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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28화 (728/729)

# 728

제728장 구사일생

이 엄청난 괴물 앞에서 제아무리 제왕이라고 한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제왕들이 과연 언제 자신의 세상이 단지 티끌에 지나지 않음을 느껴본 일이 있겠는가? 그들이 보는 것은 고작 아주 작은 부분인 것을.

또 어느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을 줄을?

제왕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으나 이 소름끼치는 눈동자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더니 모든 힘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먼저 정신과 영혼 공격으로 제왕들의 이동속도를 감소시킨 다음 죽음의 광선을 발사했다.

쾅쾅쾅.

굉음이 날 때마다 시공이 진동했고, 믿을 수 없는 강렬한 기운이 발생했다.

그동안 세계 최고라 자부한 고수들은 이 압도적인 힘 앞에서 방어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들이 온 힘을 방어에 집중시켰으나 이 괴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하늘이 찢어질 듯 울부짖었고, 제왕들은 하나같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이 중 몇 명은 꽤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이 괴물은 앞을 가로 막은 제왕급 인물들이 사라지자 후방을 향해 죽음의 광선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고, 이에 하늘이 무너지고 우주가 갈라졌다. 사방의 공간은 엄청난 균열과 찢긴 흔적들로 참혹했고, 기적성의 전방 지원군은 수백 개의 광선 공격에 3분의 1이 전멸했다.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군함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투박한 광선이 위로 떨어지자 군함이 자동으로 분해되었다.

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 군함이 육안으로 판별할 수 없는 작은 입자로 흩어지며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이때 검을 쥔 제왕이 분노하여 소리쳤다. 양손에 쥔 거대한 검이 100장(丈)으로 커졌고, 무수한 검혼이 위쪽으로 깔렸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기세가 한데 모이더니 하늘과 땅을 가르고 바다와 산을 뒤덮을 기세로 촉수를 향해 뻗어나갔다. 그러나 촉수는 제왕의 날카로운 공격에도 피하거나 방어하지 않은 채 곧장 위로 솟구쳤다.

촉수 표면의 눈동자가 사라졌고, 이내 전부 심연저주로 바뀌었다. 이 보라색을 띤 심연저주의 촉수가 검광에 닿자 유리가 깨지는 듯한 파열음이 들렸다.

사실 깨진 것은 유리가 아니라 전체 공간이었다.

마력이 천역 경지보다 낮은 정예군은 파동 한 번에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제왕의 손에 들린 거대한 검이 산산이 부서졌고, 제왕도 허공에 대량의 피를 뿜으며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는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 보였다.

이 제왕은 성검대제라 불린다.

전 대륙에서 가장 강한 천하제일 검술사.

이 검술사는 파괴적인 공격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제왕급 고수로 수련할 수 있는 사람은 수많은 기연과 천부적 재능이 있어야 가능했다. 이 제왕은 공격력 면에서 대륙 전체를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막강한 실력자였다. 이런 인물이 촉수에 생채기를 입히기는커녕 그 일격에 나가떨어지고만 것이다.

온통 자흑색 주문으로 뒤덮인 수백 미터에 달하는 촉수가 높이 솟아오르더니 땅을 묵직하게 내리쳤다. 이내 반경 수십 리에 안의 지면이 모두 갈라졌고 거대한 충격파가 수백 미터까지 이어졌다. 기적성의 지원군은 추풍낙엽처럼 그 자리에 쓰러졌고, 공간문 역시 거대한 힘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한 번의 충격파가 공간문을 통해 기적성까지 뚫고 들어가 기적성의 건물 수십 채를 단숨에 무너뜨렸고 산봉우리 네다섯 개를 갈라놓았다. 강력한 지진이 근 10분 동안 기적성을 뒤흔들었다.

제왕들 모두 심한 중상을 입고 말았다. 직경 수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웅덩이, 여기저기 갈라지고 부서진 땅, 산처럼 쌓인 주검과 그 잔해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심리적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들은 천하를 호령하고, 만인 위에 군림하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좁은 땅 하나 가지고 걸핏하면 다투고, 고작 대륙의 지위 때문에 기적성과 반목할 뻔하지 않았는가?

그런 그들 앞에 잔혹한 현실이 펼쳐졌다.

대체 무슨 생물이지? 본체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은 채 오로지 촉수 하나만 가지고 대륙 강자 모두를 제압하다니.

소름끼치도록 강하다.

이런 실력은 어떤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이 생명체의 본체가 전부 대륙에 들어오게 되면, 아무도 그를 제압하지 못할 것이다. 이 괴물은 촉수 하나만으로 사람을 공포와 절망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이 촉수가 일격을 가한 후 공격을 멈췄다. 이 생명체는 시간 낭비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촉수가 다시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더니 길이가 200장(丈)에 달하는 촉수가 땅을 뚫고 들어갔다. 부적으로 뒤덮인 촉수 표면에서 빛이 나오더니 대지를 가를 듯한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산과 땅이 갈라지고 무너졌다.

수십 리의 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되었다. 가공할 마력 기류가 거칠고 매섭게 앞을 향해 굽이쳐 들어갔다.

풍월여제는 가슴을 움켜쥔 채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쳤다.

“저게 지금 뭐하려는 거지?”

“이런!”

수만 년을 살아온 용 장로가 공포와 경악 섞인 얼굴로 소리쳤다.

“마력화산의 봉인을 무력화시키고 심연의 문을 열려고 하는 것 같소!”

현재 심연의 문이 너무 작아 괴물의 본체가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마력화산의 봉인을 무력화시키면 심연의 문은 더 크게 열릴 것이다. 2~3개의 촉수만 더 들어오면, 절대고수라도, 수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더라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저지하라!”

사태가 이 지경에 빠지자 제왕들은 상념이나 선입견 따위는 이미 벗어던졌다. 이 괴물이 마력화산의 봉인을 해제하는 걸 막기 위해 그들은 정혈, 생명, 심지어 영혼의 비술까지 총동원하였고, 마력 소모뿐만 아니라 자신의 수명을 단축하면서까지 자신들의 마력을 수배로 폭발 시켰다.

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무시무시한 괴물이 대륙에 침입한다면, 대륙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 것이다.

제왕들은 비술을 통해 마력을 강화한 후 동시에 공격을 감행하여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풍월여제의 전신이 생명의 불로 뒤덮이자 그녀의 머리가 백발이 되기 시작했고, 경국지색의 미모는 거칠게 뒤틀리고 말았다. 그녀가 온힘을 다해 소리쳤다.

“천제현, 우린 얼마 못 버텨! 빨리 방법 좀 생각해 봐!”

제왕들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

그들의 힘으로도 이 공격을 막아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희망이 자신들보다 약한 천제현이었다. 이 순간에도 그들은 천제현이 묘안을 짜내 다시 한 번 기적의 일으키길 간절히 소망했다.

천제현 자신도 아까의 파동으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수십 명의 제왕들은 하나 둘씩 심연의 대악마와 싸우다 쓰러졌다. 그는 탄식했다.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 차원에서 지금 그가 가진 실력은 너무도 약했다. 차원시대가 수만 년 전인 지금 열리게 되면 그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할 것이다.

이 모두가 천제현이 네간에서 일으켰던 일들로 인해 봉인이 풀리며 일어난 것이다.

천제현 자신도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거대한 촉수가 땅 끝까지 뚫고 들어가자, 산과 땅을 찢어 버릴 듯한 거대한 힘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이 거대한 충격으로 주변의 환경과 지형이 모두 변해 버렸다. 평탄한 평원이 말 그대로 찢어져 버리고 갈라져 협곡이 만들어졌고, 높디높은 산봉우리가 무너져 폐허가 되었다. 마력화산 봉인도 곧 해제될 듯 했다.

“네놈이 뭔지 몰라도 이 차원에 내가 있는 이상은 한 발자국도 더 들어올 수 없어. 네놈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

천제현이 구안마신 정령을 소환했다. 9개 눈동자가 동시에 감겼고, 이 중 시종일관 감겨 있던 눈동자 하나가 떠졌다. 아니, 떠졌다기보다는 억지로 작은 틈을 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천제현의 두 눈동자가 사라졌다.

그의 눈은 투명하고 텅텅 비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을 담고 있었다. 세상의 삼태만상을 담아 만물을 통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촉수가 제왕들을 모두 이겼다고 여기던 그때 갑자기 무언가를 감지하였다. 촉수가 빠르게 뻗어 나왔고, 황급히 방향을 바꾸어 천제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늦었다.

이 힘은 원소, 물질, 정신, 영혼, 시공을 초월하는 힘이었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이 힘은 세상의 만물을 초탈하지만 모든 중생을 주재하고 시간과 만물을 통제하고 지배한다. 모든 것을 초월하는 힘인 것이다.

신처럼 강한 힘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천제현이 공격한 대상은 대악마의 촉수가 아니었다. 그는 이 운명의 힘을 직접 이용하여 심연의 문을 강제로 닫으려고 한 것이다. 촉수 안에서 고통의 비명이 퍼져 나왔고, 공간의 문이 닫히면서 시공에 균열이 생기며 이 소름끼치는 촉수는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반 토막이 나 버렸다.

천제현은 정신을 잃고 허공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살아남은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들은 만신창이가 된 대지를 보며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실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대륙은 최소 100명이 넘는 천역 강자를 잃었고, 열아홉 제왕 모두 중상을 입었다.

“빨리!”

“문을 봉인합시다!”

심연의 문이 다시 열리지 않도록 제왕들이 힘을 합쳐 봉인을 시도했다. 이렇게 갑작스런 전투가 마무리 되었지만 대가는 참혹했다. 수많은 강자가 쓰러졌고 군대 역시 전멸하다시피 했다. 제왕급 인물들은 중상을 입었기에 앞으로 10년간은 원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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