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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707화 (707/729)

# 707

제707장 결혼식

형무영이 전사했다는 소식은 돌림병처럼 순식간에 연합군 전체로 퍼졌다.

특히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대건제국 연합군 고위급들은 이 소식에 아연실색했다. 형무영의 전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형무영은 대건제국에서 왕의 작위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가장 높은 직위 중 하나인 대장군이었다.

“전군(前軍)의 상황은 신경 쓰지 않겠다!”

대건 황제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비록 황제의 신분이라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옥좌를 떠받치는 다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건 황제가 낮은 목소리를 말했다.

“중군(中軍) 용기병군 5만을 뽑아 공격 진영을 다시 구축한다. 짐이 직접 선봉대의 총사령관을 맡을 것이다. 전군 공격을 준비하라!”

이 말에 다들 바짝 긴장했다.

이번에 대건 황제는 정말로 격노했다.

선봉대는 가장 사상자가 많이 나오는 부대이다.

따라서 두 동맹 세력에 선봉을 맡기는 건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대건제국의 선봉대는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중군에서 정예군단 5만을 차출한다면 대건제국의 군대 전체가 혼란에 빠질 뿐만 아니라 사상자 수도 급증할 것이다.

그러나 대건 황제는 이런 상황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격노한 그에게는 전투를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대건제국의 군단은 난장판이 되었다. 조금 전의 교전으로 기적성은 상당한 전력을 소모했다. 이제 방어를 하기에도 역부족이니 다시 공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대군을 다시 편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건 황제는 임의로 전군을 분산시켜 전방에서 적과 계속 교전을 벌이며 중군과 후군, 좌군, 우군을 정비했다. 대략 반나절이 지나자 혼란상황이 가까스로 진정되었다.

그러나 상황이 정리되기 무섭게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적성 연합군 후방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공간이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대건제국 연합군은 공간문을 본 적이 없었지만 공간문에서 흘러나오는 강력한 공간마력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저게 대체 뭐지?’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마력이 방출되는 거야?’

“뭔가 좋지 않다! 어서 공격하라! 저 문을 부숴 버려!”

건제는 기적성이 네간계를 정복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는 그 사건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러나 공간문은 실제로 존재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대군이 정비되기도 전에 공격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무시무시한 대군이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랜스로드가 밀려드는 대군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적의 기세가 너무 강하군.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겠어.”

용의 영주 역시 랜스로드와 같은 생각이었다. 공간문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대건제국 연합군은 문이 열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니 이번 전쟁은 이미 결판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혼돈의 숲은 이제 전투를 돕기만 하면 된다. 전장의 치열한 전투는 제국 군단들의 몫이 되었다.

“너무 늦었다. 너무 늦었어…….”

대건 황제는 공간문이 점점 완전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간문에서 강렬한 기운과 함께 6대 제국의 원군이 벌떼처럼 쏟아졌다. 비룡과 서혼수, 세인트 유니콘 등 대륙 최강의 전투력을 지닌 부대들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득 메웠다.

6대 제국 원군은 각기 독립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숫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최정예 부대라서 이들의 기세는 순식간에 벌판을 압도했다.

대건제국 연합군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용들의 땅에서 차출된 비룡 수만 마리가 나섰다. 이들은 물리적 공격을 하지 않고 용의 위엄을 방출했다. 용의 위엄은 용족 고유의 능력으로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능력이다. 하급 마수는 정신이 파괴되거나 심하면 행동능력을 잃고 부들부들 떨며 용족의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대건제국 연합군 부대는 대부분 공군이다. 공군 병사들 중 자체 비행능력을 지닌 자는 극히 적기 때문에 비행마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용의 위엄은 이 비행마수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그 어떤 공격보다도 훨씬 효과적이었다.

대건제국 군단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6대 제국 원군은 이 틈을 타 잇달아 첫 번째 공격을 펼쳤다. 속도가 가장 빠른 밤의 숲 유니콘은 나이트엘프족 장로들의 지휘를 받으며 일렬로 늘어섰다. 이중 유니콘왕이 가장 전면에 나섰다. 유니콘왕은 천역 7~8성 실력을 지닌 강자였다. 전 군단이 동시에 행동에 나서자 강렬한 빛이 폭발했다. 이들은 빛을 뿜는 검처럼 믿기 힘든 속도로 적을 향해 돌진했다.

용의 땅들에서 온 병사 2만이 뒤를 이었다. 강력한 고대 종족인 용족은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가볍게 적을 압박했다.

대건제국 군단은 이런 거센 공격을 막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비명과 곡소리가 하늘을 뒤덮고 피와 살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수십만 생명의 선혈이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밤의 숲 유니콘은 희귀한 생명 계통의 마수이다. 유니콘들이 뿔을 이어 우군을 감싸자 부상이 심하지 않은 병사들은 주변 우군들의 도움을 받으며 치유마력을 전달받아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죽음의 바다에서 온 서혼수는 더욱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서혼수는 전장의 영혼들을 삼켜 망령괴물을 만들 수 있다. 이 망령괴물은 지속 기간이 길지 않지만 살아 있을 때와 맞먹는 힘이 있다.

다시 말해 서혼수들은 전사한 대건제국 연합군 병사들의 영혼을 삼켜 이들을 망령괴물로 부활시켜 전장을 누비게 했다. 이런 방법은 아군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고 적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풍월여제와 분천대제, 광수대제 등 제국 군단 역시 만만치 않았다.

천지를 뒤흔드는 전투가 반나절 동안 계속되다가 마침내 대건제국 연합군이 철저히 붕괴되었다. 소천제국과 고원연맹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도 승리할 가망이 없어 보이자 남은 부대를 철수시켰다. 연맹의 양대 세력이 발을 뺐으니 대건 황제 혼자 분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번 전쟁 역시 참패였다.

대건 황제가 퇴각하려는데 누군가가 그의 배후에 나타났다. 용 장로가 입에서 무형의 마력을 뱉어냈다. 이 보이지 않는 마력이 천근 무게의 바위처럼 짓누르자 대건 황제는 공중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엄청난 힘에 산봉우리마저 움푹 파였다.

“네놈들이 어떻게…….”

6대 제국 우두머리들이 동시에 그를 공격했다. 일대일 대결이라면 대건 황제는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여섯이 동시에 상대해야 하니 그에겐 승산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이들 중 명왕과 용 장로는 제국의 황제와 맞먹는 최강의 거물이다.

대건 황제는 결단력 있는 인물이다. 그는 곧바로 공력을 사용하여 몸의 정혈 일부를 불태웠다. 거대한 혈무가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와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었다. 이 혈무에 휩싸이면 체내의 정혈이 자동으로 점화되어 혈무로 변해 몸 밖으로 분출된다. 혈무가 점점 더 넓게 퍼지면서 순시간에 수천 리를 뒤덮었다.

월나스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다.

“혈마연혼대법이군. 자신의 마력 일부를 희생시켜 이렇게 극악무도한 혈둔술을 펼치다니!”

대건 황제가 분출한 혈무에 최소 수천 명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사자 중 대부분은 아군인 대건제국 연합군이었다. 이들의 정혈이 점화되어 분출된 혈무가 대건 황제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자 대건 황제는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해진 혈무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6대 거물이 끊임없이 퍼지며 전장을 집어삼키고 있는 혈무를 진압했다. 그러나 이들이 무시무시한 혈무를 진압했을 때 대건 황제는 이미 멀리 도망친 후였다.

“쥐새끼처럼 도망치다니!”

광수대제가 분통을 터트렸다.

여섯이 나섰는데도 상대를 놓쳤으니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물론 광수대제는 제국의 제왕이라는 자가 자신의 군단을 버리고 도망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일이 어디 자신의 체면에만 관계된 문제이겠는가? 이건 그야말로 국치였다! 대건제국 개국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대륙의 역사를 살펴봐도 이런 일은 드물 것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놈은 독 안에 든 쥐입니다.”

이때 그림자 하나가 우아하게 여섯 거물 앞에 나타났다. 나무 엘프왕 랜스로드였다. 랜스로드가 허공에서 힘을 방출하자 은색 모래가 하늘을 수놓았다. 모래는 순식간에 혈둔술이 지나간 궤적을 표시해주었다.

“기가 막힌 방법입니다!”

분천대제가 호탕하게 웃었다.

“엘프왕의 시간 재능으로 도망친 길을 추적한다면 놈이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우리의 추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갑시다!”

이들 여섯은 랜스로드와 함께 도망친 대건 황제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소천제국과 고원연맹의 연합군이 철수하고 대건제국의 황제마저 도망쳤다. 이런 상황에서 용맹한 6대 제국 연합군은 맹공을 퍼부었다. 대건제국 병사들의 사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아니, 사기는 진즉에 땅에 떨어졌고 이들은 절망을 느끼며 비통해했다.

황제마저 꽁무니를 뺀 제국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이번 전쟁이 끝난 후 대건제국은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기적성 군대에서 투항하라고 권하자 20~30만 패잔병들은 망설이지 않고 전부 무기를 버렸다. 황금용응군 같은 최정예 군단마저도 투항을 선택했다.

***

천제현은 나머지 전투를 지켜보지 않고 곧바로 떠났다. 6대 제국의 원군이 당도하는 것으로 그의 임무는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승패는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천제현에게는 이번 전쟁보다 수십 배 수백 배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결혼.

천제현이 귀환 두루마리로 서해성으로 돌아왔다. 서해성은 온통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여 강적이 쳐들어오기 전의 긴장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적비행선 수십 척이 아름다운 수정만 상공에 거대한 화면을 하나씩 펼쳤다. 화면에서 천제현과 공서련의 만남에서 하나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이 흘러나왔다. 물론 이건 실제 내용을 각색하여 촬영한 기념 영화였다. 더욱 감동적이고 예술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용은 대부분 수정되었다.

서해성의 모든 관심은 기적성 성주의 혼례에 쏠려 있었다. 인어들은 모두 한껏 꾸민 차림으로 성을 빼곡하게 메우고 노래를 불렀다. 수만 명의 엘프들은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인어족의 수정궁은 화려한 예식장으로 변신했다.

대륙 곳곳의 거물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이들은 대륙의 역사를 바꿀 혼례를 지켜보기 위해 친히 찾아왔다. 그러나 이들은 서해성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건제국과 고원연맹, 소천제국으로 이루어진 백만 대군이 서해성을 침입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이 소식에 모두 술렁거렸다.

삼대 제국이 결성한 연합군이라니 무시무시했다.

서해성은 숲의 연맹의 서쪽 거점에 불과했다. 아무리 잘 쳐줘도 방어력은 전국의 수도 정도밖에 안 되었다. 이런 성에서 어떻게 삼대 제국 연합군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은 자신의 안위뿐만 아니라 이번 결혼식이 취소될까 봐 걱정했다. 이건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라 기적대륙이 공개되는 중요한 날이다. 대륙의 수백억 명이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곳곳에 퍼져도 기적성 측에서는 매우 침착했다. 기적성 부성주인 공화련은 공서련의 언니이자 혼주의 신분으로 직접 나와 하객을 맞이했다. 비비안과 남궁혜 등 기적성 고위층도 모두 식장에 나와 질서를 잡았다.

기적성 고위 간부들이 이렇게 태연자약한 모습인데 걱정할 게 뭐 있겠는가?

서해성에는 며칠 동안 내내 가무가 이어졌다. 삼대 제국 연합군의 모습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자 마침내 성대한 세기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이번에는 공화련이 직접 사회를 보았다. 그는 화려한 인어광장에 서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온 성에 울려 퍼졌다.

“대륙 각지에서 오신 하객 여러분, 기적성의 성대한 결혼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기적성과 숲의 연맹을 대표하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화련이 말을 마치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공화련은 현재 대륙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인물이다. 이런 거물에게 공손한 인사를 받았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공화련이 말을 이었다.

“예식은 사흘 동안 거행됩니다! 그러나 서해성의 축제는 한 달 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한 달 동안 서해성의 전송진은 해금됩니다. 서해 안팎의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음껏 즐기세요. 모두 무료입니다!”

장내가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숲의 연맹은 역시 부유하고 호탕했다.

이런 축제는 기적성 정도의 저력이 있어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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