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148화 (148/197)

148화.  < 37. 아웃브레이크 >

경비 3팀.

혹은 특수 임무 전담팀이라고 불리는 곳의 팀장인 오창석은, 임무를 받고 곧바로 수색작업을 시작했다.

“CCTV에 사람의 형체로 보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그것이 학생을 죽인 범인일 테니,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라. 명심해라. 이번 사건은 아카데미 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휴식은 없다.”

오창석의 명령이 떨어졌다.

CCTV에 포착된 영상은 조금 애매했다.

해당 부분의 영상만 일그러지는 바람에, 이족 보행 생명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오창석으로서는 그게 사람이길 빌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겠지만, 만약 몬스터라면 상황이 조금 복잡해진다.

몬스터는 나타난 경로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주변 일대에 게이트가 생성된 흔적이 없었다.

던전이라고는 ‘우리’로 사용하는 것밖에 없기에, 상식적으로 몬스터가 나타날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문제는 간단하다.

악의를 가진 인간이, 그냥 살해했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일 테니 말이다.

다행히도 수색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경비대와 주변 강화 전사들을 동원해서 수색작업을 진행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를 얻었다.

삐빅-

[민가에 웨어 울프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민가 주변에 게이트와 던전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아카데미 사건의 범인인 것 같습니다.]

수하들의 보고.

오창석이 표정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정말 몬스터의 소행인 건가?’

웨어 울프.

그가 범인이라면 CCTV의 영상을 납득할 수 있다.

이족 보행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형체만 보이는 상황에서는 언뜻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창석은 곧바로 사건 현장으로 이동했다. 민가는 이미 웨어 울프에게 피해를 받은 상태였다. 가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팔뚝이 떨어져 나간 채로 웨어 울프의 이동 경로를 말해주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되었다. 1학년 학생의 시체가 발견된 시각은 아침 9시 경. 시체의 상태로 보아, 사망 시각은 약 새벽 6시 내외로 추정된다. 다행히도 주변이 아카데미 일대라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지만, 민간인의 영역으로 넘어간 이상 문제가 커질 터.

빠르게 흔적을 쫓았다.

그리고, 드디어 범인을 맞닥트렸다.

크르르르륵.

“저 녀석이군.”

A급 웨어 울프.

인간의 피를 흥건히 묻힌 그 녀석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카악!

먼저 공격한 것은 웨어 울프였다.

A급 웨어 울프답게 위협적인 공격이었지만, 오창석은 한때 헌터 아카데미 검술 학과에서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던 사내였다. 그의 검이 번뜩이자 웨어 울프의 목이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A급이라는 등급이 무색할 정도로, 웨어 울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감식반에 연락해서 DNA를 검사해봐.”

“알겠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웨어 울프가 정말 검술 학과생을 죽인 범인이라면, 몬스터가 나타난 경로를 찾아내야만 한다.

몇 시간 뒤.

오창석이 걱정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웨어 울프의 손톱에서 피해 학생의 DNA가 발견되었어요.]

확실한 증거.

오창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이거 참, 복잡하게 됐네.”

범인은 몬스터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몬스터가 나타난 경로를 찾아야 할 때였다.

오창석이 말했다.

“지금 당장 아카데미의 수뇌부들에게 연락해. 이번 문제로 보고할 것이 있다고 말이야.”

수뇌부들이 모인 자리.

아카데미의 총장과 마법 학과장 최병호도 자리한 상황에, 오창석이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A급의 웨어 울프로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주변에 웨어 울프가 나타날 만한 게이트나 던전의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경로를 통해 나타났다고 하기에는, 아카데미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정황이 명확합니다.”

“이런.”

“그렇다면 대체 어디에서 나타났단 말인가?”

최병호가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아카데미에서 몬스터가 나타나다니.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의 몬스터들을 활용해서 훈련하는 것과, 진짜 몬스터가 나타나 목숨을 위협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저희는 웨어 울프가 우리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라고?”

“예. 아카데미 지하 던전에는 웨어 울프가 서식하고 있는 던전이 있습니다. A급 웨어 울프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몇 마리의 A급 웨어 울프가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숫자를 확인해본 결과, 한 마리의 웨어 울프가 없었습니다. 지하 통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는지라 그로 인한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정황상 우리의 몬스터가 밖으로 탈출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던전의 몬스터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할 수 없는 게 아니었나?”

일반적인 상식이다.

던전.

지하에 형성된 차원 너머의 공간에서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던전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일정한 힘을 가해서 ‘강제로’ 빼내오는 방식으로 우리의 몬스터들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단 한 번도 그들이 알아서 탈출했던 경우는 없었다. 샐러맨더에 의해 서울숲의 땅이 모두 불타오르고, 헌터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희망이 명맥을 유지하는 동안 그러한 선례는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A급의 힘으로 우리를 탈출했단 말인가.

오창석이 곤란한 기색을 보였다.

“사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시스템 오류로 A급 웨어 울프를 소환했다는 것인데, 시스템에는 그러한 기록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웨어 울프 우리에 수면 가스를 풀어놓은 상태입니다. 그들의 면역력을 생각하면 12시간은 지나야 완벽하게 잠이 들 테니, 그때 우리로 직접 들어가서 웨어 울프의 숫자를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만약 A급 웨어 울프가 우리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경로를 찾아야 할 테니까요.”

다들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만에 하나라도.

A급 웨어 울프가 자체적으로 우리 밖을 탈출한 것이라면, 이건 하나의 사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아카데미의 지하.

그곳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서식한다.

자체적으로 번식한 그들의 숫자는 예상하기 힘들 정도기에, 그들의 탈출은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총장이 말했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그간 훈련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것의 존재가 이제껏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안전이 100년간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번 조사를 통해서 몬스터가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그때는 우리를 폐쇄조치 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위험을, 아카데미 발밑에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불안에 몸을 떨었다.

제발 아니 길.

몬스터가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었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우리 밖.

그곳에는 이미 경비팀과 외부의 지원 병력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는데, 회의를 마친 오창석은 불안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불길해.’

말이 우리지, 사실 저건 던전과 똑같다.

샐러맨더의 불길에 의해 세상에 드러난 수 많은 던전.

그것에 몬스터들을 몰아넣음으로써 새롭게 탄생한 환경에, 사람들은 던전을 우리라고 불렀다.

가축을 사육하는 우리.

그러나 안에 머무는 생명체들의 포악함은 대단하다.

내부에 설치된 CCTV로 파악한 숫자는 상당히 많았고,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 밖을 탈출할 수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웨어 울프의 우리만 하더라도 숫자가 약 이삼백 마리에 달한다. 그들이 모두 밖으로 뛰쳐나온다고 생각하니, 오창석은 도저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꽉.

검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감촉에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었다.

파스스스-

그 사이, 우리 안에 수면 가스가 주입되었다.

몬스터들의 면역력은 워낙 강해서 폐쇄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잠에 빠지게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안을 확인하려면 이만한 방법이 없다. 문제는 A급 웨어 울프다. A급부터는 수면 가스가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안에서 그들을 직접 처리하는 수 밖에 없다.

긴장감이 흐르는 시간.

그때였다.

우리에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크르르륵!

크아악!

웨어 울프들의 울부짖음이었다.

수면 가스에 그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들은 폐쇄적인 공간에 고통을 호소하다가 잠에 빠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불길한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 안.

던전의 통로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밀려 나왔다.

크아악!

카악!

“헉!"

“웨, 웨어 울프가 빠져 나왔어!”

제발 아니길 빌었던 현실.

몬스터들은 스스로 우리 밖을 탈출할 수 있었고, 그러한 상황에 오창석이 땅을 박차며 소리쳤다.

“지금 당장 비상사태를 선포해! 웨어 울프의 우리가 열렸다!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모두 호출해!”

뎅뎅뎅-

삐이이이이익-

비상상황.

헌터 아카데미가 발칵 뒤집혔다.

삐이이이이익-

[비상상황 발생. 비상상황 발생.]

[웨어 울프의 우리가 개방되었습니다.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모두 해당 구역으로 집결해주시길 바랍니다.]

상황이 순식간에 전파되었다.

그러자 검술 학과생들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다.

헌터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우리가 알아서 개방되는 상황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기에, 검술 학과생들은 허둥지둥하며 각자의 무기를 챙겼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다. 헌터 아카데미의 수업을 통해 강화전사로 거듭나고 있다지만, 변수가 발생하자 어린 티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마법 학과생들의 반응이었다.

그들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질서가 없는 검술 학과와는 다르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무기를 받아!”

“빨리 움직여!”

일부의 학생들은 빠르게 무기를 보급해주었고, 무기를 받아든 학생은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조를 형성하였다. 5명씩 하나의 조. 현장에 도착한 그들은, 조끼리 움직이며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랜스.”

“윈드 피스트.”

화르륵-

콰앙!

이미 현장은 웨어 울프들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경비대가 웨어 울프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어느새 도착한 마법 학과생들은 침착하게 마법을 작렬시켰다. 펑펑 터져 오르는 마법에 웨어 울프들이 괴성을 질렀다. 웨어 울프들의 단단한 외피는 웬만한 마법이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강민혁이 마법 혁명을 통해 중급 마법을 발표하면서부터, 마법사들의 위력은 예전과는 달라졌다.

그리고.

“왼쪽이 위험해.”

“저쪽을 도와주자.”

마법 학과생들은 상황에 따라 대응했다.

무차별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 위험한지 확인하고 화력을 집중하는 법을 알았다.

약 이삼백 마리의 웨어 울프.

숫자는 정말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자리에는 경비대를 비롯해서 강화 전사들이 많았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덕분에, 그들을 막아내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뒤늦게 도착한 검술 학과생들도 가담하기 시작하자, 웨어 울프들의 격렬한 저항은 활활 타오르는 오라에 피로 물들어갔다.

오창석.

A급 웨어 울프의 목을 베어버린 그가, 의외라는 눈빛으로 마법 학과생들을 바라보았다.

‘가디언 마탑 덕분인가.’

얘기는 들었다.

가디언 마탑이 마법 학과와 연계를 하면서부터, 수업 과정 중에 재앙 대응법이 추가되었다고 했다.

검술 학과에도 편성 제의를 했었으나, 검술 학과는 굳이 가디언 마탑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벌어지자 훈련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차이가 컸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서로의 힘을 합치는 마법 학과생들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문득, 마법 학과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학생들이 제일 많이 배우면서도 무서워하는 수업이 바로 강민혁 마탑주님의 재응 대응법 훈련이에요. 학생들이 당장에라도 죽을 위기에 처할 것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온갖 상황을 부여한다니까요? 저번에는 우리에서 몬스터가 탈출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선견지명(先見之明)이었던 걸까.

강민혁의 대비해준 덕분에, 상황은 생각보다 일찍 정리되고 있었다.

확연히 줄어든 웨어 울프의 숫자.

만약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웨어 울프로 인해 끔찍한 일이 벌어졌겠지만, 다행히도 오창석의 대응은 좋았다. 우리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자마자 주변을 포위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우리.

그곳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은 웨어 울프만일까?

그때, 경비대원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

이미 큰일은 발생했다.

그런데 또 큰일이라니.

어서 대답하라는 오창석의 눈빛에, 경비대원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리자드맨의 우리가 개방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몬스터들이 전부 탈출하려는 것 같습니다!"

오창석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우리 전체의 개방.

그 말인즉, 아카데미에 최소 수천 마리의 몬스터가 풀렸다는 뜻이다.

후일, 아웃브레이크(outbreak)라고 불리게 될 대재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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