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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142화 (142/197)

142화.  < 35. 어중간한 재앙, 어중간한 평화(6) >

쏠리드의 전사들이 땅을 박찼다.

그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앞선 전투를 보았지만, 그건 전혀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마법사와 강화 전사는 다르다.’

강민혁이 수적 우위를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근접전에 약할 수밖에 없는 마법사의 특성 때문이었다.

강민혁은 돌연변이다.

다른 마법사들은 그처럼 근접전에 강하지 않았고, 200명이라는 엄청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강민혁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 그러나 강화 전사들의 경우에는 다르다. 프랑스 마법 협회를 상대로는 강민혁의 의도가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부터는 강화 전사들의 개입으로 근접전의 이점이 사라질 것이다.

타다닥.

순식간에 궁지에 몰린 상황.

어느새 지척에 도달한 강화 전사들의 모습에, 강민혁은 침착하게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캐스팅을 끝냈다.

“태산.”

쿵!

쿠르르르릉.

땅을 힘껏 밟았다.

그러자 강민혁이 위치한 땅이 높이 솟아올랐고, 강화 전사들의 표정이 당황으로 얼룩졌다. 태산은 비무행에서 딱 한 번 보여주었던 마법이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종류의 마법이었고, 강민혁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상황에 강화 전사들은 곧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강민혁이 근접전을 포기했다는 것.

그로 인해 강화 전사들의 접근은 잠시나마 막았을지 몰라도, 멀리 떨어진 거리는 마법사들에게 틈을 노출하였다.

200명의 마법사.

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마나를 일으켰다.

그 순간.

팽팽팽.

강민혁의 머리가 빠르게 캐스팅을 끝마쳤다.

태산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분뇌로 나누어진 머리는 ‘메모라이즈’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살렸다.

“어스 퀘이크(Earth Quake)."

콰콰쾅!

콰르르르르르르릉.

7서클 마법.

마침내 신세계의 마법이 세상에 작렬했다.

강력하게 일어나는 지진에 마법사들의 마법이 모두 캔슬되었고, 쩍쩍 갈라지는 땅이 그대로 마법사들을 집어삼켰다. 끝이 보이지 않는 땅의 밑바닥은 그야말로 무저갱(無底坑)이었다. 마법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건 강화 전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신체 능력을 발휘해서 빠르게 대피하나 싶었지만, 땅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가시 바위가 그들을 공격했다.

퍽!

콰직!

강화 전사들의 단단한 피부도 이번에는 소용이 없었다. 퍽퍽, 소리와 함께 가시 바위에 얻어맞은 강화 전사들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강민혁이 사용한 태산 밑으로는 한 편의 지옥도가 펼쳐졌고, 어떻게 대항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이 당했다.

그러나 강민혁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이어 스톰.”

초월 각인.

이제는 7서클의 경지에 오르면서 초월의 페널티가 사라진 그것이, 강렬한 불빛을 뿜어내며 발현되었다.

휘이이이잉-

화륵, 화르르르르륵.

폭풍이 일었다.

화염을 동반한 폭풍에, 지상에 있는 사람들은 넋을 잃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스 퀘이크의 위력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흔들리면서 갈라지는 땅과 사방에서 솟아오르는 가시 바위들, 그리고 그 위에서 휘몰아치는 화염을 동반한 폭풍까지. 잠시 넋을 잃은 사이에, 넘치는 자신감을 표출하던 쏠리드의 전사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보여주었다.

콰앙!

“크악!”

“으아아아악!”

화염이 그들을 덮쳤다.

이건 재앙이었다.

물리적임 힘으로는 어떻게 대항할 수 없는 상황에, 강화 전사들조차도 폭풍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러자 강인한 정신력으로도 버틸 수 없었다. 폭풍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화염은 그들의 피부를 새카맣게 태워버렸고, 폭풍에 휩쓸려 하늘 높이 날아오른 사람들은 무력하게 추락했다.

퍽-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

생명들이 끊어지고 있었다.

겨우 5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세상은 지옥으로 변했다.

“.........아아.”

“말도 안돼.”

사람들이 현실을 부정했다.

수적 우위?

7서클 마법사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강민혁의 힘을 뛰어넘는 강력한 존재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7서클은 머릿수의 이점을 박살내버린다.

압도.

어떻게든 발악해보겠다고 태산을 박차고 올라오는 강화 전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강민혁의 마법에 허무하게 땅으로 추락했다. 7서클 마법을 사용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해와도 같은 강민혁의 서클은 무한한 마나를 표출하였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마법이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웃긴 것은 강민혁은 아직 전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거리.

강민혁의 예민한 감각이 한 사람을 주시했다.

‘알랭 로베르(Alain Robert).’

쏠리드를 대표하는 강화 전사.

아직, 그가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때를 기다렸다.

그가 나서기를.

그리고 예상대로, 불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알랭 로베르는 더 이상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참 당황스러운 광경이었다.

알랭 로베르.

쏠리드의 전사를 이끌고 지원을 나온 그는, 처음에만 해도 이번 일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우리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

무려 200명의 마법사가 동원된 상황이다.

상대는 겨우 강민혁 한 명뿐일 텐데, 쏠리드의 전사까지 동원된 상황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앙투안 발라르의 요청을 거절하진 못했다. 쏠리드와 프랑스 마법 협회는, 정부를 중심으로 협력을 약속했다. 강화 전사와 마법사라는 이해관계 때문에 완벽한 동료라고는 볼 수 없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동맹의 의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병력을 대동하고 한 자리를 지키게 되었지만, 웬만해서는 쏠리드가 직접 나설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200명.

강민혁이 혼자서, 그 많은 마법사를 상대할 가능성은 없다.

설령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라도, 마법사간의 분쟁은 쏠리드로서는 그다지 손해를 보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앙투안 발라르의 지원 요청.

쏠리드의 전사들이 나섰다.

그때만 하더라도 상황을 금방 정리할 거라 확신하던 알랭 로베르는, 7서클의 위력에 충격을 받았다.

‘위험하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7서클 마법은 재앙이었다.

땅이 흔들리고, 화염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난생처음 보는 위력의 마법에 쏠리드의 전사들조차도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했다. 프랑스 마법 협회의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숫자의 이점을 상실했고, 방금까지 자신과 웃고 떠들었던 수하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그로 인한 분노는 없었다. 다소 냉소적인 알랭 로베르는 감정적인 동요보다는, 방금 상황으로 강민혁에 대한 강한 경계심이 생겼다.

‘강민혁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

비무행.

강민혁은 그 과정에서 마법사의 위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알랭 로베르는,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자신의 선에서 정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1대1 로도 패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것이 알랭 로베르틀 나서게 만들었다.

정판호에 버금간다고 알려진 강자가, 기어코 검을 뽑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강민혁을 죽인다. 지금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그는 너무나도 위험한 인물이다.’

강력한 살의(殺意)

알랭 로베르가 땅을 박찼다.

이번 계획.

사실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몬스터에 대항하기 위해서, 인간끼리 피를 흘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래서 명확한 기준을 정했다.

상대가 자신에게 살의를 드러낸다면, 그때부터는 반대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명분이 된다.

선택을 내렸다면 확실하게.

그간의 삶에서 얻은 가르침이었고, 강민혁의 마법에는 자비가 없었다.

“룬 플레어.”

콰앙!

화르르르륵!

화염이 작렬했다.

태산을 오르려던 강화 전사가 불길에 휩싸이며 그대로 추락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살아있던 사람의 숨을 끊어버리는 순간이었지만, 강민혁에게 감상에 빠질 시간 따위는 없었다.

예민하게 피어오른 감각.

진짜 위험이 곧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강민혁--!”

알랭 로베르였다.

활활 타오르는 오라를 일으킨 그가, 정말 빠른 속도로 강민혁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강민혁은 화염을 일으키며 알랭 로베르틀 공격했다. 그러나 알랭 로베르는 먼발치에서 강민혁이 사용하는 마법의 패턴을 충분히 파악해두었다. 공격적인 마법 사용법에, 알랭 로베르는 오히려 마나를 다리에 집중시키더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를 냈다.

파밧.

순식간에 태산 정상에 도달한 알랭 로베르.

그의 앞에, 화염의 지옥이 펼쳐졌다.

“화우.”

화륵.

화르르르륵.

불길이 튀었다.

십수 개의 불의 마법이, 동시다발적으로 알랭 로베르에게 작렬했다.

쾅!

콰콰쾅!

그러나 알랭 로베르의 반응 속도는 빨랐다.

그는 재빠르게 검막을 펼쳐서 화염 마법을 막아냈고, 지척에 도달함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블링크.”

팟.

강민혁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태산의 정상은 넓었다.

약 10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난 순간, 알랭 로베르의 시선이 곧바로 강민혁의 모습을 포착했다. 알랭 로베르 수준의 강화 전사들에게 블링크의 도착 지점을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어딜!”

서걱-

공간이 갈라졌다.

알랭 로베르의 검격이 강민혁의 몸을 가르려는 순간, 거대한 방패가 형성되며 공격을 막아냈다.

“그레이트 실드(Great shield).”

콰앙!

방어막이 박살 났다.

알랭 로베르의 활활 타오르는 오라 앞에서는, 방어막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방어막의 파편들. 그 뒤로 당황으로 얼룩진 강민혁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싸늘하게 굳은 알랭 로베르의 얼굴은, 강민혁의 당황이 결코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속임수 따위에 속지 않는다.”

사삭-

오라 웨이브를 암기처럼 뿌렸다.

반복해서 돌려본 강민혁의 영상에서, 강민혁이 근접전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고 함정에 빠트리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에도 그것과 같은 계획임을 확신했다. 오라 웨이브는 마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확한 허점을 공략했고, 강민혁으로서도 그 순간만큼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훅.

바로 앞.

알랭 로베르가 나타났다.

찰나의 틈.

그 정도면, 알랭 로베르에게는 상대의 머리를 베어버릴 충분한 시간이었다.

서걱-

목을 갈랐다.

하지만 알랭 로베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검에 닿는 느낌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나로 흩어지는 모습은, 상대가 ‘진짜 강민혁’이 아니라 일루전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염화.”

콰앙!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어느새 다른 곳에서 나타난 강민혁이 알랭 로베르에게 화염을 작렬시켰다. 알랭 로베르의 예민한 감각으로도, 강민혁이 언제 일루전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치기했는지 예상할 수 없었다. 다만, 블링크 직후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 강렬하게 타오르는 화염은 알랭 로베르조차도 버텨낼 수 없었다. 검막을 펼쳐서 막아내기는 했지만, 검막을 뚫고 들어오는 화염으로 인해서 피부가 타닥타닥 타올랐다.

“역시, 널 꼭 죽여야겠어.”

태산 위.

둘만의 무대.

다른 사람들은 개입하지 않았다.

알랭 로베르가 나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에클레어(Eclair).’

번쩍.

한 번의 번뜩임.

쏠리드의 비기가 사용되었다.

강민혁의 앞에 나타난 알랭 로베르의 검은, 어느새 강민혁의 몸을 반으로 갈라버리고 있었다.

궁극의 일격.

그것이 알랭 로베르틀 대표하는 기술이었다.

이 일격을 버텨내지 못한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 알랭 로베르는 쏠리드를 대표하는 검사가 되었다.

“미라지.”

파스스스스-

강민혁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용되는 연계기.

“자이언트 홀드.”

“기가 라이트닝."

꽈악.

파지지지지지직!

엄청난 전기가 알랭 로베르에게 작렬했다.

그런데 알랭 로베르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예상했다.

미라지는 강민혁이 영상에서 사용했던 기술.

각인 마법을 이용한 트랩은 결국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알랭 로베르는 미리 마나로 몸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마나로 일차적인 피해를 막을 뿐만 아니라, 검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오라로 전기 다발을 베어버렸다. 또 다른 쏠리드의 비기인 디스트럭션(destruction). 그것이 상대의 함정을 박살 냈다. 희열로 차오르는 알랭 로베르의 표정에는, 승리에 대한 강한 확신이 있었다.

“끝이다.”

각인 마법.

미라지.

일루전.

강민혁의 수는 모두 사용되었다.

블링크로 피하기에는, 알랭 로베르의 검은 ‘에클레어’의 힘으로 이미 강민혁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걱-

".........?!"

이번에도 검에 닿는 느낌이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이 되질 않았다.

일루전은 방금 사용했다.

그런데 ‘각인 마법’을 사용한 강민혁조차도 일루전이라는 사실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루전에는 단계가 있다.

6서클부터는 본체의 힘을 완벽하게 구현.

그리고 7서클에 오르면, 시전자는 서클의 단계별로 일루전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 가능하다.

고로.

“폭발.”

몇 걸음 떨어진 거리.

그곳에 강민혁이 있었다.

강민혁은 이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일루전을 앞세웠다. 겹겹이 쌓은 함정이었고, 본체는 인비저빌리티(invisibility) 마법으로 몸을 숨겼다. 알랭 로베르로서도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 강렬하게 뿜어내는 불길로 인해서, 설마 앞에서 상대했던 강민혁이 전부 환상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강한 확신.

진정한 함정은 상대의 허점으로부터 비롯된다.

균열이 일어나는 알랭 로베르의 눈동자에, 세상을 뒤덮는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콰콰콰콰쾅!

그것으로 끝났다.

그대로 태산 밑으로 추락하는 알랭 로베르.

그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알랭 로베르.

그의 패배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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