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5
제695장 신제품 발매
엘프들의 공연이 끝나자 관중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인어족의 공연이 시작됐으니까.
영원의 숲으로 연출됐던 배경이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수정만으로 변했다. 혼돈의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정만을 배경으로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인어들이 바닷속에서 나오듯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인어족과 엘프족은 모두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지닌 종족들이었다. 단, 엘프족이 미술, 조각,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다면 인어족은 노래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런 인어들의 노래는 즉각적으로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천제현은 눈을 감고 그들의 노래를 음미하며 물었다.
“메인 보컬이 누구예요?”
메인을 맡은 사람은 어린 인어족 소녀였는데 꿈속을 거니는 듯 몽환적이고 중독성 강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서해성에서 발굴한 인재야. 요즘 제일 잘나가는 인어족 가수, 피시송이라고 해.”
공서련은 자신이 투자한 상회에서 이렇게 뛰어난 가수가 나왔다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콘서트 한 번에 마석 4~5만 개씩 받는대.”
단독 콘서트 한 번에 마석 4~5만 개를 받는다고?
소규모 가문이나 상회가 평생을 벌어도 벌지 못할 돈이다.
천제현은 살짝 놀랐으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출혈이 좀 있었겠네요?”
“오늘 공연은 피시송과 소속 상회에서 무료로 진행해주는 거거든?”
공서련은 천제현을 흘겨보며 말을 이었다.
“그쪽으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야. 지금까지 1회 출연료가 4~5만 마석이었다면 오늘을 기점으로 2배는 오를 테니까.”
이윽고 피시송의 노래가 끝났다.
“훌륭해요! 멋지군요!”
풍월여제가 박수를 치며 찬사를 내뱉었다.
“정말 아름다운 노랫소리군요. 저 가수를 내 왕궁으로 한번 초대해야겠어요.”
분천대제도 기분 좋게 웃으며 거들었다.
“짐은 엘프들의 공연이 마음에 드는군. 얼마 있으면 분천제국의 9천 년 축제가 시작되는데 그때 엘프들을 초대해야겠어요. 천제현 성주, 어떻게 생각하시오?”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주신다면 저들로서는 무한한 영광일 것입니다.”
공서련의 말이 맞았다.
오늘 이 자리에는 거물들이 즐비했다.
기적성의 부가 제국 수준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역사가 너무 짧았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매년 1~2억 마석씩 벌어들이는 제국들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여기 모인 거물들은 돈방석 위에 앉아서 체면치레를 하는 데 돈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의 눈에 들어 초대를 받는다면 공연비는 종전의 몇 배로 뛸 것이다. 그래야 제국의 체면이 살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가수의 몸값 또한 크게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음반 판매는 물론이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돈을 퍼 담게 되겠지.
그러므로 이런 자리에 얼굴 도장을 찍는 건 더없이 중요했다.
그건 이번 공연을 기획한 주요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귀빈들은 분위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때, 사회자 카라 공주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자, 이제 오늘 연회의 2부가 시작되겠습니다. 모두가 기다리시던 중요한 차례죠. 기적성이 개발한 정신투구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기적상회에서는 대륙 각지의 손님들께 감사하는 의미로 이 자리에서 정신투구의 공식 판매를 발표하기로 했답니다!”
“기적투구가 정식 판매된다고?”
자리에 있던 모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의 귀가 번쩍 뜨이는 빅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기적 정상회의에서 첫선을 보인 후로 전 대륙이 기적투구의 발매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각지의 공장에서 투구 생산이 시작되었지만, 양산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바다.
이번 기회에 손님들에게 기적투구를 체험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늘 연회에 참가한 귀빈들은 각국의 수뇌급 인물이다. 막대한 돈과 권력은 물론이요, 상당히 큰 세력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이니만큼 이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향후 제품 판매는 더욱 순조로울 게 분명하다.
기적왕궁의 로봇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기적성 특별 한정판 투구를 손님들에게 건네주었다.
“참석해주신 귀빈 여러분, 기적왕궁 주점의 개업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투구의 생산량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지만, 그중 일부를 기념품으로 제작해 감사의 표시로 선물할까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전달받으신 물건은 정식 판매될 기적정신투구입니다.”
“기적투구는 각종 기능을 하나로 모은 제품입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환상의 기적대륙을 여행하실 수 있는 것 외에도 쇼핑과 투자, 소비, 통신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죠. 하지만, 이게 다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카라가 기적투구의 기능과 전망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모두 아시다시피 기적상회의 연구소인 운문은 현재 대륙 전체에서 혁신성이 가장 뛰어난 기관입니다. 기적상회의 총 영업수입 중 상당 부분이 운문의 연구 개발에 투입되고 있을 정도지요. 운문연구소는 대륙 각지에 분포되어 있으며, 공식 연구원의 수만 18만 명에 달합니다. 후방 지원 부서까지 더한다면 그 규모는 더더욱 커질 텐데요. 대륙 전체로 눈을 돌려도 운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연구기관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분야라면 반발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연구 개발 영역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 부문에 대한 기적상회의 투자는 억 단위를 넘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매달 전월 대비 50%씩 투자금이 늘고 있었다. 그도 당연한 것이, 연구원들의 월급만 해도 보통의 세력들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재료며, 자원 공급에 들어가는 돈은 어떻겠는가.
이렇게 거대하고 강력한 연구기관은 어찌 보면 돈 먹는 하마나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연구 투자는 리스크가 큰 편이다. 일반적으로 한 제품을 연구 개발해서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한 부분만 삐끗해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기적상회의 업무는 매우 다양하고 영업수입도 엄청나지만, 순이익만 따져보면 그렇게 높은 건 아니었다. 특히 군수 분야에 있어서는 자금이 빠듯한 상황이었는데, 그 이유도 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적상회에 있어 운문은 그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니며, 없어서는 안 될 기관이었다.
거대한 운문은 총책임자인 공화련의 질서정연한 지휘 덕에 높은 효율성을 보였고, 백여 개의 부서가 천여 개의 프로젝트를 한 치 어긋남 없이 진행하며 매일 크고 작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과들은 향후 10배에서 100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운문에 대한 투자가 큰 만큼 훗날 거둬들일 수익도 커진다.
“정신 분야의 제품들은 기적상회가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제품군 중 하나입니다!”
카라가 계속 말을 이었다.
“최근 기적상회의 부회장 겸 부성주인 화련 아가씨의 명령으로 정신 인터넷 부서가 설립되었고, 제가 그 부서의 책임자를 맡게 되었답니다. 저희 부서는 현재 대륙 각지에서 정신 분야의 전문가 5천 명을 모집하고 있으며, 향후 기적성에 정신센터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정신센터는 기적상회에 기술지원을 해주는 한편, 더 많은 제품과 기능들을 개발할 것입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정신 분야는 거대한 영역으로, 정신인터넷은 그중 하나의 중점 사업에 불과하다. 정신인터넷 기관에 대한 투자 규모만 봐도 기적상회가 정신투구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정신엔지니어들이 죽어라 연구하니 정신투구의 기능과 용도는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손님들 중 일부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대체 투구는 언제부터 발매된다는 겁니까?”
“맞소! 가격은 얼마나 되오?”
카라는 그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줬다.
“대륙 각지에 투구 제조센터가 설립되어 있습니다. 단, 지역 상황에 따라 생산 진도가 다르고, 공식 발매일과 판매수량도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홍보 차원에서 오늘 제품 발표회가 끝난 후 먼저 40~50만 개의 투구를 경매 형식으로 기적쇼핑몰에 올릴 생각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들고 계신 정신투구나 휴대전화로 정보를 찾아보시거나 각지의 기적쇼핑몰 매장에 문의하시면 될 듯합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기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겨우 40~50만 개?”
대륙의 인구는 몇 천 억에 달한다. 40~50만 개를 누구 코에 붙인단 말인가.
게다가 경매 형식으로 판매한다면 투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어디든 돈 많은 자들은 있는 법이니까. 어찌 어찌 운이 좋아서 며칠 후에 투구를 손에 넣는다 쳐도 남들보다 조금 먼저 구매할 뿐 아닌가. 아까운 돈만 버리고.
투구를 테스트해 본 몇몇은 바로 문제점을 발견했다.
“어째서 기적대륙에는 접속할 수 없는 겁니까? 기적대륙 서비스는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죠?”
“좋은 질문입니다. 그게 바로 오늘 기적상회가 발표할 세 번째 내용입니다!”
카라는 그런 질문이 나올 거라는 걸 진작에 예상하고 있던 듯 담담하게 말했다.
“보름 후, 서해의 아름다운 수정만에서 우리의 존경하는 연맹의회장이자 기적성주, 기적상회의 회장인 천제현 님과 자원부, 생산부 책임자이자 기적상회의 초기 창시자 중 한 명인 공서련 님의 결혼식이 거행될 예정입니다. 기적대륙은 그날을 기점으로 정식 서비스될 것입니다. 모두 천제현 성주님의 기쁜 날을 축하해 주세요!”
“보름 후에 서비스가 오픈된다고?”
손님들은 기쁨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천제현과 공서련의 결혼 소식도 큰 관심을 받았다. 물론 결혼식 자체보다는 그 기회를 빌려 천제현에게 얼굴 도장을 찍어두겠다는 목적이 더 컸지만. 기적성의 영향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적상회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둬서 손해 볼 일은 없으리라.
카라가 준비한 내용을 모두 발표하자 손님들은 본격적으로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호화롭고 사치스럽기 이를 데 없던 연회도 몇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풍월여제 등 몇몇 귀빈들은 객실에서 며칠 묵고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적상회로서는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었다. VIP 손님들이 최고급 기적왕궁에서 며칠 머문다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