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76화 (76/197)

76화.  < 21. 마법 혁명 >

S급 던전 암흑 도시의 토벌이 진행되던 그 시각.

K 방송사의 채널을 통해, 일반인들은 토벌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당장 한곳으로 모여요! 공간 분리, 다크 리치가 공간 분리를 사용할....”]

[쿠르르르르르릉.]

“헉!”

“이를 어째!”

공간 분리로 위기를 맞이하는 수호문의 모습에, 일반인들이 탄식을 내질렀다. 그곳은 포천 시민들의 대피소였다. 수호문이 던전의 몬스터를 토벌해서 삶의 터전을 되찾아주길 바라던 그들로서는, 수호문의 상황에 표정이 창백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호문은 대한민국 최고의 무력 단체 중 하나. 그들마저도 토벌에 실패한다면, 사실상 S급 던전 암흑 도시는 난공불락의 성이나 다름이 없다.

말을 잃은 수호문의 제자들.

깊은 절망감이 한차례 휩쓸어간 화면 안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수호문을 이끈 사람은 바로 이준호였다.

[“공간 분리가 사용된 이상 후발대를 찾을 방법은 없습니다. 이곳 암흑 도시의 몬스터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활하는 능력이 있고, 후발대를 찾겠다고 시간을 끌면 우리의 체력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겠지요. 그러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은, 후발대를 위해서라도 빠르게 다크 리치를 처리하는 겁니다. 공간 분리가 우리를 최악의 상황으로 빠트린 것처럼 보이나, 다크 리치 또한 위기감을 느꼈기에 본인의 가장 강력한 기술을 발현시킨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준호는 냉철했다.

변수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그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

다소 잔인한 선택일 수도 있다.

후발대가 바로 뒤에 떨어졌다 할지라도, 전진하는 본대로서는 그들을 도와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너의 말이 맞다. 지금부터 속도를 높인다.”]

강덕철.

그가 이준호의 말에 힘을 실었다.

그때부터는 강덕철도 본격적으로 전투에 가담했다.

본대와 선발대가 힘을 합쳐서 막아서는 적들을 모두 도륙했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도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S급 던전 암흑 도시는 하루 만에 돌파하기에는 너무 넓은 공간을 보유하고 있었고, 수호문 제자들의 체력을 생각해서라도 결국 휴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피로감에 찌든 상태로는 오히려 다크 리치와의 승부가 불투명합니다. 딱 2시간. 2시간만 쉬고 다시 출발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후발대에는 정판호 장로님이 있으니, 분명히 그들은 무사할 겁니다.]

[그렇게 하지.]

오로지 실리를 위한 선택.

강덕철과 이준호는 마음을 조급하게 가지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맞이할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후발대를 모두 잃는 것이 아니라, 조급함에 제 발이 걸려 넘어져 본대마저 전멸하는 것이다. 시간은 수호문의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강덕철과 이준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제발.”

“수호문이 부디 무사하기를.”

“강덕철 문주님. 저희를 구원해주세요.”

일반인들.

그들이 간절하게 빌었다.

그들은 수호문이 이 세상의 악(惡)을 처단하길 바라며, 동시에 수호문이 안전귀환을 하기를 바랐다. 일반인 중에는 수호문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많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뒷세대에는 그러한 인연이 있다. 수호문은 일반인들의 영웅이었고, 그들이 죽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았다.

사람들이 기도했다.

수호문이 정의를 실현하기를.

그리고 마침내, 수호문은 다크 리치를 맞이했다.

[...어리석은 인간들, 너희를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트려주마!]

전투가 시작되었다.

다크 리치.

그는 에픽급 몬스터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손길에 수백, 수천의 언데드들이 일어나서 수호문을 공격했고, 그가 사용하는 암흑의 마법은 천지(天地)를 뒤엎었다. 감히 범접 할 수 없는 괴물. 지켜보는 사람들은 넋을 잃었다. 다크 리치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들이 평소에 겪었던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S급 던전 암흑 도시 안에서 다크 리치는 어둠의 신이었고, TV 화면은 정신없이 뒤흔들리며 시끄러운 폭발음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끝내.

[서걱!]

[...크르르르륵, 내가 인간 따위에게 지다니.]

다크 리치.

그가 쓰러졌다.

강덕철과 이준호.

둘의 무력이 기어코 ‘괴물’을 쓰러트린 것이다.

사람들이 감탄했다.

다크 리치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괴물로 보였는데, 그를 상대하는 강덕철과 이준호의 무력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 파사삭, 사라지는 언데드 몬스터들.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서, 성공했어.”

“수호문 만세!”

“수호문 만세!”

사람들이 열광했다.

결국 그들의 영웅은, 불가능하리라 생각되었던 S급 던전 암흑 도시의 토벌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수호문의 미래는 정말 밝구나. 저런 분이, 강덕철 문주님의 후계자라니.”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준호가 있는 한, 수호문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지금 이 순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강민혁이라는 옛 후계자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1시간 뒤.

후발대의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후발대의 낙오.

그건 마법 학계의 엄청난 이슈였다.

영국 마법 협회의 존 웨슬리는, 강민혁의 생사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강민혁은 절대 죽어서는 안돼.’

수호문.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후발대에 포함된 강민혁이라는 이름에, 마법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마법 학계의 희망이 생사가 불투명하다.”

강민혁은 이제 마법 학계에 매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발표한 더블 캐스팅, 마법의 형태 변화, 마나 동화는 마법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보통은 뛰어난 천재가 나타나면 소속 세력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서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는데, 강민혁의 경우에는 그런 것도 없었다. 무소속. 그뿐만이 아니라, 강민혁은 자신이 발견해낸 지식을 공공재로 발표하였다. 그러니 마법 학계가 어떻게 그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강민혁이 특정 세력에 소속되어 그들만의 이득을 추구하지 않는 한, 그는 마법 학계 전체가 보호해야만 하는 보물이다.”

공통된 생각이다.

마법 학계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만약 강민혁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직접 ‘토벌대’를 꾸려서라도 던전에 진입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수호문이 다크 리치를 처리한 이후, 뒤늦게 후발대의 생존 소식과 함께 영상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영상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첫 영상.

그 영상에는 후발대와 데스 나이트 무리와의 전투가 담겨 있었다.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투에서, 강민혁의 존재감은 빛을 발했다. 전장의 마에스트로. 강화 전사들이 쉽게 데스 나이트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었고, 필요할 때마다 엄청난 화력으로 적을 공격했다.

["폭발.”]

[쾅!]

[콰콰콰쾅!]

“...폭발이라고?”

존 웨슬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등급 외 마법.

그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마법이었다.

그 엄청난 위력에 넋을 잃었고, 뒤늦게 강민혁에 대한 의구심이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 확인했던 강민혁의 서클은 3서클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천재가 탄생했다고 난리가 났었는데, 강민혁은 결코 3서클의 수준으로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A급 데스 나이트에게 먹히는 마법을 사용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의 마법은 6서클에 버금가는 위력을 보인다는 뜻이다.

영상이 끝났다.

그리고 두 번째 영상.

초월급 데스 나이트와의 전투는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싸우던 정판수가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고, 강민혁이 그 앞에 섰다.

[제가 치료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행위.

의료 마법이 발현되는 순간, 존 웨슬리는 현실을 의심했다.

“유, 육체를 치료하는 마법이라니!”

의료 마법.

그것은 이 세상이 지식이 아니다.

강민혁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회복되었고, 그러한 모습에 존 웨슬리는 현기증이 일었다.

믿을 수 없었다.

치료의 영역은 마법사들이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도전했던 분야지만, 난해한 마나의 세계는 마법사들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격 마법밖에 없었고, 그 마법조차도 강화 전사들에게 현저하게 밀리기에 그들은 비주류의 대우를 받았다.

만약 치료 마법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강화 전사들은 지금보다는 마법사들을 더욱 대우해주었을 것이다.

경악.

존 웨슬리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먼 미래에나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지식들이 발현되는 모습에, 그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강민혁, 넌 대체 어떤 세계에 발을 들인 거냐 ”

목소리가 떨렸다.

주변에서 대마법사라고 칭송하는 존 웨슬리조차도, 강민혁의 세상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영상.

최후의 항전에서 후발대는 살아남았다.

강화 전사들이 강민혁을 지키겠다고 주변을 막아서는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 세상의 상식.

그것이 뒤집혔다.

후발대의 영상은 끝났다.

화면은 후발대에 참여했던 카메라맨을 비추었는데, 그는 잔뜩 격양된 표정으로 말했다.

"초월급 데스 나이트와 싸울 때는 도저히 촬영할 수가 없었어요. 당장에 죽을 지경이라, 데스 나이트들을 피해서 도망치기 바빴죠. 확실한 건 정판호 장로님과 강민혁님의 무력이 정말 대단했다는 거예요. 정판호는 홀로 초월급 데스 나이트를 쓰러트렸고, 강민혁은......... 제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마법 학계가 그토록 갈망하던 6서클 이상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 같았어요.”

K 방송사의 영상.

그것이 끝나는 순간, 전 세계가 ‘강민혁’의 이름을 주목했다.

세상에서 가장 활발하게 정보가 공유되는 곳.

그곳은 바로 인터넷이다.

K 방송사의 영상에, 사람들은 경악한 감정을 글로 배출했다.

-와,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강민혁이 사용한 마법이 A급 데스 나이트들에게도 먹혔어. 그가 유재명과 같은 대마법사라면 납득이라도 하겠지만, 강민혁은 3서클 마법사라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것보다도 강민혁이 정판수를 치료하는 과정을 봐. 그는 분명히 치료 마법을 사용한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다 죽어가던 정판수가 회복될 리가 없잖아. 진짜 믿기지 않는다. 치료 마법은 인류가 그토록 바라던 마법인데, 강민혁은 그걸 실현시켜서 직접 사용하고 있는 거라고!

격양되었다.

현재의 세상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기술의 향연에, 경악한 감정을 담은 수천, 수만 개의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강화 전사들이 마법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발악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더욱 놀라운 건 그러한 상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거야. 전장을 조율하고, 강력한 공격 마법을 사용하고. 저런 마법사가 뒤에 있는데 어떻게 지키지 않을 수가 있겠어. 그리고 부상을 당하면 마법사가 치료도 해주잖아.

-수호문의 후계자가 마법의 천재였다니. 이러면 수호문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들은 강민혁이 수호문의 일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잖아. 진짜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네. 이준호라면 분명히 좋은 리더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강민혁이 보여준 임팩트가 너무 강해.

방금 전.

사람들은 이준호야말로 차세대 리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강민혁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강화 전사들을 보니, 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보였다.

그렇게 한참 강민혁으로 인해 시끄러운 그 시각.

마법 학계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어떻게든 강민혁과 빠르게 접촉하고자 했다.

“연락이 왜 안 돼!”

“강민혁과 어떻게든 연결해.”

“이건 보통의 문제가 아니야. 강민혁이 영상에서 보여준 마법들은, 공공재로 공개하기에는 그 값어치가 너무나도 큰 보물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어? 다른 세력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강민혁과의 얘기해서, 그의 지식을 어떻게든 확보해야 해. 그게 우리가 살길이야.”

“강민혁! 강민혁! 제발, 연락 좀 받아라.”

모두가 강민혁과의 연락을 바랐다.

진실.

그것을 듣고 싶었다.

영상에서의 마법들이 정말 실존하는 것이라면,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그 지식을 배우고 싶었다.

그건 존 웨슬리도 마찬가지였다.

강민혁의 개인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던 그는, 비서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대마법사님!”

“무슨 일이지?”

“강민혁, 그가 나타났답니다!”

“어디서?!”

존 웨슬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민혁.

화제의 중심인 그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비서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K 방송사! 그가, 직접 K 방송사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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