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85화 (685/729)

# 685

제685장 안심시키다

기적성은 실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다.

그들의 의지와 성의에 제왕들조차 할 말을 잃을 정도로 말이다.

제왕급 인물들은 각자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연맹을 붕괴시키려면 분명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이 제국급 세력은 거리상 기적성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대건제국이라는 반면교사가 있었기에 쉽사리 기적성과 척을 질 수는 없었다.

게다가 ‘눈먼 돈’이 바로 앞에 있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도, 굳이 위험을 감수해 가며 기적성과 싸울 명분도 없었다.

기적성은 협력 대상을 찾지 못할까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제국 세력이 연합하여 기적성에 대적하면 기적성은 우주 혹은 지하세계로 옮기면 될 텐데, 이 제국급 세력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뭐 어떻게 하겠는가?

기정정상회의에서 제시한 혜택이 이토록 많은 이상, 향후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국력은 더 강해질 게 분명했다. 그러면 대건제국만 도태될 텐데, 그때에는 대건황제도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겠는가?

세상에 남의 잘못을 답습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공화련은 다시금 기적상회 기술과 그전망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그녀는 기적상회에 대한 제왕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기적성은 무엇보다도 정신인터넷 보급이 가장 중요했다.

기적성은 이 목표를 최대한 빨리 이루기 위해 제국들이 정신투구 생산기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정신투구의 설계도와 제조방법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적성은 지능공장 방식을 제공하여 투자할 계획인데, 이는 곧 투구 설계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기술 전부를 기적성이 책임진다는 의미이다.

이로써, 제국들은 자원과 인력만 투자하면 누워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수익이 보장된 거래를 누가 거절한단 말인가? 정신투구의 생산 비용은 낮기 때문에 대규모 보급에 적합하다. 각 제국급 세력이 보유한 인구도 적지 않은데, 특히 용들의 땅과 같은 세력은 그 자체로 인구가 많지 않지만, 그 부속 지역의 왕국과 세력이 지닌 인구는 방대하므로, 최소 수십억 마석에 해당하는 시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누구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기에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공화련은 기적상회를 대표하여 제왕급 인물들과 기타 협력 사항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기적쇼핑몰, 공간 물류 구축, 전송 시스템 구축, 알파브레인, 마력무기 등 주요 제품에 관한 협력이 포함되었다.

이 제품의 보급은 장점만 있을 뿐 단점이라곤 전혀 없었기에 제왕급 인물 중 어느 누구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공화련은 기정정상회의에서 모든 정상급 인물들과 일차적인 합의를 끌어냈고, 현장에서만 17건이 넘는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약 40건 이상에 달하는 사업과 분야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이번 기정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는 향후 대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기적상회의 대륙화 전략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수백만에 달하는 연맹 회원이 회의의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기적성은 기정정상회의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하여 연맹 도시에 생중계 하였고, 이 방송을 지켜본 사람은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이지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각 부족과 지역의 창업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이 제국급 세력은 전체 대륙에서 절반 이상의 세력을 아우르는데, 이는 단지 제국 몇 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백 개의 왕국까지 세력을 미칠 수 있었다. 이 국가들 모두 여태껏 개방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이었고, 개방된 적이 없다는 것은 굉장히 많은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곧 획기적인 창업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드디어 끝났다!”

천제현은 성 대청에 앉아 투구를 벗었다. 공화련, 공서련, 남궁혜도 잇달아 투구를 벗었다.

공서련이 기쁜 듯 소리쳤다.

“언니, 정말 대단해!”

“이렇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줄은 몰랐어.”

남궁혜 역시 잔뜩 고무된 모습이었다. 어쨌든 이는 상회에 중요한 변화의 바람이었다.

“앞으로 판이 더 커지겠는데, 이러다가 대륙의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거 아니에요?!”

공화련은 오히려 침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우린 충분히 준비해왔지만, 오늘 자리에 참석한 각 제왕들은 우리가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에 잠시 어리둥절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륙에서 날고 긴다는 인물들이니 절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오늘은 그저 첫발을 잘 내디뎠다고 생각해요.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잘 걸어가느냐 하는 거지요.”

바로 이때, 천제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비비안이었다.

“천제현, 큰일났어. 지금 아바마마, 데스윙, 클로, 썬더, 파샤 성주께서 천제현을 당장 보겠다고 난리야. 내가 우선 진정시키긴 했는데, 지금 만날 수 있을까?”

“물론이죠. 이렇게 하죠. 문엘프의 마을에서 간이 회의를 열게요.”

비비안이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공서련이 궁금한 듯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연맹의 5대 거물들께서 절 찾으시네요. 역시 예상대로네요.”

천제현은 이들의 반응에 전혀 놀라워하지 않았다.

“우리가 더 강력한 협력 상대를 찾게 되면, 자신들에 대한 기적성의 의존도가 크게 떨어지게 되니까요. 그러면 기적성에 대한 그들의 중요성도 순식간에 낮아지게 되니까요. 그러니 분명히 불안해 할 거예요. 저들을 안심시켜 줘야겠어요.”

공화련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이제 막 제국급 세력과 협력하기 시작했어. 모든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실제로 진행된 바도 없고. 이때 내부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나는 심빙우 언니한테 연락해서 오라고 할게. 내부적으로 연맹 정상회의를 열도록 하자.”

기적성 연맹은 왕국 연맹, 숲 연맹, 서해 연맹 등 삼대 연맹 지역으로 나뉜다. 총 6명의 최고 지도자가 있는데, 이는 대주국 여왕 심빙우, 혼돈의 숲 사대 거물, 서해성의 파샤 성주 등이 포함된다.

6대 인물은 각자 세력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적 지위는 기본적으로 비슷했다.

천제현이 기적성 옆에 있는 문엘프의 달빛마을에서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 작은 마을은 기적성에 와서 일하고 공부하는 나무 엘프족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규모는 아담하지만, 패션쇼, 요리 페스티벌, 음악 페스티벌, 예술 페스티벌 등이 갖가지 행사가 수시로 열리고 있으며, 지금은 대단히 특색 있는 엘프족 자치 마을이 되었다.

다양한 여건을 갖추고 있었기에 달빛마을은 연맹에 전송탑 구축을 신청하였고, 기적성은 이를 승인하였다. 현재 마을에 전송탑이 구축된 상태라 왕래하기가 굉장히 편리했다.

6대 연맹의 거물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무심하게 앉아 있는 심빙우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소 조급한 기색이 엿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네요! 다들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천제현이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왔다.

“오늘 기정정상회의에 다녀오셨겠지요? 기적성의 미래 전략에 대해 고견이 있으신가요?”

“괜히 말 돌리지 마라!”

클로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 대단히 복잡해. 우리 내부 자원조차 아직 통합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그 많은 대륙 세력을 끌어들이면 앞으로 우린 어찌 해야 하는 거야? 길을 알려 달라고.”

썬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기적성이 대제국들과 연합하면, 대륙의 어떤 세력도 감히 날뛰지 못하겠지. 그럼 우린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5대 연맹의 거물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다.

오로지 심빙우만 무심하게 차를 홀짝거렸다.

천제현이 손을 들어 말했다.

“자자, 진정들 하십시오! 비록 기적성이 여러 제국의 세력과 협력을 시작하긴 했지만, 저희의 뿌리는 영원히 혼돈의 숲입니다. 그러니 연맹의 번영과 힘은 기적성의 힘과 번영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지요. 저희에게 힘이 없다면, 저런 세력들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기적상회가 얼마나 발전하든, 저흰 영원히 혼돈의 숲과 연맹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긴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

데스윙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정신투구나 정신공간의 제조방법처럼 중요한 기술을 무상으로 다른 국가에게 넘겨주면, 이 분야에서 우린 경쟁력을 잃게 될 거란 말일세!”

바로 이 점이 엘프왕이 언짢아하는 부분이었다.

천제현이 정신투구 설계도에다 정신공간의 설계 방법까지 무상으로 넘긴다면, 이 세력들이 굳이 연맹이나 기적상회와 협력하겠는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텐데?

“그걸 염려하신 게로군요. 걱정이 너무 많으시네요. 제가 언제 손해 본 적이 있습니까?”

천제현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들이 정신공간의 제조방법을 얻게 되어도 기적대륙과 같은 가상의 세계는 만들어내지 못할 겁니다.”

“어째서 그런가?”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천제현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정신세계를 구축하더라도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법칙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간에 구멍이 생겨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되고 말지요. 전 정신세계를 제조하는 방법을 전달할 겁니다. 그러나 그건 제조방법에 국한될 뿐이에요. 저들이 그것만으로 정신세계를 만든다? 어림없지요.”

그랬군.

“게다가 정신세계는 유지와 관리가 중요합니다. 기적대륙의 운용은 100대가 넘는 최첨단 알파브레인이 동원되고 있음에도 가까스로 유지하는 정도에 불과하죠!”

천제현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앞으로 기적대륙의 인구는 갈수록 많아질 것입니다. 최첨단 알파브레인의 수요도 늘어날 거고요. 수백 대, 수천 대, 수만 대까지 필요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런데 단지 이것만 가지고 기적상회의 것을 똑같이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땅 치고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렇긴 하지.

천제현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 장벽 두 가지를 설명했으나, 사실 이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기술적 제약이 존재했다. 그러므로 각국이 자체적인 정신인터넷 체계를 구축하려면 최소 5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대륙의 사람이 정신인터넷에 접속하려면 기적상회가 구축한 플랫폼에 접속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이다.

클로가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신투구는 엄청난 수익창출원이 아니오. 그런데 이 제조방법을 저들에게 넘기면 10억 심지어 더 많은 마석을 바치는 게 아니고 뭐겠소?”

다른 사람들도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투구를 자신들이 제작하면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건 아니에요.”

천제현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신인터넷을 최대한 빨리 보급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요. 정신투구는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하드웨어 설비로 인한 수익은 일회성에 불과하다는 것을요. 저희가 창출할 수 있는 막대한 이익은 하드웨어 설비가 아닌 가상공간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 얻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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