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94화 (694/729)

# 694

제694장 왕궁주점

기적 연맹의 공간 왕궁 대주점은 간단하게 기적왕궁이라고 불렸다.

왕국연맹 안에 위치한 이 주점은 원래 한 대형 왕국이 백 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지은 사치스러운 궁전이었다. 그러나 장응전국의 침입으로 왕국이 멸망하고 다시 수복되는 과정에서 국고가 거덜 났고, 궁전 또한 폐허가 되고 말았다.

공서련은 지난 영광을 잃고 황폐해진 왕궁을 보며 한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더니 비비안 등 친한 벗들과 함께 주머니를 털어 마석 100만 개를 모았다. 그 돈으로 왕궁을 사들인 후 숲 연맹에서 우수한 장인들을 데려와 궁전을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왕궁은 기적 공간 대주점으로 환골탈태해 있었다.

대륙에서 처음으로 공간 개념을 적용한 주점이었다.

왕궁 전체를 개조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지만, 손을 본 일부 구역은 영업을 시작하기에 충분했고, 오늘이 바로 개업 첫날이었다.

이미 각국, 각지의 세도가들에게 왕궁주점의 개업식 초대장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초대장에 강압적인 문구는 한 줄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송탑은 한시도 쉬지 않고 빛을 발했다. 수많은 왕국의 귀족들과 혼돈의 숲의 성주며 족장들, 서해의 장로들, 그 밖에 유명한 상인들과 고수들, 지하세계의 악마성주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기적왕궁은 엄청난 투자액에 걸맞는 면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왕궁 안에는 전송탑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알파브레인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로봇들이 직원들의 반 이상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기적성의 마력 기술을 더 널리 홍보하겠다는 의도였다.

“천제현, 언니!”

공서련과 비비안이 뛰어나와 둘을 맞이했다.

천제현은 사방을 둘러보며 한 마디 했다.

“시끌벅적하네요. 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남궁혜가 아름다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우리 연맹에서 누군들 기적상회 눈치를 보지 않겠어? 게다가 여기는 대륙 최초의 공간 주점이잖아. 한번쯤은 구경해 보고 싶었겠지. 보아하니 제국에서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네. 그 사람들은 대부분 돈 많은 바보들이잖아. 오늘 한몫 챙길 수 있겠어!”

그녀의 말처럼 손님들 중에는 제국에서 온 사람들이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천제현은 그들 사이에서 대하왕 동방건, 신풍후, 금전후 등 못 본 지 오래된 친구들을 발견했다. 심빙우, 풍채향, 운요, 운소, 동방호연, 고천추, 운천학 등 기적상회의 원년 멤버들과 영, 아도, 메이나, 린지아 등 신규 구성원들도 모두 자리해 있었다.

물론 내부 인사들 외에 낯선 얼굴도 많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들이었지만, 이곳에 온 이상 기적상회에서의 지위가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장님, 부회장님, 안녕하세요!”

기적상회의 고위직 임원이라면 어딜 가든 한가락 할 수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신분과 지위가 누구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천제현은 전설 같은 존재 아닌가. 그를 대하는 태도가 공손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편하게 앉아서 즐겨 주세요.”

왕궁을 매입해 개조한 기적 공간 대주점은 면적이 방대했다. 내부에 수렵장과 정원, 인공호수, 인공 동산까지 있을 정도였다. 전각 수만도 백여 개에 달했으며, 대형 연회장이 50개, 중소형 연회장은 500개, 침전은 800개나 됐다.

기적성의 이름을 달고 문을 연 주점이 일반 주점과 같을 리 없었다.

연회장의 벽과 바닥, 기둥들은 모두 전영경으로 이뤄졌고, 최고의 음향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행사의 목적과 주최자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배경을 바꿀 수 있었다.

숙박 서비스는 더욱 훌륭했다. 객실마다 고정식 정신 접속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바로 다양한 기능과 오락성을 자랑하는 최첨단 정신투구였다.

음식이며 음료 또한 일반적인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최고의 요리사가 최고의 재료로 만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꽃 엘프의 신선주, 엘프족의 신선차, 최고급 영수고기 등등 진귀하기 이를 데 없는 음식들이 이 대륙 최고의 연회장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품격과 미식, 유흥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장소였다.

이제 각국의 제왕과 부호들은 일이 있을 때마다 기적왕궁에서 연회를 열고 행사를 주최하리라. 그렇게 보면 공서련과 친구들은 제대로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이 대륙에 제국과 왕국이 얼마나 많은가. 천 년, 만 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문들은 더더욱 많다. 그 돈 많은 세도가들이 매년 한 번씩만 찾아와서 연회를 연다고 해도 엄청난 소득을 거둘 것이다.

전송진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 온 손님을 본 모두는 급히 예를 갖췄다.

“풍월여제 폐하를 뵙습니다!”

천제현은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국에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고는 하나 여제까지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풍월여제 폐하,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찾아와 자리를 빛내 주시다니, 무한한 영광입니다.”

그러자 풍월여제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적왕궁은 대륙에 유일무이한 공간주점이잖아요. 눈부시게 화려한 쇼핑 장소기도 하고요. 전송탑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데 이 좋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되죠!”

천제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폐하, 일단 앉으시죠.”

이후, 몇 명의 제왕들이 더 방문했다.

그때, 전송진이 다시 한 번 가동됐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온도가 몇 도는 내려간 듯했다. 방문자를 본 천제현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명왕?’

천제현은 다시 한 번 놀랐다.

“명왕 폐하께서 이곳까지 어떻게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사실 그의 말은 실례되는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모두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기도 했다. 불사의 존재인 명왕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런 그가 주점을 방문했다는 건 내시가 기방에 갔다는 말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명왕은 온몸에서 한기를 뿜으며 대답했다.

“주점을 구경하려는 건 부차적인 목적이고, 그대와 할 얘기가 있어서 왔소.”

천제현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네? 저한테요?”

명왕이 계속 말했다.

“최근 저승바다에서 8천 세 이상의 학자 50명을 뽑았다오. 속세에서는 이미 잊혀진 존재들일지도 모르나, 그들의 학문은 대륙의 현자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소. 기적성의 운문은 오래전부터 널리 인재를 모았다고 들었소. 죽음의 현자 50명이 기적성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오만.”

‘8천 세 이상의 학자라고?’

아무리 멍청한 얼간이라도 8천 년 동안 공부를 하면 희대의 천재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 인물들은 저승바다에서도 찾아보기 드물었다. 그런 자들을 전부 기적성에 보낸다니, 통이 커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명왕이 먼저 그렇게 해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렇게까지 기적성을 신경 써 주시다니 감격스럽습니다. 그 현자들은 기적성에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의 대답에 명왕은 적이 흡족했다.

곧이어 성대한 연회의 막이 올랐다.

손님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연회가 시작되었다.

“기적왕궁의 개업식에 참석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매력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금발의 미녀가 천천히 연회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저는 이번 개업식의 사회자를 맡은 카라입니다!”

박수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연맹에서 푸른제국의 마지막 후예이자 서해성과 푸른은행의 후계자인 카라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의 공연은 라이프엔터테인먼트 상회의 협찬을 받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엘프 악단과 인어 가수들의 공연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조명이 어두워지자 연회장 중앙 부분이 천천히 위로 솟으며 무대가 만들어졌다. 주변 배경도 숲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주점이 아니라 아름답고 고결한 숲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연출이었다. 영원의 숲에서 착안한 그 연출은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숲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와 함께 산해진미의 향기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호화롭기 그지없는 연회가 정식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청초하고 아름다운 나무엘프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여러 개의 악기를 가지고 나와 연주 솜씨를 뽐냈다. 유쾌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연주와 합창이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엘프의 숲에 방문해 엘프들의 노래를 듣는 듯한 환상에 빠졌다. 그들의 앞에는 최고급 음식과 술이 놓여 있었고 그들과 동석한 손님은 제왕급의 인물들이었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즐김’의 정수였다. 물질적인 면에서도, 정신적인 면에서도, 그리고 신분적인 면에서도 이보다 고급스러운 자리는 찾기 힘들 것이다. 손님들은 단순히 물질적 고급스러움으로 평가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천제현은 공화련 자매와 함께 화려한 왕궁식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동석자는 제왕급 손님들이었다. 그 자리는 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VIP석이었다.

엘프족의 공연은 흠 잡을 데 없이 뛰어났고 관중들은 그들의 훌륭한 연주를 남김없이 즐겼다.

엘프들의 수준 높은 음악성과 예술성이 모두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렸다.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기적상회의 전송탑이 없었더라면 평생 이런 즐거움은 누리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천제현이 꽃 엘프의 신선주를 마시며 입을 열었다.

“라이프엔터테인먼트는 생명수 부족의 엘프 장로들이 만들었다죠? 사업이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네요.”

“당연하지. 요즘 연맹 안에서 유행하는 노래는 모두 그 상회에서 제작됐다고. 노래뿐만이 아니야. 영화며 방송국 채널 대부분을 그 상회가 휘어잡고 있는걸.”

공서련은 옆에 있는 귀빈들을 의식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사실 이 상회에 나랑 비비안이 투자를 했거든. 이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큰손으로 성장한 데다가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시장도 많으니까 향후 전망도 좋겠지?”

천제현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대주주 두 명 때문에 이렇게 빨리 성장했던 거로군요.”

숲 연맹의 창업 열풍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고, 기적성의 수입 중 상당 부분이 투자에서 발생했다. 엘프족 공주 출신인 비비안은 자신의 신분을 십분 이용하여 행렬상회, 라이프엔터테인먼트 상회 등 엘프족의 중요 산업 대부분에 투자를 한 상태였다. 이 밖에도 성장 잠재력이 큰 상회치고 기적성 고위 인사들의 투자금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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