로 수많은 악마들을 무너트렸다.

그런데.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심연의 마나를 독특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방식을 알아채지 못했겠지만, 강민혁은 달랐다. 심연의 공간에서 ‘심법’을 단련했던 사람이 바로 강민혁이다. 심연에서 변화하는 마나의 흐름만 보고도 월하 심법을 만들어냈던 강민혁에게는 마나의 흐름이 눈에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강민혁은 상대의 방식을 모방하였다.

마나를 움직였다.

상대가 마나를 다루는 것처럼,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서클에 스며들었던 심연의 마나를 움직였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는 심연의 마나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2000년의 세월.

그 오랜 시간을 심연에 바친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의 방식은 보고 배울 필요성이 있었다.

심연의 마나는 미지의 힘.

확실한 것은, 심연의 마나는 잘만 활용하면 8서클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이다.

“너 설마.”

순간 알렉산드르 도브첸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강민혁의 변화.

그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이 괴물은 자신의 공격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흡수하고 있었다.

“이 새끼가.”

알렉산드르 도브첸코가 악마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뭔가 불안했다.

현재의 힘으로는 자신이 월등한 우위에 있으나, 강민혁이라는 존재는 항상 변수를 창출했다.

“헬 파이어.”

화르르륵.

콰앙!

콰콰콰쾅!

불길이 작렬했다.

알렉산드르 도브첸코가 강하게 몰아붙였으나, 강민혁의 의식은 어느새 하늘의 경지에 도달했다.

‘아.’

강민혁의 눈이 크게 떠졌다.

심연의 마나.

그것이 의도대로 움직였다.

그간 강민혁이 사용한 것은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8서클에 오를 수 있었던 강력한 힘이, 강민혁이 의도한 것에 따라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방대했다. 그간 수많은 악마들과 싸웠던 강민혁은, 악마의 심장을 흡수함으로써 심연의 마나를 추가로 얻었다.

확장하는 마나.

마나가 전신에 퍼졌다.

강력한 힘이 휘몰아쳤고, 그것은 단전에까지 도달했다.

그 순간.

화악-

머리가 열렸다.

마나가 폭발할 것처럼, 주변의 힘을 모두 집어삼켰다.

그 순간, 강민혁은 깨달았다.

‘아홉 번째 서클.’

까마득한 하늘 위.

강민혁이 마침내, 천외천(天外天)의 세상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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