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3
제713장 야심
천제현은 공화련에게 다가가 앉았다.
“이번 수확은 어떤가요?”
“대성공이야!”
공화련은 간단히 평가했다.
“직접적인 수익이 수십억 마석이야. 대건제국을 공격해서 대건 황제도 생포했고 말이야. 기적대륙이 순조롭게 문을 열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이번 일이 끝나면 대륙에서의 기적상회 지위가 아주 공고해질 거야.”
천제현은 이번 혼례로 상회에 적잖은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직접적인 영향력과 이익 외에도, 혼례 덕분에 대륙 전체에서 기적상회의 전략적 초석을 더욱 다지게 되었다.
과거 기적상회와 어떤 교류도 없던 수백 개의 세력들이 이번 혼례에 참여하면서 기적상회와 직접적인 교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중 대부분은 이미 기적상회 쪽과 일차적인 협력방안을 결정하기도 했다.
기적성의 전송탑, 쇼핑몰, 통신은 얼마 후 대륙 각 지역과 나라에 세워질 것이다. 결혼식 이후 기적상회는 서쪽 대륙의 경계를 넘어서, 처음으로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떨치고 제품을 진출하게 되었다.
비록 기적상회의 실력이나 군대 역량은 여러 제국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기적상회는 사상 최초로 온 대륙을 휩쓰는 최고급 상업제국을 만들어냈다. 지금 대륙의 어떤 나라나 세력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성과다.
천제현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제 또 뭘 준비해야 하죠?”
“기적상회는 상업적으로는 이미 대륙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 됐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상회는 찾기 어려워. 물이 들어온 지금이 노를 저어야 할 때야.”
공화련은 지금 얻은 큰 수확에 만족하지 않았다.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모색하는 것이 그녀의 직책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대륙의 여러 제국 세력들과 관계가 아주 좋아. 기적대륙까지 더해지면서 한동안 꽤 오래 모두의 주의를 끌 수 있을 거야. 이 기회에 정식으로 연방을 세워야겠어!”
공화련은 오랫동안 연방계획을 준비해왔다.
기적성은 지금 대륙 어느 세력에도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심지어 제국 세력들보다 더 뛰어나기까지 하다. 명성만큼은 최고인 기적성이지만 그 실력은 부족하다. 기적성은 고작 도시 하나에 불과하니 말이다. 강자만이 인정받는 세상에서 충분한 실력 없이 단순히 합종연횡에만 의지해서는 장기적인 안정을 이룰 수 없다.
기적성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면, 진짜 제국 수준의 실력, 최상급 세력이 되어야 한다.
천제현은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서해성의 결혼식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제 공화련이 엘프왕과 용의 영주에게 이 같은 요청을 한다면, 그들은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적상회의 원대한 계획은 이제 시작이다. 기적성과 더 깊고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면, 그들도 더 많은 자원과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자는 없다. 그것은 엘프족도 마찬가지다.
현재 기적성의 주도하에 숲의 연맹, 왕국 연맹 뿐 아니라 해양종족 연맹, 지하 연맹도 형성됐다. 개별적으로 나서면 대륙에서 그리 강하지 못한 세력들인데다가 지금은 흐트러진 상태다. 이들 모두를 하나로 묶어 최고 지도자 아래 둔다면, 새로운 제국 세력이 탄생하는 것이다.
공화련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천제현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큰아가씨는 더 많은 것을 원하시나요?”
“최고 사령부인 혼돈의 숲과 북방에 있는 십여 개의 왕국, 서해와 네간 가쿠 외에도, 난 지금 더 중요한 지역에 관심이 있어.”
공화련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대륙 지도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대륙 지도에서 현재 기적성 세력은 그저 서쪽 조그만 지역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공화련은 그중 한 지역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건을 우리 쪽에 넣고 싶어!”
그 말에 천제현은 숨을 크게 들이셨다.
공화련은 항상 큰 야망을 품고 있던 지도자였다. 다만 천제현이 그녀의 야망을 과소평가했을 뿐이다. 대건제국은 만 년에 달하는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의 세력이다. 비록 최근에 여러 번 기적성에게 참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저력은 여전하다. 작정하고 기적성과 죽기 살기로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대건제국의 수십만 장수들이 기적성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다.
피로 물든 원한은 쉽게 풀 수 없다.
기적성이 어찌 심각한 원수관계를 순식간에 동맹으로 바꾸겠는가. 그것도 수하로 말이다. 대륙에서 제국 세력이 다른 세력 아래로 접고 들어가는 선례는 없었다. 공화련은 정말 못하는 말이 없다.
하지만 대건제국이 정말 기적성에게 굴복한다면,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기적성은 이미 제국 세력이 될 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대건제국은 기적성과 갈등이 있기 전에는 서쪽 대륙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세력이었다.
서쪽 대륙에 수십 개의 속국을 두고 있는 대건제국은 일치감치 서해 쪽으로 손을 뻗친 바 있다. 당시 강성했던 해양종족 제국인 푸른제국의 멸망도 대건제국이 암암리에 손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서해지역의 사분의 일도 대건제국 아래에 있다. 거기서 오는 이익은 엄청났다.
만약 공화련의 바람대로 대건제국이 정말 기적성 밑으로 들어온다면, 그 결과는 단순히 두 제국 세력이 손잡는 정도가 아니다.
혼돈의 숲과 대건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그 둘 사이와 주변에는 작은 세력들이 무수히 끼여 있다. 그중에는 이리저리 붙는 기회주의자도 있고, 중립 세력도 있다. 이제 거대한 두 세력이 하나가 되면 지역적으로도 융합이 되기 때문에 기회주의자나 중립 세력 모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제왕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온 서해 지역이 새로운 세력과 하나가 된다.
대건제국, 혼돈의 숲, 서해, 이 세 곳은 모두 제국이거나 제국이 될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 허나 대륙에서 손꼽히는 제왕 세력이 서쪽 지역에서 탄생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 서쪽 대륙에 영향을 미침은 물론 아예 이 지역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껏 이렇게 한쪽을 눌러 버린 세력은 없었다.
기적성은 이제 대륙에서 그야말로 제왕이 되는 것이다.
이런 장점들이야 천제현도 당연히 알고 있었으나, 여전히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공화련이 도리어 반문했다.
“강경책이든 온건책이든, 네가 대건 황제를 처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니?”
천제현은 잠시 생각 후 대답했다.
“대건 황제가 뼈에 사무치게 날 미워하긴 하지만, 그래봤자 혼자인걸요. 수단과 방법을 가라지 않는다면, 나에 대한 불만과 집착을 바꾸는 건 어렵지 않아요. 지금 중요한 문제는 대건 황제가 아니라 대건제국 전체라고요.”
천제현의 방법은 개인에게만 쓸 수 있다. 대건 황제는 쉽지 않은 상대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금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대건 황제는 대건제국의 제왕이 맞지만, 십억 명에 달하는 대건제국 국민은 어떻게 하나. 대대로 대건제국에서 살면서 제국 백성이라는 자부심과 존엄으로 가득한 이들이 어디 쉽게 기적성에 굴복하겠는가?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귀족들이다. 커다란 변화나 변혁은 아무리 주도면밀하게 진행해도 높은 벼슬을 가진 귀족들의 이익을 얼마간은 해치게 마련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저항은 감당해야 한다. 역사가 깊은 대건제국의 귀족 관계는 더욱 복잡할 터, 어찌 쉽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공화련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역할을 나누자. 너는 대건 황제를 맡아. 난 대건제국을 맡을게. 두 달이라는 기한 동안 가능성을 살펴보자.”
기적상회의 일처리는 항상 빨랐다. 그렇지 않았다면 4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지금 규모까지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공화련은 고작 두 달 만에 만 년 역사를 가진 제국을 흔들려고 한다. 보통 막중한 임무가 아니다. 오히려 대건 황제 한 사람을 상대하는 천제현의 임무가 더 가벼워 보인다.
“큰아가씨가 확신하시니 제가 어찌 따르지 않겠어요?”
천제현과 공서련의 결혼식이 온 천하에 다 알려지면서 기적대륙에 대한 이야기도 대륙 곳곳에 퍼져 나갔다. 기적투구 수량도 한계가 있어 지금 기적대륙에 들어갈 수 있는 자가 많지 않다. 투구를 더 많이 생산하는 게 급선무다.
투구생산 권한을 위임받은 6대 세력은 이미 투구 생산을 자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로 삼았고, 계속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투구 생산라인을 10배 증가시켰다.
각 국 귀족들에는 제왕들도 포함된다.
이들은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기적대륙에서 보내고 있다. 그 안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시련공략을 모색하느라 바빠서 대륙 상황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특히 공화련이 무리를 끌고 대건제국을 향하는 이런 중요한 소식에 대해서는 신경도 못쓰고 있었다.
이 역시 어쩔 도리가 없다.
이게 다 기적대륙이 매력이 넘치고, 도전할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한번 경험한 사람은 멈출 수가 없다.
기적대륙은 제왕과 귀족들만이 아니라 하층민이나 일반 계층에게도 아주 매력적이었다. 누구에게나 출발선이 공평했기 때문이다. 기적대륙에서는 평범한 사람도 모험, 기회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높은 명성을 가진 국왕도 제칠 수 있다. 짜릿한 성취감은 물론이고 많은 이득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