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724화 (724/729)

# 724

제724장 천제현 대통령

기적연방 대통령 선거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선거 전용 군함 10척이 선거구 200개를 각각 20개씩 나눠 맡아 한 지역에 하루씩 머물며 표를 거둬들였다. 선거를 마치기까지는 총 20일가량이 걸리는 셈이었다.

중앙으로 전송된 투표 결과는 매체를 타고 전 대륙에 공개됐다. 처음부터 결과가 정해진 선거였음에도 대중의 관심은 시종일관 식을 줄을 몰랐다. 몇몇 나라에서는 득표 순위와 당선자의 득표율을 놓고 도박판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5일 후.

첫 수치 집계에서부터 명확한 추세가 드러났다. 표 70% 이상을 천제현 한 사람이 독식, 공화련은 20%, 다른 후보자들은 나머지 10%를 나눠 갖는 데 그쳤다.

10일 후.

두 번째 수치에서 결과가 거의 확정됐다. 천제현이 여전히 득표율 65%를 지키고 있었고 공화련은 26%를 얻었다. 두 사람의 득표율을 합치면 무려 91%, 나머지 후보들의 표는 모조리 더해 봐야 한 자릿수밖에 안 되니 사실상 희망이 없다고 봐야 했다.

천제현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했으나, 기적성과 기적상회에 대해 점점 깊게 알아가면서 공화련을 다시 본 이들도 많았다. 천제현의 지지자들은 중하위 계층에 몰려 있었다. 기적성과 기적상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특성상 천제현 개인의 성장사와 업적에 더 매료되어 그의 충실한 신봉자가 된 사람들이었다.

공화련의 지지층은 고위급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기적성과 기적상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공화련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과 식견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바로 이런 배경 덕에 공화련도 상당한 지지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공화련이 당선되든 천제현이 당선되든 본질적인 의미는 같았다. 대륙에서의 영향력으로 보나 제왕들의 속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보나 공화련은 천제현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공화련이 제아무리 명석한들 애초에 천제현 옆이 아니었더라면 기껏해야 한 도시 또는 한 나라에서 성공한 인물에 그쳤지 지금처럼 온 세상에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천제현이야말로 조직의 진짜 핵이었다.

그러니 기적연방 초대 대통령 자리는 천제현에게 돌아가는 게 옳았다.

앞으로 천제현이 계속 연임을 하든 아니면 공화련이나 기적상회의 여타 임원, 또는 대건제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 출신이 차기 대통령직을 차지하든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국가의 형식을 빌리기는 했어도 기적연방의 핵심은 여전히 기적상회이기 때문이었다. 천제현 등이 기적상회를 꽉 쥐고 있는 한 연방 대통령이 누가 되든 변하는 건 없었다. 대통령이라고 해봐야 잠시 나라를 관리할 전문 경영인을 하나 불러오는 것일 뿐 기적연방의 명맥은 영원히 기적상회의 손안에 있었다.

더군다나 기적상회 멤버들이 버티고 있는 이상 그 대단한 대건제국의 황제라고 해도 쉽게 대통령직을 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건제국은 기적연방 총인구의 3분의 1을 보유한 나라였지만, 건제의 지지층은 딱 제국 내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데다가 그마저도 요즘은 점점 더 많은 제국민들의 마음이 기적상회 쪽으로 기우는 중이었다.

15일 차 수치가 발표된 후로는 사실상 더 이상의 투표가 무의미해졌다.

유권자 75%가 투표를 마친 가운데 천제현 한 사람의 득표율이 무려 50%대를 달리고 있었다. 나머지 표가 모조리 공화련에게 몰린다고 해도 역전이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기적성은 그 즉시 초대 연방 대통령에는 천제현이, 부통령에는 공화련이 당선되었음을 세상에 알렸다. 처음부터 예견된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적성의 공식 발표는 뜨거운 환호와 흥분을 이끌어냈다.

“이제 대통령 각하시네!”

공서련, 남궁혜, 비비안 등이 우르르 달려 나와 천제현의 당선을 축하했다.

남궁혜는 한술 더 떠 공서련을 끌어안고는 호들갑 떨었다.

“영부인께서 밥 한 끼 쏴야 하는 거 아니야? 큰 건 안 바라고, 기적왕궁 제왕코스 정도?”

공서련도 이제는 자기 위치에 적응이 된 참이라 예전처럼 민망해하지 않았다.

“좋아요, 제왕코스로 할 게 아니라 더 높은 급으로 대통령코스를 만들어야겠어요.”

“와아, 대통령코스?”

비비안이 눈을 반짝였다.

“나도!”

대통령 당선처럼 중요한 일을 어느새 먹을 거에 갖다 붙이다니, 다들 선거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게 분명했다.

공화련이 밖에서 걸어들어오며 말했다.

“선거 결과도 나왔고 대륙 연합의회에 임명 통보도 넣었으니 이제 남은 건 취임연설이에요. 서련아, 너도 영부인으로서 한마디 해야 해. 남궁혜 아가씨와 비비안 공주님도 연방 임원 자격으로 참석해주시고요.”

“뭐가 그리 복잡해?”

“예전처럼 생각하면 곤란해요. 이제 전 대륙이 우릴 지켜보고 있다고요. 갖출 건 갖출 수밖에요.”

공화련이 어쩌겠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리자면 대통령 관저가 얼추 지어졌어요. 오늘부터 사용이 가능해졌는데 궁금하지 않아요?”

“대통령 관저래!”

“굉장해!”

“구경 갈래!”

기적성 집무동은 어디까지나 성주가 쓰는 공간에 불과했다. 이제 기적연방을 만들어 대륙을 제패하기에 이르렀으니 그에 걸맞은 새 사무실이 필요한 게 당연했다.

일행이 줄이어 전송탑으로 모였다. 눈부신 섬광이 번쩍한 뒤, 일행이 도착한 장소는 대통령 관저에 마련된 홀이었다. 홀은 완전히 밀폐된 구조로, 자그마한 광장 정도의 크기였다. 달 수정석을 자재로 쓴 덕에 공간 전체에 고급스러운 기품이 감돌았다.

초대를 받은 각국 제왕들도 속속 도착했다.

풍월여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가 새로 지은 대통령 관저라고? 에계, 내 행궁 정도밖에 안 되잖아.”

다른 제왕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기적상회가 대통령 관저를 얼마나 번쩍번쩍하게 지어놨으려나 기대했건만, 막상 보니 자재만 고급스러운 걸 썼다뿐이지 규모는 기적왕궁만도 못했다.

“너무 성급한 결론인 것 같군요.”

천제현이 손가락을 가볍게 맞부딪쳤다.

“외부 뷰 모드 작동.”

슈퍼 알파브레인이 명령어를 인지한 동시에 사람들의 발밑에 황홀한 빛무리가 번져나가는가 싶더니 바닥이 순식간에 투명하게 변했다. 실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광장 크기의 홀 바닥이 어느새 거대한 지도가 되어 있었다.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사람들은 곧 그게 그림이 아니라 실제 경치임을 깨닫고는 경악했다.

산맥이며 호수, 계곡, 바다, 숲 할 것 없이 대륙 지형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다들 그제야 깨달았다. 기적상회의 대통령 관저는 거대한 규모의 공중요새였던 것이다.

충격에 휩싸인 사람들을 지켜보던 천제현이 빙긋이 웃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곳은 기적성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공중요새입니다. 아직은 10분의 1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태죠. 강력한 무기, 동력,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강풍층 정박은 물론 추진로켓을 이용해 강풍층을 벗어나 우주까지 나갈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전율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요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지?

천제현이 소개를 이어갔다.

“이곳 대통령 관저에는 전송, 무기, 마력, 통신 할 것 없이 현존하는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그 덕에 영원히 창공을 나는 지휘센터가 탄생했죠. 연방 대통령은 여기 가만히 앉아서도 기적연방 전체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놀라울 따름이었다.

연방의 심장을 하늘 한가운데 걸어둘 줄이야.

게다가 강풍층을 마음대로 드나들고 심지어 우주까지 나갈 수 있다니, 제아무리 대륙 최강의 군단이 온다 해도 대통령 관저를 파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강풍층은 거룡조차도 뚫지 못하는 영역이 아니던가. 힘이 있은들 어차피 근처에도 못 올 테니 적의 공격 의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리라.

이때 즈음 각국에서 초청된 귀빈을 비롯해 연맹 내 각 지방의 대통령들도 속속 관저에 도착했다. 그중에는 대건 황제도 끼어 있었다. 대건 황제는 기적연방 대통령 관저를 본 순간 자신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지긴 했어도 전부를 잃지는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기적연방이 막강한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금, 대건 황제는 아직 그리 많지 않은 나이였다. 대건 황제 정도의 마력이면 앞으로 500~600년가량 더 사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500~600년간 대건 지방 대통령 자리를 지킬 자신만큼은 확실히 있었다. 기적연방 성립을 기점으로 직위 세습은 불가능해졌지만, 대건 땅을 다 뒤져도 황실을 따라올 만한 가문은 없었다. 향후 자식 대의 경선에서도 다른 가문에 대통령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은 거의 전무했다.

경쟁 체제는 대건제국 황실이 생명력을 꽃피우는 데 훌륭한 밑거름이 되어주리라.

대건 황제는 불만이나 토로하고 앉아 있는 대신 더 원대한 목표에 집중하기로 했다. 앞으로 수백 년간 좋은 대통령으로서 대건 지역에서 민심을 얻어 언젠가는 이 관저에 도전장을 내겠노라 마음먹은 것이다.

대건 황제는 천제현이 대통령직에 큰 미련이 없음을 간파했다. 10년 20년이야 그런대로 버티겠지만, 평생을 대통령으로 살라고 하면 천제현 성격에 절대 배겨나지 못할 게 뻔했다. 천제현이 물러나고 나면 몇십 년 정도는 공화련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기적상회 임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애초부터 대통령 직위에 뜻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기적상회만 손아귀에 꽉 쥐고 있으면 충분했다.

그 두 명만 출마하지 않는다면.

대건 황제에게도 대륙 지존의 자리에 앉을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한때는 아무런 목표 없이 자만심에만 취해 살았던 그였지만, 한 차원 높은 세상을 마주한 걸 계기로 대건 황제의 가슴속에서는 다시금 야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200~300년 기다리는 것쯤이야.

“생중계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통령 관저의 정경과 천제현 대통령 각하의 연설을 대륙 각지로 송출합니다.”

“지금부터 대통령 취임연설이 있겠습니다!”

대륙 각지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화면 앞으로 모여들었다.

관저 전경이 먼저 화면에 등장했다.

영상은 전투기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기적상회가 지난 몇 달간 공을 들인 대통령 관저는 아직 미완성 상태였다. 많은 구역이 현재까지도 건설 중이었으나 그 웅장한 위용만큼은 화면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낮은 톤의 내레이션이 등장해 소개를 시작했다. 기적연방 대통령 관저는 기적상회의 최첨단 과학기술로 건설된 공중요새로, 초대형 군함 열 척을 합친 규모였다. 순백의 요새 표면은 무척이나 견고한 느낌을 줬다. 중앙 대통령의 상징이 될 이 공중요새는 앞으로 기적성 상공에 머물며 대통령의 지시를 기적연방 전역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이를테면 기적연방의 두뇌를 하늘에 띄워놓은 셈이었다.

천제현과 공화련의 정식 취임식이 거행됐다.

취임연설 뒤에는 기적연방의 현황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기적연방을 이루는 160여 개국의 수천 개에 달하는 도시를 여덟 개 구획으로 나누어 구획당 한 명씩 지방 대통령을 선출했으니, 이 열띤 선거의 출마 자격은 연방에 속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졌다.

투표 결과 혼돈의 숲 지방 대통령으로는 엘프왕 랜스로드가, 대건제국 지방 대통령으로는 대건 황제가 당선됐다. 북방 30개국은 대주국 여왕 심빙우, 남방 30개국은 용의 영주 니드호그, 서방 해양 30개국은 카라가 맡게 됐고 동방 30개국과 지하·우주 등 기타 지방도 썬더와 클로를 포함한 유력인사를 대통령으로 맞이했다.

이러한 지방 대통령들 역시 전원 중앙 관저에 모여 취임사를 발표했다.

그 밖에 공화련은 기적연방의 행정구역 단위 역시 공표했는데, 작은 단위부터 나열하면 성, 주군, 가입국, 연방구, 대연방 순이었다. 상기 행정단위의 책임자는 각각 성주, 군수, 국왕, 지방 대통령, 대통령으로 정했으며 군수급부터는 선거제를 적용해 선발의 공정성을 기했다. 바꿔 말하면 위로는 중앙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소국 주군의 군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도자가 정신투표를 통해 선출된다는 뜻이었다.

대륙에서는 전례가 없던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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