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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8화 (8/197)

8화.  2. 클리스만의 일기(4)

훈련을 준비하는 5조 학생들의 모습에, 백동석 교수가 프로필을 확인했다.

‘이름 김창수. 5조의 조장이고, 마법 컨트롤과 캐스팅 능력이 뛰어난 편. 간혹 긴장하는 상황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지만, 단순히 마법적인 능력만 따지자면 마법 학과에서 상위권에 속해.’

“흐음.”

기억이 난다.

항상 수업을 진행하면, 김창수는 맨 앞자리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이며 수업에 참여했다.

나쁘지 않은 실력자다.

만약 김창수가 조장이 아니라 조원이었다면, 백동석은 5조의 테스트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야.’

일단 이민호.

‘광범위한 공격 마법에 특화된 재능. 하지만 캐스팅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느린 편이라, 고블린과 같은 재빠른 몬스터를 상대할 때 이민호의 강점은 오히려 단점이 되지.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5분까지도 걸리는 캐스팅 동안, 다른 사람들이 버텨줄지가 미지수야.’

다음은 김정민.

‘김창수보다 더한 새가슴의 보유자. 전체적으로 능력이 준수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마법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 앞에서 단단하게 방어 라인이 형성된 상황에서야 마법이 몇 번 빗나가는 것은 크나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마법사들의 근접전에서 헛방은 곧 죽음으로 직결되지.’

암담했다.

구성원이 참, 어떻게 이렇게 모았나 싶었다.

하지만 백동석의 표정을 일그러트린 가장 큰 이유는, 앞선 세 명이 아니라 마지막 조원 때문이었다.

‘이 녀석이 가장 큰 문제야. 서클을 형성한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초보 마법사. 할 줄 아는 마법이라고는 1서클 마법이 전부인 데다, 그 1서클 마법도 몇 가지 터득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해. 마법은 서클이 상승할수록, 이전 경지의 마법 캐스팅 시간이 짧아지면서 위력은 상승해. 그러한 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빠르게 진행되는 전투에서 강민혁은 아무런 쓸모가 없을 확률이 높아.’

머리가 아팠다.

그림이 딱 그려졌다.

다른 조원들이 고군분투하는 사이에, 강민혁은 고생고생해서 1서클 마법 하나를 겨우 완성할 터.

그럼 상황 종료다.

3조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백동석 교수를 강하게 자극했다.

“·········조교.”

“예.”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옆에 서 있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모양인지, 백동석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3서클 공격 마법을 미리 캐스팅해둬. 그리고 내가 신호를 보내면 곧바로 마법을 사용해. 이번에 나설 5조 녀석들은, 단순히 팔이 다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백동석 교수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는 사이, 마침내 5조의 훈련이 시작되었다.

***

삐이익-

호각이 울렸다.

철컹 소리와 함께 케이지의 문이 열리더니, 안에 있었던 고블린 세 마리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끼룩.

끼룩끼룩.

고블린들이 주변을 살폈다.

아직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모습에, 김창수를 포함한 5조의 조원들은 빠르게 캐스팅을 시도했다.

화악.

파랗게 일어나는 마나.

김창수는 사방으로 복잡하게 흐트러진 마나를 ‘파이어 볼트’의 마법 체계로 만들어갔다. 동시에 고블린의 위치를 계산했다. 마법은 완성된 이후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원하는 위치에 적중하지만,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좌표 계산도 필수다. 어느 위치에 떨어트릴 것인지를 미리 계산해야만,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오차 범위를 의지의 발현만으로 커버할 수가 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침착한 표정으로 캐스팅을 절반 정도 진행했을 즈음, 고블린들의 적의 어린 시선이 5조를 향했다.

캬악!

캬아악!

상황이 변했다.

고블린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더니,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50m는 먼 거리가 아니다.

양쪽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고, 고블린이 10m 지점에 도착했을 때 김창수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파이어 볼트!”

화르륵.

콰앙!

끼에에에에엑!

화끈한 불길이 일었다.

1서클 마법이라 위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2서클 마법사가 사용하는 파이어 볼트는 고블린들에게 데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외피를 태우는 불길에 당황한 고블린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고블린들을 쓰러트릴 수 없었다. 잠시 추춤하나 싶더니, 그들이 다시 달려들었다.

“정민아!”

“알겠어!”

화악!

이정민의 손에서 마나가 일어났다.

시간차 공격.

고블린들의 발을 묶기 위해서, 김창수가 제시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찌지직.

마법의 선택은 좋았다.

문제는 이정민이 긴장하는 바람에 마법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했고, 라이트닝 볼트는 두 마리의 고블린에게만 적중되었다.

그 말인즉.

키에엑!

마지막 한 마리.

다른 두 마리가 고통에 신음하는 사이에, 마법을 맞지 않은 고블린이 그대로 이정민을 덮쳤다.

‘이런!’

김창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건 사고다.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 그는 황급히 마법을 캐스팅했다.

하지만.

‘씨발, 씨발, 씨발.’

덜덜덜.

손이 떨렸다.

철렁 내려앉은 가슴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적인 상상에 발목이 붙잡혔다.

그건 이정민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이정민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때, 고블린이 마침내 지척에 도달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사고가 벌어졌다고 확신하는 그 순간.

“록(Rock)!”

빠악!

강력한 타격음과 함께, 고블린의 머리가 그대로 땅에 박혔다.

***

훈련 전.

강민혁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시간만 벌면 우리가 이기는 싸움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간결하고 효율적인 마법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어.’

이민호.

그가 사용하는 2서클 마법이 작렬하면, 고블린 정도는 곧바로 정리된다.

김창수와 이정민은 시간을 벌기 위해 1서클 공격 마법을 사용했지만, 강민혁의 생각은 달랐다.

‘발을 묶는 데 공격 마법만 필요한 건 아니야.’

생각의 전환.

강민혁은 전투 시작과 동시에 캐스팅에 들어갔다. 일부러 더블 캐스팅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중에 연구의 성과로 증명할 생각이라, 지금 공개하기에는 무대가 너무 작다고 판단했다.

캐스팅은 빨랐다.

사람들은 강민혁을 과소평가하지만, 강민혁의 캐스팅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그리고.

‘이건 근접전이야. 그러니 최대한 캐스팅 시간이 짧은 마법을 사용해야 해.’

순식간에 캐스팅이 끝났다.

그러나 먼저 나서진 않았다.

일단 다른 마법을 하나 더 준비하면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때 사고가 벌어졌다.

이정민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고블린의 모습에, 강민혁은 계산대로 마법을 발현시켰다.

“록!”

록.

땅의 기본 원소 마법.

돌멩이를 소환하는 아주 기본적인 마법이지만, 강민혁의 손에서 펼쳐지자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빠악!

끼에엑!

바위는 땅에서 5m 떨어진 지점에서 소환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낙하.

그 밑에는 마침 달려들던 고블린이 있었고, 바위가 고블린의 머리에 작렬하며 달려드는 것을 막았다.

“와.”

“저게 뭐지?”

“저 정도로 완벽하게 좌표 설정을 한다고?”

웅성웅성.

강민혁의 마법에 지켜보던 학생들이 시끌벅적해졌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달려드는 두 마리의 고블린에, 강민혁은 준비했던 마법을 차례로 사용했다.

“록.”

툭!

콰당!

땅바닥에서 튀어나온 돌에 넘어지는 고블린.

“아이스(Ice).”

미끌!

콰당!

순간적으로 땅바닥을 얼려, 마지막 한 마리의 고블린도 땅바닥을 나뒹굴게 만들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강민혁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하나의 마법을 끝낼 때마다 곧바로 다음 상황을 대비했다.

‘108가지의 1서클 마법.’

그건 단순히 다양한 종류의 마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서클 마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단순히 원소를 생성하는 간단한 마법이라도, 수십 가지의 갈래가 있음을 설명해주는 내용이 있었다.

덕분에 머리가 열렸다.

클리스만의 주석을 확인하면서, 강민혁은 마법의 가능성을 보았다.

‘마법은 사용하기에 따라 전혀 다른 위력을 발휘하는 학문이다.’

단순히 지식으로만 얻은 성과는 아니다.

처음에 머리 위로 바위를 떨어트린 것은, 상대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한 강민혁의 계산이 있었다.

머리가 팽팽 돌았다.

겨우 원소 마법이지만, 1서클 마법을 세 번 연달아 사용하니 입이 바짝 말랐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범위.

하지만 불행하게도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새가슴인 김창수와 이정민은, 강민혁이 시간을 벌어주었음에도 캐스팅을 끝내지 못한 것이다.

끼에엑!

‘빌어먹을.’

고블린 한 마리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김창수와 이정민은 나름 열심히 캐스팅을 끝내려고 했지만, 마법사라는 직업은 평정심을 잃은 순간 끝이다. 마나는 제멋대로 흐트러져서 길을 잃어버리고, 마법의 체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긴장하지 말라고 김창수를 다독였던 것인데, 결국 사고는 벌어지고 말았다.

캬악!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고블린 한 마리.

힐끗 옆을 살펴보니, 이민호의 마법은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녀석만 처리하면 된다 이건가.’

딱 한 마리.

계산을 바꾸었다.

단순히 발을 묶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을 직접 처리하는 것으로.

고블린이 그대로 강민혁을 덮치는 모습에, 캐스팅을 이어가던 김창수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위험해!”

일촉즉발의 상황.

순간 조교가 백동석을 쳐다보았지만, 백동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강민혁.

고블린을 마주하는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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