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60화 (60/197)

60화.  < 17. 차원 너머의 보상 >

분뇌를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강민혁은 일단 이번 빙의에서 생긴 의문점들을 정리했다.

[1. 아비드에게 청탁한 클리스만의 배경은 무엇인가?]

아비드.

7서클 대마법사이자 왕실 마법 아카데미의 총장.

사실 현재 영국에서 그보다 높은 권력자는 존재할 수 없다. 영국 마법 아카데미는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상징성이 대단한 집단이고, 그곳의 책임자인 아비드는 영국 왕실의 태생이다. 그 말인즉, 아비드에게 청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비드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겨. 그런 그가,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1서클 마법사에 불과한 클리스만의 입학을 받아들였고 시련의 탑 출입도 허락해주었어. 그건 단순한 배경이라는 의미가 아니야. 아비드 정도 되는 인물이, 클리스만의 배경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뜻이겠지.’

아비드보다 동등하거나 위.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 생겨났다.

일반 평민 출신에 불과한 클리스만과 그런 대단한 배경의 연관성은 찾을 수가 없었다.

[2. 클리스만의 육체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가?]

처음에는 단순히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순식간에 성장하는 육체는 분명히 상식적이지 않았다.

‘강화 전사로서 재능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거야. A급 웨어 울프를 상대할 때 클리스만의 육체가 보여준 능력. 그리고 시련의 탑에서 아무런 이상도 없었던 육체. 클리스만은 단순히 재앙을 겪은 어린아이가 아니야. 나이를 넘어서는 특별함이 있고, 재앙 이후에 있었던 그 짧은 시간만으로는 클리스만의 특별함을 설명할 수 없어.’

강민혁을 미궁에 빠트린 문제였다.

단순히 재능.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강민혁도 천재라고 불렸던 사람이기에, 클리스만의 상황이 천재라는 만능의 단어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클리스만의 나이는 어리다. 사실 예전부터 의문이기는 했었다. 아무리 가족이 몰살당하는 시련을 겪었다고는 하나, 클리스만의 계획은 그의 배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차원을 넘나드는 계획.

대단한 배경을 가졌다고 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평민 출신의 어린아이가 계획했다?

매우 이상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3. 시련의 탑에서 내가, 그리고 클리스만이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분뇌의 능력.

그것이 현실에서도 적용됨으로써, 시련의 탑에서 버틴 것은 자신의 정신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시련의 탑.

그곳은 대마법사라고 불리던 사람들도 고통에 무릎을 꿇었던 장소다. 그런데 자신의 정신은 무려 현실에서 이틀이나 지나고서야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클리스만의 육체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미스터리였다.

다른 의문들이야 붙잡고 늘어질 정보라도 있지만, 시련의 탑은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았다.

“하아.”

탁.

펜을 내려놓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클리스만의 능력을 얻어 현실에서 발전하고자 했다면, 지금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클리스만과 자신이 보여주는 행보는,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만일의 상황.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하기 위해서, 강민혁은 진실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다.

‘내 궁금증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는 게 아닐까.’

판도라의 상자.

그 안에는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와 같은 수많은 해악(害惡)이 있었다.

하지만 열기 전까지는 그러한 사실을 몰랐고, 진실을 알았을 때는 상황을 되돌이킬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의문을 멈출 수 없었다.

상자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든, 앞으로의 대의를 위해서는 ‘진실’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니 말이다.

책을 덮었다.

정리는 끝났다

이제는 클리스만에 대해서는 잠시 잊고, 현실에 집중할 때다.

‘앞으로 확인할 게 많아.’

차원 너머의 보상.

지금부터는 시련의 과실을 수확할 차례다.

집에 마련된 훈련 공간.

강민혁은 바닥에 그려져 있는 마법진에, 6개의 마나석을 추가로 설치하였다.

총 12개.

이 정도의 동력(動刀)이라면, 그것으로 발휘되는 힘은 최대 출력인 5단계에 달할 것이다.

‘마나 룸 5단계.’

미지의 영역.

과감한 선택으로 3단계를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간 5단계는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5단계는 동력의 수준부터가 다르다. 4단계까지는 6개의 마나석으로 마법진을 운용한다면, 5단계의 마나 룸은 12개의 마나석으로 마나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클리스 만의 세상에서도 대마법사 정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성공하지 못할 그런 단계였다.

‘지금은 감당할 수 있어.’

시련의 탑.

그곳에서의 경험은 강민혁에게 확신을 부여했다.

시련의 탑에서도 살아남은 자신의 정신력이라면, 5단계의 출력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한 확신.

강민혁은 곧바로 마법진을 운용했다.

우우우우웅.

화악-

마나가 퍼져나갔다.

동시에 엄청난 마나의 압력이 강민혁의 숨통을 옥죄었다.

만약 시련의 탑을 경험해보지 못한 강민혁이였다면, 그 압력을 몇 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강민혁은 안정적인 호흡으로 마나의 압력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월하심법.’

새로운 심법.

시련의 탑에서 보았던 마나의 흐름에 따라, 주변에 충만하게 차오르는 마나를 서클로 인도하였다. 순간 마나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전에 수호문의 심법을 사용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마나였지만, 그 엄청난 양에도 강민혁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분뇌.’

의식을 쪼겠다.

하나의 두뇌로는 마나의 길을 인도하였으며, 또 다른 두뇌로는 마나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켰다.

“후우, 후우.”

숨이 안정되었다.

분뇌의 효과는 탁월했다.

하나의 정신으로는 월하 심법으로 받아들이는 마나를 감당하지 못했을 텐데, 두 개의 정신으로 대응하자 크게 어렵지 않았다. 빠르게 흡수되는 마나들. 서클이 요동쳤다. 마치 곤충이 탈피(脫皮)하는 것처럼 서클의 껍질이 벗겨졌고, 파랗게 일어나는 마나의 원천이 드러났다.

서클의 재구성.

강민혁이 처음에 심법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월하 심법으로 흡수한 마나가 서클을 강화시켰고, 더 단단하고 강력한 새로운 서클이 형성되었다.

‘아아-.’

의식이 확장되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경지.

보통은 정신을 잃고 주화입마에 빠질 단계에서도, 강민혁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의도는 통했다.

정신력의 강화가 현실에서도 득이 될 것이라는 가설은, 실제로 강민혁의 몸에서 발휘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안정적인 단계.

강민혁의 몸이 마나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민혁은 그중에서 화 속성의 마나를 분리해서, 서클의 주변에 새로운 서클을 하나 더 형성했다.

‘화 속성의 서클.’

엘리샤가 말해주었던 정보.

그것을 곧바로 시도했다.

서클의 형성은 어렵지 않았다.

3개의 서클과는 독립된 형태의 서클이, 얇고 가늘게 심장의 주위에 형성되었다.

내부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처음과는 다르게 서클은 더 단단하고 많은 양의 마나를 받아들였으며, 그 밖에는 화 속성의 서클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실 화 속성 서클의 생성은 생각만큼 쉬운 기술이 아니다. 그런데 강민혁은 분뇌의 효과로 마나를 인도하는 것과 화 속성의 분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고, 덕분에 어려움 없이 화 속성 서클의 형성이 가능했다. 이제부터 강민혁이 화염 마법을 사용할 경우, 화 속성 서클에 축적되어 있는 마나가 자연스레 딸려 나와 그 위력을 더할 것이다.

시간이 흘렀다.

마나의 흐름에 몸을 맡겨, 강민혁은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편했다.

시련의 탑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었기 때문일까.

강민혁은 마나로 충만한 공간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고, 그것은 강민혁을 새로운 단계로 유도했다.

그렇게.

‘...끝났나.’

훈련이 종료되었다.

빠르게 사라지는 마나에, 강민혁은 심장을 어루만졌다.

“4서클 마법사라.”

4서클.

네 개의 서클과 하나의 화 속성 서클.

마나 룸 5단계와 월하 심법으로 인해, 강민혁은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

수업은 결석했다.

그에 관한 문제야 최병호 학과장이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 강민혁은 곧바로 아카데미 내부에 마련된 훈련장으로 향했다.

[실내 훈련장]

한건물.

그곳은 바로 몬스터 웨이브(Monster wave)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적들을 처리하는지 실험하는 훈련장이다. 몬스터 웨이브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게이트에서 많은 수의 몬스터가 출몰하였을 때, 안정적인 위치에서 최대한 빠르게 몬스터들을 몰살시키는 것이 바로 훈련의 목적이다.

수성전과는 다르다.

수성전은 시가지에서 직접 방어 라인을 형성된다면, 애초에 이 훈련은 안전이 보장되어 있다.

높은 철책 위.

강민혁은 안전한 장소에서 마법만 사용하면 된다. 철책 아래로는 넓게 펼쳐진 땅이 있었는데, 그 끝에 위치한 통로를 통해서 몬스터들이 출몰한다. 그리고 이번 몬스터 웨이브 훈련의 경우에는, 몬스터의 종류와 숫자를 모두 설정할 수 있었다.

삑-

[D급 오크]

[50마리]

원하는 숫자를 입력했다.

사실 일반 학생에게는 개인적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설정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학과장 최병호의 총애를 받고 있는 강민혁에게는 마스터키가 있었다. 어떤 훈련이든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강민혁은 원하는 대로 설정을 조작할 수가 있었다.

입력 완료.

기계에서 딱딱한 음성이 들렸다.

[D급 오크 50마리를 소환하겠습니다.]

[안전을 위해 철책 아래로는 절대 내려가지 마십시오.]

푸슈욱.

츠츠츠츠츠.

강철 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 오크의 모습이 보였다.

취익!

크르르르륵.

사나운 기세를 드러내는 오크들.

그들이 일제히 강민혁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높은 철책으로 인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과연 가능할까?’

분뇌를 얻고서.

강민혁은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강화 문명에서도 더블 캐스팅은 존재해. 마나의 기억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해서 동시에 두 가지의 마법을 준비하는 방법이지. 만약 정신력이 향상된 내 두뇌가 두 가지의 마법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걸 각각 나누어진 의식으로 사용한다면 어떻게 되지?’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의문으로 돌출되는 답은, 강민혁을 흥분케 만들었다.

화악-

마나를 퍼트렸다.

그리고 의식을 나누겠다고 생각하자, 두뇌가 분리되며 두 개의 사고가 동시에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왼쪽은 파이어 웨이브.’

‘오른쪽은 파이어 버스트.’

마나의 체계를 변화시켰다.

강민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각각 하나의 마법을 수행하고 있는 두뇌에, 하나의 임무를 추가로 부여했다.

‘왼쪽은 더블 캐스팅으로 쇼크 웨이브를.’

‘오른쪽은 더블 캐스팅으로 윈드 피스트를.’

일부러 다른 속성의 마법을 사용했다.

더욱 복잡해지는 체계.

그런 상황에서도 마법을 끝맺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최선의 상황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철책을 오르겠다고 발악하는 오크들을 내려다보며, 강민혁의 마법은 어느새 절정에 달했다.

이윽고.

“파이어 웨이브.”

“파이어 버스트.”

“쇼크 웨이브.”

“원드 피스트.”

화르르르르륵!

찌지지지직!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되는 마법들.

그것이 50마리의 오크들을 휩쓸어버리는 모습에, 강민혁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정말 가능한 이론이었어.”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두 개의 마법이 더블 캐스팅이라면, 이것의 이름은 쿼드 캐스팅(quad casting)이 적절할 것이다.

네 개의 마법.

마법 문명에서는 동시에 마법을 발현시키는 여러 방법이 있다.

마나의 기억을 활용하는 오토 캐스팅을 비롯해, 각인(刻印)을 이용한 멀티 캐스팅까지.

그러나 강민혁이 사용한 쿼드 캐스팅은 근본이 다르다.

강화 문명에서.

아니, 마법 문명에서도 쿼드 캐스팅은 그 선례가 없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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