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703화 (703/729)

# 703

제703장 전투 시작

6대 제국급 세력은 이번 일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이번 ‘일확천금’의 거래를 통해 기적성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단번에 6, 7억 마석을 벌어들인 것이다. 광수제국처럼 다소 빈곤한 국가에서 이는 한 달 재정 세수에 맞먹는 규모였다.

기적성이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그들은 각종 특혜와 이익을 얻었고, 이 가치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장차 최소 수백억 마석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적성이 보여준 성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기에 6대 세력은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투구를 판매하고 벌어들인 마석을 현재 기적성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기적성은 시스템이 복잡하다는 핑계로 서해성 혼사가 끝난 후 천천히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화련의 꿍꿍이를 누가 모르겠는가? 60억 마석이 기적성에 있는 이상, 대제국들이 서해성 혼사에 차질이 빚어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뭔가 문제라도 생겼다간 기적성이 갖은 이유를 붙여 더 오래 틀어쥐고 있을지 알 수 없지 않은가?

6대 세력은 잇달아 실제 행동에 돌입했다.

나이트 숲은 세인트 유니콘 4만 마리를 출동시켰고, 분천제국은 염응기병 4만, 풍월제국은 신성 천마기병 4만, 광수제국은 황금쌍족비룡 4만, 용들의 땅은 비룡군단 2만, 명해는 서혼수부대 2만을 내보냈다.

이 부대들은 모두 각 종족의 최정예 부대였다. 규모는 많지 않지만 가공할 전투력을 지니고 있어, 대건제국의 삼대 왕궁부대와 비교해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풍월, 광수, 분천 등 삼국은 모두 왕궁 정예부대를 파병했고, 염응기병 군단은 분천제국에서 분천대제의 직속 부대였다. 풍월의 신성 천마기병은 대륙에서 최강 부대로 알려져 있고, 광수제국의 황금쌍족룡도 광수제국의 남정북벌 과정에서 오랫동안 전투에 단련된 궁극의 부대였다.

나이트 엘프는 동족을 내보내진 않았다. 그들의 지원부대는 전부 세인트 유니콘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마수는 일반 유니콘보다 훨씬 강했다. 세인트 유니콘은 나이트 숲에서 달빛 목욕으로 정화하고, 엘프 제사장의 세례를 받고 자랐다. 용맹스럽고 전투에 능하며, 타고난 기민성, 훌륭한 비행능력, 자가 치유 능력뿐만 아니라 적군도 치료할 수 있다.

용들의 땅은 천역급에 가까운 비룡 2만 마리를 보냈다. 이 비룡들은 실력이 다소 모자라도 제국의 왕궁부대보다는 훨씬 강했다. 명해 서혼수는 사령 주술사가 만들어낸 고급 망령괴물로서, 각종 기이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장에서 적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도 남는다.

이렇게 해서 6대 제국의 지원군은 총 20만에 달했다.

규모가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투력만큼은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대건 등 삼대 제국 연합군의 기세가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이 부대들이 가세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유일한 문제는 6대 세력의 군대가 혼돈의 숲으로 아무리 빨리 가도 늦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전송탑도 이토록 어마어마한 전송 규모를 감당할 수 없을 터였다. 따라서 6대 군단은 대륙 중부의 풍원제국 국경 내에 소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수일이 걸릴 것이다.

서해성 혼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륙의 각 세력은 빈틈없는 준비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6대 제국의 투구 공장은 끊임없이 투구를 생산해 세계 각지의 구매자에게 보냈다. 이변이 없는 한 혼사 시작 전에 투구 300만 개를 전부 발송할 수 있을 것이다.

“대건제국 연합군이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공화련이 기적성의 지휘센터에 앉아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후 기적성의 정보시스템을 전부 가동시켰다. 수십 대의 정찰비행선이 전면적인 감시 태세에 돌입하여 기적성은 대건제국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알 수 있게 되었다.

만에 하나 착오가 생길 수 있기에 기적성은 줄곧 말을 아꼈다.

혹여라도 대건제국의 부대 소집이 혼돈의 숲을 겨냥한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 이 결정적인 순간에 대건의 군대가 움직였다는 건 ‘만의 하나 착오’일 지도 모를 가능성을 불식시키고도 남았다. 그들의 칼날이 서해를 향했고, 의도도 명확했기에 기적성도 이제는 사정을 봐줄 필요가 없었다.

대건제국 연합군은 기적성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대충 알고는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감추는데 힘을 쓰는 대신 자신들의 기세와 드높은 사기를 남김없이 보여주고자 했다. 숨길 의도는 애초에도 없었다.

대건제국 연합군은 무려 100만 대군이었다.

연합군이 천하를 집어삼킬 정도의 기세로 서해성을 향해 전진했다. 그들이 지나간 곳은 대국이든 소국이든 두려움에 떨었다. 이중 제국의 정예군단을 차치하더라도 나머지 부대 역시 제국의 정규군이었으니, 일개 왕국이 능히 막을 수 있는 군대가 아니었다.

이런 속도라면 이틀 안에 서해성 국경에 도착할 터였다.

“6대 제국 지원군은 아직 멀었나요?”

“성주님, 아무리 빨라도 사흘은 걸립니다!”

공화련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알파브레인이 만든 3D 지도와 거기에 빼곡하게 분포되어 있는 생체신호를 응시했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림을 그려나갔다.

기갑병 5만과 기계병 5만, 군함 사대, 전투비행선 20대, 전투기 300대, 우주 레이저포 2문, 우주 벌집형 미사일 발사기 1기, 연맹의 정예 지원군 10만이 있다.

이 정도가 투입될 전투력이었다. 만약 제국군 하나만 상대한다면 충분한 정도지만, 100만 대군을 확실히 제압하고, 빈틈없는 방어를 하려면 이 정도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공화련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알파브레인에게 말했다.

“제로, 적군의 생체신호와 강도를 분석해 줘.”

제로는 기적성 중앙 알파브레인으로 현재 연산속도는 초당 1000억 회이며, 지능은 모든 알파브레인 중 으뜸이었다. 제로를 중심으로 수백 대의 서브 알파브레인을 연결하였다. 이 서브 알파브레인들이 잇달아 군사에서부터 생산, 재정, 은행 및 부대, 성 관리, 교통 등 세부 영역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제로는 공화련이 내린 명령을 탐지용 알파브레인에게 전송했다. 탐지용 알파브레인은 적지 상공에 정박해 있는 몇 대의 정찰비행선에 연락을 취했다. 정찰비행선의 사령 레이더 강도가 증폭되더니 대건제국 연합군의 군대 전체를 잡았다. 이 데이터들은 알파브레인 합성 영상을 통해 3D 동태 지도에 반영되었다.

지휘실의 동태 지도에 변화가 생겼다. 생체신호 색깔의 채도 변화는 강약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보면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과연 예상대로 삼대 제국이 파병한 정예대군 100만 중 왕궁정예군 수준의 부대는 고작 삼분의 일밖에는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30만 명.

이 군사 배치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옅은 색 점들이 중앙에 분포되어 있고 짙은 색 점들이 구렁이 형태로 이 가운데를 관통했다. 매복을 하긴 했지만, 기적성의 이른바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알파브레인은 동태 지도에 대량으로 표시하기 시작했다.

“성주님, 지난 6시간 동안 적군의 운동 상태와 강약 분포에 따라 지휘부의 위치를 분석하였습니다.”

100만 대군이 공군 위주로 입체적으로 분포되었다. 이럴 경우, 규칙적이고 획일화된 지휘체계가 없다면,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대군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전투에 임할 수도 없게 된다. 이런 부대를 상대하려면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지휘센터를 붕괴하는 게 효과적이다. 그러면 부대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전투력 역시 크게 꺾일 것이다.

공화련이 연합군 부대를 신속하게 배치하기 시작했다.

제로가 물었다.

“부성주님, 아군의 전방 지휘관 한 명이 부족합니다.”

이 점은 공화련도 고민한 바 있다. 기적성 군대는 모두 원격으로 지휘하거나 알파브레인을 이용한 자동 지휘도 가능했으나 이번 전투에 참여하는 군단은 기적성의 직속 부대뿐만 아니라 숲 연맹의 연합군과 6대 제국의 연합군까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전방 지휘관은 이들 부대를 잘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지휘관으로 누굴 보낸담?”

이때 천제현이 지휘센터의 대청에 도착했다.

“큰아가씨, 골머리 앓을 필요 없어요. 제가 지휘관으로 갈게요!”

“무슨 소리야!”

공화련이 눈을 크게 떴다.

“네가 전방에서 뛰면, 서련이는 누구랑 결혼하고?”

“아직 시간이 있잖아요?”

천제현이 호탕하고 기백이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이 삼국 연합군을 궤멸시킨 후에 서해성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리면 돼요. 절대 차질이 없도록 할게요!”

천제현은 마치 뒷집 마실 나가는 것마냥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삼국 대군을 무너뜨리는 것이 마치 파리떼 죽이는 것처럼 쉬워 보였다.

공화련이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정말 자신 있어?”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큰아가씨, 염려 마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

공화련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천제현 말고는 기적성을 대표하여 각 부대에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공화련 역시 명망은 상당했으나 전투력이 부족했기에 전방의 임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우주무기를 준비하라!”

“우린 적군의 지휘 시스템을 와해시킨다!”

공화련이 각종 무기를 조달할 즈음, 천제현은 이미 기적성을 떠난 뒤였다. 그는 기적성 대군을 이끌고 혼돈의 숲을 떠나 대건제국 지원군의 이동 경로에 매복했다. 이 부대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낀 천제현은 전장 부근에 공간창고를 설치한 후 기적성에서 대량의 장비를 가져왔다. 여기에는 미사일전차, 마력대포, 대공 레이저포를 포함하여 각종 지상용 중형총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 공화련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조심해! 현재 적의 주력군이 네가 있는 곳에서 300리도 안 되는 지점에 있어. 기적성의 우주무기는 이미 준비를 마쳤으니 지금 바로 우주무기를 가동할게!”

“알겠어요! 이번에 저들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죠!”

천제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미사일 부대 준비, 이제부터 우주무기를 저들 앞에 선물로 줘 볼까?!”

산비탈에서 미사일 전차 30대가 발사기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수백 개의 미사일이 동시에 움직이더니 이내 전방을 겨냥했다.

“발사!”

미사일전차 30여 대가 연속으로 마력을 분출하자 수백 개의 미사일이 발사대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적진을 향해 날아갔다.

드디어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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