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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16화 (716/729)

# 716

제716장 영주

나서스 두령의 칼이 남궁혜의 낭아방을 찍어 내렸다.

다른 쪽 칼이 날아들자 남궁혜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남궁혜!”

지금 꽃엘프 종족인 비비안은 날쌘 작은 몸으로 나서스 주변을 돌며 그를 견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서스의 큰 고함 소리에 비비안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마치 정신 공격을 받은 것처럼 어지러워져 그 자리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쉭.

공격이 이어졌다.

비비안마저 번쩍이며 사라졌다.

공서련은 비비안마저 공격당해 사라지자 너무 놀랐다.

“가라! 모두 함께 공격하자!”

현실세계라면 천지를 뒤흔들 대단한 거물들이 모두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나서스 우두머리는 몸에 수십 개의 화살이 꽂혀도 끄떡없었다. 오히려 거대한 두 낫을 들고 미친 듯이 달려들어 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풍월여제도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월나스, 랜스로드 같은 현실세계 강자들도 나서스 두령 앞에서 힘도 쓰지 못한 채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퇴각하지 마라, 진짜 죽는 것도 아니다, 저놈의 기운을 다 빠지게 해서라도 죽이자!”

“이 산채는 나서스 두령을 죽이는 자의 것이다!”

나서스 두령은 생명력이 매우 강했다. 아무리 많은 이들이 그를 둘러싸고 공격을 퍼부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거대한 낫을 이리저리 휘두르니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맹렬한 칼바람이 일었다.

“젠장!”

천제현, 공서련 자매, 운소와 운요, 풍채향 등은 모두 거대한 낫의 기운 속에 덮였다. 하얀 낫의 기운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통에 이들은 피할 기회도 없었다. 모두 그 속에 덮인 채 그 자리에서 하얀 빛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말도 안 돼.

기적상회가 모조리 당하다니.

산채는 절대 그들의 것이 될 수 없게 됐다.

기적상회 사람들마저 처참하게 당한 것을 보니 과연 이 현상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 게 분명했다.

나서스 두령의 마력은 끝이 없었다. 부상이 심각해질수록 공격은 더욱 맹렬해졌다. 칼날 한 번에 사람들이 무수히 사라져갔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끊임없이 다가오는 포위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외마디 비명을 남긴 채 석궁 공격을 받은 나서스 두령이 쓰러졌다. 그 시체에서 수많은 전리품이 나왔는데, 거기에는 그가 쓰던 두 낫은 물론 단약과 재료가 한 무더기 나왔다. 금빛이 반짝이는 영패도 있었다. 나서스 산채의 영주가 차지할 영패임이 자명했다.

“뺏어라!”

상황을 파악한 광수대제가 황급히 외쳤다.

모두가 힘들여 나서스 산채를 차지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바로 기회를 선점하고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지금 영주 영패가 눈앞에 있다. 함께 전투를 치렀던 자들이 순식간에 서로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영패를 차지하려고 이리저리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광수대제는 무시무시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감히 내게서 빼앗는 자는! 그 나라를 멸해 버리고 말 것이다!”

영패 하나를 위해 나라를 멸하겠다는 위협까지 하다니.

정말 못난 놈이다.

하지만 다들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곳은 기적대륙이 아닌가. 실제 모습도 아니고 다른 종족의 탈을 썼다. 광수대제가 실제 종족과 나라를 어떻게 알아낸단 말인가? 이 넓은 대륙, 각지에서 몰려온 자들인데, 아무리 제국이라 한들 나라 하나를 없애는 게 어디 그리 쉬울라고.

사람들이 영패를 위해 싸우는 이때.

그 틈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새끼 여우에게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는 곧 영패 앞으로 뛰어들어 입에 물어 들고는 바로 그 속을 빠져 나왔다.

영주령은 아무에게도 뺏기지 않은 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

영주령을 가져간 자는 공공의 적이 된다.

새끼 여우는 영주령을 낚아챈 후 종적을 감췄다. 요괴족인 새끼 여우의 재능은 기적대륙에서도 유효했다. 새끼 여우는 순간이동 능력을 발휘해 모든 이들을 제쳐 버렸다. 대략 일각 정도 지났을까. 하늘로부터 황금빛이 새끼 여우를 비추었다.

나서스 산채의 1대 영주가 탄생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분통이 터졌다.

그 많은 힘과 시간을 들였건만 결국 어디서 온지도 모를 새끼 여우가 덥석 채갔다.

새끼 여우는 순간 반짝이는 빛과 함께하얗고 고운 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반달모양의 눈웃음을 지으면서 작고 보드라운 두 손에 커다란 영패를 들고는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살 사람?”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광수대제는 주변을 훑어봤다. 그와 비슷한 수준의 인물들은 이미 전투 중에 사라졌다. 그는 바로 화색을 띄며 사람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원하는 가격은?”

두 사람 사이에 한차례 가격 흥정이 오고 갔다.

광수대제는 은행금고를 열어 새끼 여우 개인 계좌에 1억 마석을 송금했다.

새끼 여우는 흔쾌히 영주의 자리를 광수대제에게 넘겼다. 모두가 만족한 결과였다. 광수제국에게 있어 1억 마석은 결코 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손해는 아니었다. 광수대제의 손 안에 있는 이 나서스 산채는 1억 마석의 가치, 그 이상이었다.

새끼 여우는 자신에게 아무 쓸모없는 이 산채로 큰돈을 벌었다. 자신의 정신계좌에 1억 마석 현금이 들어오자 새끼 여우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주인은 돈이 많지만, 아주 인색한 녀석이라, 아무래도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다. 이 정도 착수금이 생겼으니 이제 또 혼자 뭘 꾸밀 수 있게 됐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에서 큰돈을 벌 준비가 됐다.

“하하하!”

광수대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게 다 나서스 두령이 다른 경쟁 상대들을 해치운 덕분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1억 마석으로 영주 자리를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웠을라고? 기적대륙 최초의 개인 영주가 아닌가. 체면만 따져 봐도 1억 마석 이상의 가치다.

광수대제는 수하들을 시켜 산채를 수색하게 했다.

“폐하, 창고 안에 보물 상자가 많은데 모두 전리품입니다!”

“폐하, 산채 중앙에서 전송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세인트캐슬과의 전송을 활성화시켰습니다!”

“폐하, 산채 훈련소에서 모병장을 발견했습니다. 마석으로 나서스를 구매해서 산채를 지키게 할 수 있습니다!”

“폐하, 나서스 산채 전용 시련탑을 발견했습니다. 산채 전용 시련공간을 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각종 수확과 기쁜 소식들이 끊임없이 보고되자 광수대제는 너무 흡족하여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공간창고, 전리품, 전송탑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나서스 훈련소 역시 아주 중요한 곳이다. 나서스 산채는 공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서스를 많이 사놔야 하고, 그러려면 마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정도 소비가 제왕에게 뭐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나서스 시련장은 의외의 수확이다.

광수대제가 마수령족 출신이기는 하나, 제왕의 자리에 오른 이상 그렇게 멍청한 수준은 아니다. 그 역시 거점의 가치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 잘 알고 있다.

우선은 지리적 위치다.

예를 들어 마을의 지리적 위치가 좋으려면 주변이 아주 진귀한 수렵장소거나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아니면 현재 탐색하는 지역의 가장 경계선에 위치해서, 더 멀리 가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 마을은 아주 높은 가치를 가진다.

나서스 산채에서 세인트캐슬까지는 반나절 정도 걸린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멀리 떨어진 곳임은 물론, 주변에 실력을 빨리 향상시킬 수 있는 사냥감과 자원들을 차지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최소한 초반에는 아주 높은 가치를 가진다.

지리적 위치와 주변 자원이 외부적인 요소라면, 도시의 내부적인 요소는 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 도시 안에 공간창고, 경기장, 시련장, 상가, 술집, 영화관, 극장, 부동산 등 완벽한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이 도시는 많은 이들이 살고 싶은 곳이 되고, 그럼 자연스레 그 가치는 올라간다.

나서스 산채는 그저 말 그대로 산채에 불과하기에 그렇게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전용 시련장이 있었던 것이다. 이 전용 시련장의 이름은 ‘나서스의 약초밭’이다. 그 속에서 저급 정원초와 저급 생명초가 나온다. 정원초는 현실세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마력을 회복시키는 약초이고, 생명초는 상처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기적대륙은 이제 막 문을 열었기 때문에 이런 자원 공급이 부족하다.

많은 이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나서스 산채로 전송해 와서는 도전과 시련을 통해 많은 약초를 얻어가려고 할 것이다. 내부용이나 외부 판매용이나 모두 큰 가치가 있다. 나서스 산채를 거치든 나서스 산채의 시련장에 도전을 하든 모두 그 값을 톡톡히 한다.

광수대제는 이번에 제대로 한몫 챙겼다.

이 소식을 들은 풍월대제, 분천대제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무식한 놈에게 좋은 일을 시킬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풀이 죽어 있을 그들이 아니다. 고작 낡아빠진 산채 아닌가. 세인트캐슬 근처에는 분명 이런 곳이 더 많을 것이다. 반드시 찾아내서 차지하고 말리라.

이건 이익 경쟁만이 아니다.

제왕급 인물들 사이에서는 위신의 문제였다.

풍월대제는 자국의 투구생산 부서에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투구가 생산되면 20%는 내부에서 구매하라는 명령이었다. 이제야 전에 생산한 투구를 모두 판매한 것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가상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군대를 마련했어야 했다. 처음부터 그랬다면 지금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대제들도 연이어 그를 따라했다.

기적대륙이 문을 연 지 며칠 만에, 이들은 아주 열정적으로 이곳을 즐겼다.

영토 쟁탈전의 열기가 하늘을 찌르고 자원수집 경쟁에 다들 열을 올리는 가운데 기적대륙의 학원도 개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정신도서관, 정신연구소, 경기장 등도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기적대륙의 매력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곧 대건제국에 도착해.”

공화련이 현실 세계의 알림을 받고 말했다.

“이제 우리 사절단이 대건제국에서 일을 시작할 거야. 네 쪽 일은 어떻게 되고 있니.”

천제현이 웃으며 답했다.

“절반은 해결했죠. 제 쪽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좋아, 그럼 안심하고 있을게.”

공화련은 말을 마치고 모두에게 인사를 한 후, 투구를 벗고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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