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147화 (147/197)

147화.  < 36. 그들만의 준비(3) >

훈련은 계속되었다.

첫날에는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훈련이었다면, 이후에는 훈련 목적에 따라 새로운 상황이 부여되었다. 그중에는 발생 확률이 희박한 훈련도 있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훈련을 받는 마법사들은 진지한 태도로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다.

그만큼 첫날의 임팩트가 대단했다.

첫날 훈련이 끝나고.

가디언 마탑 마법사들에게 압도적인 기록의 비결을 묻자, 그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대답을 말했다.

“비결은 따로 없어요. 그냥, 마탑주님의 훈련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에요.”

“저희도 처음에는 의문이 많았어요. 발생 확률이 희박한 상황들에 대한 훈련이 굳이 필요하나 의문이 있었는데, 반복적으로 훈련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아, 이건 필요한 훈련이구나. 강민혁 마탑주님의 훈련에 ‘그냥’이란 없어요. 받다 보면, 그 중요성을 알게 되죠.”

“반복 훈련의 결과입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그쪽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모든 영광을 강민혁에게 돌렸다.

가디언 마탑의 마법사들도 처음에는 케빈 고미스와 마찬가지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것을 택했지만,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근접전에 대한 망설임을 버렸다. 그때부터 기록이 대폭 단축되었다. 강민혁이 강조한 ‘5분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었고, 그러한 결과에 자신감도 붙었다.

약 일주일간 진행된 훈련.

동맹 세력들의 마법사들은 정말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나름 본인들의 구역에서는 천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지만, 항상 결과는 가디언 마탑의 독점이었다.

일주일 내내 상위권을 차지하는 가디언 마탑의 마법사들.

그들의 성적은 이제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시설에서 훈련을 받으니 발전할 수밖에.’

케빈 고미스.

숙소로 돌아온 그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혼자 지내기에 완벽한 개인실.

편의를 위한 케어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나 룸과 같은 훈련과 훈련 시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디언 마탑의 마법사들은 무상으로 마나 룸 훈련을 진행할 수 있어. 강민혁 마탑주가 마나석 시장을 독점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한두 푼이 드는 일이 아닌데 이런 결정을 내리다니. 사람들에게 마법 학계의 발전을 바란다고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어. 그는 진짜야.’

마법 도서관.

6서클 마법의 체계를 읽으며, 케빈 고미스는 감격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이곳은 마법사들의 유토피아가 맞았다.

어떤 사람들은 가디언 마탑의 소문이 언론 플레이라고 비난하지만, 실제로 경험하니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마법사를 위한 세상.

강민혁의 진심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마법사로서 필요한 것은, 반드시 가디언 마탑이 제공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독일 마법 협회장이 전화를 걸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떠십니까?]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제가 왜 가디언 마탑과의 동맹을 반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디언 마탑은 세계 마법 연합의 힘이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재앙에 대비할 힘과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본인들만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 세력인 우리에게도 아낌없이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편견에 사로잡혀서 세계 마법 연합과의 관계를 유지하자고 떠들었던 제 자신이 너무 나도 한심합니다. 만약 그때 제 의견이 통과되었다면, 우리는 가디언 마탑과의 관계를 쟁취하지 못한 것에 후회할 날이 반드시 찾아왔을 겁니다.”

[...그 정도입니까?]

“예. 이곳의 마법사들은 다들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마법사로서 성장한다는 것에 확신들이 있습니다. 절 이곳에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전부, 협회장님 덕분입니다.”

극찬이었다.

열렬하게 가디언 마탑의 우수성을 피력하는 케빈 고미스의 모습에, 전화기 너머 협회장은 웃었다.

케빈 고미스.

그의 모습에서, 마르코 도슨의 모습이 보였다.

마르코 도슨이 저랬다.

강민혁을 경험했던 그는, 세계 마법 연합보다 강민혁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

가디언 마탑과의 연합.

케빈 고미스마저 열혈팬으로 만들 정도의 힘이라면, 아무래도 이 관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우리의 선택은 옳았어.’

합동 훈련.

그로 인해, 동맹 세력들과의 관계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마법 연무장.

그곳에서 누군가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쾅-

화르르르륵.

천호명이 고개를 젖히는 순간, 강한 화염이 일어나며 대리석 바닥을 박살 냈다.

식은땀이 흘러내릴 만한 장면.

그러나 천호명의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어느새 일으킨 마법으로 상대를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라이트닝 블레이드(Lightning Blade).”

치지지지직.

전기로 일렁이는 칼날이 천호명의 목을 겨누었다.

강민혁.

천호명의 항복을 받아낸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마법사를 쓰러트리기 위해 계속 근접전을 유도하는 것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마법을 피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도중에 견제 마법을 섞는 것이 부족했습니다. 다음에는 적절한 견제에도 신경을 쓴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좋은 상황을 유도할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천호명이 고개를 숙였다.

훈련의 보상.

천호명은 매일 같이 1대1 훈련을 요청했다.

사실 보상이 아니더라도 강민혁은 마법사들을 위해 개인 시간을 할애하지만, 그래도 천호명은 강민혁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악착같이 훈련에 매달렸다.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강민혁의 시간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훈련이 끝나고.

천호명은 강민혁과의 승부를 떠올렸다.

행복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이 마법사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가디언 마탑에 입탑한 것은 마법사로서 최고의 선택이었어.’

처음에만 해도 확신이 없었다.

6서클 마법의 실마리를 얻으려는 목적이었는데, 가디언 마탑은 상상치도 못한 미래를 그에게 부여했다.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

요새 가디언 마탑의 마법사들이 모이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마법사로서 축복받았어.”

100인의 합격자들.

그들은 진심으로 합격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만약 테스트에서 떨어졌다면, 이와 같은 환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최근에 진행되는 재앙 대응법도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였다. 그때도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가디언 마탑의 마법사들은 강민혁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 그가 지시하는 것은 분명히 명확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결과를 얻었다.

합동 훈련.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던 마법사들이 가디언 마탑의 성적을 따라잡지 못했다.

서클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케빈 고미스는 5서클 마법사지만, 4서클의 헨리 덴커가 이끄는 조와 성적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났다.

훈련의 성과인 것이다.

정말로 재앙이 닥친다면, 이제는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우리는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

매일 모자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을 향한 갈증이 타들어갔다.

하나의 세력.

세력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세력의 우두머리가 추구하는 바에 동화되고 같이 나아간다.

강민혁은 마법사로서의 발전을 바란다.

그렇기에 그 밑에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닌데도, 가디언 마탑의 마법사들은 서로 앞다투어 성장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그중.

천호명은 가장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마법사였다.

6서클의 경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6서클도 하나의 단계일 뿐이고, 사람들이 자신을 대마법사라고 부르는 것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훈련에 전념하는 천호명.

그의 열정이 활활 타올랐다.

그렇게 그는 한 달의 합동 훈련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어느새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주기적으로 합동 훈련을 진행했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해결하면서 가디언 마탑은 자리를 잡았다.

6개월 전의 공포를 잊은 것일까?

세계 마법 연합이,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가디언 마탑의 무의미한 행보!]

[그들은 대체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가디언 마탑이 말하는 재앙의 대비는, 그들의 권력을 위한 것이었다.]

[......6개월 전에 가디언 마탑은 세상에 재앙이 닥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고, 가디언

마탑은 재앙을 명분으로 세계 마법 연합에서 딸려 나온 마법 세력들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재앙은 그들이 성장하기 위한 명분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상의 위험을 만들어서 그들은 신생 세력으로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했다. 결국 강민혁 마탑주가 말한 ‘마법 학계의 발전’이란 본인의 권력을 위한 것이었고, 그러한 행보에 마법 학계에서는 독재자(獨裁者)의 탄생을 우려하고 있다.]

처음부터 부정적인 기사를 썼던 것은 아니다.

아주 천천히.

그들은 단계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재앙을 대비하려는 행보가 나쁜 것이 절대 아닌데도, 그게 마치 권력을 위한 행동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정말 열심히들 사시네.”

기사의 내용.

그것을 보며 강민혁은 피식, 웃었다.

사실 기사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걸 세계 마법 연합도 알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던 것인데, 강민혁이 반응하지 않자 어느 순간부터 노골적으로 변했다.

강민혁은 그들을 일부러 내버려 두었다.

왜냐고?

강민혁의 목적이 ‘권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희들의 말처럼 내 노력이 노력으로만 끝난다면 이 세상을 위해서는 정말 좋은 일이겠지. 아직은 클리스만의 세상처럼 위험한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 재앙이 실제로 닥친다면.........."

그때는 세계 마법 연합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그리고, 강민혁이 준비한 시간이 빛을 발할 것이다.

그래서 비난을 감수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깎아내리면 깎아내릴수록, 재앙이 터지고 나면 지금의 행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기사를 하나둘씩 모았다.

차곡차곡 쌓이는 자료들.

최선은 그것이 전략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이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게이트 현상이 잦아지고 있어. 마치, 클리스만의 세상에서 겪었던 것처럼.’

강민혁은 이번에 클리스만에게 1년의 시간을 요청했다.

그리고, 가디언 마탑의 마법사들을 훈련시킴과 동시에 스스로가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7서클의 경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브리엘 칼데론 정도의 힘이 아니라면, 심연의 악마가 나타났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재앙이 최대한 늦어지길 바랐다.

자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갖추고 있는 힘이 강해질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며칠 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헌터 아카데미의 총장.

그가, 경비팀의 보고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 학생이 죽었다고?”

“예. 아침 9시경에, 산책로에서 검술 학과 1학년생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시체의 상처로 보아 몬스터의 소행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허어, 어떻게 이런 일이.”

그가 탄식을 내뱉었다.

살인 사건이라니.

시체의 사진을 보자 확실히 몬스터의 소행으로 보였다.

문제는 몬스터가 나타난 경위였다.

그것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주변에 게이트가 생성된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몬스터들이 던전 밖으로 나올 가능성은 없을 테니, CCTV를 확인해서 혹시 주변에 의심이 가는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몬스터가 나타나는 방법은 2가지다.

게이트를 통하거나.

아니면 던전을 통해서.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는, 몬스터들이 던전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에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던전을 빠르게 처리하는 이유는, 던전의 마나로 인해서 주변에 게이트 현상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던전 밖으로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헌터 아카데미의 경우에는 다르다. 헌터 아카데미에 있는 던전 부지는 이미 예전에 모두 소탕된 것이었고, 지금은 ‘우리’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힘으로 밖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

에픽급 몬스터.

그들의 영향력이 아니라면, 몬스터 방출은 불가능한 일이다.

총장이 말했다.

“지금 당장 경비3팀에게 이번 일을 담당하라고 해.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사망의 원인을 알아내고.”

“알겠습니다.”

물러나는 경비대원.

총장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후우, 1학년 학생이 죽다니. 이를 어떻게 발표해야 하나.”

그때만 하더라도 그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이 익숙한 세상이다.

그저 그중 하나일 뿐이라고, 총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 학생의 죽음.

그것이 새로운 재앙의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지금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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