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2000년 마법역사 @ 산천(山川)
1화. 프롤로그
너무나도 지루한 시간이었다.
마법 학과 교수 이학범이 떠들어대는 말들은, 1학년에 불과한 강민혁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였다.
‘대체 뭐라는 거야.’
인간 수면제.
이학범의 별명이다.
상대가 1학년이면 1학년 다운 수업을 하면 되는데, 그는 항상 과했다.
“너희들은 더블 캐스팅(double castin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보통 사람들은 인간이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하는 것은 특별한 천재들에게만 허락된 능력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일반인들도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마법의 캐스팅은 정해진 패턴이 있잖아? 만약 이것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의 체계’를 만들어낸다면··················.”
‘하암.’
하품을 크게 내뱉었다.
졸렸다.
귀를 간질이는 이학범 교수의 설명에, 강민혁은 결국 졸음에 굴복하고 말았다.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는 강민혁.
아마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 지루한 수업은 모두 끝나 있으리라.
강민혁은 그렇게 확신했다.
***
빡!
“일어나!”
아팠다.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는 통증에, 강민혁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런 씨·········.”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수업 도중에 잠을 청한 것에 화가 나서, 이학범 교수가 직접 체벌을 가한 걸까.
아니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강민혁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는, 기억에 전혀 없는 너무나도 낯선 얼굴이었다.
“클리스만(Klinsmann). 내 수업이 만만해?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 따위는 보여주지 않았겠지. 내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징벌위원회를 소집하고 싶지만, 이번 한 번은 봐주도록 하지. 그러니 당장 일어나서 교과서에 나온 이론을 설명해봐.”
“예, 예?!”
“얼른!”
벌떡!
정신이 없었다.
상대가 누군지, 그리고 자신을 왜 클리스만이라고 부르는지는 감히 확인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상대방의 얼굴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았기에, 강민혁은 황급히 교과서로 시선을 옮겼다.
‘·········더블 캐스팅?’
더블 캐스팅.
이학범 교수가 지루하게 설명하던 그 이론이, 영어로 표시된 교과서에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목소리가 턱 막혔다.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하란 말인가.
교수라고 불리던 사람들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강민혁이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체벌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1학년에 불과한 자신에게 더블 캐스팅을 설명해보라고 할 리가 없다.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모양인지, 체벌을 작정한 것으로 보이는 사내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내 수업에 잠을 잔 것으로도 모자라, 뭐? 원숭이도 알만한 초등 과정의 이론을 모르겠다고? 오냐. 웬만해서는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지만, 네가 작정하고 내게 항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구나.”
잠깐.
‘뭐라고?’
더블 캐스팅이 무엇인가.
마법의 정수라고 불리는, 고난이도의 스킬이 아닌가.
그런데 그게 초등 과정의 이론이라니!
아무래도 이건 개꿈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강한 충격이 다시 한번 뒤통수를 때렸다.
빠악-!
“교무실로 따라와!”
그제야 알았다.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