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23화 (23/197)

23화.  6. 성장

강민혁은 학생들을 따라 ‘개별 훈련실’로 걸음을 옮겼다.

교수로 추정되는 사내는 학생들의 출석을 체크하더니, 모두 모였다고 판단하자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각자 개별 훈련실로 들어가서 마나 룸 훈련을 시작한다. 최소 출력은 3단계고, 그 밑에서 농땡이 피우는 녀석들은 훈련 시간을 연장시키겠다. 그러니 최대한 집중해서 훈련에 임하도록.”

“예.”

학생들이 일제히 개별 훈련실로 들어갔다.

강민혁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가 비어있는 곳으로 향했고, 안에는 5평 정도 되는 공간이 있었다.

‘·········마법진?’

훈련실 바닥.

그곳에는 마법진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현실에서는 본 적 없는 특이한 형태의 마법진이 방바닥 전체를 차지했고, 육망성(Hexagram)의 꼭지점 부분에는 마나석이 존재했다. 파란 불빛으로 일렁이는 마나석. 강민혁은 교과서의 내용을 떠올리더니, 마나석의 배치를 출력 3단계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맞추었다.

그리고 중심부에 앉았다.

‘마나 룸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서클의 마나를 마법진으로 흘려보내는 것. 마법진의 체계에 따라 마나석의 마나가 활성화되고, 일시적으로 주변의 공간을 마나로 충만하게 만들어. 그때부터 훈련은 시작돼. 순도 높은 마나와의 결합으로 서클을 단련시키며, 동시에 더 많은 양의 마나를 축적 시킬 수 있어.’

설명대로 따랐다.

차분하게 서클의 마나를 일으켜서 바닥으로 내려보내자, 예상했던 것과 같이 마법진이 반응했다.

우우웅.

마법진의 형태에 따라 마나가 퍼졌다.

이윽고 꼭지점에 위치한 마나석에 마나가 닿자, 주변이 파랗게 물들면서 공간이 완전히 변했다.

확!

마나로 일렁이는 공간.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파랗게 변하는 모습에, 강민혁은 숨을 들이켰다.

“후읍.”

숨이 턱 막혔다.

너무나도 충만한 마나는 과도한 산소를 공급하였고, 머리는 현기증으로 핑핑 돌았다.

서클이 확장되며 주변의 마나와 동화되는 상황에, 강민혁은 최대한 침착하게 중심을 유지했다.

그런데.

‘서클의 힘이 너무 약해.’

서클.

마법의 핵심.

모든 마법의 근원이 되는 힘을 서클이라고 부르는데, 클리스만의 서클은 주체적인 성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미약했다. 사실 1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클리스만의 마나는 3단계 출력의 마나 룸에 그대로 휩쓸려버렸고, 강민혁은 주변의 상황을 이용해서 서클을 단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겹게 올라오는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결국.

“웩!”

포기해버렸다.

클리스만의 서클이 고통스럽다고 비명을 지르는 상황에, 강민혁이라도 버틸 수가 없었다.

“·········이런 뜻이었던 건가. 저주받은 몸뚱이라는 게.”

클리스만은 말했었다.

자신의 몸뚱이는 마법을 구현해낼 만한 힘이 없다고.

그는 마법 문명이 찬란하게 빛나는 이 세상에서, 1서클의 힘도 내지 못하는 저주받은 육체를 타고났다.

사실 항상 의문이기는 했다.

클리스만의 마법 지식은 대단하다. 단순히 강민혁의 세상에서만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급의 마법서만 보더라도 그의 세상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클리스만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마치 하찮은 천민을 대하는 것처럼 까칠한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 만났던 앨버트 교수.

그리고 동급생들 모두.

그들은 클리스만의 입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면서, 클리스만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았다.

‘그간 내가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왕실 마법 아카데미는 평범한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대단한 집안의 출신이거나, 아니면 뛰어난 마법 재능을 타고 나야 입학이 허락돼. 그런데 클리스만은 대체 어떻게 왕실 마법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거지? 집안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본인은 1서클 마법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해. 그리고, 본인이 알고 있는 마법적인 지식도 사람들에게 공개하지 않았어.’

의문투성이였다.

생각해보면, 근본 없는 입학생이 분명한 클리스만을 대하는 동급생들의 태도가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고등 교육을 받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클리스만의 입학이 못마땅했으리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런데 그때, 강민혁의 눈에 익숙한 물건이 보였다.

“·········어?”

마나석.

파란 불빛이 일렁이던 그게 마나의 힘을 잃자, 본래의 형태인 ‘붉은 빛의 마나석’으로 변해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붉은 마나석.

그건, 강민혁이 사는 세상에서 ‘쓰레기’로 통용되는 물건이었다.

***

마나석.

강화 문명을 탄생시킨 미지(未知)의 힘.

몬스터의 체내에서 추출할 수 있는 그것은, 색깔에 따라 두 종류의 마나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파란 마나석.’

‘붉은 마나석.’

현재 강화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파란 마나석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파란 마나석은 마나의 함유량이 높다. 가공할 경우 추출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파란 마나석을 위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붉은 마나석은 마나의 함유량도 낮을뿐더러 매우 단단해서 가공도 힘들다. 강화 문명 초창기만 하더라도 붉은 마나석을 활용하려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쓰레기로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금.

강민혁은 새로운 가능성을 목격했다.

‘붉은 마나석이라니.’

마법진을 발동할 당시, 마나석에서 일렁이는 마나는 강민혁이 알던 붉은 마나석의 힘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도저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에, 강민혁은 훈련이 끝나자마자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책을 펼쳤다.

‘붉은 마나석, 붉은 마나석········· 이거다!’

[마나석의 역사]

[마법 문명 초기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파란 마나석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300년대 초반, 붉은 마나석의 진실이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붉은 마나석의 인식은 마나의 함유량이 적으면서 가공 또한 힘든 쓰레기였다. 그런데 진실은 그것과 달랐다. 붉은 마나석은 파란 마나색보다 더 양질의 마나로 구성되어 있는 보물이지만, 가공 과정에서 마나가 모두 자연으로 되돌아가며 함유 마나량이 낮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붉은 마나석의 마나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가공법을 찾은 결과·················· 현재에 이르러, 붉은 마나석은 모든 마법 문명의 중심이 되었다.]

붉은 마나석의 진실.

충격적이었다.

이건 정말, 엄청난 발견이다.

‘보통 토벌 과정에서 얻는 붉은 마나석은 매우 헐값에 팔려. 파란 마나석과 비교하면, 그 값어치가 수백 배는 차이가 날 정도지. 그런데 붉은 마나석이 실제로는 더 좋은 등급의 마나석이라니. 만약 이 사실이 내가 사는 세상에 알려진다면, 세계 경제가 한바탕 난리가 날 거야.’

마나석.

강화 문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그것의 값어치가 달라진다면, 당연히 세상이 떠들썩해질 수밖에 없다. 파란 마나석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격 폭락으로 힘을 잃을 것이고, 붉은 마나석의 값어치는 천정부지로 상승할 것이 뻔히 보였다. 지금에야 파란 마나석이 귀중한 보물로 취급받고 있지만, 언제고 마법 문명이 300년대 초반에 붉은 마나석의 순기능을 발견한 것처럼 변화는 찾아올 것이다.

중요한 정보다.

강민혁은 마나 룸의 체계를 익혀둠과 동시에, 붉은 마나석을 가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마나 룸.

붉은 마나석.

강민혁은 그것들에 대한 지식을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숙지했다는 확신이 들었을 즈음, 언제나처럼 강민혁은 수면의 마수를 뿌리치지 못했다.

쿵.

책상에 얼굴을 떨구는 강민혁.

다시 현실로 돌아올 차례였다.

***

현실로 돌아온 강민혁은 곧바로 붉은 마나석을 구했다.

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마법 물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만 접속해도, 붉은 마나석을 헐값에 판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널렸다.

[붉은 마나석 백 묶음, 백만 원에 급매합니다!]

거래는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어차피 붉은 마나석은 사는 사람이 없다.

강민혁이 구매 의사를 밝히자, 판매자는 혹시라도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헐레벌떡 마나석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강민혁을 찾아왔다. 강민혁이 선뜻 돈을 건네는 상황에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만 보더라도, 현재 강민혁의 세상에서 붉은 마나석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강민혁은 일단 개인 연구실을 빌렸다.

최병호는 아예 전담 연구실을 배정해주겠다고 했지만, 일단은 빌리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붉은 마나석을 가공하는 방법은··················.’

[붉은 마나석을 보호하는 단단한 껍질은 일정한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체계의 흐름을 역류하는 방식으로 가공을 진행하면, 붉은 마나석은 균열이 일어나며 마나석의 마나가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고로, 일정한 체계를 따라 가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공을 위해 마나 레이저(laser)를 샀다.

마나의 힘을 일점에 모으는 아티팩트인데, 마나석 가공에 대중적으로 사용한다.

강민혁은 교과서에서 보았던 내용대로 가공을 시작했고, 레이저의 강렬한 빛이 마나석 껍질을 파고들었다.

치이이익.

매캐한 냄새가 풍겼다.

강화는 강민혁에게 익숙한 작업이다.

수호문의 교육 과정에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도 포함되기에, 강민혁은 능숙한 장인처럼 손을 움직였다.

한 10분 정도 흘렀을까?

붉은 마나석의 표면에 일정한 체계로 마나가 파고들자, 갑자기 껍질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손을 뗐다.

그리고 가만히 붉은 마나석의 변화를 지켜보자, 이윽고 붉은 마나석이 밝은 불빛을 뿌려댔다.

확!

“·········?!”

강민혁의 눈이 커다래졌다.

가공은 성공했다.

껍질이 벗겨진 붉은 마나석은, 매우 매력적인 빛깔을 보였다.

안에서 출렁이는 양질의 마나.

한눈에 보아도, 이 마나석이 얼마나 상급의 마나석인지를 알 수 있었다.

“정말 성공하다니.”

마나석.

이쪽 세계나, 저쪽 세계나.

마나석은 매우 귀하다.

모든 과정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이기 때문에, 그 값어치는 당연히 폭등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하급 마나석이 약 백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방금 가공해낸 붉은 마나석은 상급의 마나석과 비견될 정도였고, 그 정도의 파란 마나석은 수천만 원에도 팔린다.

강민혁이 붉은 마나석 하나에 투자한 금액은 만원.

겨우 만원으로, 강민혁은 수천만 원의 이득과 더불어 돈으로 구하기도 힘든 상급 마나석을 얻었다.

중요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붉은 마나석.

그것은 강화 문명에서 밝혀내지 못한 힘이다.

그 말인즉, 붉은 마나석은 강민혁이 독점(獨占)할 수 있는 힘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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