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5
제705장 약함으로 강함을 제압하다
공격은 대건제국의 군대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이 수백만 규모의 군사 진영을 엉망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전방과 후방의 명령 체계가 붕괴되어 전장 상황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생겼고, 빈틈없이 편성된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 100만 대군은 사분오열된 상태로 우왕좌왕했다.
기적성이 우주무기 공격을 멈췄다.
이는 결코 천제현과 공화련이 저들을 봐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주무기는 효과가 매우 좋지만 마력과 탄약을 충전하는 과정이 상당히 번거로워, 다시 충전하고 탑재하고 준비하려면 수일이 걸렸다. 그러므로 우주무기는 현 단계에서 적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일회적으로 사용한 것이지, 적군을 섬멸한 주력 무기로 삼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적성의 우주무기는 나름의 역할을 잘 해내었다. 고작 무기 몇 개로 치명적인 피해를 주진 못했지만, 100만 대군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는 성공했다.
이번 혼란은 재난과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수만 명의 소부대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허둥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후방의 명령 체계가 무너져 진격 명령조차 전달할 방도가 없었고, 부대 전체가 완전히 무너져 전투력을 상실했다.
천제현은 멀리서 적군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는 수많은 적의 군사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압도적인 기세로 나타난 이들은 연속된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졌다. 마치 파리떼 중앙에 거대한 폭죽이 터진 것처럼 놀란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며 갈팡질팡했다.
“잘했군!”
천제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이제 공격해도 되겠어!”
천제현이 알파브레인을 통해 모든 부대에 일괄적으로 명령을 내렸고, 전 대원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대형 군함 사대가 일자로 정렬한 채 앞으로 나갔고, 전체 군단 역시 신속하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군함의 길이는 200미터에 달했고, 마력포와 레이저포가 탑재되어 있었다. 군함 모두 강력한 방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투 비행선 20대의 엄호를 받았다. 흑뢰 전투기 300대도 동원되었으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미래형 군단이었다.
대건 연합군은 엄청난 기세로 진군해오는 기적성 군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군대가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전투 명령까지 하달되지 않으니 대군의 결속력은 완전히 무너진 채 각자가 자유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말이 자유 전투지, 도망가거나 방어하거나 공격하거나 관망하는 등 유효한 전술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일사불란한 전투가 가능한가?
어떻게 군사들을 결속시킬 수 있을까?
전체 대오가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 가관도 아니었다.
기적성의 최강 군대와 고도의 지휘 체계가 기존의 전투력을 120%로 끌어올렸다면, 대건 연합군의 산만한 지휘 체계는 기존의 전투력을 30%로 끌어내렸다.
지금이 바로 진격할 적기다.
기적성의 알파브레인은 전반적인 상황을 분석한 후 측면 공격 및 전략 방안을 도출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천제현의 직접적인 지휘 없이도 모든 군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쾅쾅쾅!”
군함 사대가 100문 이상에 달하는 무기를 동시에 발포했다.
수많은 폭탄이 적군의 머리 위로 빗발치듯 떨어졌고, 전투 비행선도 그 뒤를 따라 마력 폭풍을 일으켰다. 직격탄을 맞은 대건제국 군사들은 그 자리에서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 공격은 대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대건제국 연합군은 전투력이 약하지 않았지만, 사기를 잃게 되자 전사들의 투지도 바닥에 떨어졌다. 전쟁터에서 투지 없이 싸우는 군대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기적성은 기세를 몰아 맹공을 퍼부었다. 기적성의 주력 무기인 전투기 300대가 출격했다. 전체적인 파괴력은 대형 군함에는 못 미치지만, 기동성이나 유연성 면에서는 군함보다 절대적으로 앞섰다.
이 전투기는 알파브레인의 보조 전술과 전략 하에 적진을 향해 유성처럼 돌진하여 볏짚 자르듯 허둥대는 적들을 일거에 쓰러뜨릴 수 있다. 게다가 적 진영 깊숙이 침투하여 아직 채 수습하지 못한 지휘부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대건 연합군은 명령 하달이 아예 불가능하게 되었다.
전장에서 대건제국의 연합군이 각자 전투에 여념이 없을 때, 드디어 기적성의 주력군이 출격했다. 기계부대와 기갑부대도 이륙을 시작했으니 이를 다 합치면 규모가 약 10만 정도가 되었다.
기갑병사와 기계전사는 모두 기적성의 원격 지휘를 받았다. 그들은 알파브레인이 분석을 거쳐 도출한 전략방안에 따라 움직였다. 이러한 전략방안은 개인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었기에 모든 행동지령은 적장에 있는 전사에게 직접 하달되었다. 이로 인해 어떤 상황이 생겨도 알파브레인은 현재 상태를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행동지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지휘체계는 그야말로 천하무적이었다.
5만에 달하는 기계전사는 기적성이 생산한 로봇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로봇은 막강한 공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전투력이 상당했다. 중형 마력포 하나는 일반 제국 군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었는데, 로봇에는 중형 마력포뿐만 아니라 대형 마력포, 레이저포, 심지어 자폭장치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로봇은 감정도, 동정심도, 두려움도 없는 완벽한 전사였다.
기갑병사 5만 명은 기적성이 숲 연맹, 네간계에서 선발한 전사로, 하나같이 훌륭한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맞춤 제작한 갑옷까지 입은 상태라 적들에게 위협이 되고도 남았다. 전투 능력은 대건 연합군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대건 연합군의 100만 대군이 세 차례의 연속 공격을 받은 후 궤멸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용의 영주는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기적성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 같소!”
“맞소. 기적성의 전투력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소!”
썬더 역시 혀를 내둘렀다. 기적성이 혼돈의 숲에 온 지 고작 1~2년밖에는 되지 않았으나 이미 몇몇 세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적성의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소. 머지않아 대륙에서 기적성 군단을 상대할 세력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랜스로드가 말했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우리도 서둘러 공격합시다!”
숲 연맹의 지원군도 전쟁에 가세했다.
이번에는 대건 연합군의 완패였다.
보통 수십만에 달하는 대규모 전쟁은 수일이 걸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기적성이 대건제국 연합군을 패퇴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재정비 시간을 포함해 겨우 하루, 이틀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전투는 고작 반나절이 흘렀을 뿐이지만, 대건 연합군의 인명피해는 참담할 정도로 심각했고, 기적성은 곳곳에서 승기를 잡았다.
대건제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후퇴를 선택할 리 없다. 맹렬한 기세로 출정한 대군이 서해성에 발도 디디지 못한 채 철수하면 위신과 명성에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하물며 후퇴하게 되면, 재정비 시간만 수일이 걸려 서해성의 혼사가 끝나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쟁 효과는 크게 반감될 것이다.
“죽여라! 멈추지 말아라!”
대건 황제는 옆을 지키고 있던 대장군들을 모두 내보냈다. 최소한 왕궁부대가 나서야 기적성 연합군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적성에 협력하는 6대 제국도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보이는 기적성 부대만으로 어떻게 삼대 제국군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검을 꺼내 든 천제현이 앞장서서 수많은 적장을 베었다.
이때 공화련이 알파브레인을 통해 소식을 알렸다.
“현재 대건 연합군의 최강 정예군이 소집되고 있어. 일반 부대는 버리고 왕궁부대를 최대한 결집시키려는 것 같아. 넌 저들의 최강 정예군과 직접 싸우지 않도록 해. 저들은 제국급 세력의 왕궁부대야. 그러니 6대 제국급 세력에 맡기자고.”
“하지만 6대 제국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대건제국 연합군의 최강 세력은 본래 기다란 선의 형태로 전후방을 가로질러 분포했다. 그러나 지금 이 기다란 선이 천천히 모여 구(球)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들이 한데 뭉치게 되면 이번 전투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게 된다.
천제현이 공화련에게 말했다.
“적의 현 상황을 보내주세요.”
공화련이 적군의 힘과 규모에 관한 분석 자료를 보냈다.
천제현이 눈으로 한 번 훑더니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다.
“6국 지원군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 그동안 우리가 최대한 시간을 벌어줘야 해요.”
공화련이 물었다.
“어떻게 할 건데?”
“잘라야죠.”
천제현이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
“기갑부대, 로봇부대, 전투기 부대는 저와 함께 기습을 시작할 겁니다. 저들의 전후방 주력군을 단번에 끊어놓아야 해요!”
공화련이 대단히 위험한 전략이라고 생각했으나, 성공한다면 적의 결속력을 확실히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금 기회를 잡지 않으면 앞으로 힘들 수도 있기에 알파브레인을 통해 즉시 전열을 가다듬었다. 알파브레인은 분석을 통해 적의 군대와 구성을 분석하였고, 최종적으로 상대의 가장 취약한 지역을 찾아내었다. 이곳에서 적군을 분리시킬 수만 있다면, 적어도 적군 5만 명 이상을 떼어 놓을 수 있다.
이대로 진행한다.
천제현은 더는 고민하지 않고 10만 대군을 이끌고 대건 연합군 내부에 기습작전을 벌였다. 왕국부대는 일반 정규군과 천양지차였다. 견디기 힘든 전술과 지휘체계 속에서도 이들은 결코 우왕좌왕하지 않았다. 다만 기적성이 직접 공격해오자 전사들도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제현은 비용과 대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기계부대가 앞장서라. 자폭하여 저놈들을 모두 궤멸시켜!”
알파브레인이 제어하는 로봇부대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로봇부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나방처럼 적군을 향해 일제히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