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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62화 (62/197)

62화.  < 17. 차원 너머의 보상(3) >

그린 드래곤 상황을 겪고서.

강민혁은 계속해서 똑같은 고민에 시달렸다.

‘내가 마법사의 능력만으로 A급 웨어 울프를 쓰러트릴 수 있을까?’

답은 절대 불가능하다였다.

3서클의 마법으로는 데미지를 조금도 입힐 수 없는 데다,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으면 제대로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물어뜯길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민혁은 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자신이 강화 전사로서 겪었던 경험들, 그리고 엘리샤를 비롯한 뛰어난 마법사들이 보여준 능력을 떠올리며 A급 몬스터를 쓰러트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다.

그 결과.

‘4서클의 경지. 그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서클의 상관관계로 1서클 마법의 캐스팅을 생략하는 4서클의 경지면, 강민혁은 대항할 방법은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지금처럼.

캬악!

웨어 울프가 강민혁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누적된 데미지로 인해서 웨어 울프의 스피드는 처음처럼 빠르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마법사가 반응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니었다. 강민혁은 목숨이 걸린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표정으로 허공에 마나를 퍼트렸다.

화악-

“아쿠아 애로우.”

화살 다발.

물로 형성된 화살들이 생겨나더니, 그대로 웨어 울프에게 작렬했다.

펑펑!

데미지는 없었다.

겨우 1서클 마법에 충격을 받을 웨어 울프는 아니었지만, 눈에 집중된 공격에 웨어 울프의 시야가 방해를 받았다. 눈을 뜰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웨어 울프가 상대를 놓칠 리는 없다. 오감이 발달되어 있는 웨어 울프에게, 시야가 없다 할지라도 후각이라는 다른 대체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강민혁도 알고 있었다.

“포이즌(poison), 윈드.”

휘이익!

독.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맹독(猛毒)은 아니나, 마비를 일으키는 종류의 독기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효과는 극적이지 않았다.

웨어 울프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지만, 강민혁은 애초에 독의 냄새가 웨어 울프의 후각을 방해하기를 바랐다. 그래야, 상대가 방향을 잃을 테니까.

“록!”

퍽!

강민혁이 뛰었다.

바위를 소환하며 웨어 울프의 전진을 방해했고, 동시에 더블 캐스팅으로 2서클 마법을 사용하였다.

“다크 포그(Dark fog).”

쿠르르릉.

안개를 소환하는 마법.

강화 문명에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마법인데, 다크 포그는 일반적인 안개와는 다르게 블라인드(blind)의 효과가 있다. 완전한 시야의 차단. 1서클 마법 몇 가지로 시간을 끄는 사이에, 강민혁은 웨어 울프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직 안개가 완전히 퍼지지 않은 시점. 웨어 울프가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강민혁이 있는 곳을 덮쳤다.

‘청각.’

시각과 후각 외에도 강민혁을 포착한 감각.

강민혁의 양손에서 화염의 기운이 일어났다.

“파이어 버스트.”

“파이어 랜스.”

펑!

크아아악!

웨어 울프의 가슴팍에 불꽃이 작렬했다. 애초에 강민혁은 분뇌를 사용한 상태에서, 한쪽의 두뇌로는 웨어 울프의 전진을 견제하며 다른 두뇌로는 3서클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험악하게 일그러지는 웨어 울프의 얼굴. 열이 받은 모양인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땅을 박찼으나, 그때는 이미 안개가 어느 정도 시야를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

“노이즈(noise).”

찌지지직.

시끄러운 소리가 퍼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확신을 가지고 있던 웨어 울프가, 혼란에 빠져 당황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강민혁은 고민했었다.

A급 몬스터와 갑작스럽게 맞닥트리면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일단은 안전을 확보한다.’

그건 당연한 전제 조건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빠른 1서클로 상대의 전진을 방해하며 시각, 후각, 청각을 차례로 차단해버렸다. A급 몬스터라 할지라도 그 또한 생물체다. 감각을 넘어서는 능력은 없기 때문에, 자잘한 마법일지라도 그 효과는 클 터. 강민혁은 무빙 캐스팅을 활용해서 급박한 상황에서도 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숨을 죽였다.

짧은 시간.

그동안 뇌의 능력이 활발하게 살아나며, 빠르게 4서클 마법을 동시에 준비했다.

크아아아악!

웨어 울프가 울부짖었다.

시야를 가리는 안개, 코를 자극하는 독한 냄새, 그리고 귀에서 울려대는 소음까지.

강민혁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을 수 없자, 웨어 울프가 날뛰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공격했다.

콰쾅!

땅이 부서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오크의 시체가 난도질당하며, 주변으로 녹색의 피가 튀었다.

예민하게 돋아오르는 감각.

웨어 울프가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포착하기 위해서, 모든 감각을 청각에 집중해 주변을 살폈다.

그 순간.

“룬 프레어.”

“룬 프레어.”

2연발 마법.

그것은 웨어 울프로서도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펑!

화르르르르르르륵!

웨어 울프가 강한 화염에 휩싸였다. 그런데 웨어 울프의 눈빛은 오히려 매섭게 빛났다. 5서클의 위력을 넘어서는 마법을 벌써 수차례 맞았음에도, 웨어 울프는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마법이 시작되는 그 위치를 포착하였다. 그리고 달려들려는 순간, 바로 옆에서 마법이 하나 꽂혔다.

“파이어 버스트.”

펑!

옆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

처음 마법이 발현된 거리와는 다른 위치였지만, 상식적으로 마지막에 마법이 사용된 위치에 상대가 있을 터. 웨어 울프의 모습이 사라졌다. 빠르게 땅을 박차더니, 마법의 시작점을 덮쳤다.

마침 다크 포그의 효과도 옅어졌다.

연기가 걷히며, 웨어 울프의 시야에 강민혁의 모습이 보였다.

콰득!

그대로 물어버리는 웨어 울프.

그런데 강민혁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강민혁의 모습이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남은 화 속성의 마나가 웨어 울프의 체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루전.’

그보다 먼 위치.

강민혁은 네 개의 마법을 준비하면서 3개는 공격 마법,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일루전을 사용했다.

일루전의 목적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다.

일루전이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를 유도.

웨어 울프가 일루전을 덮치는 순간, 미리 준비한 화 속성의 마나를 웨어 울프에게 뒤집어씌웠다.

판은 완성되었다.

이제는 마지막 마무리.

“룬 프레어.”

펑!

화르르르르륵!

화르르르륵!

강민혁이 준비한 마지막 마법이 웨어 울프에게 작렬하자, 웨어 울프 내부에서부터 강한 화염이 일었다.

크에에에에엑!

웨어 울프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단단한 외피로 웬만한 공격은 막아낸다지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충격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다.

의도는 먹혔다.

그런데.

크르르르륵.

속에서 열기를 뿜어내며 강민혁을 노려보는 웨어 울프.

엘리샤의 방법.

그것은 A급 몬스터를 쓰러트릴 ‘완벽한 방법’이 아니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으로 수차례 반복했던 시뮬레이션 훈련에서도, 웨어 울프는 분명히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A급 몬스터가 쉽게 공략당할 대상이었다면, 이미 그들은 마법사들에게 정복을 당했을 것이다.

캬악!

그때부터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분노한 웨어 울프는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강민혁은 1서클 마법을 활용해서 최대한 웨어 울프의 접근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게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다. 웨어 울프를 쓰러트리지 않는 한 마법사로서는 체력과 마나의 한계가 있을 테고, 결국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철책 아래로 내려온 것은 악수가 되었다.

위에서 안전하게 4서클 마법을 반복해서 사용했으면 웨어 울프를 쓰러트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당장 목숨이 위험해졌다.

화악!

훅!

“흐읍!”

강민혁이 다급하게 뒤로 빠졌다.

웨어 울프의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시야, 후각, 청각을 차단했다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다.

결국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강민혁은 웨어 울프의 공격에 조금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점점 면역이 생기고 있어.’

저서클 마법들.

그것들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의 효과는 A급 몬스터와 같은 상대에게는 한계가 있다. 면역이 생김에 따라 웨어 울프가 점점 강민혁의 위치를 빠르게 찾아냈다. 무빙 캐스팅으로 웨어 울프에게 강력한 공격 마법을 작렬시켰지만, 웨어 울프는 아직도 쓰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절벽 끝.

강민혁이 궁지에 몰렸다.

높디높은 철책을 올라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강민혁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라, 생각해.’

머리가 팽팽 돌았다.

상대를 쓰러트릴 방법.

저 단단한 외피를 뚫고, 웨어 울프를 쓰러트릴 그런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였다.

강민혁은 번뜩 하나의 생각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것을 마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

시련의 공간.

강민혁은 그곳에서 마나의 흐름을 보고 월하 심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일점에 마나를 모아서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낸 흐름을 마법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까?

그건 단순한 의문이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지금의 상황에서는, 시도할 수밖에 없는 도박이기도 했다.

‘해보자.’

“다크 포그.”

쿠르르릉.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였다.

그 정도로는 면역된 웨어 울프를 막을 수 없기에, 일루전을 소환해서 웨어 울프를 멀리 떨어트렸다.

찰나의 시간.

뇌의 능력이 활성화되었다.

양쪽으로 쪼개진 뇌가 각기 다른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캐스팅이 완성되었다.

둘로 나누어진 사고는 멀티 캐스팅의 이점뿐만 아니라, 하나에 집중하는 것에도 효과가 있었다.

이윽고 완성된 마법.

강민혁은 시련의 공간에서 보았던 현상 중에 ‘폭발’의 현상을 일으켰다.

그러자.

퍼엉!

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 일었다.

웨어 울프가 그 폭발에 휩쓸리며, 애처롭게 비명을 질렀다.

크에에엑!

‘이게 먹히지 않으면 난 죽는다.’

입이 바짝 말랐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긁어모으며 마나를 일으키는 순간, 연기 안에서 웨어 울프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툭.

풀썩.

쓰러지는 웨어 울프.

새카맣게 타버린 웨어 울프의 모습에서, 더 이상 생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지막 일격은 도박이었다.

일점에 힘을 모을 경우 심법의 힘이 강해진 것처럼, 마법의 위력도 강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

그런데 그게 먹혔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웨어 울프의 모습에, 강민혁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털썩.

“후욱, 후욱."

숨을 헐떡였다.

몸이 떨렸다.

아무리 강심장인 강민혁이라지만, 긴장이 풀리면서 찾아오는 떨림까지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방금의 마법은 대체 뭐지?’

폭발의 현상.

그것의 위력은 4서클의 것이 아니었다.

엘리샤가 사용했던 마법처럼, 폭발의 위력이 6서클에 달했다.

‘이건 등급 외 마법이 분명해.’

등급 외.

서클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서클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지는 마법.

마법 문명에서도 보물로 취급하는 등급인데, 대표적으로 강민혁이 터득한 일루전이 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다.

폭발을 사용할 때 강민혁은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소모되었다. 네 개의 서클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강한 폭발력을 일으켰고, 그때 사용한 마나는 4서클의 소모량보다 3배 이상이나 높았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강민혁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하, 하하하.”

성공했다.

A급 웨어 울프.

그를 상대하는 것은 도박이었지만, 죽임의 위기에서 강민혁은 A급 몬스터를 쓰러트릴 비기를 얻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다.

웨어 울프가 아니라 마나를 사용하는 몬스터였다면 발을 묶는 방법이 대부분 먹히지 않았을 테고, 2마리 이상의 A급 몬스터는 절대 이길 수 없다. 제한적인 조건에서 A급 몬스터를 쓰러트린 것이지만,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던 일을 성공시켰기에 강민혁으로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강하다.

강화 문명에서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들에 비해 마법의 경지는 낮을지 몰라도, 자신은 그들을 뛰어넘는 힘을 갖추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자.’

곧 경비대가 도착할 터.

강민혁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전력이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비상 사다리를 내려서 철책 밖으로 빠져 나왔고, 다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에 훈련장을 나갔다.

그리고 몇 초 뒤.

정말 간발의 차이로 경비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훈련장에 펼쳐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대체.”

수백 구의 오크 사체.

그것까지는 이해한다.

몬스터 웨이브 훈련장에서는 익히 있었던 일이다.

문제는 그중에 하나.

바로 A급 웨어 울프가 새카맣게 탄 채로 쓰러져 있다는 것이다.

“설마 마법으로 A급 웨어 울프를 쓰러트린 건가?”

하나의 의문.

그것이, 마법 아카데미를 발칵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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