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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29화(완결) (729/729)

# 729

최종장 차원시대의 서막

천제현이 깨어났을 때, 그는 기적성에 누워 있었다. 온몸에 기력이 다 빠졌고, 영혼과 정신도 중상을 입었다. 그 힘은 사람이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다행히 심연의 문을 단숨에 닫아 치명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었다.

천제현 옆은 공화련 자매가 지키고 있었다.

그가 깨어나자 두 사람은 뛸 듯이 기뻐했다.

어렵사리 몸을 일으켜 세운 천제현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제가 얼마나 누워 있었어요?”

“꼬박 5일.”

공화련의 얼굴도 그새 많이 상해 있었다. 공서련은 천제현 옆에서 그의 손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벌겋게 상기된 눈으로 울먹이는 모습이 마치 토끼와도 같았다. 공서련은 이토록 무서운 일을 겪게 되리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시간이 지난 지금도 네간에서 발생한 일을 떠올리기만 하면 심장이 요동칠 만큼 공포스러웠다. 공화련이 가볍게 한숨 쉬며 말했다.

“너 죽을 뻔했어.”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여기서 대화도 나눌 수 없었겠지요.”

천제현은 자신의 도박이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어쨌든 심연의 대악마는 너무 강했다. 운명의 힘이 아니었다면, 힘의 경계를 무시하고 모든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고, 제왕들도 심연의 대악마를 상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심연의 상황은 어떤가요?”

“괜찮아. 진정시켰어!”

공화련 역시 근심 어린 기색이었다.

“그곳을 지킬 군대는 이미 파견했어.”

천제현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심연의 문이 다시 열리면,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대악마 혼자로도 대륙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해요. 우리 군대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할 거고요.”

그 말이 맞다.

모든 차원은 법칙과 한계가 있다.

이 세계에서 천역 9성에 오르면, 이미 최고 경지에 도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심연세계에서 천역 9성은 제아무리 후하게 쳐도 대악마 영주의 부하 중 이류 장군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심연의 대악마가 촉수 하나로 이 세계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제왕들을 손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토록 거대한 힘의 격차는 쉽게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역사의 흐름이 완전히 깨졌다는 것이다.

심연의 대악마 영주가 이 차원을 본 이상,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더 강력한 악마 영주를 차원 주변에 파견하여 약간의 틈이라도 보이면 다시 차원전쟁을 일으킬 게 뻔했다.

원래 대륙의 역사는 인류의 과학기술이 정점까지 발전한 후에 자의로 심연의 문을 열어 차원전장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렇기에 처음에 만나 자들은 강한 자들이 아니라 소악마나 약소세력이었다. 인류는 이들과의 전투를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았고, 몇 개의 차원을 더 개척하여 입지를 다진 후 악마 영주와 교전을 벌이며 차원전장에서 강한 세력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과정도 없이 바로 대악마에게 찍혀 버렸으니. 대륙이 차원을 뛰어넘는 첫 걸음부터 대단히 험난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 대륙은 상당히 쇠약해져 있고, 마력무기든, 시공기술이든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이다.

“모두들 네 말을 기다리고 있어.”

공화련이 천제현에게 말했다.

“움직일 수 있겠어?”

대륙과 심연세계의 직접적인 충돌로 사람들 모두 심한 충격을 받았고, 중상을 입고 제 나라로 돌아간 각국의 제왕들은 이 세계에 대해 새로이 눈뜨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껏 자신들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심연이 다시 열릴 것인가?

심연이 다시 열리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네간의 전투로 쓰러진 대륙의 천역 강자가 무력 백 명이 넘는다.

이번 사건은 적당히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컸기에 전 세계는 공황에 빠졌다. 지금이야말로 대륙을 이끌 구심점이 필요한 때이다.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잠시 마력을 잃었으나 움직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준비해주세요.”

“이틀 뒤 대통령 관저에서 중대 발표를 하겠습니다!”

공화련이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천제현의 중대 발표 소식이 장안에 퍼지자 부상을 치료하느라 여념이 없던 제왕들도 잠시 치료를 멈추고 대통령 관저에 모여들었다. 이번 심연 사건은 대륙 곳곳에 퍼질 만큼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고, 전 대륙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 중대 발표는 대륙 전역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될 것이라 민심을 다독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분,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 며칠 전, 기적연방의 네간지역에 심연의 침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전사들이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심연의 문은 봉인되었고, 단시간 내에 재차 침입은 없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이 말에 대중은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최소한 잠깐 동안은 이런 사건의 재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처참한 전쟁을 통해 심연이 우리와 멀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대륙은 심연을 떠도는 무수한 차원 중 하나입니다. 우리 세계에 심연과 통하는 입구가 네간 한 곳만이 아닐 겁니다. 그러니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시시각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전 대륙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일입니다!”

이 말을 듣자 좌중은 모두 두려움을 느꼈다.

심연의 침략을 받을 만한 다른 곳이 있다고?

“여러분께서 먼저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심연전장은 무섭기만 한 곳이 아니며, 오히려 수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지도 모릅니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르고, 더 완벽한 기술을 보유하려면 심연의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가 말을 계속 이었다.

“우리는 심연의 도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지금 대륙의 상황을 보면, 심연전장의 악조건에 대응할 능력이 없고, 더욱이 심연전장에서 힘겨루기를 할 수 있을 정도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대륙의 모든 세력은 일체의 갈등과 분쟁을 멈추십시오! 지금은 대륙 전역이 합심하여 발전을 향해 질주해야 합니다. 머지않아 심연이 침략해 올 것이니,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심연의 공포가 그림자처럼 사람들 마음에 드리워졌다.

천제현은 심연세계의 도전에 대응하고, 심연전장에 뛰어들 준비를 위해 전 대륙의 결속을 요구했다. 그의 발언은 시의적절했다. 심연의 침략을 막기 위해 대륙의 각 제국과 전국에서 과반수가 넘는 강자들이 네간계에 가서 심연의 악마와 싸웠다. 따라서 사람들은 천제현의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대륙에서 돈벌이가 될 만한 게 얼마나 있을까?

능력이 된다면 심연에 들어가야 한다.

그곳에는 수많은 자원, 그리고 수많은 차원이 존재한다. 실력만 충분하다면, 차원 하나를 빼앗을 수 있다. 어떻게 해도 대륙의 좁은 땅 덩어리를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작은 이익 때문에 사생결단식으로 싸움을 지속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다.

천제현이 대통령 관저에서 연설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왔다.

용 장로 등 제왕급 인물들이 그를 둘러싸고 네간의 상황을 물었다. 네간계 심연의 문은 봉쇄되었으나 그것도 잠시뿐 다시 열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안심하세요!”

천제현이 제왕들을 보고 말했다.

“네간계 심연의 문은 대륙에서 유일하게 불안정한 곳입니다. 다른 곳도 심연의 침략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이 시대에서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 네간계 심연의 문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우리가 먼저 만반의 준비를 하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방심은 금물이죠. 심연의 문은 머지않아 열릴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에 이런 행운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방금 우리가 심연전장에 진입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분천대제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 사실이오?! 우리가 그럴 힘이 있다는 게 말이오?”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지금만 보면 한참 멀었지요.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저희에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이번 사건으로 여러분이 이 세계보다 더 높은 차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셨으니까요. 저희의 잠재력을 키워나가기만 한다면, 앞으로 심연전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용 장로가 물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소?”

천제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실제 역사대로라면, 대륙은 1만 년이 흘러야 본격적으로 차원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그때가 되어야 대륙의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고, 군함은 수백만 대에 달할 것이며, 무기와 고수들도 넘쳐날 것이다. 이런 시기에 심연에 진입하면 입지를 다져 식민지 개척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은 천제현이라는 ‘나비’가 개입한 관계로 대륙 역사의 흐름이 바뀌어 버렸다. 이로 인해 훨씬 빨리 심연의 세계와 마주치게 되었고,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대륙에 1만 년이라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긴 시간은 필요 없다.

대륙 전역이 합심하고 천제현의 지식과 지혜가 뒷받침한다면, 최소 30~50년 후에는 적어도 심연선발부대를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용 장로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30~50년이 그리 길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정말 그 시간만으로 충분하겠소? 그 심연 악마의 실력은 우리가 이미 겪어봐서 잘 알지 않습니까? 몇 십 년 안에 저놈들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심연의 대악마는 수십 개의 차원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어요. 저놈들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대륙을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 전투까지 치렀으니, 심연의 대악마는 이곳 세계의 기본적인 실력을 어느 정도는 간파하고 있을 겁니다. 심연의 악마들은 이 세계에 대한 평가대로 부대를 편성, 언제든 침략을 감행할 거예요. 그러니 우리는 그 동안 저놈들이 예상한 실력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저들이 방심한 틈을 타 허점을 찌르는 거죠.”

제왕들 사이에서 의견이 빠르게 오갔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묘안이 없는 듯 했다.

“알겠소!”

“30~50년 동안 노력해 보겠소!”

“그동안 우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 무의미한 분쟁도 그만두겠소. 기적연방을 주축으로 실력 강화에 주력하리다. 곧 다가올 심연전장 시대를 위해 준비하겠소!”

제왕들과의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상호간 무력충돌 혹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협정에 서명했다. 그들은 기적연방에 협력하여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냄이 없이 새 시대의 서막을 열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협정이 체결되었다.

공화련은 천제현과 함께 기적성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높다란 기적성 보루에 섰고, 공화련은 기적성 전체를 굽어보았다. 이 도시는 불과 몇 년 만에 이처럼 번화한 도시로 변모하였다.

기적연방은 명실상부한 대륙 최고의 세력이 되었다.

기적상회는 명실공히 대륙 최고 상단이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 기적성은 전 대륙의 발전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주축이 되었다.

개미처럼 한낱 보잘것없던 천제현이 불과 5년 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하여 천하제일이 되었다. 공화련은 지금보다 더 대단한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나, 지금 천제현이 하는 모든 일을 보면서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겪은 이 모든 일이 단지 어떤 일의 초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심연을 떠도는 먼지처럼 이 차원은 아주 작은 세계에 불과하다. 천제현에게 이 대륙은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자,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이 아닐까? 그의 목표는 훨씬 더 원대하고, 그의 포부는 훨씬 더 위대하다. 이미 인류가 믿고 있던 한계를 뛰어넘은 것처럼.

천제현은 대륙에서 최고가 되었고, 그는 앞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갈 것이다.

그가 다시금 새로운 정점에 오를 수 있을까? 공화련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차원시대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이는 상상할 수 없는 위험한 여정이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끝도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인류가 맛보지 못한 거대한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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