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4
제704장 교란
기적성과의 전투로 대건제국과 숲 연맹은 풀리지 않는 원한이 생기고 말았다.
제국이자 패주인 대건제국은 설사 스스로 자초한 일이더라도 이러한 치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건제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대륙의 기타 제국급 세력과 교전을 벌인 적은 있지만, 기적성처럼 이토록 참담히 패한 적은 없었다.
숲 연맹은 현재까지 대륙에서 공식 인정된 제국급 세력이 아니었기에 이번 전투의 참패로 대건제국의 위신은 그야말로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보통의 왕국이었다면 이 정도로 체면이 깎이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꼴이 우스워지는 정도만 감당하면 되니까. 그러나 대건과 같은 제국의 경우, 위신의 손상은 제왕 개인의 체면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제국의 위신 및 영향력과 관계가 있었고, 또한 제국의 위신은 대개 실질적인 이익과 직결되었다.
대륙의 모든 제국급 세력은 크고 작은 부속세력을 100개 정도 보유하고 있다. 대건제국은 130개 부속세력 중 전국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여기에 여러 대국과 소국, 대규모 가문과 종파 수십 개 등도 있었다.
이토록 많은 세력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대건제국의 군대가 아무리 용맹해도 동시에 이토록 많은 지역을 관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부속세력들은 두려움에 해마다 대건제국에 공물을 바치고, 스스로를 대건의 신하라 칭했다. 제국은 부속세력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족쇄를 채웠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대건제국을 홀대할 수 없었다! 따라서, 제국이 강성해 질수록 부속세력의 충성심은 나날이 커졌고, 제국에 바치는 공물의 양도 늘어났다. 그러니 제국의 위신은 곧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기적성과의 전쟁으로 대건제국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은 물론 위신까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대건제국은 이번 일로 다른 제국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일부 부속세력도 대건제국의 쇠락을 점쳤다. 그들은 이제 대건에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으니 공물의 양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대건제국의 경쟁상대도 기회를 틈타 대건제국 내부의 기회주의자가 아군에게 칼을 겨누도록 부추겼다.
이번에 기적성을 패퇴시키면, 대건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일전의 치욕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게다가 기적성 자체도 날마다 위협이 되고 있다.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대륙에서 전대미문의 ‘괴물’이 탄생할 줄은.
기적상회는 창설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300년 동안에도 이뤄낼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적성이 성장하는 방식도 특별했다. 기적성은 병사를 모집하지도 않고 말을 조달하지도 않고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고 영토를 확장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대건제국은 줄곧 기적성을 예의주시했다. 정상회의가 개최된 후 기적성이 6대 제국급 세력과 점차 가까워지고 있으니, 대건제국으로서 불안하지 않을 리 없다.
혼돈의 숲이 제국급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가장 두려운 것은 대륙이 아닌 곳에서 제국급 세력이 배출되는 것이었다. 혼돈의 숲에 자리 잡은 기적성은 대륙에서 특수한 위치에 있었다. 기적성은 앞으로 기타 세력을 연결하는 허브가 될 것이며, 대국에서 종족과 제국의 한계를 초월한 하나의 특수한 연맹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기적성이 성공을 거둔다면, 대건제국은 수렁에 빠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병탄될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들의 기세를 꺾어야 했다.
이 전투에서 기적성을 함락해야 한다.
대건제국은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두 세력에게 지원군 파견을 요청하였고, 이내 100만 대군이 결집했다. 대군 중 70만은 정규군이었고, 대략 30만이 정예군단이었으며, 대건제국에서만 15만 명이 동원되었다.
이 대군은 제국 하나를 무너뜨릴 정도의 전투력이었다.
대건 황제는 친히 대군을 이끌고 필승의 의지를 다짐했다.
혼돈의 숲에서 기적성의 방어력은 강했지만, 대건 황제는 서해성에서 이 정도의 방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숲 연맹인 서해성을 궤멸한다면 서해 세력 전체에 대한 숲 연맹의 영향력을 끊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게다가 이는 숲 연맹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대건제국이 서해의 부속세력들을 수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대건제국의 세력범위가 서해까지 확대되면, 서해성의 대규모 주둔군을 발판으로 삼아 혼돈의 숲을 침략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순조롭게 기적성을 함락할 수 있는 방법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략적 이유 외에도 기적성의 성주 천제현이 혼사를 치루는 곳이 서해성이라는 점, 그리고 그날 기적대륙이 출시된다는 것 등이 모두 고려대상이었다. 대건 황제는 기적성의 가장 중요한 날에 기적성에 공격을 가하려고 하였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 혼돈의 숲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폐하!”
“전방에 대규모 비행체가 날아오고 있습니다!”
“굉장한 속도로 보아 기적성의 미사일 무기인 것 같습니다!”
대건 황제가 중앙에서 현장 지휘하는 동안 그는 전령병과 신식을 통해 소통했기 때문에 최전방의 상황을 즉각적으로 보고받을 수 있었다. 이 시대에는 통신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이런 대규모 군대의 출병 시 전후방 군대의 거리가 수십 리에 달하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구두로 명령을 전달하는 건 너무 느렸고, 깃발은 쉽게 혼란을 야기했다. 따라서 현재 가장 선진화된 통신방법은 바로 신식이었다.
“규모는 얼마나 되느냐?”
“대략 수백만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겨우 수백만?”
말을 전해 들은 대건 황제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기적성은 전방에 방위선을 구축해 놓은 것이 틀림이 없다. 그들은 대건제국 연합군이 숲 연맹에 들어와 기적성의 중요한 날을 망치지 못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대건 황제는 이를 걱정하기는커녕 자신의 추측에 꼭 들어맞아 오히려 흡족했다.
기적성이 도시를 방어지점으로 삼는다면, 전투 시 불편할 수는 있었다. 반면에 성 밖을 교전 지점으로 삼는다면 기적성 부대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자신의 군대를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건제국의 대군은 진정한 제국 세력도 짧은 시간 안에 막아낼 수 없거늘, 하물며 기적성처럼 제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군대라면 어떻겠는가? 그러기에 기적성은 6대 제국의 보호를 받기 위해 다양한 부분에서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명을 전하라!”
대건 황제가 더는 생각도 않고 말했다.
“전방 군대는 결계를 만들어 더욱 빠르게 전진하고, 숲 연합군을 공격하라!”
대건제국은 줄곧 기적성의 자료를 수집 및 연구해왔다. 기적성에 많은 물건이 있고 대건제국에서 알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적어도 아예 문외한은 아니었다. 미사일, 마력포, 레이저포 등에 관하여 대건제국은 이미 분석을 마쳤고,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했다.
예컨대 기적성의 파벽자 미사일의 경우, 숲 연맹과 장응전국의 전투 중 나타난 것으로 일반 결계는 물론 견고한 대형 결계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어 교전 중 위험할 수 있었다.
이에 대건 황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후방, 중앙, 좌우, 상하 등으로 군대를 분산시키고, 부대마다 다층 구조로 대형 결계를 구축하여 파격자 공격에 따른 피해를 상쇄시키고자 했다.
이밖에 기적성의 비행선과 군함에 대응하기 위해 대건제국은 정예군을 선발하여 공중 방어를 책임지도록 했다. 그들은 주로 비행선의 운행 지점에서 목표물 발견 시 즉각 공격하여 미사일 발사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된다.
고작 수백 개의 미사일 공격일 뿐이다.
이는 대건제국에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 정도 수준의 공격이라면, 숲 연맹의 전투 준비가 급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했다. 그러니 전방 방위선도 그리 강하지 않을 지도 몰랐다. 기적성은 과학기술 무기를 주요 전투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기적성 자체로 보면, 실력이 극도로 부족할뿐더러 막강한 전사와 고수가 없었으므로, 전투 시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즉,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근접 공격을 감행해야만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건 황제가 이런 전략을 생각할 때 즈음이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굉음이 울려 퍼졌다.
저 멀리 어느 지점에서 발사된 거대한 빛이 마치 심판의 검처럼 천지를 가르더니 대건의 진영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이 빛은 대건 황제가 있는 중앙의 지휘센터를 정확하게 가격했고, 수십 명에 달하는 공중기병을 그대로 관통했다. 두 명의 전령병 역시 무방비 상태에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무슨 일이냐?”
“어디서 날아온 공격이냐!”
대건 황제가 노기등등한 얼굴로 물었다. 대군 전체가 공중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공격이라니! 그는 놀라움과 분노가 교차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불기둥이 아래로 내리꽂혔다.
이 공격은 전방과 중앙 군대를 연결하는 지휘소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엄청난 사상자와 혼란을 야기했다.
뒤이어 세 번째 불기둥이 떨어졌다.
이 불기둥은 전방과 후방의 군대를 연결하는 지휘소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공격 의도가 대건제국의 군사 지휘를 교란시키기 위한 것임이 분명해졌다.
대건 황제는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명령했다.
“결계를 열어라!”
이 명령이 채 전달되기도 전에 대건제국의 군사들은 하늘을 수놓은 빽빽한 점들의 출현으로 다시금 기겁하고야 말았다. 이는 자세히 보면 금방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모두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속도로 이동 중인 미사일이었다.
“저리도 많다니!”
“대체 어디서 발사된 것이냐?!”
대건제국 연합군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대규모 공격이라니! 군대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각 군대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알아서 결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미사일은 폭우처럼 끊임없이 내리꽂혔고, 대건 황제가 있는 중앙까지도 미사일 공격이 이루어졌다. 이 폭발로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예군단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런 가공할 공습에 중앙군은 쩔쩔매느라 바빴고, 지금은 명령을 내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불기둥이 잇달아 떨어졌다.
모든 공격이 대건제국의 지휘소 곳곳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