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727화 (727/729)

# 727

제727장 심연의 대악마

네간계는 본래 어두컴컴하고 음습하다. 악마의 문이 폭발한 후 기분 나쁜 마력이 대량으로 모여 들자 훨씬 위협적이고 괴기스러웠다. 지반 전체를 잠식한 땅불에 네간계의 주요 광원을 비추었다. 연기와 함께 솟구치는 마력이 화염에 주입되자 붉게 타오르던 화염이 괴이한 녹색 화염으로 변했다.

악마의 문 유적이 있는 협곡은 높이 부풀어 올라 거대한 마력화산이 되었고, 수많은 암흑 마력이 역으로 흐르는 폭포수처럼 화산 입구에서 분출되고 있었다.

쾅쾅쾅.

날카로운 굉음이 세차게 내달리는 괴수의 울음소리를 연상케 했다.

“이게 마력화산인가?”

랜스로드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에는 그조차도 억누를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마력길래 이렇듯 엄청난 기운을 발산하는 걸까? 마력화산이 내뿜는 마력은 단 1초 만에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강한 마력이 방출되는 것일까? 이것이 방출된다면 대재앙이 닥칠 것이다. 지금 이 모든 마력이 심연의 문을 열기 위해 모여드니, 이것만 보더라도 심연의 위력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깃발을 꽂았습니다!”

랜스로드가 주위를 훑어보았다. 마력화산은 규모가 굉장히 컸고 주변은 농도 짙은 마력으로 뒤덮여 있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위치를 육안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토록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환경에서는 교신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신식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랜스로드는 신식을 통해 천역 6성 이상의 고수 수십 명을 연결했다. 다들 마력화산 주변에 분포해 있었고, 그들 앞에는 거대한 깃발이 꽂혀 있었다. 이 깃발은 신마의 피로 만든 진법 깃발이었다.

마력화산의 본질은 일종의 결계이다. 이 결계를 억제할 수만 있다면, 더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

천제현이 직접 만든 진법 깃발과 최정상급 고수들이 현장에 모여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어쨌든 제법 빨리 발견한데다 기적성의 전송탑과 통신 시스템이 있기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네간계에 들어왔어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눈을 빤히 뜨고 대륙이 재앙에 휩싸이는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모두 침착하시오.”

“다른 세 곳의 봉인지점에서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오. 우리는 그 다음에야 움직일 수 있소.”

“천제현 대통령은 마력화산 4곳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였소. 반드시 동시에 봉인해야 하오. 한 두 곳만 봉인하고 다른 곳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봉인된 화산의 마력이 다른 화산 3곳으로 옮겨 가 분출될 거요. 다른 세 개 화산이 탄력을 받게 되면, 그 대가는 훨씬 더 혹독할 테지.”

랜스로드가 신식을 이용하여 천제현이 당부한 사항을 재차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

이 순간 모두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다. 다들 대륙의 최정상급 강자로 손꼽히는 인물들이지만, 지금은 천제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분명 수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였고, 이번 위기도 그가 미리 발견하여 대비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대략 10분쯤 지났을까.

공화련이 통신을 이용하여 랜스로드와 봉인지점의 세 책임자에게 말했다.

“주목! 다들 준비하세요. 이제 카운트를 시작합니다. 십, 구, 팔, 칠……이, 일! 봉인 시작!”

랜스로드가 맹렬하게 신식을 발동했다.

“대진법 가동!”

진법 깃발을 손에 쥔 고수들 몸에서 마력이 끊임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깃발을 땅에 꽂자 거대한 마력이 자동으로 방출되었고, 거칠고 맹렬한 파동이 깃발에서 굽이쳐 나오기 시작했다. 지면에 거미줄처럼 생긴 크고 빽빽한 주름이 빠르게 퍼져 나갔고, 이 주름들이 서로서로 이어지고 연결되더니 마침내 거대한 원형 모양의 진법을 형성했다. 진법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화산 전체를 덮어 버렸다.

화산에서 용솟음치던 마력 기류가 크게 잠잠해 졌다.

천역 6성 이상, 수십 명의 강자가 뛰어들어 진법 구축을 맡았고, 천역 강자 수백 명은 그 주변에서 쉴 새 없이 마력을 전송, 마력을 보충해 주었다. 이 초대형 봉인 진법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능히 상상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진법 문양과 주문이 끊임없이 화산을 뒤덮었고, 화산 입구에 부유하는 마력진 하나가 나타나 입구를 완전히 막아 버렸다.

성공인가.

천제현과 제왕들은 심연의 문 30~40리 밖에서 이 광경을 예의주시했다.

힘차게 용솟음치던 마력이 빠르게 잠잠해졌다. 앞에 보이는 심연의 문 마력도 신속하게 줄어들었다. 주위를 둘러싼 검은 안개가 걷히자 사람들은 심연의 문 주변에 있는 생명체들을 발견했다.

이 생명체들은 대부분 심연 악마의 형상을 하였고, 이 중 어떤 것은 문어를, 어떤 것은 곤충을 닮았다. 어쨌든 하나같이 기이하고 괴상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과학기술과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지능 높은 생물일 것이다. 순간 그들의 머리꼭대기에 소형 비행선과 유사하게 생긴 물건들이 나타났다.

물론, 이 비행선과 전함은 기적상회가 만든 것과 확연히 달랐다. 전부 구(球) 형태를 띠고 있으며, 부피는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까지 다 제각각이었다. 표면에는 곰팡이 비슷한 부유물이 있었고, 이 부유물은 느릿하게 꿈틀거렸다. 이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닌 자연이 빚어낸 괴물 같았다. 때마침 저들이 수많은 심연생명체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 희한하게 생긴 건 심연전장에서 온 악마인가?

심연악마들은 문제가 생긴 곳을 곧바로 발견하고는 모두 불안하고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그들은 심연의 언어를 사용했다. 털뭉치처럼 생긴 비행선이 동시에 가동되더니 대대적인 공급 채비를 갖추어 나갔다. 저들은 심연의 문 마력이 약해진 것을 깨닫고, 이를 저지할 방도를 찾고 있었다.

천제현이 황급히 말했다.

“큰아가씨, 빨리요. 전송문을 열어주세요!”

“알았어. 공간 좌표는 확인했어. 주변의 마력 기류가 사라지고 있고. 공간에 대한 간섭도 범위 안에 들어왔어.”

공화련의 목소리가 통신기에서 전달되었다.

“이제 공간 전송문을 열게.”

흉악한 심연생명체는 진격 준비를 마치자마자, 갑자기 엄청난 공간 파동이 느껴졌다. 순간 불빛이 번쩍이더니 공간문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악! 악!”

심연생명체들이 이 광경을 보자 더 광폭하게 울부짖더니 밀물처럼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화염, 번개, 암흑구 등 갖가지 화려한 공격이 폭풍우처럼 쉴 새 없이 내리꽂혔다. 저들은 공간 전송문이 형성되기 전에 완전히 궤멸시키려고 한 것이다.

“전송문을 보호하라!”

천제현이 나설 필요 없이 제왕급 인물 10명이 즉시 하늘로 솟아올라 공간문 앞을 막아섰다. 그들이 정령을 잇달아 소환하였고, 힘을 모아 초대형 결계를 떠받쳤다. 이 열 명의 힘만으로 몰아치는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공간 전송문의 형체가 점차 뚜렷해졌다.

이제 곧 있으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심연생명체들의 공격도 갈수록 거세졌다. 솜뭉치처럼 생긴 비행기도 공격에 가세하여 파괴적인 광선을 쏟아대자 이내 방어 결계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번 공격은 제왕급 인물들도 막아내기 힘들어 보였다.

이때 맹렬한 마력을 머금은 비행악마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보아하니 공간문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무너뜨리려는 것 같았다.

“죽어라!”

이때 한 제왕이 땅을 박차고 일어나 정령을 소환했다. 정령은 수천만 개에 달하는 보검으로 변했고,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커다란 검도 100장(丈)이나 길어졌다. 정령의 검 수천만 개가 커다란 검에 달라붙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알록달록한 색으로 변했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천지가 갈라졌고 괴물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나가떨어졌다.

또 다른 제왕급 인물이 심연악마 앞을 막아섰다.

이 금갑전사는 전신이 금광으로 번쩍였고 하늘을 떠받치듯 압도적인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그의 호위병들이 일제히 심연 비행선으로 달려들더니 가공할 힘으로 순식간에 조각내버렸다.

현재 심연의 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태라 그곳에서 나온 생명체들은 그리 강하지 않았고, 심연 비행선의 등급 역시 낮은 편이었다. 물론 이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심연의 수준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이 괴물들 모두 천역 1~2성 수준에 달했다. 이 희한하게 생긴 비행선만 해도 기적상회가 만든 군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마침내 공간문이 완성되었다.

기적성의 공간문 구축이 완료되자마자 기적성 흑뢰전투기 100여 대가 연이어 나왔다. 그 뒤를 군함 2대가 따랐고, 수백, 수천에 달하는 고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각국에서 모집한 고수를 비롯하여 망령, 비룡, 거룡, 타이탄, 베헤모스 등 다수 종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극히 짧은 시간에 모집한 수만 해도 1만에 이르렀다.

심연군단은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아무리 봐도 미개한 동물들인데, 어떻게 이런 과학기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두 세계에서 온 대군이 네간계에서 충돌했다. 심연군대는 대단히 강했지만, 규모가 턱없이 적었고, 전투병 보급 속도도 너무 느렸다. 반면에 기적성은 정상급 군대가 공간문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었으므로, 금세 심연군단을 제압할 수 있었다.

천제현이 신식을 이용하여 다른 제왕과 교신했다.

“시간 없어요! 빨리 심연의 문을 닫아야 합니다!”

“알겠소!”

수십 명의 제왕이 하늘로 솟아올라 심연의 문을 에워쌌다.

사실 심연의 문은 찢어진 차원의 통로였다. 심연의 문을 닫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심연의 문을 지탱하는 마력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성공하면 심연의 문은 균형을 잃고 차원의 법칙은 자동으로 회복될 것이며, 가까스로 지탱한 시공간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다들 함께 심연의 문을 공격하세요!”

19명의 제왕이 동시에 정령을 소환했다.

이는 대륙에서 수만 년만에 처음으로 전개하는 최대 규모의 연합작전이었다. 이 가공할 공격이 심연의 문을 정확히 가격할 수만 있다면, 심연의 문을 교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격이 심연의 문에 닿으려던 찰나, 문 안에서 분노에 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

문어발처럼 생긴 촉수가 시공의 팀에서 세차게 뻗어 나왔다. 촉수의 길이는 족히 200장(丈)은되어 보였고, 굵기는 40~50미터나 되었다. 표면에는 수만 개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는데, 아마도 심연 대악마의 신체 일부분인 것 같았다.

천제현의 낯빛이 크게 변했다.

“큰일 났다! 빨리 피해요!”

거대한 촉수 형태의 물체가 위험한 독사처럼 뻣뻣하게 서더니 그 위에 촘촘하게 박혀 있던 눈동자에서 동시에 불빛이 번쩍였다. 죽음의 광선 수만 개가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이내 네간계 전체를 뒤덮는 죽음의 그물을 짜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진 작은 산봉우리에 광선이 떨어지자, 산꼭대기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광경만 보아도 광선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광선에 닿기라도 하면,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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