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 31. 마법사들의 유토피아 >
헨리 덴커는 어제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가디언 마탑.
정말 대단한 마법사들이 전부 도전했는데, 그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그는 결국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소문으로는 탈주를 시도한 세계 마법 연합의 마법사들이 강한 처벌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한발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은 정말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합격자들이 모인 자리.
강민혁이 앞으로 나섰다.
“......가디언 마탑의 일원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럼, 각자 숙소를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헨리 덴커의 눈빛은 하트로 물들었다.
실전 테스트.
강민혁의 포스에 헨리 덴커는 강민혁에게 푹 빠진 상태였다. 어린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최소 4서클 이상의 실력자들을 상대로 강민혁은 압도적인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그날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 입에서 강민혁은 신적인 존재로 오르내렸다. 비무행에서 보았던 모습은 조금의 거짓도 없었고, 헨리 덴커와 같이 세계 마법 연합의 출신인 마법사들조차도 강민혁이 세계 최고라는 확신이 생겼다.
“저를 따라오세요.”
한 사내가 헨리 덴커를 비롯한 합격자를 안내했다.
사내는 본인의 이름을 한태주라고 밝혔는데, 아마도 합격자들보다 먼저 마탑에 들어간 케이스로 보였다.
그리고 도착한 숙소.
헨리 덴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헨리 덴커님은 앞으로 303호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안에 세탁기며 샤워 시설도 모두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필요하시다면, 희망하는 사람에 따라 일정 시간마다 식사를 제공하는 편의 서비스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요?”
숙소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혼자 지내는 것을 감안해서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갖출 것은 모두 갖춘 공간이었다.
그런 데다 식사제공 서비스라니.
순간 이곳이 호텔이라는 착각이 생길 정도였다.
이런 방이 최소 100개 이상이라는 생각에, 헨리 덴커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대체 마탑에 얼마나 투자하신 거예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강민혁 마탑주님께서 마법사들이 마법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수천억의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탑을 건설한 건설사도 한국 최고라 불리는 곳이고요.”
“혹시 돈을 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런 건 전혀 필요 없습니다. 이곳의 목적은 오로지 마법사로서 성장하는 것이고, 숙소를 비롯한 각종 편의 시설은 마법사님들을 위한 혜택일 뿐입니다.”
“아."
감탄이 나왔다.
이런 곳의 일원이 되었다니.
미국 마법 협회는 규모가 대단한 곳이지만, 그렇다고 협회원들에게 이 정도로 베풀지는 않았다.
한 번 더 자신의 선택에 감사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문득, 헨리 덴커는 안내원을 자처한 한태주의 기세도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와 비슷한 경지로 보이는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이번 합격자들의 합류로 인해서 가디언 마탑이 강해진 것이라는 착각.
그건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더 강해진 것은 사실이나, 가디언 마탑은 원래 갖추고 있는 전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유재명을 따르는 추종자들.
그들이 무려 50명이 넘어간다.
유재명은 강민혁의 명령을 받아 그간 믿을 만한 추종자들을 모았고, 3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이 유재명을 따랐다. 그중에서는 5서클과 4서클 마법사도 많았다. 한태주의 경우에는 마법 학과의 출신으로서 4서클 마법사였고, 헨리 덴커는 그를 보자 괜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한참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방송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훈련 일정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훈련 대상자들은, 모두 1수업실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마탑에서의 훈련.
드디어 본격적으로 마탑 생활이 시작되었다.
훈련 프로그램.
합격자들의 관심사였다.
처음은 이론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강민혁이, 설명을 덧붙였다.
“서클에 상관없이 이론 수업은 매일 동일한 시간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참가하지 않는 분들은 벌점을 부과할 것이며, 벌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유를 불문하고 마탑에서 퇴출할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론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 말씀 드릴 주제는 바로 서클의 형성입니다.”
서클의 형성.
매우 익숙한 주제였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다들 서클을 형성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마나석에서 추출한 강화액을 이용해서, 심장 주변에 인공적으로 서클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인공적인 마나는 자연에 동화되는 힘이 약하고, 결국 내부에 축적되는 마나로만 마법을 발현하기에 여러모로 제약이 많죠. 그렇기에, 강화액이 아니라 자연의 마나를 심장으로 유도해서 서클을 형성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웅성웅성.
마법사들이 시끄러워졌다.
강민혁의 발언.
그건 이 세상의 상식을 무너트리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기존의 서클을 허물고 새로운 서클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마법의 기초 1단계.
서클 형성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이미 자기만의 방식으로 마법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공부한 내용에서 ‘강화액’은 필수적인 요소였는데, 강민혁의 말은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
한 마법사가 나섰다.
“질문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강화액이 아니라 자연의 마나로 서클을 형성한다는 게 정말 가능한 방법입니까? 자연의 마나는 정제되지 않은 것이라 매우 위험합니다. 서클로 인도해서 서클을 형성한다는 발상은 매우 이상적이나, 잘못된 길로 들어갔다가는 마나로 인해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민혁 마탑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이니 당연히 신빙성이 있는 것이겠지만, 그런 위험한 방법을 실제로 적용시키려면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질문이었다.
강민혁이 웃었다.
질문은 마법사들의 원천이다.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마법사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강민혁은 질문을 반긴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서클 형성은 이미 실험을 마친 방법입니다. 저 또한 이 방법을 통해 새로운 서클을 형성했고, 새로운 마탑원들보다 먼저 들어오신 분들도 저와 같은 절차를 통과하셨습니다. 그 과정에 부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마법을 사용하느냐고. 그 비결이 바로 이 서클 형성에 있습니다. 저는 남들과 다른 서클을 보유하고 있고, 그렇기에 특별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지금 그 특별함을 전수해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
마법사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미 성공한 이론이라니.
이건 혁명이었다.
또 다른 마법 혁명.
이곳 가디언 마탑에서, 마법사들의 상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마탑의 창설.
그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면서, 강민혁이 고민했었던 문제가 있다.
‘마법사들을 어떤 방식으로 성장시켜야 할까?’
마탑.
개인이 강해지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강민혁은 수많은 사람을 책임져야 하고, 그들을 옳은 길로 인도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클리스만의 세상을 벤치마킹하면 돼.’
2000년의 마법 문명.
그중에서도 왕실 마법 아카데미라는 고등 교육기관의 교육 과정은, 강민혁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정답이었다. 강민혁은 그곳에서 받은 수업을 떠올렸다.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된 마법 문명에서 계획한 수업 프로그램이라면, 그 효과는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나다.
다만, 조금의 다운 그레이드는 필요했다.
높은 수준을 완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버겁기에, 강민혁은 이 세상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변형했다.
수업의 시작은 바로 기초 단계다.
클리스만의 세상에서는 기초를 네 가지 단계로 분류한다.
1단계 서클 형성.
2단계 마나 동화.
3단계 더블 캐스팅.
4단계 108가지의 마법 활용법.
마나 동화와 더블 캐스팅은 발표를 통해서 공개한 상태지만, 일단 이 큰 틀 안에서 차근히 마법사들을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새로운 서클을 형성하고 4단계까지 완벽하게 공부한다면, 적어도 마법사들은 클리스만의 세상에서 요구하는 기본 조건을 갖춘 마법사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이것은 유재명의 추종자들에게 가르친 내용.
그들은 강민혁의 가르침에 극찬을 내뱉었다.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가디언 마탑으로 소속을 옮긴 것은, 바로 이러한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
“...이게 무슨.”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마법사들은 경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70명의 마법사는 아직 경지가 낮다.
하지만 나머지 30명의 마법사들은, 최소 10년 이상 마법을 공부한 마법의 대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감탄만 나왔다.
강민혁의 가르침은, 그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강민혁이 계획한 ‘일부’에 불과했다.
몬스터와의 전쟁.
그 위험한 최종 목적을 위해서, 강민혁은 가디언 마탑의 성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마탑에 정말 많은 것을 투자했다.
마법사들이 겪을 신세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머리가 팽팽 돌았다.
마탑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헨리 데커는 이곳이 별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해.’
충격의 연속이었다.
마탑원들을 위해 호화스러운 주거 공간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대단했는데, 강민혁의 수업은 강민혁이 왜 세계 마법 연합의 경고에도 마탑을 창설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강민혁의 마법은 그들과 타협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혼자서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된 마법 지식을 갖추고 있으니, 그들에게 굳이 아양을 떨면서까지 권력을 나눌 필요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서클의 형성.
정말 매력적인 이론이었다.
얼른 그것을 실험해보고 싶었지만, 이론 수업이 끝나고 곧바로 다음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마탑.
그곳은 학교의 연장선 같은 곳이었다.
어떤 마탑들은 자유롭게 마탑원들을 풀어놓는다는 말도 있지만, 강민혁은 마탑원들을 위한 훌륭한 훈련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가디언 마탑에 지원한 사람들은 마법에 대한 갈망이 넘치는 부류기에, 훈련의 퀄리티만 높다면 어떤 훈련이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공간.
참으로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중앙에 거대한 원형의 구멍이 뻥 뚫려있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문이 배치되어 있었다. 건물의 구조로 보아 문 안의 공간은 넓지 않을 터. 굳이 비교하자면 감옥과도 같은 삭막함이 느껴지는 풍경에, 마법사들로서는 이 공간의 용도를 예상할 수 없었다.
“이게 뭐지?”
“뭐 하는 공간인지 모르겠네.”
“아마 폐관(閉館) 수련을 위한 공간이지 않으려나. 보통 그런 수련은 제한된 공간에서 하잖아.”
마법사들이 속닥거렸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민혁은 속으로 웃었다.
상식 밖.
모든 것이 그들의 상식과는 다를 것이다.
첩자가 이러한 과정을 같이 경험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들의 기술력은 핵심을 빼내 올 수 없는 데다, 마탑에 발을 들인 순간 첩자조차도 마법사인 이상 가디언 마탑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이곳은 마법사들의 유토피아다. 강민혁은, 클리스만의 세상에서조차도 입학을 바라는 왕실 마법 아카데미를 강화 문명에서 구현시켰다.
강민혁이 말했다.
“지금부터 마나 룸 훈련을 진행하겠습니다.”
이곳에서는 생소한 단어.
멍하니 설명을 기다리던 마법사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얼룩질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