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4
제684장 정신투구
기정정상회의 준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그렇다고 대강 해치웠다는 의미는 아니다.
천제현이 기정정상회의 개최를 선포하기 전에 기적상회는 적잖은 시간을 들여 전반적인 정신영역 인프라를 구축하였고, 숲과 왕국의 주요 도시 대부분에 경기장, 시련장 등을 세웠다.
현재 이 경기장과 시련장은 연맹 회원국의 가장 중요한 여가장소가 되어 매월 기적상회에 수백, 수천만 마석에 달하는 수입을 가져다주고 있다.
정신 분야에 대한 기적상회의 계획은 경기장이나 시련장 건설처럼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다.
현재 진행하는 모든 것은 정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이었다.
이로써, 기정정상회의가 열린 후 각 도시 사람들은 정신을 통해 설비에 접속하여 회의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는 기적상회가 오랜 기간 이 분야에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었다.
천제현이 선포했다.
“기적상회 부회장, 기적성 부성주, 연맹 부의장인 화련 아가씨를 사회자로 모십니다! 모두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모든 도시와 지역의 백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공화련은 기적성, 상회, 연맹의 운영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조타수’였다.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혜와 능력을 겸비한 인물로, 공화련과 같은 유능한 조력자가 없었다면, 기적상회는 지금처럼 발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공화련은 경국지색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녀 연맹에 소속된 각 국가와 부족 모두 그녀를 우상처럼 여겼다.
오랜 풍파를 겪은 그녀는 이제 어떤 상황에서든 주눅 들거나 위축되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기적성을 방문한 국왕들에게 환영의 인사말을 건넨 후 회의 의제로 바로 넘어갔다.
“오늘 이 기정정상회의에서 저희의 야심찬 제품을 먼저 선보이고자 합니다. 이 제품은 기적상회가 근 1년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제품의 안전성 검증은 이미 끝마친 상태입니다. 사실 많은 분께서 이미 짐작하셨을 것으로 사료되는데요. 맞습니다……, 바로 정신투구와 정신인터넷입니다!”
‘정신투구와 정신인터넷이라니?’
제왕급 인물들은 정신투구의 우수성을 체험하고 있었다.
이번 기정정상회의 자체는 정신의 상호 연결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사람이 정신투구를 통해 한 곳에 모일 수 있어 정신적 측면에서 상호작용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신투구와 관련하여 생소한 부분이 더 많았기에 지금 당장 이 제품의 시장 잠재력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운문 실험실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보시지요.”
공화련이 손을 들자 대회장 공중에 커다란 스크린이 나타났다. 스크린 상에는 연구 데이터가 빽빽하게 표시되었고, 바람, 불, 땅, 빛, 어둠, 번개 등에 관한 기록이 상세히 나와 있었다. 이 데이터를 통해 다수의 마력이 전파 과정에서 일정 부분 소실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세상의 마력은 보통 전파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마력이 변형되고 약해지고 소모됩니다. 이는 모든 마력이 시공을 기초로 형성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시공에 변화가 발생하면, 마력들도 변하게 됩니다.
공화련이 말을 하면서 손을 가볍게 휘젓자 정신 마력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나타났다.
“저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 마력의 전파는 공간과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정신 마력은 공간을 뛰어넘어 목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지요. 이는 정신 마력이 사실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일종의 독립된 마력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정신 과학기술의 전망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요.”
나이트 엘프왕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어디가 좋다는 말입니까?”
“저희의 정신투구는 공간이나 거리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기적성에 정신세계의 발사기만 구축하면, 대륙에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접속기능이 탑재된 투구로 정신세계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신세계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은 동일하게 흐르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1시간이 정신세계에서 10일, 20일, 심지어 더 길 수도 있어요! 이 정신투구가 출시되면, 우리 대륙은 정신인터넷 시대의 포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 계신 여러분이 기적성과 협력하기만 하면, 저희의 정신인터넷은 짧은 시간 안에 대륙의 문명화된 종족을 모두 포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정신투구만 있으면, 대륙의 지능형 생물체 전부와 연결할 수 있다니?.
정신교류 방법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뛰어넘을 수 있는 더 높은 차원의 통신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위하여 기적상회가 여러분께 선물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공화련이 손짓하자 초대형 실물 지도가 공중에 펼쳐졌고, 이를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는 대륙의 지도로 규모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지리적 구조와 형태가 조각품처럼 훌륭했다. 이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대륙이기보다는 수많은 예술가가 함께 빚어낸 세상과도 같았다.
“이것은 기적상회가 꽃의 엘프 부족과 함께 10만 명 이상의 인력, 알파브레인 100대 등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건설한 대륙입니다. 이곳은 바로 기적대륙입니다!”
“기적대륙의 면적은 500만 제곱킬로미터에, 도시 661곳을 아우르고 있으며, 현재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습니다. 기적대륙의 모든 지역은 저희의 세밀한 설계를 거쳐 조성된 것입니다. 도시 하나당 인구 1천 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밖에 다수의 여가시설, 경기장, 시련장, 도서관 등을 비롯하여 상업 체계도 완비해 두었습니다.”
“이곳은 환상의 세계로 대륙의 모든 백성은 이곳에서 현실세계에서 맛볼 수 없는 갖가지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최첨단 지식을 익히고, 세계 각국의 사람과 연락하고, 가장 짜릿한 모험도 할 수 있지요. 맞습니다! 이것은 저희 기적상회가 야심차게 선보인 제품으로 오락, 여가, 모험, 사교, 상업, 교육, 과학연구까지 일체화된 새로운 개념의 세상입니다!”
제왕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적상회는 거대한 가상세계를 만들어 대륙의 각 국가와 부족이 정신을 통해 여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신세계 안에서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체험할 수 없는 것을 가상의 세계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적대륙은 도시 661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도시들을 오고갈 수 있는 편리한 교통수단도 구축해 놓았다. 정신세계의 도시마다 전송지점이 있어 도시 내에서는 물론, 도시 간 전송도 가능하고, 정신세계 인터넷과 통신도 모두 편리하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는 백억 명 이상의 대륙인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대규모 사교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정신인터넷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종족과 국가를 뛰어넘는 대형 플랫폼이 형성되기만 하면 십억 명, 백억 명에 달하는 사람이 이곳에 모여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기적대륙을 차치하더라도 정신인터넷은 상업, 경제, 교육, 오락 등의 혁신을 가져와 소득을 증대시킬 것이며, 투구 하나만 판매하더라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게 될 것이다.
“정신인터넷이 전 대륙을 포괄하게 되면 우리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는 시대적인 발전이자 역사적인 진보이기도 하지요. 여기 계신 여러분은 산증인이 될 것입니다.”
공화련이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기적상회가 이 기술을 통해 대륙을 장악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이 플랫폼을 개방하여 여러분과 상생을 이루는 것이 기적상회의 이념이자 철학입니다!”
이렇게 우수한 기술이 주는 유혹은 그 누구라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기적성이 제품과 기술을 전 대륙에 보급하려면, 파이를 나누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기적상회가 가진 실력으로 보아, 기술 보급이 다 이루어지기도 전에 다른 세력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힐 것이다.
공화련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기정정상회의에서 발표할 또 한 가지 일은 기적성의 플랫폼 개방입니다. 저희는 정신투구의 제조 기술부터 정신 공간의 제조 기술까지 여러분과 공유하고 그 안에서 협력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제왕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기적성의 의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공화련이 직접 말로 꺼내자 파급력이 더 컸다. 기적성은 이 기술을 이제 막 안정화시켰는데, 수익을 창출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과 기꺼이 파이를 나누겠다는 말인가?
놀랄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실 정신 분야에 관한 과학기술뿐만이 아닙니다.”
공화련이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는 일반 통신 기술, 마력 기술, 무기 기술 등 각종 분야에 대한 기술을 개방하고 협력할 계획입니다. 향후 협력 관계가 좀 더 심화되면, 곧 이 기술을 연맹국에 개방할 것입니다.”
이 말인 즉슨, 기적성과 관계를 돈독히 하면 과학기술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으니, 기적성의 과학기술을 얻고 싶다면 빨리 우호적인 관계를 맺자는 말이다.
“이밖에 기적성과 각 연맹국들은 고심 끝에 우주와 지하세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화련이 자리에 참석한 제왕을 보며 말했다.
“저희는 여기 계신 여러분과 우주와 지하의 탐사기지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싶습니다. 우주세계와 지하세계 탐사와 자원 발굴을 지원하여 대륙의 대외 자원 개발 역량을 확대해 나갔으면 합니다.”
이 역시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었다.
우주든 지하든 모두 희귀 자원이 풍부하다. 이 제국급 세력들은 그 자체로 막강한 실력을 지녔으니 이 분야에 대한 협력을 맺는다면, 우주와 지하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제국이 발전하는 데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적성은 각국에서 운문 실험실 연구에 참여할 우수한 학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향후 대륙의 각 지역에 운남 분원을 설립하게 되면, 대륙의 인재들이 마력 과학기술 연구에 뛰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무슨 협상인가?
이건 그냥 선물 퍼주기 아닌가?
제왕급 인물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고, 공화련은 전례 없는 혜택으로 이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