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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12화 (712/729)

# 712

제712장 성주 부인

천제현은 공서련과 함께 세인트캐슬을 돌아보며 세인트캐슬의 풍경과 매력을 마음껏 느꼈다. 지역마다 대형 상가가 몇 개씩 들어섰고, 본성에는 초대형 쇼핑몰도 생겼다. 현실 세계에서 일반 도시 급에 해당하는 거대한 쇼핑몰이다.

이곳은 어떤 곳인가?

상점으로 가득 찬 도시다. 주택도, 음식점도, 그 어떤 다른 시설도 없다. 상점만 수만 개다.

가게를 다 돌아보고 싶다면 한 가게 당 한 시간씩, 24시간 쉬지 않고 구경해도 전체를 도는 데만 몇 년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세인트캐슬의 초대형 상업구역에는 무료 전송지점이 가득 있어 아주 편리하다. 상점 안내책자만 있으면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상점에 가서 쇼핑을 할 수 있다.

세인트캐슬에 있는 상가들은 모두 현실세계의 상품을 판매한다.

그래서 모두의 구매욕을 만족시킬 수 있다.

이미 기적쇼핑몰 같은 초대형 플랫폼을 보유한 기적상회가 왜 이런 초대형 가상 쇼핑몰을 만들었을까? 사실 두 쇼핑몰은 전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기적쇼핑몰은 가상 플랫폼일 뿐이다. 수천만 개의 상품이 연결되면 가히 상품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진귀한 물건을 찾기란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원하는 물건을 직접 검색하거나 한정알림을 통해서 얻는다.

세인트캐슬 상업구역의 가치는 엄청나다.

먼저 세인트캐슬은 기적대륙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다. 기적투구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유일한 공식 본성인 세인트캐슬은 영원히 공격 받을 일 없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은 언제나 이곳을 통해 기적대륙으로 들어온다. 전송 사용도 아주 편리해서 앞으로 일일 유동인구가 수십억이 돼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

대규모 유동량 덕분에 상업구역과 상가는 쇼핑의 천국이 된다. 세인트캐슬은 엘프구, 거인구, 드워프구, 망령구 등으로 나뉘는데, 구역마다 관련 종족들의 특색과 특산물로 상가가 꾸며진다. 세인트캐슬 중앙에 위치한 상가는 가상세계에서 가장 종합적인 쇼핑 장소가 될 것이다.

세인트캐슬에는 많은 먹을거리와 오락, 모험 서비스까지 마련되어 있다. 부가 서비스나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모두 마석을 써야 누릴 수 있다.

그 외에 세인트캐슬에는 가상의 건물들이 매우 많다. 수만 명은 수용할 수 있을 크고 호화로운 성, 궁전부터 정교하고 아름다운 나무집, 지하주택까지 지어져 있어 귀족부터 하층민까지 모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기적대륙 인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마석 걱정은 할 필요 없는 것 아니겠나?

기적대륙의 야망은 아주 자유롭고 평등한,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런 제품들을 사용해서 현실세계의 모든 산업을 뒤집으려는 계획이다. 그래서 상업, 생활, 과학연구, 심지어 정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 정신세계 안에 옮겨놓은 것이다.

기적대륙의 시간은 현실세계보다 4~5배는 느리게 흐른다. 일부 특수 시련탑과 특수 구역에서는 10배에서 수십 배 느리다. 즉 사람들의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죽지도,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다. 현실세계에서 이루기 힘든, 어쩌면 불가능한 현실을 실현시켜 준다.

기적대륙에는 공간, 성지(城池), 토지가 충분하다.

인기만 있으면 이익이 생기고, 이익이 생기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남아도는 갈등, 정력, 부를 모두 기적대륙에 투입해 소화하는 것이다.

세인트캐슬 안에는 현실세계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실험실도 만들어졌다. 학자들은 정신세계에서 각종 모의실험과 테스트를 할 수 있다. 마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고, 안전도 확보되며 효율은 높아진다. 세인트캐슬에서 정신도서관이나 기적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세계 각 지역에 보관된 비급들을 손쉽게 읽을 수 있고, 뛰어난 학자들의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대륙에서 아무리 가난하고 낙후된 곳에 있는 자라도 최고의 교육 자원을 누릴 수 있다.

그 안에 너무 많은 것이 존재해서 다 언급하기도 힘들다.

이것이 바로 기적대륙의 매력.

기적대륙의 무한한 가능성은 결국 무한한 영향력을 낳는다. 다만 지금은 아직 그 결과를 완벽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기적대륙 자체도 멈추지 않고 변한다. 기적상회가 유입한 수많은 인재 중에는 대륙 각지의 현자들도 적지 않다. 더 많은 인재들이 모여 밤낮으로 고생하며 연구를 거듭한다면 기적대륙은 더욱더 완벽하게 변할 것이다.

공서련 같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세인트캐슬은 마치 초대형 놀이공원 같았다.

먹을 것, 마실 것, 놀 것 뿐 아니라 쇼핑, 무예시합, 시련까지 각종 신기한 놀이거리들이 가득해 아주 만족스러웠다.

두 사람은 세인트캐슬에서 한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그 안에서 어느 새 반나절이 흘렀다.

본성 구역에 나타나는 사람 수가 점점 늘어났다. 이제 충분히 놀았다 싶어 두 사람은 투구를 벗고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투구를 벗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아직 실내에서 투구를 쓴 채로 있었다. 아마도 시련탑에서 도전에 맞서 싸우고 있을 터였다.

천제현은 공서련을 데리고 기적성으로 돌아갔다.

기적성은 서해성처럼 소란스럽거나 기적왕궁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았지만, 경사스러운 기운이 성 안에 가득했다. 엘프들은 성주의 결혼 축하선물로 예술품들을 계속 가져왔고, 드워프들은 성주 부인을 위해 조각상을 만들었다. 식인마 종족마저 이 날을 식인마의 기념일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적성은 이미 혼돈의 숲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 되었다.

대륙의 구도를 좌우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기적성 백성들의 자신감과 긍지는 자연스레 더욱 강해졌다. 서해성에서 이루어진 성주의 혼례는 그 위풍당당한 기세를 온 천하에 드러냈다. 그렇기에 이 날은 기적성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된 것이다.

“성주님을 뵙습니다!”

“마님을 뵙습니다!”

천제현이 공서련을 데리고 돌아왔을 때, 호위병과 다른 성 사람들 모두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예를 취하며 인사했다.

공서련은 마님이라는 칭호가 왠지 민망했다. 처음이라 좀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방에 돌아온 공서련은 입고 있던 귀하고 화려한 옷을 천천히 벗어놓았다. 아름다운 두 뺨은 발갛게 물들었고, 가늘고 길게 쭉 뻗은 두 다리는 완벽한 자태를 뽐냈다. 온몸이 보석처럼 반짝반짝해 흠 잡을 데가 전혀 없었다.

천제현은 수줍어하는 공서련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정말 예쁘네.”

“그게 무슨 말이야!”

공서련이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토라진 척 긴장한 속마음을 숨긴 것이다.

“어제는 안 예쁘고, 내일도 안 예쁘고, 오늘만 예쁘다는 거야!”

천제현이 웃으며 답했다.

“다 예뻐, 언제나 예뻐.”

공서련은 삐죽거리며 뜻밖의 말을 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야 날 아내로 맞은 거야!”

천제현이 공서련의 생각을 모를 리 있겠는가. 그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가볍게 품에 안고는 따뜻하게 말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이지. 이제 앞으로 우리는 쭉 함께 있고,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야. 오늘부터, 오늘 밤부터 말이지. 그럼 만족하겠어, 부인?”

공서련은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한 번은 믿어주지!”

말을 마친 그녀는 갑자기 까치발을 하고 천제현의 뺨에 입을 맞췄다.

천제현은 그런 공서련의 몸을 끌어당겨 품에 안고 키스를 했다. 촛불 빛을 받은 두 사람의 모습이 침대 위에 뒤엉켰다.

이 순간부터.

몸이든 영혼이든.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이 순간부터, 공서련은 정식으로 천제현의 여인이자, 명실상부 성주 부인이 되었다. 천제현이든 공서련이든 누구에게도 갑작스럽지 않게, 모든 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공서련의 아름다운 뺨 위로 홍조가 물들어 풋풋하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을 주었다. 어젯밤, 그녀는 소녀에서 여인이 되었다. 공서련은 지금 얇은 담요 하나만 걸치고 있다. 담요 사이로 그녀의 쭉 뻗은 다리와 풍만한 가슴이 살포시 드러났다.

공서련은 아주 따스한 품에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몸을 돌려 누우니 천제현의 수려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천제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정말 자고 있는 것인지 자는 척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뺨을 바라보다가 공서련은 기쁘고도 달콤한 느낌을 참지 못해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댔다.

이때, 주변에서 뭔가 움직임이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의 표정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눈처럼 하얀 새끼 여우가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두리번거리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인의 품에 있는 여인을 훑고 있었던 것이다.

“앗! 이 여우, 언제 들어온 거야!”

공서련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몸을 감싸던 담요가 흘러내려 그림처럼 아름다운 몸이 드러났다.

공서련은 황급히 담요를 잡고 몸을 감싸는 한편, 다른 손으로 천제현을 마구 흔들었다.

“어서 일어나 봐!”

천제현은 눈을 떠서 잠깐 그녀를 바라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뭘 무서워하는 거야. 여우잖아.”

공서련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아니라, 늦었어.”

“뭐 어때? 내일 아침까지 잔다고 해도 상관할 사람이 없을 걸. 내가 바로 대장이잖아.”

공서련은 다급한 표정으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언니, 남궁 언니, 비비안, 모두 날 보고 웃을 거라고,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야! 일어나, 어서 일어나라고!”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아서야. 부부가 되었는데도 다른 사람들을 아직도 신경 쓰다니? 하지만 확실히 지금 당장 천제현이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긴 하다. 천제현은 공서련과 함께 옷을 갈아입고 성주집무실로 들어갔다.

천제현은 멍하니 텅 빈 회의실을 바라봤다. 회의실에는 성숙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한 흰 옷 입은 여인 한 명만 앉아 있을 뿐, 다른 자리는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천제현이 질문했다.

“큰아가씨, 다른 사람들은요?”

공화련은 평소와 전혀 다름없이 알파브레인이 보내온 각종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피곤한 모습으로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모두 아직 기적대륙에서 노는 중이야. 지금 몇몇 대제부터 용장로와 명왕까지 다들 기적대륙을 좋아하고 있어. 그 안에 푹 빠져서 나오질 않네. 팀을 짜서 시련탑에 도전도 하고 말이야. 한동안 출근하러 올 생각이 없을 거야.”

“그래요?”

그 말을 들은 공서련의 마음이 근질근질해졌다.

“어쩜 그렇게 막무가내로 무단결근을 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찾으러 가서 제대로 야단을 쳐야겠어요.”

“어머, 공서련이가 하룻밤 사이에 성주 부인다운 모습이 되었구나.”

공화련은 웃을 듯 말 듯한 모습으로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어젯밤은 잘 보냈니?”

“언니, 놀리지 마!”

순간 공서련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남궁 언니와 다른 사람들을 찾으러 갈게.”

“너무 오래 있지는 마!”

현실세계의 하루는 기적대륙의 4~5일 정도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 속에서 나오지 않다니, 아무래도 기적대륙에 푹 빠져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번 기적상회의 제품은 또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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