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4. 마법 학술 대회(6)
짝짝짝.
처음에는 박수 소리가 작았다.
충격에 빠진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멍하니 무대 위에 있는 강민혁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이윽고 전염되듯 퍼져나가는 박수 소리.
관중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경악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짝짝짝!
짝짝짝!
“정말 엄청난 발표였어!”
“진짜로 더블 캐스팅 연구에 성공하다니!”
“강민혁! 너는 지금 마법 학계에 한 획을 그었어!”
난리가 났다.
사람들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열광했다.
그들은 대부분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다. 마법사이거나, 아니면 마법 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번 발표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다. 마법 학술 대회의 발표 자료는 공공재로 공개되기 때문에, 꿈에만 그리던 더블 캐스팅의 대중화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대강당이 광기에 물든 것처럼, 귀가 먹먹할 정도로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뒤덮었다.
그런데 그런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존 웨슬리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블 캐스팅을 발표했다는 것 자체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심사위원들로서는 강민혁의 논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았다. 마나의 기억력을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복잡한 체계 속에서 정확히 안전한 공식을 찾았다는 것에, 말을 잃고 말았다.
더블 캐스팅.
웬만한 마법 협회는 모두 도전했던 주제다.
많은 인적 자원과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실패했던 것을, 겨우 17살의 학생이 성공시켰다.
문득 이학범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 발표할 더블 캐스팅 연구는 제가 대표자로서 진행했지만, 사실 90퍼센트 이상 강민혁 학생에 의해 연구가 완성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발표자는 연구에 해박한 사람이 맡아야 하지 않습니까?”
교수.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 강민혁의 보조를 맞추는 것에 전혀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는 강민혁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지만, 눈앞의 현실은 상식을 뛰어넘었다.
“·········괴물이 나타났구나.”
존 웨슬리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독설가의 포지션이고, 그렇기 때문에 연구에 문제가 있다면 거침없이 지적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 지적도 할 수 없었다. 강민혁의 연구는 존 웨슬리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고, 심사위원으로서 강민혁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1이 되어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수업료를 지불할 테니, 강민혁의 발표를 한 번 더 듣고 싶었다. 그간 불가능하다고만 생각되었던 더블 캐스팅이 성공하는 과정은, 존 웨슬리와 같은 인물조차도 충격에 빠트릴 정도로 대단했다.
이로써 우승 후보는 정해졌다.
알랭 코르노의 앨리먼트 필드냐, 아니면 강민혁의 더블 캐스팅이냐.
알랭 코르노의 6번째 5서클 마법은 충분히 대단한 것이지만, 아무래도 후자에 마음이 기울었다.
‘알랭 코르노의 발표는 마법을 더욱 강하게 해줄 수단이라면, 강민혁의 연구는 마법 학계 전체의 퀄리티를 상승시킬 수 있는 엄청난 발견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차이가 엄청날 테니, 사실상 우승자는 정해졌어.’
5서클.
대마법사라 불리는 경지에 올라선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반면, 마법사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은 강민혁이 발표한 ‘더블 캐스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머리가 팽팽 돌았다.
이번 학술 대회가 시작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17살의 강민혁. 그의 재능은 감히 가늠이 되질 않았다. 남들은 이제 막 마법의 걸음마를 떼고 있을 시기에, 강민혁은 더블 캐스팅뿐만 아니라 마법의 형태 변화를 완성했다. 강필두의 반응을 보면, 그것 또한 더블 캐스팅과 마찬가지로 강민혁이 90퍼센트 이상 한 것 같았다.
하나의 문명.
그런 것들이 급작스러운 발전을 이룰 때는, 보통 선구자라고 불리는 천재가 있다.
강민혁이 어쩌면 그런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존 웨슬리는 평가는커녕 번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강민혁을 반드시 영국 마법 협회로 영입해야 한다!’
심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강민혁의 재능이 검증된 이상, 그를 중심으로 치열한 영입 전쟁이 벌어질 것은 너무 뻔하다.
아니나 다를까.
“크흠.”
“어허.”
괜히 어색한 기색을 보이는 심사위원들.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그들 또한, 존 웨슬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
발표 직후.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강민혁을 반긴 것은 바로 강필두 교수였다.
“더블 캐스팅 연구에 성공하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연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강필두는 경악했다.
강민혁을 곁에 두면서 그의 재능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더블 캐스팅의 성공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마법 형태 변화가 일반 커피라면 더블 캐스팅은 TOP. 연구의 체급이 다르다. 강필두는 강민혁의 옆에 착 달라붙어서, 입에서 침이 튀길 정도로 열심히 떠들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민혁이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법사로서 성공할 재능이라는 것을 확신했어. 그래서 곧바로 학과장님을 찾아간 거야. 너와 함께라면 연구가 성공할 것 같았거든. 그런데 민혁아. 다음부터는 더블 캐스팅과 같은 대단한 연구를 진행할 생각이라면, 나에게 미리 언질을 해주는 건 어때? 나 강필두야. 네 연구라면, 무엇이든지 지원해줄 의향이 있어.”
태도가 돌변했다.
처음에는 분명히 더블 캐스팅 연구의 실패를 확신하던 사람이, 마치 예상을 했었던 것처럼 말했다.
그건 철저히 계산적인 행동이었다.
더블 캐스팅.
이번 발표로 인해, 강민혁은 학과생의 신분과는 별개로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을 것이다. 강민혁이 겨우 1서클 마법사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뛰어난 연구자는 어느 마법 협회나 반길만한 인재고, 그렇기에 아카데미로 복귀하자마자 덜컥 자퇴서를 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미리 친한 척 달라붙었다.
학과에 남는다면 앞으로 강민혁과 계속 연구를 진행하기 위함이고, 혹시 떠난다 할지라도 연락처는 어떻게든 받아낼 속셈이었다. 그만큼 강민혁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다. 적어도 마법을 배운 사람들은, 앞으로 더블 캐스팅의 대중화를 성공시킨 강민혁의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미혜.
그녀도 쪼르르 달려와서 강민혁에게 친한 척 말을 붙였지만, 김무열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멍청한 새끼!’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길.
김무열은 너무 많은 업보를 쌓았다.
설마 강민혁의 연구가 성공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연구가 더 대단한 것처럼 열심히 떠들었다.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도 후회되었다. 만약 같이 대회를 참가한다는 명분으로 강민혁과 친해졌다면, 김무열은 정말 엄청난 인맥을 얻을뻔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손가락 몇 개 잘라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본인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았기에, 김무열은 어둠이 드리우는 구석 한편에서 그저 강민혁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대 아래는 떠들썩했다.
강필두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단언하지. 마법의 형태 변화와 더블 캐스팅. 이 두 개를 동시에 성공시킨 이상, 민혁이 너의 우승은 무조건 확정이야. 알랭 코르노의 앨리먼트 필드? 그것 또한 대단한 발견이지만, 민혁이의 업적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이거 학과장님이 정말 좋아하겠는 걸? 수상만 해도 잔치를 벌일 것 같으셨던 분이, 우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들고가면 아주 까무러치시겠어.”
그의 예상은 옳았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발표가 끝나고 시상식을 진행하는 도날드 버틀러의 입에서,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가 발표되었다.
“제 82회차 마법 학술 대회의 우승팀은·················· 바로 이학범 교수와 강민혁 학생의 더블 캐스팅입니다! 마법 학계에 한 획을 그을 연구를 성공시킨 두 분을 위해, 모두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십시오!”
짝짝짝!
짝짝짝!
열광하는 사람들.
그들의 환호를 받으며, 강민혁과 이학범은 우승자의 자격으로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갔다.
***
도날드 버틀러가 말했다.
“사실 우승자 선정에 관해서는 심사위원들끼리 의견 충돌이 전혀 없었습니다. 만장일치로 더블 캐스팅의 우승이 확정되었지만, 문제는 더블 캐스팅의 값어치로 얼마나 책정해야 되는가였습니다. 더블 캐스팅 연구는 상징성이 대단합니다. 이로 인해 더블 캐스팅의 대중화가 성공할 테고, 마법사들의 전체적인 퀄리티 상승은 마법 학계에 엄청난 호재입니다. 고로 기나긴 상의 끝에, 더블 캐스팅의 값어치로 3억 달러(3,392억)를 책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억 달러.
정말 엄청난 금액이었다.
최초의 5서클 마법이 1억 달러(1,130억)가 책정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려 3배나 높았다.
원래 마법의 발견이라는 것은 최초의 상징성이 크다. 5서클 마법도 처음에는 대단한 값어치가 책정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졌다. 그것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더블 캐스팅은 모두가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였고, 그렇기에 3억 달러라는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 책정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로 수많은 마법사들이 받을 혜택을 생각하면, 오히려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이학범 교수와 강민혁 학생에게 세계 마법 연합이 보증하는 ‘A급 신분증’을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은 이제 어느 나라에서든 귀빈의 대우를 받을 것이며, 원하신다면 마탑의 건설 또한 가능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트로피 증정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의례적인 행사가 진행되었다.
우승자에게 트로피가 부여된 이후, 예상대로 2위로 선정된 사람은 프랑스 마법 협회의 알랭 코르노였다.
그렇게 대회는 끝났다.
그런데 강민혁이 대회장을 나서자마자, 여러 사람들이 헐레벌떡 따라나왔다.
“프랑스 마법 협회입니다. 혹시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블러드 문에서 강민혁 학생을 영입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시다면 무엇이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미국 마법 협회에서·········.”
아주 난리가 났다.
그들 중에는 심사위원들도 있었다.
고고한 학처럼 굴었던 몇몇 심사위원들도, 경쟁자들을 뿌리치며 어떻게든 강민혁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바로 대회의 부수적인 효과다.
연구의 값어치로 부를 얻고, 연구의 성공으로 명성을 얻는다.
그리고 대회장 바깥을 나오면, 수많은 세력들이 더한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 바로 마법 학술 대회다.
하지만 강민혁은 선뜻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일단 명함만 받겠습니다.”
단호한 거절.
강민혁은 자신의 가치가 아직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을 때, 협상 테이블에 앉는 행동이 얼마나 멍청한 것인지를 안다. 강민혁의 아버지가 누누이 강조했던 부분이다. 본인이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는, 본인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강민혁이 오늘 거절하고 단호하게 학교로 복귀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킬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이후에.
강민혁은 그때 원하는 바를 수확할 것이다.
마법 협회의 사람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었지만, 강민혁은 그들을 모두 뿌리치고 마력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아카데미.
그런데 마법 학과 정문에서부터, 수많은 학생들이 이열로 기나긴 길을 만들었다.
그들은 강민혁 일행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신호에 따라 일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짝!
짝짝짝!
일부는 귀찮은 기색을 보이고.
일부는 진심으로 감탄한 기색을 보이고.
일부는 못마땅한 듯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마법 학과의 일원인 이상, 그들은 지금의 광경을 지시한 사람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가장 앞.
그곳에는 학과장 최병호가, 방긋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혁이 왔니? 정말 고생 많았지?”
마법 학술 대회 우승.
그것의 파급력은 정말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