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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11화 (711/729)

# 711

제711장 가상세계

남궁혜의 취향은 언제나 남달라서 이런 독특한 선택은 별로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게 바로 기적대륙의 매력이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새롭게 시작한다. 모두 동일한 출발선에서 예전에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생활을 체험할 기회를 갖게 된다.

오크든 용족의 망령이든 뭐든지 될 수 있다.

현실 세계의 마석이 있다면 기적대륙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마석은 주로 캐릭터 창조나 부활, 기타 부가 서비스에 사용된다. 아무리 부유해도 이곳에서는 돈만 가지고 패권을 쥘 수 없다. 이건 평범한 사람에게 절호의 기회이다.

일행이 얼추 다 모였다.

다같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려고 하는데 등 뒤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제현 성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요. 기적대륙은 완전히 새로운 진짜 세상 같아요. 이거 정말 걸작이군요.”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그야 두말하면 입 아프지.

천제현이 고개를 돌려 보니 늘씬한 절세미녀가 서 있었다. 외모를 좀 손보긴 했지만 천제현은 한눈에 알아봤다.

“풍월여제 아니십니까!”

풍월여제는 소박한 엘프족 차림으로 공서련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이 경국지색의 여황제는 매우 평범하고 소박한 여인으로 변하여 위압적인 기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풍월여제가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엘프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천제현이 웃으며 물었다.

“다른 폐하들은요?”

“말도 마요. 다들 다른 종족의 캐릭터를 만들어 체험하는데 넋이 나갔어요. 분천제국 놈은 단숨에 30여 종족의 캐릭터를 만들어 다 체험해 보겠다고 하네요. 명해의 늙은이는 망령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돌아와서 그동안 못 즐겼던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잖아요. 수하들을 데리고 어디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거예요.”

모두 서로를 쳐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 거물들은 막강한 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큰손들이 있으니 기적대륙의 수입은 걱정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대단군요.”

풍월여제가 천제현의 실력에 찬사를 보냈다.

“천제현 성주는 역시 세기의 거장이군요. 이 대륙은 완벽한 데다 신기한 것들로 가득하네요. 다만 마력이 다 사라져 적응이 안 되는군요. 제대로 솜씨 좀 발휘하게 공력을 좀 늘려줄 수 없나요?”

“그건 좀 곤란합니다.”

“이러긴가요? 이 정도 부탁도 못 들어줘요? 마석을 내면 되잖아요. 얼마면 되죠?”

천제현이 정색하고 대답했다.

“이건 비용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기적대륙의 가장 큰 매력과 특징은 바로 모든 사람이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제가 폐하 때문에 이 원칙을 깬다면 다른 폐하들도 똑같은 부탁을 하실 겁니다. 그럼 공정한 원칙이 완전히 무너져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거래의 장으로 변질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아름다운 곳이 망가지지 않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사실 기적대륙을 공평하고 공정한 세상으로 만들고자 관리 권한을 전부 알파브레인의 화신인 질서의 신에게 넘겼어요. 저 역시 질서의 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원칙을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양해해주세요.”

풍월여제는 언짢은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천제현을 압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호언장담했다.

“됐어요. 현실 세계에서도 정점에 올랐으니 기적대륙에서도 할 수 있어요. 그런 편법 따윈 필요 없어요. 그래도 마력을 올리는 방법은 알려줘야지요.”

천제현이 가볍게 웃었다.

“간단합니다. 기적대륙은 실제 대륙과 달리 현실과 오락을 결합한 세계입니다. 이곳은 크게 성과 야외로 나눌 수 있어요. 마력을 높이기는 아주 쉽습니다. 성에서 시련탑을 찾아 도전하여 마력을 올리고 장비에 필요한 재료를 만들 수 있어요. 야외에서 마수나 괴물을 처치해도 재료를 획득할 수 있죠.”

“세력을 키우고 싶다면 야외를 탐색해 보세요. 야외에는 여러 성과 마을이 있어요. 강한 괴물이나 원주민들이 주인 없는 지역을 점령하고 있죠. 이런 곳들은 가장 먼저 정복하는 사람이 차지하게 될 거예요. 그곳에서 세금을 거두고 특권을 누릴 수 있죠. 물론 성이나 마을끼리 서로 공격하고 점령할 수 있어요. 이렇게 해야 경쟁하는 맛이 나죠.”

풍월여제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그녀는 드디어 기적대륙에 먼저 입장하는 것이 왜 유리한지를 깨달았다. 이 기적대륙은 앞으로 거대한 규모의 가상경제를 창조할 것이다. 기적대륙을 먼저 점령할수록 강한 힘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 힘은 기적대륙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흥미롭군.”

남궁혜가 굵직한 목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수다 떠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직접 나가서 보자고요!”

“그게 좋겠어요. 일단 나가봅시다.”

기적상회 일행이 풍월여제를 데리고 전송탑으로 갔다.

공화련이 전송지점을 골라 곧바로 세인트 캐슬의 남쪽 교외로 이동했다.

세인트 캐슬 남쪽 교외의 전송지점은 드넓은 푸른 초원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는 사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대륙이 막 개방되었으니 대다수는 모두 거대한 신성의 성 안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곳에 누군가가 오려면 며칠은 지나야 할 것이다.

풍월여제가 놀라서 소리쳤다.

“야수가 너무 많군.”

초원은 거대한 늑대와 만우, 악어 등 다양한 야수로 가득했다. 서로 지척에 있는 이 야수들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점은 더욱 놀라웠다. 현실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카라가 풍월여제에게 설명했다.

“이곳은 남쪽 교외의 사냥구역입니다. 기적대륙의 야외는 크게 사냥구역과 야생구역으로 나눌 수 있어요. 야생구역은 현실 세계의 생태환경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여 완벽한 먹이사슬 체계를 갖추고 있죠. 그러나 사냥구역에는 먹이사슬 체계가 없어요. 이곳의 괴물은 죽고 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부활하여 다시 사냥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구역을 기점으로 모험과 탐색을 시작하죠.”

남궁혜가 커다란 도끼를 치켜들고 곧장 초원을 거니는 양을 돌진했다.

“일단 한 마리 잡고 보자고!”

양은 가장 약한 괴물이다.

현실 세계라면 양은 커다란 도끼를 든 건장한 오크가 돌진하는 것을 보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도망칠 것이다. 그러나 이 사냥구역의 괴물들은 사냥을 위해 제공된 것이다. 이 사냥감들은 대륙의 질서를 위해 다른 곳으로 도망치지 않는다.

“메에, 메에!”

양이 울며 자진하여 뿔을 들이대고 뛰어들었다.

마력이 약해졌지만 양 한 마리 당해내지 못할 남궁혜가 아니었다. 남궁혜가 도끼를 몇 번 휘두르니 양은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바닥에 쓰러졌다.

양이 죽고 나자 시체가 점점 줄어들다가 사라졌다. 바닥에는 날카로운 뿔만이 남았다. 남궁혜가 뿔을 들고 흥분하여 소리쳤다.

“하하, 전리품이 생겼네!”

풍월여제는 깜짝 놀랐다.

사냥감을 죽이면 전리품이 떨어졌다.

전리품들을 성으로 가져가 재료로 바꾸면 원하는 장비나 약재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천천히 마력과 실력을 올린다. 제왕이라고 해도 마력을 올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마력을 올리는데 필요한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했다. 지름길은 없다.

“우리도 사냥감을 잡자!”

몇 사람이 사냥구역에서 양과 만우, 늑대, 악어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죽은 괴물들이 쌓일수록 전리품이 많아졌다. 이 괴물들을 처치하면 무기를 제련하는 재료나 약재가 떨어졌다. 이것들은 초반에 매우 귀한 재료였다.

전리품을 차지하러 초원 깊숙이 들어섰는데 갑자기 무시무시한 포효성이 들렸다.

비비안의 안색이 급변했다.

“큰일 났다. 엄청난 괴물이 나타났어!”

미처 방비할 틈도 없이 초원에서 온몸이 황금색인 사자가 뛰쳐나왔다. 크기가 2미터나 되는 거대한 몸집에 살벌한 기운을 뿜어냈다.

“제기랄, 모두 도망쳐! 연체 9성의 괴물이야!”

모두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다.

풍월여제가 미간을 찡그렸다.

“고작 연체 9성밖에 안 되는 괴물 때문에 도망치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군.”

천제현이 풍월여제를 위로했다.

“여기에서는 연체 1성에 불과한 풋내기 술사일 뿐이에요! 놈에게 당한다면 체면이 진짜 땅에 떨어지겠죠!”

풍월여제 역시 천제현의 말처럼 후퇴하는 게 놈한테 당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한발 늦었다. 황금 사자가 그녀를 향해 마력파를 분출했다. 풍월여제는 비명을 지르며 작은 점으로 사그라들었다.

여제가 1급 마수에게 목숨을 잃었다.

다들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의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황금 사자가 달려와 남은 사람들 모두를 저승길로 보냈다.

기적대륙에서는 진짜로 죽는 게 아니다. 그러나 캐릭터가 죽으면 7일이 지나야 부활할 수 있다. 물론 마석을 지불하면 즉시 부활할 수 있다. 마석 수량은 캐릭터의 마력에 따라 결정된다. 연체1성의 캐릭터는 고작 마석 다섯 개면 부활시킬 수 있기에 모두 망설이지 않고 부활했다.

부활한 풍월여제는 모두 앞에서 민망해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실 세계라면 1급 마수 따위는 만 마리도 한 손가락으로 해치울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저 한 마리에게 당하다니!”

“진정하세요!”

비비안이 급히 여제를 위로했다.

“대량의 재료를 획득했으니 잠시 후에 단약으로 바꿔 마력을 올릴 수 있어요.”

“맞아요!”

남궁혜도 거들었다.

“아예 야외로 나가요. 세인트 캐슬에는 시련탑이 100개도 넘어요. 시련탑에 들어가면 약재를 획득할 가능성이 훨씬 져요. 게다가 무공 비급도 획득할 수 있어요. 강해진 후에 복수해도 늦지 않아요!”

여제는 분통이 터졌지만 기적대륙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시련탑에 강렬한 흥미를 느낀 그녀가 천제현을 바라봤다.

“성주도 함께 가요.”

“저는 이번에 빠질게요.”

천제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거절했다.

“아시다시피 제 결혼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없겠네요. 안 그래, 공서련?”

여제는 김이 확 빠졌다.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됐다.

여제가 천제현을 뺀 나머지 사람들에게 흥분하여 말했다.

“그럼 우리끼리 가도록 하죠!”

“좋아요!”

비비안과 남궁혜는 노는 데라면 빠지는 법이 없었다. 공화련과 카라는 역시 달리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바로 팀을 만들어 가장 가까운 시련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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