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721화 (721/729)

# 721

제721장 연합의회

참석자들의 태도는 천제현의 예상 범주 안에 있었다. 명왕 등 망령족 대표들의 태도까지도.

천제현이 이렇게 겁 없이 덤빌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기적연방이 한 지역을 호령하고도 남을 만큼의 저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19대 세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하나로 힘을 모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각자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협력이 더욱 어려울 것이다.

십여 개의 제국이 연합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기적성이 손을 쓸 필요도 없다. 그들 내부의 각종 불균형과 첨예한 문제들이 분열을 가져올 테니까. 아니, 만에 하나 어찌어찌 연합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오합지졸에 불과할 테니 향후 몇 년간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를 나누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였다.

“기적연방에 대한 일은 아무래도 제가 말씀 드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공화련은 직설적이고 앞뒤 안 가리는 천제현의 화법을 잘 알고 있었다. 계속 내버려두면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하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선수를 쳐서 그보다 먼저 기적연방 계획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기적연방이 설립되면 여러분은 저희의 본질을 보게 되실 겁니다.”

분천대제가 물었다.

“그대들의 본질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오?”

“저희는 기적성에서 숲의 연맹으로, 다시 기적연방으로 확장하고 변해 왔지만, 저희의 본질이 ‘기적상회’라는 점만은 변한 적이 없습니다.”

공화련이 천천히 말했다.

“저희는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업의 토대 위에 상업 국가로 발전해 왔습니다. 저희의 근원은 여전히 상회라는 얘기입니다. 즉, 저희는 상인이지, 야심가가 아닙니다. 전 대륙을 호령하는 것도 저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죠. 오히려 저희에겐 대륙 점령보다 전 대륙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모든 대륙인에게 기적상회의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것이야말로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고요.”

“무릇 전쟁이란 정치적 힘겨루기나 이익 쟁탈전이 악화된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기적상회는 다른 국가나 세력들과는 다릅니다. 저희의 핵심 이익은 전쟁이 아닌, 평화에 있기 때문이죠. 저희로서는 공연히 전쟁을 벌여 세계를 제패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저희는 지금 가진 기술력을 통해 얼마든지 상업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적성은 본질적으로 침략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천하 각국과 교류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방법일 것입니다.”

참석자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말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말로 설득이 될 사람들도 아니었다.

“기적상회가 대륙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난 몇 년 동안, 저희는 한 마지기의 땅도 점령한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협력과 개방을 주요 목표로 삼아왔고, 기적연방 또한 이런 사상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공화련은 다시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는 새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기적성은 이미 전 대륙으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의 기술력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종합 실력은 대륙 어떤 세력보다도 못할 것입니다. 다행히 대륙의 정세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간신히 지금 위치를 지키고 있을 뿐이지요. 만약 언젠가 대규모의 전란이 일어난다면 기적성은 이익 쟁탈전에 가장 먼저 희생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런 저희가, 현 상황에 만족하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공화련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기적성의 과학기술은 세계 최강이지만, 그 기술을 지킬 만한 힘이 부족합니다. 세 살배기 어린애가 금괴를 쥐고 있는 셈이지요. 건장한 거한들이 그 아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요. 저희가 직면한 잠재적 위험성과 불안감은 어떤 세력보다도 클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로서는 이런 방법을 통해 힘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전 대륙에는 단일화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는 운명 공동체가 되겠죠. 이런 상황에서 전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요?”

기적성의 기술력은 확실히 유혹적이었다.

만약 지금 기적성과 반목한다면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아무도 승자가 되지 못하겠지.

풍월여제가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우리를 초대했다면 해결방법쯤은 생각해 놨을 거 아닙니까?”

풍월여제는 현재 상황이 가장 난감한 제왕 중의 한 명이었다.

이유를 말하자면 좀 우스웠는데, 사실 지금 모인 제왕들은 모두 기적대륙에 푹 빠져 있었다. 그들은 기적성이 발명한 재미있고 신나는 콘텐츠를 비교적 빨리 접한 수혜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콘텐츠들의 영향을 깊이 받은 상황에서 갑자기 기적성과 갈라서자니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었다.

“오늘 회의에서 저희는 주최자일 뿐입니다. 저희는 19개국 연맹이 하루속히 설립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공화련은 담담하게 말했다.

“또한, 19개국의 힘을 모아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고 독재와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연합의회를 설립하기를 원하고요.”

그녀는 다시 덧붙였다.

“기적연방은 영원히 중립을 지킬 것이며, 그 어떤 세력과도 영합하지 않고, 연합의회의 감독을 받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하겠습니다. 대륙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무력수단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느 지역도 침범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저희가 이 맹세를 어긴다면 온 천하의 적이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녀의 공약은 기적연방이 대륙의 그 어떤 세력의 편에도 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만약 기적연방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다면 온 천하가 동시에 공격해도 받아들이겠다는 말 아닌가.

제왕 한 명이 물었다.

“기적연방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소. 미래의 일을 누가 장담한단 말이오? 지금이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지 몰라도 10년, 100년 후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소!”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제가 가져온 또 다른 중요 안건입니다.”

공화련은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기적상회는 오늘부터 모든 제품의 판매를 개방할 것입니다. 또한, 대륙 곳곳에 무료로 전송문을 설치해 연합의회가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군함부터 전투기까지, 기적성의 최첨단 무기 생산량 중 50%를 판매하겠습니다. 기적성의 무기가 전 대륙에 보급되면 대륙 전체의 힘이 강해지겠지요.”

이 정도면 꽤 성의를 보인 거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여기 모인 모두는 기적성과 대건제국의 합병이 패권주의의 사전 포석임을 잘 알고 있었다. 기적성이 지금의 추세대로 발전한다면 대건제국을 합병하지 않고 기적연방만 수립하더라도 8년, 10년 안에 전 대륙을 호령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기적연방이 대세의 흐름을 타기 전에 싹을 잘라 버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게 쉬운 일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기적연방과 대륙 각국의 격차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 드러났다. 기술력과 무기 분야에서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대건제국을 합병하든 하지 않든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적성은 대건제국 합병을 조건으로 최첨단 무기의 절반을 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은 대륙의 다른 국가들도 동일한 무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되면 세력 구도는 새로운 균형 상태에 접어들 수도 있다.

“그 아무리 대단한 무기라도 결국엔 기적성에서 만들어지는 것 아니오.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으란 거요?”

기적연방을 반대하던 제왕 한 명이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그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사실 기적연방의 성립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 하지만 기적성이 일부 핵심기술을 공개해 줬으면 하오.”

“문제없습니다!”

공화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천제현이 먼저 대답했다.

“군수 관련 기술들을 공개하겠습니다! 마력대포나 전투갑옷, 군함 제조법까지 전부 공개하죠!”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력무기들의 제조기술을 공개하겠다고? 극비로 삼아도 모자란 그중요 기술을? 대륙 사람 모두가 마력무기를 제조할 수 있게 된다면 대륙은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지금처럼 기적성을 견제할 필요도 없을 테고.

공화련은 살짝 눈썹을 찌푸렸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공개할 테면 공개하라지. 다른 국가들은 기적성이 4년 동안 축적한 기술을 이해하는 데만 5~8년은 걸릴 것이다. 게다가 현재 기적상회는 대륙의 주요 자원장과 자원 수급 루트를 모두 손에 틀어쥐고 있다. 곧 완벽한 생산라인도 구축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관련 기술을 갖게 된다면 어떠랴.

인재, 자원, 생산라인 모두 기적성이 쥐고 있는 것을. 다른 세력들이 대형 군함을 건조하려면 10년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백 번 양보해 그들이 기적성이 공개한 과학기술을 모두 흡수한다 해도, 그것과 연구 개발은 또 다른 얘기였다. 몇 년을 매진해서 마력대포나 미사일 정도는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첨단 제품들은 꿈도 꾸지 못하리라.

기적성의 고급 무기, 특히 대형 군함이나 전투기 등은 여러 분야가 융합된 복합 기술의 결정체다. 거기에는 마력무기뿐만 아니라 마력, 알파브레인 등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고급 무기는 고사하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마력대포나 미사일만 만들어도 대단한 일일 것이다.

무기 분야에서 기적성의 선점 우위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성은 다른 세력들에게 따라올 가능성을 제공하려 하고 있었다.

천제현이 보충해서 말했다.

“마력무기의 기밀 자료를 공개하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양보하는 만큼 대륙 공약도 수정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적연방이 설립된 후에도 저희는 세력 확장을 꾀하지 않을 것이며, 대륙의 어떤 땅도 먼저 침략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의 조건은 언뜻 듣기에는 앞서 말한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지만, 사실은 숨겨진 꿍꿍이가 있었다.

먼저 침략하지 않겠다는 말은 타국 국토를 합병하지 않겠다는 말과는 다르니까.

다시 말해, 일부 중소 왕국이 먼저 기적연방에 가입하기를 원한다면 대륙 평화 조약을 위배하지 않는 선에서 연방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각 제국의 대표자들은 한동안 의견을 교환했다.

기적성과의 동맹 기간이 가장 긴 풍월여제, 나이트 엘프왕, 명왕, 용의 장로, 분천대제, 광수대제 등 6대 제국의 대표들이 가장 먼저 동의를 표시했다.

기적성과의 동맹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한 수용도도 높은 편이었다. 기적성이 군수 관련 기술을 전부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향후 대륙은 새로운 균형을 이룰 것이 분명했다.

기적연방의 성립은 이미 확실시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억지로 그 일을 방해하느니 순리에 따르는 한편, 가능한 많은 이익을 얻어내는 게 낫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대표들이 반대를 할 수 있겠는가?

다른 참석자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 누구도 모든 제국의 위에 설 만한 세력이 탄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연방이 6대 제국의 지지를 받고 다른 세력까지 끌어들이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맞설 수 있겠는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대표들은 며칠 동안 세부 사항을 논의했고, 마침내 대륙 조약과 연합의회가 탄생했다.

대륙 조약은 대륙 최초로 모든 제왕들이 서명한 계약으로, 총 천여 개의 구속력 있는 세칙들을 갖추고 있었다. 이 조약은 대륙의 발전을 위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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