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2
제692장 연방 계획
기적성과 연맹 회원의 축하가 이어졌고, 각 성의 성주들은 진귀한 선물들을 보내왔다.
천제현은 돌아오자마자 화제의 인물이 되어 접대에 여념이 없었다. 인기가 너무 많아도 골치라더니, 딱 그 격이었다. 그러던 중 공화련으로부터 성에 돌아오라는 전갈이 왔다. 천제현으로서는 드디어 빠져나갈 핑계가 생긴 셈이었다.
‘큰아가씨가 부르시면 얼른 달려가야지.’
천제현은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순간이동을 통해 성으로 돌아갔다.
“큰아가씨, 어서 와 보세요. 제가 좋은 물건을 갖고 왔어요.”
천제현이 품에서 저장주머니를 꺼냈다.
“이건 신식결정이에요. 이걸 사용하면 최소한 심등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 이 선초들은 천역 경지로 올라가는 걸 도와줄 거고요, 또…….”
말을 하던 천제현의 몸이 순간 굳었다.
뭔가 이상한데?
공화련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쪽에 앉아 있었고 옆에 선 비비안도 이상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천제현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화가 난 건가? 무엇 때문에? 나 천제현, 지금까지 큰아가씨를 한 번도 존중하지 않은 적 없는데. 연애 문제 빼고는 심기를 건드린 것도 없고…….’
공화련의 지혜롭고 깊은 눈빛이 천제현을 노려보았다.
“너 이번에 대체 뭐 하러 간 거야?”
천제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양 대답했다.
“다들 아시잖아요, 달에 갔다 온 거.”
그러자 공화련은 책상을 내리치며 화를 냈다.
“랜스로드 폐하가 돌아와서 비비안 공주님에게 다 이야기하셨어. 비비안 공주님은 나한테 알려줬고. 위에서 네가 뭘 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비비안은 죽 쑨 얼굴을 하고 곁에 서 있었다.
공화련이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이야.
큰일 났군, 큰일이야.
난처해진 천제현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비비안 공주님, 이리 와 보세요.”
“천제현, 미안해.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러나 비비안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오라버니가 잘못했어. 날 욕하고 벌을 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이게 무슨 일이람?
“아니, 제가 명색이 오라버니인데 어떻게 벌을 줄 수 있겠어요? 자, 이것들은 제가 달의 신 유적에서 가져온 선물이니 가져가세요. 전 큰아가씨랑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비비안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응, 고마워 오라버니!”
비비안이 자리에서 물러갔다.
천제현은 굳어진 얼굴로 공화련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큰아가씨, 화내지 마세요.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잖아요?”
“너, 이번에 너무했어. 달의 신 유적은 언젠가는 개발할 곳이야. 언제든 우리 손에 들어올 곳이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한 거야?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우리는 어떡하라고?”
공화련은 천제현의 행동을 강하게 질책했다.
“잊어서는 안 돼. 이제 곧 공서련이와 결혼해야 되잖아!”
“네네네,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천제현은 공화련의 질책을 달게 받으며 깊이 반성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진짜 반성을 했는지 여부는 누가 알랴. 공화련의 화가 좀 누그러진 것을 본 천제현은 바로 화제를 돌렸다.
“제왕들은 보냈나요?”
공화련은 천제현이 화제를 전환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어쨌든 이야기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보니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전송탑, 물류 건설, 통신 건설 공사 등을 다 준비해 놨어. 제왕들은 모두 각자 지역으로 돌아갔고. 얼마 후면 전송 시설이 다 개통될 거야. 반년 정도면 대륙 전체에 공간운송 전송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겠지.”
그녀의 말에 천제현의 눈이 반짝였다.
“이렇게 빨리요? 기적성이 대륙을 통치할 날도 머지않았군요!”
전송탑의 장점이야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전송탑 덕분에 사람들은 이동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제 대륙 사람들은 과거에 다닐 수 없던 오지는 물론이요, 우주나 지하세계 같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전송 기술은 대륙 개발과 외교 발전에 큰 의미를 지닌다.
공화련이 보고서 하나를 내놓았다.
현재 전송탑은 기적성을 중심으로 숲의 연맹 내 143개 도시와 특별 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왕국연맹 지역에는 각국 왕성과 각 지역 본성에 102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기적성의 전송탑 수는 총 245개로, 매일 평균 5만 회 정도 사용되고 있다. 1회 전송에 기적성이 얻는 이윤은 마석 10개이므로 일평균 50만 마석을 거둬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전송탑의 이용료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그 수치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공화련은 전송탑 사용 자격을 완화하는 한편, 전송탑의 보급률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앞으로 기적성은 전송탑에서 거둬들이는 수익만으로도 대륙에서 가장 풍요로운 도시가 될 것이다.
한편, 공간창고의 중요성 역시 전송탑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모든 은행과 쇼핑몰이 공간창고 기술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었다.
혼돈의 숲 내 은행들의 가치 창출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기적쇼핑몰의 무한한 잠재력 역시 모두가 목도한 바다. 앞으로 공간창고의 건설은 더욱 늘어나고 투자는 증가할 것이다. 기적성은 임대 방식으로 공간창고를 대량 판매할 계획이었다. 공간창고는 저렴한 제작비용으로 놀라우리만치 거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전송탑과 공간창고가 대륙에 곳곳에 보급되는 날.
그날이 바로 기적성이 대륙을 제패하는 날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공화련이 눈앞의 영광에 홀려 이성을 잃는 일은 없었다.
“기뻐하기엔 아직 일러. 앞으로 다양한 도전을 받게 될 거야. 무엇보다도 제국 세력들이 자신들을 압도하는 세력이 나타나는 걸 두고만 볼 리 없으니까. 그들을 조종하려는 초강대 세력이 탄생하는 걸 허락할 리는 더더욱 없고.”
이건 아주 큰 문제였다.
천제현이 차를 마시며 물었다.
“그럼 큰아가씨가 생각하시는 대응 방법이 있나요?”
“초반에는 서로 돕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가자. 이익만 제공하면 연맹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
공화련은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내가 오늘 널 부른 건, 중요한 과제 때문이야. 이번엔 네가 직접 결정해 줘야겠어.”
천제현이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뭔데요?”
공화련이 답했다.
“기적성이 대륙을 제패하려면 기술에만 의지해서는 안 돼. 더 강력한 무기 시스템이 필요하지. 그래서 계획을 하나 세워봤어. 이 계획의 초기 투자금은 약 20억 마석 정도로 예상돼.”
20억 마석?
천제현의 입이 쩍 벌어졌다.
기적상회가 많은 부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쓰이는 곳이 너무 많다보니 실제로 융통할 수 있는 마석은 1억 정도였다. 각 지역에서의 수익을 모두 합쳐도 2억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지출이 더 늘어나면 운문을 비롯한 다른 부서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억이라니.
“선투자로 2억을 준비하고 매달 2억씩 늘려나가는 거야.”
공화련은 상세한 설명이 들어 있는 자료를 천제현에게 건넸다.
“여기에는 대형 기갑 군단 구축, 대형 군함과 군수공장 건설, 하늘을 나는 성 건설, 지역별 무기 시스템 구축이 다 포함되어 있어. 20억 마석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초기 단계만 완성할 수 있는 금액이야.”
기적성은 기반도 저력도 부족하다. 무력 역시 간신히 제국 세력의 뒤꽁무니만 따라가고 있는 상태라 과학기술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강점이 없다.
공격적인 투자로 무력을 강화한다는 공화련의 선택은 정확했다. 그녀의 계획을 보면 지금 이 금액도 부족했다. 대형 군함 공장을 세우는 데만 최소 수억 마석이 필요한데, 그런 공장을 최소한 5개는 지어야 하니까.
또 일반 군함을 생산할 때도 대당 100만~200만 마석이 들어간다.
기적성이 대제국 세력에 맞서려면 대형 군함이 최소한 400~500척은 있어야 한다. 충분한 재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밖에도 공화련은 미사일 격납고를 배치하거나 고공 미사일포를 설치하는 등 각지에 방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이런 계획에는 엄청난 자원들이 들어가고, 그 자원은 모두 마석으로 구입해야 한다.
계획을 자세히 살펴본 천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10억쯤이야! 진행하세요! 마석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되죠,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네요.”
천제현이 동의하는 순간, 공화련의 자신감도 크게 상승했다.
“준비하고 있는 게 하나 더 있어.”
공화련이 또 다른 계획서를 내놓으며 말했다.
“연맹 형식을 너무 임시방편으로 정해놓은 상태라 조만간 더 완비해야 할 것 같아.”
계획서를 펼치자 첫 장에 ‘건국계획서’라고 쓰여 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천제현은 공화련의 패기에 놀라고 말았다.
“나라를 세우고 싶은 거예요?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우리는 마수령, 엘프, 해양 종족 등 수백 가지의 종족들로 이루어진 세력이라고요. 내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복잡하게 얽혀 있고요. 이런 나라는 여태까지 대륙에 존재한 적이 없었어요.”
“권력 집중형 국가를 세우자는 게 아니야. 제왕을 선출할 필요도 없어. 연맹의 기초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각 세력집단이 결합해 거대한 연방국가를 만들자는 거지.”
공화련은 천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각 지방에서는 여전히 그들만의 정치와 군사적 체제를 유지하는 연방국가야. 느슨한 연맹과는 달리 지방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연방 대통령을 선출해야겠지.”
공화련은 줄곧 연맹의 상태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연맹을 만든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연맹은 그저 연맹일 뿐,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다. 평등한 것은 좋지만 관계가 너무 느슨하다. 물론 기적성의 지위는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았지만, 그렇다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런 관계는 전체의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공화련은 연맹을 기반으로 연방 국가를 세우려는 것이다. 대통령을 선출해 그가 직접 전체 연방을 이끌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 계획이 정말 실현된다면.
연방국가에서 대통령을 맡을 만한 자격이 있는 유일한 인물은 천제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