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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87화 (687/729)

# 687

제687장 결혼 준비

월나스가 옥판을 하나 꺼냈다. 옥판은 신비로운 주문으로 가득했다.

“맞습니다. 달의 신전을 열 신물입니다. 이건 우리 나이트 엘프족에 대대로 내려온 성물입니다.”

천제현은 월나스가 찾아온 이유를 깨달았다.

“폐하께서는 달에 가고 싶으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월나스가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그 신전은 우리 종족에게 몹시 중요합니다. 부디 내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천제현이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들을 달에 보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이다.

전송진 하나면 몇 분 내로 이들을 달에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나이트 엘프족이 달을 점령하겠다고 나서면 기적성의 개발에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천제현은 달의 유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유적을 다른 세력의 손에 넘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월나스는 망설이는 천제현을 보며 급히 말을 덧붙였다.

“천 성주가 부탁을 들어준다면 나이트 엘프족은 영원히 기적성의 편에 서서 든든한 친구가 되겠습니다.”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었다.

기적성은 대륙에서 최정상급 우방이 부족했다.

밤의 숲은 제국에 필적하는 세력이다. 밤의 숲이 전력을 지지해 준다면 기적성은 앞으로 많은 수고를 덜 수 있다.

천제현이 입을 열었다.

“폐하와 일행을 달에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달의 신전도 내어드릴 수 있고요. 그러나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신전을 탐색하는데 저희 쪽 일행도 끼워주십시오.”

월나스는 천제현의 생각을 분명히 읽었다.

궁전에서 뭔가 진귀한 보물을 건지겠다는 심산 아닌가.

어찌 됐건 달의 신전까지 나이트 엘프족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정도 못 들어주겠는가? 게다가 나이트 엘프족은 수만 년 동안 번영을 누려온 제국에 버금가는 세력이다. 이들은 신전 안의 보물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월나스는 무척 기뻐했다.

“천 성주, 정말 고맙습니다!”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련 아가씨, 나이트 엘프족 폐하를 전송탑으로 모시고 가서 달의 기지로 보내드리세요. 나이트 엘프족 친구들이 달의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지요.”

월나스는 천제현이 이렇게 흔쾌히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지 몰랐다. 그는 천제현의 시원시원한 태도에 더욱 감격했다. 그러나 천제현은 남몰래 눈을 부라렸다.

이 몸께서 아직 달의 중심에 들어가는 방법을 못 찾았기 때문에 허락한 거라고.

월나스 일행을 보내고 천제현은 바로 기적성으로 돌아왔다.

기적 정상회의에 참여했던 제왕들은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천제현은 공화련에게 세부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 제국급 세력들은 암암리에 기적성 주변 지역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영원의 숲과 같은 종족인 밤의 숲은 물론이고 다른 세력들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용들의 땅은 용의 고개와 가깝게 지냈다.

광수제국은 황야고원과 사이가 좋았다.

저승바다 지역은 타이탄산맥과 협력하고 싶어 했다.

심빙우는 풍월제국이 몰래 자신을 찾아왔다고 보고했다.

분천제국은 일부로 서해의 파샤와 손을 잡고자 했다.

이 거물들은 천제현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혼돈의 숲에 거금을 뿌리며 숲의 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성들을 대대적으로 매수했다. 숲의 연맹에 가입한 성은 알파브레인이 관리하기 때문에 손에 넣을 수 없으므로 아직 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성들을 찾아다녔다. 이들은 이런 성들을 매수하여 숲의 연맹에 가입시키는 방법으로 연맹에서의 지위를 다져나갔다.

하지만 이런 꼼수로 공화련의 눈을 피해갈 수 있겠는가?

천제현은 이런 움직임을 알고도 못 본 체했다. 6대 거물들은 모두 적정선을 지킬 줄 아는 현명한 자들이다. 연맹의 이익을 헤치지 않는다면 그 정도의 떡고물은 나눠줄 수 있다.

천제현은 이런 복잡한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천제현에게는 공서련과의 혼례라는 매우 중요한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은 누구에게 맡겨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는 공화련의 도움을 받으며 모든 일을 직접 준비했다.

약속한 대로 이 혼례는 서해에서 거행된다. 그러나 천제현은 공서련에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준비해주고 싶었다. 혼례를 대강 치르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는 기적대륙 공개테스트 일자를 혼례일과 같은 날로 정했다. 그는 기적대륙으로 혼례를 기념하고 대륙의 여러 곳에서 참석하는 거물들이 공서련을 축복해주길 바랬다.

천제현이 공화련에게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네 계획대로라면 서너 달은 필요하지.”

“네? 서너 달이라니요!”

천제현이 고개를 저었다.

“한 달 안에 끝내야 해요. 시간을 더 끌 수 없어요. 서련 아가씨를 계속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공화련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좋아! 한 달 안에 해치우자!”

***

혼례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달 기지에서 월나스와 나이트 엘프 장로들이 달의 신전 위치를 찾았다는 소식이 왔다. 이 소식에 천제현은 깜짝 놀랐다.

위치를 찾았으니 직접 가봐야 했다.

천제현은 숲의 연맹의 사대 거물과 파샤 성주를 불렀다. 그는 연맹에서 가장 쟁쟁한 천역급 강자 다섯과 함께 달의 기지에 도착했다. 천제현이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여우가 달려와 그의 어깨 위로 올라탔다.

천제현은 요새 계속 여우와 떨어져 지냈다. 여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달의 기지에서 보냈다. 여우는 달의 기지 시설을 보호하고 달족 괴물들을 계속 집어삼켰다. 여우의 실력은 나날이 성장했다.

살이 포동포동 오른 여우는 다섯 개의 꼬리가 완전히 자라있었다.

게다가 여섯 번째 꼬리마저 자라기 시작했다.

달에서 여우의 실력이 많이 진보했다는 뜻이다. 보고에 따르면 기지 반경 수백 킬로미터 내에서 이제 달족 괴물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한다.

정말 먹성 좋은 녀석이라니까.

천제현은 달의 신전에 들어가는 방법을 찾는 데 계속 실패했다. 달의 신전은 달에서 가장 큰 마력바다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봉인되어 있는 셈이었다. 게다가 수천 미터 깊이의 바다로 덮여 있어서 어떤 방법을 써도 탐사하기 힘들었다.

천제현이 마력바다를 훑어보며 신식으로 탐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신식은 곧바로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바닷속 마력이 너무 강해서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하에 봉인과 금제까지 있어요. 달의 신전을 여는 방법은 시간을 두고 찾아봐야 할 것 같군요!”

월나스가 말했다.

“천 성주,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나이트 엘프족에게 방법이 있어요.”

천제현이 놀라서 멈칫했다.

“예? 정말입니까?”

나이트 엘프 장로 네 명이 네 귀퉁이에 서자 월나스가 옥판을 품에서 꺼내 던졌다. 신물인 옥판이 회전하며 마력바다 위쪽으로 날아갔다. 장로 넷이 일제히 주문을 외우자 그들의 몸에서 거대한 마력이 방출되어 옥판으로 흘러 들어갔다.

빛의 기둥 하나가 한류가 급강하하듯 엄청난 기세로 수면에 떨어졌다.

해수면이 강력한 마력에 의해 거칠게 일렁였다. 뒤이어 매우 빠른 속도로 바다 한가운데서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바다 전체가 얼어붙자 천제현은 아연실색했다.

바다가 전부 끝없이 펼쳐진 신전으로 변모했다.

액체 상태였던 마력바다는 거대한 충격을 받고 격렬히 용솟음치다가 허공에서 얼어붙더니 신전이 되었다.

신전의 모든 전각들은 정교한 옥 조각품처럼 눈부시게 투명하고 완벽했다. 신전은 순식간에 나타난 게 아니라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옥을 하나씩 조각해 만들어진 것처럼 어떤 결점도 찾을 수 없었다.

천제현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거 좀 재미있겠군!”

월나스가 천제현에게 말했다.

“그럼 가봅시다.”

모두 중앙의 궁전에 도착했다. 궁전 안도 외부와 마찬가지로 정교했다. 내부는 전부 옥으로 생동감 넘치게 조각되어 있었다. 모든 물건과 기둥 장식까지 전부 궁전과 혼연일체를 이루며 안팎으로 고대의 기운을 뿜어냈다.

이게 바로 달의 신전이었다.

나이트 엘프들은 종족에서 가장 우수한 자들을 이곳으로 보내 폐관수련할 수 있다. 이곳에 가득한 달의 신의 기운이 그들의 수련을 크게 도울 것이다. 그러나 월나스가 이곳에 온 목적은 수련을 위한 성지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달의 신이 남긴 가르침을 찾으러 왔다.

달의 신전 궁전의 제단에 달의 중심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었다.

달의 신이 목숨을 잃은 곳은 세상의 중요한 보물창고 중 하나이다. 천제현은 오래전부터 이를 발굴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밤의 월나스 일행의 도움으로 이 일은 간단해졌다.

“이곳이 바로 달의 신이 남긴 유적이로군!”

모두 제단의 비밀통로를 따라 달의 심층부로 향했다. 심층부에 들어서자마자 모두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엄청나게 광활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영기가 가득했고 수십만 년 동안 형성된 진귀한 수정석이 쌓여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약초들은 모두 선약이었다.

선약이 이렇게 많다니.

대다수가 4급 선약이다.

이 약들은 천역급 강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다.

엘프왕은 물론이고 용의 성주와 썬더, 클로, 파샤까지 실력이 쟁쟁한 천역급 강자들에게 곳곳에 깔린 선약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천역급 강자들이 이 선약을 본다면 모두 목숨을 걸고 차지하려 들 것이다.

이런 환경에 자란 약들에는 신성이 깃들게 마련이다.

나이트 엘프들도 몹시 기뻐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들을 진정으로 기쁘게 한 건 선약이 아니라 이 공간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흰 기둥들이었다. 이 기둥들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정기둥처럼 보였지만 사실 신의 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기둥들은 최상급 재료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둥에는 신의 가르침이 새겨져 있었다. 거대한 기둥 표면에 신의 부적이 떠올랐다. 이것들은 사실 고대의 무공과 비술이자 달의 신이 후대에 남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뭘 멍하니 계십니까?”

천제현과 여우가 참지 못하고 나이트 엘프들을 재촉했다.

“어서 가봅시다!”

천제현은 몇 걸음 못 가서 강렬한 위험을 느꼈다. 알 수 없는 곳에서 마력이 발사되었다. 깜짝 놀란 천제현이 허공으로 뛰어올라 가까스로 마력을 피했다.

“이게 뭐야!”

모두 땅바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온몸이 빛에 휩싸인 거인 여섯 명이 달의 신 유적에서 걸어 나왔다. 거인들은 키가 10미터에 달하여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이들의 몸에서 분출되고 있는 강력한 마력파동으로 보아하니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월나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저들은 달의 신이 남긴 호위병입니다. 외부인이 달의 신 유적에 남아 있는 가르침을 훔쳐가지 못하게 지키는 거지요. 저 거인들의 실력은 천역 7성 이상일 것입니다.”

천역 7성?

그 정도면 대륙에서는 최정상급 강자라고.

더 놀라운 것은 이 거인들이 달의 신의 의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순식간에 완전히 회복된다. 거인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이 거인들이 지키고 있는데 누가 신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뭘 머뭇거리고 계십니까? 저 거인들을 막아야지요!”

월나스가 민망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나이트 엘프족은 유적을 여는 방법밖에 모릅니다. 이 호위병들을 저지하는 방법은 세월이 지나면서 실전되어 저희도 모릅니다.”

‘망할. 그런 건 진작 말했어야지.’

천제현은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거인 여섯이 천제현 일행을 향해 돌진했다. 모두 거대한 몸집에 달빛이 뭉친 거대한 검과 창을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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