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 29. 파격적인 행보(5) >
유재명이 6서클 마법사임을 밝힌 직후.
미국 마법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유재명에게 거래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들이 제시한 금액은 무려 10억 달러(1조 1,925억 원)에 달해서 상당한 이슈가 되었었다.
그런데도 유재명은 거절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때의 기억으로 인해 사람들은 6서클 마법의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마법사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미지의 영역. 6서클 마법은 마법 학계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강민혁은 지금 그러한 마법을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현장이 시끄러워졌다.
계속되는 충격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려던 사람들이, 이번 발언에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정말 6서클 마법을 공개하실 생각이십니까?”
“6서클 마법의 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만약 당장 경매에 부친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금액을 제시할 마법 세력들이 널리고 널렸습니다.”
“무조건 마탑의 소속만 6서클 마법을 알 수 있는 겁니까? 혹시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들이 열을 올렸다
창단식을 관람하던 그들이, 지금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세상에는 유재명처럼 6개의 서클은 형성했지만, 6서클 마법을 몰라서 반쪽짜리 마법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강민혁의 발언을 들으면 어떻게 될까? 이 세상에서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강민혁의 마탑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그건 힘의 독식이고, 대마법사가 3명만 넘어가더라도 강민혁은 세계 마법 연합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
시선이 집중되었다.
기자들의 간절한 눈빛에, 강민혁은 충분히 뜸을 들인 뒤에 말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마탑의 취지는 마법을 발전시키고, 그렇게 갖춘 힘으로 게이트 너머에 있는 몬스터들을 소탕하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6서클 마법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제 명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6서클 마법을 가지고 무작정 마법사들을 끌어들일 생각은 아닙니다. 저는 모두가 힘을 합치길 바라는 것이지, 제가 모든 것을 가지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 협력 의사를 밝힌 세력들. 그들에 한해서는, 6서클 마법을 알려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
그들에게 확실한 ‘메리트’를 부여해야 한다.
영국, 독일을 포함한 5개의 세력만이 강민혁을 택했다면, 나머지 세력이 그들을 부러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켜보던 5대 세력 대표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었다.
위험을 무릅쓴 보상이, 설마 6서클 마법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기자들은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
강민혁의 창단식은 엄청난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고, 그들의 바빠진 손길은 기사를 빠르게 작성했다.
어느새 끝으로 향하는 창단식.
이제 마지막 차례만이 남았다.
세력에 대한 소개는 끝났다.
이학범, 정상훈, 유재명, 그리고 그 세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도 마탑의 일원으로 포함된다.
이제 막 창설을 밝힌 마탑이라고 하기에는, 지금 밝힌 규모만으로도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디펜더 연합인 실드(Shield)의 리더인 김성호님도 앞으로 새로운 마탑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마법사는 보호를 받을 때 그 화력이 증폭됩니다. 마탑과 실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실드의 발전을 위해서 저 또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성호.
그와의 인연이 마탑에까지 발전하였다.
김성호 일행은 최초의 디펜더라는 명성을 얻었고, 그때 얻은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실드’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마법 혁명으로 인해 마법사들이 득세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시대의 흐름을 읽은 사람들이 디펜더를 자처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디펜더 자체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김성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펜더 연합을 창설하였고, 그들은 강민혁의 힘이 되었다.
인연이라는 것은 참 재밌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파티 사냥을 위해서 만났던 김성호가, 이런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인연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최병호.
그가 직접 무대에 나서서 말했다.
“우리 민혁이가 이렇게 성공하는 모습을 보니 저로서는 정말 기쁩니다. 사실 민혁이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민혁이는 큰물에 나가서 성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와의 이별이 너무나도 아쉽지만, 지금은 민혁이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할 때겠죠. 하지만 민혁이의 의지는 그대로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마법 학과는 민혁이의 마탑과 연계해서 수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강민혁이라는 마법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전수받아 마법 학과의 학생들을 훌륭하게 가르치고, 그들이 원한다면 민혁이의 마탑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마탑과 마법 학과의 협력 관계. 저는 이것이, 한국 마법의 미래를 밝게 빛나게 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최병호의 표정은 연신 밝았다.
강민혁이 마탑을 창설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는 세상이라도 무너지는 것처럼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강민혁 덕분에 그는 최근에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간 무시를 받았던 마법 학과장의 자리가 어디에 가서 박수를 받는 위치가 되었고, 그래서 강민혁이라는 사람이 상당히 애틋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에 상당히 절망스러웠는데, 강민혁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교육의 연계.
헌터 아카데미 마법 학과라는 거대한 교육기관을, 마탑의 산하(雄下)기관처럼 만들어버리는 수였다.
서로 윈윈이었다.
마법 학과는 학생들을 훌륭하게 가르칠 수 있어서 좋고, 마탑으로서는 잘 성장한 마법사들을 마탑에 받아들일 수 있으니 상당한 이득이었다. 최병호는 당연히 강민혁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헌터 아카데미의 총장으로서도, 이번 제안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드와 마법 학과.
강민혁은 외부 세력을 손에 넣었다.
단순히 현재만 아니라 미래도 구상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창단식이 진행될수록 떡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에는 혈기 어린 선택이라 생각했다.
아직 어리기에, 무턱대고 일을 벌였다고 말이다.
그런데 엄청난 규모의 마탑.
마나석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얻은 재력.
세계에서 인정 받는 마법 학계의 일원들.
마지막으로 협력 세력들까지.
강민혁은 완벽한 판을 만들었다.
실패를 예상하고 기사를 써 내려가던 기자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밝은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강민혁이 말했다.
"단기간에 많은 인원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일단 일차적으로 모집할 마법사는 100명이고, 실력과 관계없이 저희가 정한 ‘시험’에
통과한 마법사들은 마법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마탑의 시작을 알리겠습니다. 마탑의 이름은 가디언(guardian). 가디언이, 앞으로 마법 학계를 옳은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마지막 멘트가 끝났다.
그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에 있음을 확신했다.
창단식이 끝나고.
마르코 도슨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독일 마법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독일 마법 협회장은 다른 일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에게 지금의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탈칵.
[창단식은 어떻게.....]
“협회장님! 지금 대박이 났습니다! 강민혁이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지 아십니까? 이학범, 정상훈, 그리고 무려 유재명을 데려왔습니다. 강민혁은 애초에 그들을 포섭하고 마탑의 창설을 알렸던 겁니다!”
[그게 사실인가?]
협회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르코 도슨의 의견에 따라 창단식의 참석을 허락했지만, 그래도 협회장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세계 마법 연합을 등지는 선택이다. 만약 강민혁이 제대로 판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번 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텐데, 강민혁은 상상한 것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
마르코 도슨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지금 뭘 본 건지 모르겠습니다. 강민혁이 6서클 마법을 무려 16개나 공개하였고, 저희와 같은 협력 세력에게는 아무런 대가 없이 마법을 전수해주겠다고 했습니다. 협회장님. 저희도 드디어 6서클의 길이 열린 겁니다. 제 말이 맞았습니다! 세계 마법 연합이 아무리 강하다 할지라도, 미래를 생각하면 강민혁에게 배팅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잭팟입니다, 잭팟!”
그는 개선장군이 되었다.
이어지는 협회장의 칭찬에, 마르코 도슨은 마치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제가 하나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떤 부탁? 말만 해! 네 부탁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줄게!]
“가디언에서 협력 세력들에 한하여 교환 학생 제도를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학생으로 나서기에는 조금 나이가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제가 첫 교환 학생으로 가디언으로 가면 안 되겠습니까? 아니, 이왕이면 6서클의 본거지에서 마법을 배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얼굴을 붉히는 마르코 도슨.
가디언과의 관계.
그로 인해 앞으로 힘든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완전히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세계 마법 연합의 견제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법사로서의 욕심.
마르코 도슨 정도 되는 인물이 쑥스럽게 말하는 모습에, 전화기 너머 독일 협회장은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창단식의 기사가 발표되었다.
시연회 영상을 포함한 기사가, 창단식을 주목하고 있던 사람들을 강타했다.
[마법 혁명의 주인공인 강민혁이 한국의 새로운 마탑 ‘가디언’의 창설을 발표했다. 마탑의 일원으로는 이학범 교수, 유재명 대마법사,
정상훈과 같이 상당한 명성을 떨치는 인물들이 자리했으며....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것은 강민혁이 유재명 대마법사에게 6서클
마법을 전수한 장본인이며, 현재 무려 16개의 6서클 마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강민혁은 본인이 생방송에 밝혔던 것처럼, 마탑의 일원들에게 마법을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하며 마탑의 정체성을 유지하였다.]
난리가 났다.
이학범, 유재명, 정상훈이 있는 마탑이다.
사실상 한국 마법 학계에서 가장 핫한 사람들이 모두 집중되어 있었고, 강민혁은 보물처럼 여기는 마법의 공개를 거리낌 없이 선언했다. 당연히 마법의 발전을 갈구하는 사람들로서는 군침이 돌 수밖에 없었다. 6서클에 도달하지도 못한 마법사들에게도, 6서클의 공개는 의미가 컸다.
-진짜 대박이다.
-강민혁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탑을 창설한 게 아니었네. 국립중앙 박물관이 있던 위치에 마탑을 건설한 거 보면, 오래전부터 마탑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 같아. 세계 마법 연합이 가디언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시작이라면 그냥 무너질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건 미쳤어. 미국 마법 협회가 10억 달러에 사려던 마법을 무료로 공개한다고? 진짜 이 정도면 강민혁은 마법 학계의 신 아니냐?
6서클 마법 공개.
그것이 정말 주요했다.
마탑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선택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그로 인해서 강민혁의 나이에서부터 비롯되는 일말의 의구심마저 사라졌다. 세계 마법 연합의 적대적인 태도에 창단식에 참여하는 것을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이제야 이것이 기회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강민혁의 말대로라면 마탑의 일원으로 겨우 100명만 받는 거 아니야? 저 정도의 조건이라면, 소속이 없는 실력 있는 마법사들이 대거 몰려들 것 같은데. 아, 제발. 가디언 가입 신청 붙었으면 좋겠다.
100명.
강민혁은 일부러 인원 제한을 두었다.
전부를 받는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여유를 가지겠지만, 좋은 조건에 인원이 한정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가입 신청들.
가디언 마탑이, 그 시작부터 사람들의 관심으로 들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