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86화 (686/729)

# 686

제686장 투구의 부가가치

천제현이 손뼉을 치자 공서련이 상자 더미를 들고 나왔다.

이 상자에는 정신투구 상표가 붙여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지요.”

천제현이 상자 하나를 뜯어 그 안에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투구 하나를 꺼냈다.

“이것은 기적투구의 정식 버전입니다. 우리 기적성은 수십만 개를 이미 매점해둔 상태입니다. 저흰 정상회의가 끝난 후 경매 방식으로 대륙의 각 지역에 판매할 예정이에요. 지금 여러분이 이 기능을 먼저 시험해 보세요.”

기적성은 아직 정신투구의 정식 버전을 출시하지 않았다.

오늘 대회에 참석한 제왕들이 사용한 것은 특별 제작한 것이라 대회장 입장 시에만 사용할 수 있을 뿐 다른 지역에 접속할 수 없었다.

“좋아요. 다들 투구를 써 보세요.”

천제현이 먼저 투구를 썼다.

“이제부터 이 기적투구의 기능을 설명해 드릴게요.”

엘프왕이 투구를 머리에 쓴 순간 미세한 정신 파동이 대뇌에 전달되었다. 마치 미세한 전류가 대뇌를 자극하는 느낌이었는데, 어쨌든 이는 기적투구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기에 엘프왕은 이를 밀어내지 않았다.

랜스로드는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시야에 제어기판 하나가 들어왔다.

물론 이것은 진짜가 아니었다. 그저 정신 마력이 대뇌에 작용하여 망막에 투영된 것이라, 단지 환상에 불과했다.

“여러분 모두 본 것 같군요.”

천제현이 옆에 앉아 말했다.

“지금 여러분 눈앞에 몇 개의 선택사항이 보이시죠? 가장 중요한 기적대륙을 제외하고, 정신통신, 정신 은행, 정신 쇼핑몰 등 세 가지 서비스가 있지요. 기적대륙은 공개적으로 개방한 상태가 아니라 아직은 접속할 수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께 중점적으로 설명해 드릴 부분은 바로 이 세 가지 보조적 기능이고요.”

“우리의 휴대전화 통신번호는 정신투구와 직접적으로 연동할 수 있습니다. 정신투구를 통해 번호를 누를 수도 있고요. 지금 정신통신 모드를 열어 한번 해보시겠어요?”

랜스로드와 니드호그 두 사람이 시험해 보았다.

두 사람은 정신투구를 통해 통신을 생성하자마자 놀랄만한 화면 하나가 나타났다. 통신이 연결된 순간 두 사람 눈앞에 각자 상대방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이 영상도 진짜가 아니라 정신투구를 통해 시야에 투영된 것이었다.

“놀라셨나요? 이것이 정신통신의 장점입니다!”

천제현이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신통신은 자음통신 방식과 비교하면, 두 가지 점에서 우수합니다. 하나는 거리의 제약을 받지 않아 어디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정신을 투영할 수 있어 얼굴을 마주보는 것과 같은 교류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랜스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한 발전이로군!”

“물론 기존의 통신 방식도 나름 장점이 있어요. 그러나 문제는 통신 기지국이 전 세계에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는 관리하기도 불편하고 인적 및 물적 자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요. 거기다 통신 면적도 제약이 있는 데다 요금 청구에 의한 수익 창출 역시 번거롭고요.”

천제현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투구를 가볍게 툭툭 쳤다.

“반면에 정신통신의 좋은 점은 세계 곳곳에 기지국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기적성은 최첨단 알파브레인이 일체화 관리하는 정신발사단말기 수백 대가 있어 좋은 유료화 모델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기적성은 앞으로 두 가지 통신 수단으로 대륙 전체의 통신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정신통신은 고위 계층을 상대로 높은 요금을 책정하고, 일반 휴대전화 통신기의 자음통신은 중하위 계층을 겨냥하여 요금을 최대한 낮출 것이다.

천제현은 정신투구를 대륙 전체에 보급할 수만 있다면, 통신시장에서만 투구를 판매한 수익 전부를 거두어들일 수 있을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시장은 소모형 시장이라 향후 끊임없는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다.

용 영주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렇다면 기적성은 어떻게 요금을 수령할 생각이시오?”

“좋은 질문입니다!”

천제현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말했다.

“지금 통신 선택항목 하단에 있는 개인은행 선택항목이 보이시나요?”

사람들이 정신은행으로 눈길을 돌리자 계좌번호가 적힌 정보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랜스로드 일행은 이 상단에 은행의 계좌정보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기에는 은행카드가 몇 장 있는지, 잔액은 얼마나 있는지 등도 표시되어 있었다.

천제현이 설명했다.

“우리 연맹은행은 선진화된 정신수집 식별기술을 채택하였습니다. 개인의 정신은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므로 이를 개인은행의 열쇠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대단히 안전하지요. 저희는 알파브레인을 통해 은행정보를 수집했으며, 모두 정신인터넷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미래에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정신계좌를 갖는 것입니다!”

이는 뭇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고도 남았다.

정신계좌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통해 직접 이체할 수 있고, 정신통신 요금 역시 계좌에서 바로 공제되도록 한 것이다. 환영 제어기판의 마지막 선택 항목은 정신쇼핑몰이었다.

쇼핑몰을 열자 뜻밖에도 기적쇼핑몰이 바로 연결되었다.

천제현은 설명했다.

“이 쇼핑몰은 저희의 공식 쇼핑몰로 기적쇼핑몰의 온라인 버전입니다. 각종 유형의 재료를 수백 종으로 세분화하여 고객이 기적쇼핑몰의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향후 사용자가 십억, 백억 명으로 늘어날 경우, 정신쇼핑몰을 정신 결제 시스템과 연결하면 화수분과도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가운데 숲 연맹 전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랜스로드 등은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정신은행 결제와 정신 쇼핑몰을 구축하면, 대륙 곳곳의 사람이 투구를 쓰기만 해도 수백만 개에 달하는 상품을 마음껏 고를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가상영상을 통해 모든 제품을 조회할 수 있으며, 은행 계좌에 돈만 있으면 결제할 수 있다.

이는 기적상회의 사업에 큰 수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연맹의 5대 은행 업무도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숲 연맹의 거물들은 이미 기적쇼핑몰과 협력 관계를 맺어 다수의 창업자가 여러 가지 사업을 구축한 상태였다.

이제 기적쇼핑몰을 기적정신투구로 옮기면 숲의 거물들은 해당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된다.

천제현은 기적정신투구는 엘프은행, 베헤모스은행, 거인은행, 타이탄은행, 푸른은행, 중앙은행인 기적은행 등 6대 은행과 기본적으로 연동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적정신투구가 완전히 보급되면, 6대 은행은 대륙의 경제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5대 거물은 시대적 도태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이 이 시대의 돈줄을 장악한 게 아닌가.

“이것은 기적정신투구의 부가적 서비스에 불과해요. 저희 기적대륙이야말로 주축이 되는 거지요. 기적대륙은 앞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정신인터넷을 구축하게 될 겁니다. 이처럼 거대한 사회관계망을 통해 우리는 가상의 도시와 제품을 판매하고, 가상의 여가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요. 여기 이 모든 항목은 전부 다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요.”

천제현이 투구를 벗었다.

“저희는 연맹 회원으로서, 앞으로 기적대륙에서 더 많은 혜택과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아직도 투구의 제조법을 공개하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나요?”

모두 천제현의 생각을 완전히 알게 되었다.

기적정신투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천제현은 시장을 신속히 장악하여 기적정신투구를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되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누군가가 기적투구를 모방하여 자체 제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기반을 잡고 소비자에게 익숙해진 기적투구를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다.

천제현이 모든 설명을 마쳤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랜스로드가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기다리게. 이야기할 게 한 가지 더 있어.”

천제현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요? 정상회의에 문제가 또 있나요?”

“자네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했네. 그 문제는 아닐세.”

랜스로드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나이트 엘프왕이 자네와 단둘이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달라더군.”

나이트 엘프왕이?

나이트 엘프왕은 보통 거물이 아니다.

그는 밤의 숲을 다스리는 최고통치자로 제왕 반열의 거물이다.

엘프족 내부에서 나이트 엘프왕 월나스와 나무 엘프왕 랜스로드는 동급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힘이나 권력으로 따지면 나이트 엘프왕이 나무 엘프왕보다 몇 배나 강하다.

나이트 엘프왕이 천제현을 만나자고 청했다.

천제현이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나이트 엘프 몇 명이 엘프족 차림으로 달빛마을에 전송되었다. 무리를 통솔하는 엘프는 겉보기에 30~40세 정도이나 천 살은 족히 된 늙은이 같은 기운을 풍겼다. 나이트 엘프왕 월나스의 실제 나이도 사실 이 엘프와 비슷했다.

랜스로드가 직접 나가 이들을 맞이했다.

“폐하, 천제현 성주는 안에 있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월나스는 존경하는 눈빛으로 랜스로드를 쳐다봤다. 나무 엘프는 예전에 대륙에서 제일 강한 세력 중 하나였다. 수만 년 전부터 조금씩 쇠약해지기 시작하면서 혼돈의 숲 한구석으로 세력이 줄었지만 현임 나무 엘프왕은 전례 없는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한창 젊은 나이에 이런 업적을 이루는 건 대단한 일이다.

가장 뛰어난 점은 이 젊은 엘프왕이 기회를 움켜쥐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무 엘프족은 혼돈의 숲에서 기적상회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기적상회가 부상함에 따라 나무 엘프족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더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할 수도 있다.

월나스가 천제현 앞으로 다가왔다.

“천 성주, 처음 뵙겠습니다!”

“폐하께서 이리 예를 표하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입으로만 하는 소리지 사실 천제현은 월나스를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격의 없이 시원시원하게 행동했다.

“일부로 소인을 만나러 오시다니 무슨 일이십니까?”

“천 성주가 천하에 둘도 없는 귀재라 듣고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월나스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엘프족은 부드럽고 따뜻한 기질을 지녔다. 엘프족의 신앙과 습관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권력을 쥔 월나스가 황위에 오르지 않고 왕으로 남아 있는 이유도 아마 이때문일 것이다.

“나이트 엘프족은 달의 신을 숭배합니다. 기적성에서 달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대의 기록에 의하면 달에는 달의 신이 만드신 유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 유적에는 달의 신의 후예가 열 수 있는 신전이 있습니다.”

천제현은 깜짝 놀라서 잠시 멈칫했다.

“설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