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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83화 (683/729)

# 683

제683장 회의장

풍월여제, 분천대제, 광수대제, 나이트 엘프왕, 저승바다 염라왕, 용들의 땅 대장로 등은 각각 인간, 마수령, 엘프, 망령, 용족의 최고 지도자 자격으로 기적성에 모였다.

이들 제왕들 간에는 갖가지 복잡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었다.

예컨대, 광수제국과 밤의 숲은 서로 못 죽여 안달인 원수지간이고, 광수의 숲과 풍월제국도 사정이 마찬가지였다. 분천제국과 밤의 숲도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으며, 저승바다와 용들의 땅도 툭하면 으르렁대기 일쑤였다. 게다가 용들의 땅은 풍월제국, 분천제국과의 관계도 상당히 경색되어 있었고, 경쟁국인 분천제국과 풍월제국은 서로를 눈엣가시로 보았다.

역시 천제현이 생각한 대로였다.

이들이 서로 손잡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마찰은 수백 년, 심지어 더 오랜 세월 동안 쌓이고 굳어져 상대방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천제현도 혹여 그들 사이에 다툼이 일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천제현은 그들을 따로 떨어뜨려 놓았고, 니드호그에게 용족 대장로를, 나무 엘프왕 랜스로드에게 나이트 엘프왕을, 클로에게 광수대제를 맡겨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 제왕급 인물들이 기적성에 하루 이틀 묵으면서 기적성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토록 외진 곳에서 제국에 필적할 만한 세력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알게 되었다.

이 제왕들은 실컷 먹고 마시고 구경했다.

드디어 기정정상회의가 시작되었다.

“존경하는 여왕폐하, 안녕하십니까!”

암금색의 인영 셋이 풍월여제 앞에 나타나 예를 갖추며 말을 건넸다. 이들을 본 풍월여제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이들이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꼭두각시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더 놀라운 건 이 꼭두각시들 모두 만만찮은 실력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꼭두각시마다 진령 9성 정점의 수준인데다 본래 자가 의식과 생명이 없는 꼭두각시인데, 놀랍게도 의식을 가진 채 인간과 정상적인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풍월여제는 이를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물었다.

“네놈들은 무엇이냐?”

암금색 인영 중 하나가 대답했다.

“저흰 성주님이 만드신 신혈강시입니다. 본래는 평범한 강시에 불과했으나 신혈을 흡수하고 일련의 강화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옵니다. 신혈강시는 본래 자가 의식이 없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나 지능코어가 장착된 알파브레인을 이식한 관계로 자가 통제가 가능해졌습니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군.”

“과찬이십니다.”

신혈강시가 공손하게 말했다.

“기정정상회의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기적 회의장은 이미 준비를 마쳤으니, 폐하께서는 입장하여 주십시오.”

신혈강시 둘이 여제를 모시고 호화롭게 장식된 대주점에 도착했다.

풍월여제의 미간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설마 기정정상회의를 대주점 안에서 열려고?’

풍월여제는 지난 이틀간 기적성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재미있는 일들을 겪었으나, 이렇게 중요한 회의를 일개 주점에서 개최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참으로 옹색하군.’

풍월여제는 실망한 것은 사실이나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그녀는 기적성이 기정정상회의를 개최한 결정적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이는 각 제국의 압박이 거세지면, 기적성이 두각을 나타내더라도 이토록 강력한 기술은 지키지 어려울 것이다.

급하게 회의를 개최한 만큼 소홀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풍월여제가 기적대주점에 들어갔을 때 기계 꼭두각시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꼭두각시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동작과 말투가 자연스러웠다.

신혈강시가 옆에서 설명했다.

“이것은 기적상회가 기관술을 결합하여 개발한 로봇입니다. 저들 몸에는 지능코어가 없어 기적성 중앙 알파브레인이 조종하고 있습니다.”

풍월여제가 물었다.

“로봇? 저것들로 무얼 하려는 거지?”

신혈강시가 대답했다.

“기적상회는 앞으로 수년 동안 로봇 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여기에는 전투형 로봇, 서비스형 로봇, 연구형 로봇 등이 포함되어 있어 전장, 생활, 과학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것입니다. 이 로봇은 생산 속도가 빠르고 막강하며 전혀 지칠 줄 모르고, 일괄 관리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기적성 최신 과학기술과 무기를 언제든 갱신할 수 있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천제현은 상회를 통해 우주, 지하, 숲, 바다 및 기타 지역 등 할 것 없이 대량의 자원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천제현은 가장 견고한 고급 금속을 채굴하여 로봇의 외관을 제조했다. 이 로봇들에 마력 검, 마력 방패, 각종 무기 등까지 장착하면 진령 술사라도 이들을 쉽게 꺾을 수 없을 것이다.

현재 기적성 군대는 충분히 강하지 못하다.

게다가 충분히 훈련시킬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나 향후 로봇 부대가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모집이나 수련, 훈련할 필요 없이 하늘을 날 수 있고 바다에 들어갈 수 있으며, 원망도 피로도 없이 절대적인 충성을 보일 것이니 로봇보다 더 우수한 병사가 있을 수 있을까?

지금 풍월여제는 이런 생각까지는 할 겨를이 없었다. 신혈강시 셋이 풍월여제를 호화로운 장식이 돋보이는 방으로 안내했다. 열댓 개의 서비스형 로봇이 최상급 음식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아울러 최고급 엘프차와 꽃의 엘프가 만든 신선주도 내놓았다.

풍월여제는 커다란 쇼파에 앉았다.

“이곳이 응접실인가?”

“아닙니다. 여왕폐하.”

신혈강시 하나가 설명했다.

“이곳은 폐하께서 참석하실 회의가 열리는 곳입니다.”

신선주를 맛보고 있던 풍월여제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시선이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이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품과 식물들이 제법 분위기 있게 장식되어 있었다. 또 다른 한쪽으로는 작은 베란다 화원과 실내 수영장이 있었다.

이토록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 회의장이라고?

게다가 아무도 없지 않은가?

“성주님께서 모든 것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신혈강시가 투구를 건넸다. 아름다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투구에는 수십 개의 수정석이 박혀 있었다. 풍월여제는 이것이 모두 정신 속성의 수정석임을 알아차렸다.

“여왕폐하, 정신투구를 착용하시고 기정정상회의 회의장에 입장하십시오!”

‘투구를 쓰고 기정정상회의에 참석하라고?’

풍월여제는 잠시 어리둥절했으나 곧바로 깨달았다. 지난 며칠간 기적성에 머문 그녀는 결투장, 경기장, 정신도서관 등을 체험했고, 그 결과 기적성은 정신기술을 통해 허공에 정신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역시 그랬군.’

기정정상회의의 회의장이 정신공간에 있는 것일까?

‘천제현 그놈 정말 예측 불가능하군 그래.’

풍월여제는 투구를 받아 머리에 썼다. 그러자 투구 상단의 마력진이 활성화 되었고, 정신 마력이 풍월여제를 단숨에 감싸 안았다.

풍월여제 정도라면, 이런 수준의 정신력은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정신 방어를 완전히 해제시켜 그것이 정신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게 하였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 짧은 시간, 풍월여제는 자신이 수정 거룡 등 위에 올라탄 것을 발견했다.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광경이 펼쳐졌다. 계단 형태의 행렬처럼 규칙적으로 중첩된 관람석은 사람들로 뒤덮여 있었다.

정중앙은 화원처럼 아름다운 회의장이었다.

이때 회의장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오신 분은 대륙 최초의 여왕이십니다! 모두 여왕폐하를 환영해 주십시오! 여왕폐하께서는 입장하셔서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자리를 가득 메운 인파가 바닷물처럼 넘실거렸다.

풍월여제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인물인지라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침착하게 손을 흔들었다. 거룡이 풍월여제를 태우고 거대한 회의장 주위를 한 바퀴 선회한 후 회의장 중앙에 있는 높다란 단상으로 내려왔다.

눈부시게 화려하고 웅장한 보좌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기적상회의 총 회장 두 명은 지정 좌석에 앉아 있었고, 남은 자리는 모두 다른 제왕을 위한 것이었다. 풍월여제가 이 중 한 곳에 앉았다.

이때 나머지 사람들도 속속 회의장에 도착했다. 모두 위용을 자랑하는 거수를 타고 회의장 전체를 한 바퀴 돈 후에 중앙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자, 여러분 모두 착석하셨으니 정상회의를 정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천제현이 일어나 소개했다.

“여러분은 모두 대륙에서 가장 손꼽히는 인물이십니다. 그러니 장황하게 말할 필요 없이 회의장에 대해서 간단명료하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왕들도 호기심이 일었다.

이곳에는 최소 수백만 이상의 사람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금까지 사람이든 세력이든 이토록 많은 사람이 한 자리에서 동시에 회의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은 모두 연맹 소속 지역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대하국과 대주국, 대위국을 비롯하여 북융, 서초, 서연…… 등 왕국연맹에서 400만 명 이상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뒤이어 천제현이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숲의 부족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영원의 숲, 황야고원, 타이탄 산맥, 용의 고개, 서해, 은월성, 제이드성, 사방성…… 등 숲의 연맹에서 약 300만 명이 오셨습니다!”

천제현은 간단히 소개를 끝마쳤다.

“맞습니다. 이번 기정정상회의에 총 7~8백만 명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이 모든 과정을 생중계하여 숲 왕국의 백성 10억 명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오늘 이번 회의를 통해 여러분은 연맹의 번영, 기적상회의 눈부신 과학기술을 직접 보게 될 것이며, 이 자리를 끝으로 대륙은 마력 과학기술의 원년을 맞게 될 것입니다!”

“와!”

박수소리가 홍수처럼 장내를 휩쓸었다.

이 장면을 본 사람은 그 누구라도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풍월여제는 실제로는 방안에 편안히 누워 있는 상태지만, 그의 정신은 이 환상처럼 펼쳐진 회의장에 와 있었다. 이런 기술과 과학에 그녀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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