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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96화 (696/729)

# 696

제696장 경매

연회가 끝나고, 공서련은 하루 동안의 영업 상황을 천제현에게 보여줬다.

“오늘 왕궁을 방문한 손님 한 명당 마석 8천 개를 소비했어. 총 6천여 명이 왔으니까 영업수입은 5천만 마석 정도 되는 셈이지. 원가를 뺀 순수익은 3천만 마석 정도 돼!”

“하루에 마석 3천만 개라고?”

엄청난 숫자에 공화련의 입이 쩍 벌어졌다.

“손님 한 명당 마석 8천 개를 썼다니!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8천 마석이라면 중소가문 하나의 전 재산 정도 된다. 그런 돈을 한 끼 식사에 사용한 것이다.

오늘 초대 받은 손님들의 소비 수준이 얼마나 엄청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왕궁주점은 정말이지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 앞에 비비안이 순간이동을 해서 나타났다.

“천제현, 빨리 와 봐. 이제 기적쇼핑몰에서 기적투구 판매가 개시될 거야. 첫 번째 대량 판매니까 지켜봐야 되지 않겠어?”

“좋아요. 서련 아가씨, 우리도 같이 가봐요!”

천제현이 공서련의 손을 끌고 알파브레인 센터로 데려갔다. 기적쇼핑몰의 슈퍼 알파브레인이 설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공화련과 카라 등 다른 고위 인사들도 모두 모여 있었다.

천제현이 물었다.

“판매 상황은 어때요? 투구 45만 개를 하나하나 경매에 올리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아니지. 투구 45만 개를 한꺼번에 경매에 붙일 거야. 총 경매 시간은 사흘 정도 될 거고. 사흘 동안의 경매를 통해 가격이 상위 45만 명 안에 들면 자기가 부른 가격만큼 마석이 묶이게 돼. 45만 명 밖으로 밀려나면 다시 마석을 돌려주고. 물론, 경매 포기를 하고 새로운 가격을 부를 수도 있지.”

그랬다.

경매 기간 동안 대륙 각지의 기적쇼핑몰 매장, 심지어 휴대전화 등 단말기에 동일한 경매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객들은 쇼핑몰을 통해 생각한 가격을 부르고, 경매가 종료되면 경매 가격에 따라 상위 45만 명에게 투구를 판매하는 형식이었다.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판매 방식이었다.

모두가 한 개의 투구만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함으로써 시세 차액을 노리는 한탕주의자들이나 대규모 구매자들을 막을 수 있었다.

“사흘이면 너무 빡빡한 거 아니야?”

남궁혜는 확신이 없는 듯 물었다.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면 어떡해?”

“그럴 리가요. 기적왕궁을 방문한 수천 명의 세도가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죠. 자신의 가문과 세력을 총동원해서 투구를 손에 넣으려고 할 걸요. 게다가 다양한 루트로 홍보까지 했잖아요. 모두가 경매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고요.”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다.

당장 시작하자.

공화련이 알파브레인을 보며 물었다.

“각지 접속 상황에 문제는 없지?”

기적쇼핑몰 전용 슈퍼 알파브레인이 대답했다.

“네, 부성주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화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해!”

기적쇼핑몰은 대륙 최대의 체인마켓으로 성장했다. 기적쇼핑몰의 혁신적인 온라인 쇼핑 방식은 대륙인들의 열광적인 반응 속에서 빠른 확장을 실현하는 최대 무기였다.

통신 신호가 잡히는 지역과 도시라면 어디에서나 기적쇼핑몰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나 라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적쇼핑몰 플랫폼에 접속해 최신 상품 정보를 얻곤 했다.

물론 휴대전화가 수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휴대전화로 구경하는 데 만족하지 못하거나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언제든 기적쇼핑몰 매장을 방문하면 된다. 기적쇼핑몰 매장은 이미 전 대륙 2천 개 도시에 진입한 상태였다.

기적쇼핑몰은 일반적인 백화점의 판매 기능, 즉 다양한 상품 체험, 친절한 서비스, 많은 제품군 등의 장점에 온라인 쇼핑몰의 강점까지 갖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집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도 온라인 기적쇼핑몰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돈만 지불하면 기적상회에서 공간운송으로 지정된 시간에 제품을 배송해 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새로운 구매 형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50억 고객 중 20%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거래액은 20억 마석을 훌쩍 뛰어넘었고 조금씩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적상회는 제품군의 종류를 늘리기 위해 입점 판매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했지만, 그 모든 혜택과 관리 비용을 제외하고도 수억 마석의 이윤을 거뒀다. 이제 기적쇼핑몰은 기적상회와 기적성의 주요 수입원이자 가장 잠재력 있는 수익 루트였다.

공화련은 기적쇼핑몰에서 거둬들인 이윤의 절반을 다시 쇼핑몰 발전 경비로 투자했다. 그 자금은 직원 확충, 알파브레인의 수량 확대 및 업그레이드, 기술 개선 등에 사용되곤 했다.

이렇게 기적쇼핑몰은 눈덩이를 굴리듯 점점 더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기적쇼핑몰의 확장은 기적상회의 상업적 잠재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경제, 금융 분야에서의 도약을 촉진했다.

마석은 대륙의 통용 화폐였지만, 가치가 너무 높아서 일상 구매활동에 적합하지 않았다. 마석 외에도 나라마다 각각의 화폐가 존재했는데, 기적쇼핑몰은 공통된 거래 플랫폼으로서 모든 국가의 기초 통화 환율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향후 각국의 구매자가 자국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중간 통화인 마석으로 교환할 필요 없이 자국 통화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쇼핑몰과 은행 시스템을 보유한 기적상회는 언제든 신규 화폐를 발행하여 대륙의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다.

한편, 대륙 각지의 소비자들은 흥분한 표정으로 기적쇼핑몰 매장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었다.

“나왔다!”

“나왔어!”

“기적투구가 쇼핑몰에 올라왔어!”

한 소국 본성에 위치한 기적쇼핑몰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기적성이 약속한 시간에 45만 개의 정신투구를 경매 시작가 20마석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윽고 기적투구의 경매가 시작되었다.

“마석 20개라고?”

“너무 비싸잖아!”

기적투구의 시작가를 확인한 일반 소비자들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대국이나 제국 정도 되는 지역에서야 마석 20개가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소국 백성들로서는 대형 세력의 귀족이 아니고서는 경매에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일반인들은 평생을 일해도 마석 20개를 벌 수 없다. 과거 남하국의 통화로 환산하자면, 마석 20개는 남하국 금화 2000만 개에 해당했다. 그 정도 돈이면 남하국 역내에 호화로운 저택을 구매하고 열 명의 처첩을 둘 수 있으리라.

“네가 뭘 알아?”

“희소가치라는 게 있는 거라고!”

“지금 전 대륙이 저 투구를 얻겠다고 난리인데 그 정도 가격이 다 뭐라고? 내가 보기엔 너무 낮은 것 같은걸!”

대국이나 제국 입장에서 그 정도 돈은 껌 값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신투구를 남들보다 빨리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마석 몇 개쯤 더 내는 게 대수겠는가?

“입찰이 시작됐다.”

언감생심, 살 수는 없어도 구경하는 건 자유 아닌가.

45만 개의 기적투구가 온라인 매장에 올라가고 전용 화면에 경매 상황이 떴다. 순식간에 십만여 건의 경매가 이뤄지면서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20만, 30만…… 50만.

실시간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적투구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고 입찰가 좀 봐!”

구경꾼들의 눈이 가장 위에 있는 입찰가를 향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공기가 멈춘 듯 주변이 조용해졌다. 간헐적으로 침 삼키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2만.

2만 마석.

누군지는 몰라도 시작가보다 천 배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입찰 경쟁조차 귀찮았던 게 분명하다. 아예 돈을 쏟아 부은 후에 여유롭게 투구가 배달되기를 기다리겠다는 심산 아닌가! 이게 바로 부자의 위엄이었다.

번듯한 성 하나의 한 달 세수를 모두 합해도 2만 마석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정체불명의 구매자는 단번에 2만 마석을 내놓았다. 그것도 단일 사례는 아니었다. 놀람이 가라앉기도 전에 3만, 4만, 5만 등 시작가의 수천 배에 달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구매자들이 등장했다.

입찰가 순위를 확인하는 것조차 귀찮다고 생각하고 단번에 몇 만 마석을 제시한 것이리라. 투구를 손에 넣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1~2만 마석 정도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 투구 가격은 점점 더 올라갔다.

그때 누군가가 인파를 뚫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비켜요! 지나갑시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성주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소성주는 엘프은행에서 발행한 은행카드를 손에 들고 초조한 표정으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성주댁 도련님도 투구 입찰을 하시려는 건가?’

관중들이 천천히 길을 내줬다.

입찰 가격표를 슥 한 번 쳐다본 그는 현재 최저가가 36마석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번 경매의 규칙에 따르면 누구나 경매에 참가할 수 있지만, 사흘 동안 제시 가격이 높은 순으로 45만 명만 투구를 살 수 있다.

동일한 가격을 제시한 경우 먼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상위에 위치하게 되며, 최종적으로 투구를 손에 넣을 권리도 입찰표 위에서부터 부여 받는다. 그러므로 입찰을 먼저 하든 나중에 하든 각각의 장점이 있는 셈이었다.

“경쟁이 엄청나네!”

소성주는 끊임없이 갱신되는 입찰 정보를 바라봤다. 전 대륙에서 최소 수백만 명이 동시에 입찰 경쟁을 벌이는 듯 숫자가 계속 올라갔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그때, 호화스러운 마차 몇 대가 성 안으로 들어왔다. 존귀한 신분이 분명한 인물 몇 명이 쇼핑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도련님, 왜 입찰을 안 하세요?”

구경꾼 한 명이 초조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러다가 입찰 못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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