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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24화 (24/197)

24화.  6. 성장(2)

강민혁은 일단 마나석을 넉넉하게 가공해두었다.

마나석의 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대부분 상급 마나석의 오차범위 안에서 완성되었다.

그리고 실험은 이만 마무리하였다.

아직 마나 룸이 남은 상태였지만, 연구실에서 진행하기에는 다소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마나 룸은 일정 공간을 마나가 충만한 상태로 만드는데, 혹시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에 대한 부작용은 다양하다 보니, 강민혁은 괜히 모험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강민혁은 아카데미 인근의 고급 주택을 구매했다.

애초에 수호문을 나오면서부터 새로운 거주지를 알아보던 상황이었는데, 마침 지하 벙커가 딸린 매력적인 매물이 나왔다. 벙커를 자신만의 비밀 실험실로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강민혁은 20억이라는 다소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계약 의사를 밝혔다.

정리는 금방 끝났다.

강민혁은 곧바로 벙커 안에 있는 5평짜리 창고 방에서, 어제 못했던 마나 룸 실험을 진행했다.

“마나 룸을 만드는 방법은·········.”

[마나 룸을 만들기 위해서는 5평 내외의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야 하는데, 마법진의 효과는 마나의 위력을 증폭시키고, 마나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결계의 역할을 맡는다. 마법진을 모두 그리고 나면, 육망성의 꼭지점 부분에 마나석을 배치하면 된다. 이 마나석의 마나량에 따라 마나 룸의 위력은 달라지며, 출력은 총 5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교과서의 설명이었다.

강민혁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나 레이저를 활용해서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일정 형태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약 30분 정도의 시간을 소모하자 얼추 클리스만의 세상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형태의 마법진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미리 가공해두었던 붉은 마나석을 육망성의 꼭지점에 두자, 마법진을 따라 마나의 불빛이 아른하게 피어올랐다.

마법진 완성.

이제는 직접 실험해볼 차례였다.

“아무래도 출력은 1단계가 좋겠지?”

클리스만의 세상에서는 3단계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변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1단계로 설정했다.

판은 깔렸다.

강민혁은 곧바로 마법진 중심부에 앉았고, 전에 했던 대로 마법진에 자신의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우우우웅!

마법진이 진동했다.

여기까지는 기억했던 것과 동일했지만, 이후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확!

“흐읍!”

강민혁이 눈을 부릅떴다.

엄청난 압력이 강민혁을 덮쳤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사방에서 억누르는 엄청난 힘에 볼살이 파르르 떨렸다.

‘이, 이게 무슨.’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안전을 위해 1단계로 설정했다.

그런데 자신을 압박하는 힘은, 클리스만의 세상에서 느꼈던 3단계 그 이상이었다.

***

마나 룸의 원리는 이렇다.

[마법진이 가동될 경우, 육망성 꼭지점에 위치한 마나석의 마나가 공간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때 마나는 흡입력(吸入力)를 발생시킨다.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의 마나를 빨아들여 일정 공간을 마나로 충만하게 만드는데, 각기 다른 마나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힘이 발생한다. 이 힘의 흐름을 이용해서 마나를 흡수하면 서클을 강화하고 마나의 양을 상승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압력에 굴복하는 경우 마나의 역류 현상이 발생한다. 심하지 않은 부작용으로는 구토와 같은 증상이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서클이 파괴되는 사례 또한 있다.]

그래서 출력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혹시 모를 부작용을 대비해서 출력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염려해서 강민혁은 1단계의 출력을 설정했는데, 지금 발생하는 위력은 강민혁이 겪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3단계의 압력보다 1.5배 이상. 클리스만의 지식에 따르면 이보다 약해야 정상인데, 예상치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이는 바로 두 세계의 차이로 인한 결과였다.

두 세계가 평형 우주에서 형성되었지만, 2000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있을뿐더러 형성된 문명도 다르다.

이게 바로 문제였다.

자연의 마나는 나무, 땅, 하늘 등등 모든 자연에서 배출되는 마나를 뜻한다. 마법 문명은 이러한 자연의 마나를 활용하는 여러 방법을 알아냈다. 마나 룸과 마나 동화 같은 방법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무려 2000년의 세월 동안 자연의 마나를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자연의 마나보다 소모되는 마나의 양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자연의 마나가 발휘하는 힘이 약해졌고, 클리스만의 세상에는 이런 상황을 사회적인 문제로 거론하고 있었다.

반면, 강화 문명은 자연의 마나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강화 문명은 마나석의 마나를 추출해서,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간에게 특별한 힘을 부여한다.

이건 인공적인 힘이지, 자연의 마나는 관계가 없다.

고로, 강화 문명의 세상은 자연의 마나가 충만한 상태.

마나의 농도가 짙은 이 세상에서 마나 룸을 사용하니, 그 압력은 당연히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

“·········끄으윽.”

강민혁이 이를 악물었다.

이마의 핏줄이 툭툭 튀어나왔고, 감당할 수 없는 마나의 폭풍에 서클은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강민혁의 서클은 매우 단단하다는 것이다. 클리스만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서클은 마나의 폭풍에도 어느 정도 버텨주었고, 강민혁은 침착하게 마나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이 흐름에 대항하다간, 서클이 부서지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서클이 부서진다.’

대책이 필요했다.

최대한 마나의 흐름에 역류하지 않으면서, 강민혁은 교과서의 내용을 열심히 떠올렸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교과서는 감당할 수 없는 출력은 시도하지 말라는 경고만 할 뿐, 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핑-.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을 뻔한 상황에, 강민혁은 본능적으로 수호문의 심법(心法)을 행했다.

수호문.

그곳에는 가문 대대로 전수되는 마나 심법이 있다. 육체로 주입된 마나를 원하는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육체를 강화시키는 방법. 강민혁이 어렸을 때부터 죽어라고 익혔던 마나 심법이 사용되는 순간, 정말 신기할 정도로 마나의 흐름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감당할 수 없었던 압력이, 차츰 참을만한 수준의 압력으로 변했다.

‘먹힌다!’

천만다행이었다.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활로를 찾은 강민혁은, 능숙하게 마나 심법을 운용했다.

그러자 강하게 몰아치던 마나가 강민혁의 의지에 따라주었고, 강민혁의 얼굴은 평화를 찾았다.

안정.

위기를 넘기자, 강민혁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나를 내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거라면, 이 마나를 이용해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가설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강민혁은 마나를 운용해 서클로 옮겼다.

쿵쿵!

서클이 크게 요동쳤다.

서클의 마나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마나를 흡수하며 몸을 크게 부풀렸고, 불순물이 섞인 마나는 모두 토해내면서 최대한 순수한 마나만을 빨아들였다. 서클이 활짝 열렸다. 강민혁의 서클이 마나의 통로가 되었고, 마나가 오가는 과정에서 서클은 이전과는 다르게 변해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나 룸이 효력을 잃고 원래의 상태로 변하자,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졌던 강민혁이 눈을 떴다.

번뜩!

강렬하게 빛나는 안광.

강민혁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벌써 2서클을 형성하다니.”

치열했던 순간.

강민혁은 그러한 고통 속에서, 심장 주위에 2번째 고리를 형성하였다.

***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2서클.

마법 문명에서는 정말 낮은 경지겠지만, 이쪽 세상에서는 최소 몇 년은 훈련에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그런데 강민혁은 벌써 2서클에 올라섰다. 처음에는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차 확인해보았지만, 심장 주변에는 2개의 고리가 선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엄청난 기연인데, 강민혁의 서클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서클과는 그 형태와 힘이 전혀 달랐다.

‘서클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어.’

마나 룸의 효과는 탁월했다.

마법 문명의 사람들이 높은 경지에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성장 장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강민혁은 처음의 상황을 떠올렸다.

클리스만이 겪었던 3단계보다 약할 거라고 예상했다가, 마나의 폭풍에 그만 휩쓸릴뻔했다.

“이게 1단계라니. 그럼 5단계는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몸이 부르르 떨렸다.

사실 수호문의 심법이 아니었다면, 강민혁의 서클이 아무리 단단하다고는 하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마나의 흐름을 안정화 시킨 심법의 힘과 강민혁의 정신력. 이 두 가지의 힘이 2번째 서클을 형성하는 기적을 낳았다.

1단계.

당분간은 그 이상 도전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단계별 압력이 2배라고 가정했을 때, 2단계의 출력은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그나저나 벌써 2서클이라니.’

그냥 2서클이 아니다.

강민혁의 심장에 형성된 2개의 서클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크고 단단한 모습을 자랑했다.

그리고 안에 흘러넘치는 양질의 마나.

이건 2서클의 힘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들을 압살할 수 있어.’

서클 강화로 강해진 마법.

마나도 동서클 마법사보다 많은 데다, 마나 동화를 사용하면 더 많은 마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최상급 2서클 마법.

강민혁은 말이 2서클이지, 어쩌면 3서클 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황당했다.

남들은 하나의 서클을 형성하는데도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하는데, 자신의 성장 속도는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마 2서클을 형성했다는 사실만 알려져도 사람들은 난리가 날 것이다. 마법 학술 대회 우승으로 학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은 강민혁이, 마법사로서의 재능도 증명하는 것이니 말이다.

1년.

강민혁은 그 기간을 성장의 시간으로 잡았다.

사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피가 끓었다.

노력한 만큼 성장하는 것.

아니, 강민혁은 그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과거 재능의 벽에 절망했었던 강민혁으로서는, 지금 이 순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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