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706화 (706/729)

# 706

제706장 결혼하러 갑니다!

로봇 수만 대가 가동되자, 수많은 추진기의 마력 기류가 공중을 수놓았고, 수십 리 안의 공기가 원소 교란을 일으켰다. 이 전투로봇은 아주 짧은 시간에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모든 로봇이 보호덮개를 장착한 후 일반 군대의 공격을 무시한 채 대건제국 연합군 진영으로 돌진했다. 곧장 혈로를 뚫고 결집 중인 중앙의 핵심부대를 무너뜨렸다.

대건 황제의 얼굴빛이 크게 바뀌었다.

“기적성이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역시 왕궁부대였다. 이들의 능력은 일반 군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핵심구역에 위치한 왕궁부대는 방금 받은 충격과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중앙의 지휘 없이도 진영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적군의 맹렬한 진격을 감지한 그들은 자동으로 방어대열을 구축했다.

기적성의 전투로봇은 사람 형상을 한 거미 모양이었고, 그 주변으로 마력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이는 마력 방패와 각종 마력 무기가 저장된 마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였다.

제국의 전장이 창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대건을 위해! 공격!”

수만에 이르는 전투로봇이 10만 개의 광선을 발사하여 대건제국 최전방에 선 일반 부대 전사들을 단숨에 베어 버렸다. 대건제국의 핵심부대는 이런 공격에 직면하자 얼굴빛이 크게 어두워지더니 진형을 펼쳐 방어 태세로 돌입했다.

이 부대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무수한 빛과 미사일의 폭격에도 요지부동이었고, 큰 피해 역시 입지 않았다. 이때 적군이 하늘로 뛰어올라 가까이 다가온 전투기 부대와 그대로 충돌하였다.

기적성 기계부대는 순식간에 엄청난 저항을 받게 되었다.

대건의 핵심부대는 일반 부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병사 하나하나가 지닌 전투력은 진령급에 속했고, 천역급의 고수도 있었다. 이 부대가 한데 모이면, 전체적인 실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고작 꼭두각시 전사로 우리 대건의 장군을 위협하겠다고?”

“적을 소탕하고 회군한다!”

대건제국의 핵심군단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기적성 로봇부대를 막아냈다. 저들은 기적성의 실력이 변변찮다고 판단하고는 즉시 방어 진형을 공격 진형으로 바꾸었다. 이곳의 방해물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제때에 주력군에 합류하고, 서해성을 함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때 황금용응기병이 하늘로 도약했다. 금빛 갑옷에 새겨진 주문이 번쩍이니 흡사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사도를 연상케 했다. 그들은 일반 용 기병에 불과했으나, 하나같이 마력과 무공이 만만치 않았다. 수중의 장창이 흔들리더니 찰나의 시간에 교룡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타났다. 교룡은 무시무시한 발톱과 이빨로 네다섯 차례 공격을 감행했다.

쿵쿵쿵쿵.

맹렬한 공격이 전투로봇에 떨어졌다. 전투로봇은 전신이 마력으로 덮여 있어 간신히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마력 덮개는 기껏해야 3~4회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을 뿐 이후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력 빛은 점차 어두워지고 옅어지더니 이내 깨지고 말았다.

“죽어라!”

다섯 번째 공격이 로봇을 관통했다.

이 과정은 매우 길고 복잡해 보였으나 실제로는 눈 깜짝할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투로봇은 멈추지 않고 온몸에서 파괴적인 힘이 담긴 주문을 발동시켜 자폭 모드를 실행하고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큰일이다!”

이들이 미처 방비할 새도 없이 전투로봇이 폭발하였고, 그 엄청난 마력이 순식간에 적군을 집어 삼켰다.

전투로봇의 내부 마력은 대단히 강해 단번에 방출하면 적어도 마력 폭탄 수준의 폭발력을 발휘했다. 하급 진령 술사가 무방비 상태로 이 공격을 받게 되면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하게 될 것이다.

대건제국의 장병은 여전히 기적성을 얕잡아 보았다.

그들이 보기에 전투로봇의 실력은 그다지 훌륭하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수백, 수천 대의 전투로봇이 자폭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전투방식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제아무리 용맹한 전사라도 죽기를 원하지는 않는 법이니 말이다. 그러나 전투로봇은 자의식이 없기에 오로지 알파브레인의 원격 조종에 의해서만 움직였다.

가공할 무기다.

이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전투로봇은 수만에 달하는 왕궁부대를 압박했고, 큰 피해를 입혔다. 이번 전투에서 대건 장군이든 대건 황제든 모두 심각한 오판을 내렸다. 부대의 선봉은 반드시 믿을 수 있는 부대가 맡아야 한다고 여겨 대건제국의 부대를 전부 선봉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기적성이 이 부대를 압박하는데 성공한다면, 대건 황제는 이 군대에서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 이는 군대 전체의 신뢰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진형을 가다듬는 것은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이때에 누군가 선봉을 공격한다면 연합군은 내부에 빈틈이 발생하게 된다.

대건 황제도 이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선봉대가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은 주력군과 합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더욱이 기적성의 연속된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내는 중이라 한동안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빌어먹을! 기적성!”

순간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리더니, 거대한 검광이 하늘을 가르며 화살비가 되어 기적성의 전사들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수백 명이 쓰러졌다. 여기에는 수십 명의 대건 연합군도 뒤섞여 있었다.

정상급 천역 고수.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자 검사 한 명이 허공을 밟고 서 있었다. 이자가 바로 그 유명한 대건제국의 무왕 형무영이었다. 형무영은 천역 7성의 고수로서 대륙 전체에서도 이름난 인물이었다.

대건 황제는 중앙에서 부대를 수습해야 했기에 직접 움직일 여력이 없었다. 그는 전방 부대가 혼란에 휩싸인 것을 보고 곁에 있던 무왕 형무영을 보낸 것이다. 형무영은 대건제국에서 가장 강하고 명망 높은 인물 가운데 하나였기에 그의 등장만으로 연합군은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마치 자석처럼 주변에 흩어진 군사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전군에게 전하라!”

형무영이 더는 싸울 마음이 없다는 듯 소리쳤다.

“후퇴한다!”

“후퇴? 어디 한 번 해보시지?!”

대건제국 군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인영 하나가 형무영 앞에 나타났다. 그 인영은 바로 엘프왕 랜스로드. 그가 긴 로브를 휘날리며 고대 숲의 지팡이로 형무영을 공격했다.

“후퇴하려면 먼저 나를 이겨야 할 것이다!”

영원의 숲 엘프왕.

형무영이 황급히 검을 꺼내 들고 휘두르자 수십 개에 달하는 검광이 뻗어 나갔다. 이에 랜스로드는 풍선을 터트리듯이 지팡이로 그것을 쳐 깨뜨렸다. 그러자 형무영의 주변 공간에서 수많은 식물이 나타나 마치 온몸을 휘감는 독사처럼 빠르게 얽히고설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전신을 감쌌다.

랜스로드가 긴 지팡이로 형무영을 내리치자 형무영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이 공격으로 형무영은 단전에 부상을 입었고, 마력의 운행이 매우 더뎌졌다. 그는 엘프왕이 쫓아오는 것을 보고는 분노에 휩싸여 소리쳤다.

“천제현, 이 소인배야! 직접 나와서 겨뤄보자! 겁쟁이 같은 놈!”

이 근본 없는 자극법이 천제현에게 통할 리 만무했다.

형무형이 또다시 소리쳤다.

“어떠냐! 무서워서 그러느냐!”

랜스로드가 고개를 가로젓고는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폐하, 잠시만요”

천제현은 안 그래도 따분한 참이었다. 게다가 형무영은 현재 마력이 손상되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형무영이라면, 천제현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좋아요. 저자가 원하는데 같이 놀아주죠.”

랜스로드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천제현은 그가 막을 새도 없이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대여섯 번의 순간이동을 하여 여러 차례 자신의 위치를 바꾸었다. 허공에는 그가 순간이동한 잔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검은 보검을 빼들고 강력한 파괴의 힘과 공간의 힘을 응집시켰다. 그러고는 형무영을 향해 곧장 휘둘렀다.

탕!

형무영이 검을 뽑아 이를 막았다.

어쨌든 형무영은 천역 7성의 고수였다. 비록 엘프왕에게 중상을 입어 마력이 이전만 못해도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에게 질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는 순간 주변 공간이 파열되기 시작했다. 형무영의 검기는 완전히 분산되었고, 천제현의 검에 기세등등한 무왕이 나가 떨어졌다.

“이놈, 설마…….”

형무영은 천제현이 천역의 마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이토록 강한 전투력을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비록 부상으로 마력이 크게 떨어졌다고는 해도 1~2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천제현은 무려 5단계나 뛰어넘었다.

천제현이 무상검으로 선제공격을 했다.

어찌 되었든 형무영은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고수였다. 무상검의 살상력은 놀라울 정도였으나 형무영이 신속히 몸을 피했다. 형무영은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랜스로드와 같은 고수가 버티고 있으니 쉽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엄연히 말하면, 지금으로서는 후퇴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형무영은 후퇴할 수도 없었다.

형무영이 도망가면 전방 부대는 무너질 게 뻔했고, 대군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랜스로드가 저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도망가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그가 생각해낸 묘수가 바로 천제현을 포로로 잡는 것이었다. 이놈이 천역 경지를 돌파했다고 해도 아직 숙련되진 않았을 터. 그리하여 형무영은 자신 있게 일전을 치렀다.

“무영검진!”

형무영의 검이 수중에서 벗어나 공중으로 사라졌다가 사방에 무수한 무영검기로 나타났다. 검기는 모두 허공에 숨어 언제 어디서든 불어닥치는 광풍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이 힘이 폭발하면 간담을 서늘케 할 검기 폭풍이 될 것이다.

주변의 전사들은 이 전투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지만, 수백 명이 형무영의 검기 폭풍에 휩쓸렸다. 그들은 검기 폭풍에 휘말려 금세 가루가 되었고, 무수한 피와 살이 검기와 함께 어지럽게 뒤섞였다. 그러고는 중앙에 있는 천제현을 향해 곧장 뻗어나갔다.

형무영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는 자신의 몸을 검으로 삼아 사방으로 검기를 내뿜었다. 그가 무영검진으로 천제현을 내리 누르며 손으로 그를 사로잡으려 하였다.

그러나 천제현은 주변을 감싸는 거대한 검기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천제현이 천천히 눈을 뜨자, 그의 눈동자 한쪽이 은색, 다른 한쪽이 백색으로 변하였다.

천제현이 동시에 두 가지 힘을 시전했다.

이는 그가 천역 경지를 돌파한 후 나타난 변화 중 하나였다.

천제현은 과거 전투에서 한 가지 힘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백색은 공간을, 은색은 시간을 의미했고, 두 가지 모두 최고 등급의 힘이었다. 일반 사람이 이중 하나만 가져도 능히 천하를 호령할 수 있을 텐데 그는 무려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공 동결!”

천제현의 힘이 맹렬히 방출되었다. 그가 지나간 자리와 공간은 시간과 함께 모두 멈추기 시작했다. 본래 가지고 있던 검기까지도 모두 멈추고 말았다.

형무영이 경악했다.

“이럴 수가!”

지금 천제현의 마력과 실력으로 한 가지 힘만 시전했다면, 공간의 힘이든 시간의 힘이든 형무영의 힘을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공의 두 가지 마력을 융합하자 위력이 배가된 것이다.

천제현이 마력을 모두 방출하자 검은 보검에 은색과 백색의 두 가지 힘이 교차되었다.

“무상허공참(無相虛空斬)!”

이 검광은 육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고 순식간에 허공에서 없어졌다. 형무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선 공중에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그의 호신마력이 전부 깨져 버렸고, 그의 몸은 그대로 반토막이 나 버려 곧장 아래로 추락했다.

“무왕이 죽었다!”

“무왕이 죽다니!”

대건제국 연합군의 사기는 무왕의 추락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무왕 형무영은 대건제국에서 가장 강한 인물 중 하나였다. 이 엄청난 인물이 천제현의 검에 목숨을 잃은 것을 본 전사들은 방금까지 형무영의 등장으로 한데 모아졌던 투지가 이전보다 더 빠르게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대건제국군은 단시간에 다시 결속되기가 힘들어 보였다.

목적을 이룬 천제현은 방금 모든 힘을 다 소진하였기에 공간마력을 발동하여 전방에서 순간이동하여 돌아왔다.

“내 일은 다 끝났어요.”

“큰아가씨가 재촉하네요.”

천제현이 랜스로드와 니드호그 등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방은 여러분께 맡길게요. 전 결혼하러 갑니다!”

랜스로드 등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이토록 처참한 전쟁터가 천제현에게는 한낱 놀이터에 불과하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들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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