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2
제682장 거물급 인물들
이번 전투는 영광스러운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상회의의 개최는 다시 한 번 기적성에 역사적인 순간을 안겨줄 것이다.
천제현은 도시 한 바퀴를 쭉 돌아볼 겸 공서련과 함께 성곽 허공에 놓여 있는 복도를 산책했다.
이 위치와 고도에서 굽어보니 기적성 대부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적성은 정상회의의 원만한 개최를 위해 적잖은 시간을 들였다. 대형 전영경을 도시 곳곳에 구축하였고, 전영경마다 홍보 화면을 띄웠으며, 꽃의 엘프 화원에서 가져온 신선한 꽃들로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커다란 축하 현수막을 내건 기적 비행선 수십 대가 사방에서 날아다녔고, 공중전함 두 대는 하늘에 정박해 있었다. 도시 안에서는 수많은 인부가 기적성의 최신 갑옷을 두르고, 첨단 비행 기능을 사용하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벌집을 부지런히 오가는 일벌처럼 보였다.
이 미래형 첨단도시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내란으로 멸망할 지경에 이른, 황폐하고 힘없는 도시였음을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천제현은 이 같은 광경을 마주하며 흡족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건제국과의 전투에서 기적성에 심각한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기적성이 이리저리 찢겨 엉망이 되었다면, 각국의 제왕들을 영접하는데 얼마나 체면이 안서겠어요?”
공서련은 불안한지 다소 경직된 얼굴로 물었다.
“저렇게 엄청난 인물들을 불러왔는데, 설마 문제라도 생기는 건 아니겠지? 다들 대륙에서 손꼽히는 거물들이잖아. 만약 저들이 공모라도 해서 우릴 압박하면, 저들과 반목할 수밖에 없잖아?”
공서련이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건제국 때문에 기적성이 꽤나 골치 아프지 않았는가?
이 제왕들이 기적성의 과학기술을 보고 탐이나 천제현을 기적성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규합이라도 한다면, 그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단 말인가? 모두 쫓아낸다? 그건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국 하나 상대하기도 힘든데, 이토록 많은 제국이 동시에 쳐들어온다면, 기적성이 멸망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 모두 제왕들이긴 하지만, 서로 간에 갈등이 존재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풍월제국과 분천제국은 지금껏 왕래한 적이 없을 정도고, 용들의 땅, 밤의 숲, 저승바다 등은 또 어떻고요? 저들이 합심한다?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천제현은 공서련의 작은 손을 잡아끌었다.
“절 믿으세요. 이번 일만 끝나면 기적상회의 세력은 대륙 곳곳으로 뻗어나갈 거예요!”
공서련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터무니없는 사건 사고가 아무리 많아도, 네가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거지!”
천제현은 귀엽다는 듯 공서련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우리 서련 아가씨는 역시나 저를 믿어 주시는군요! 이러니 약혼자인 제가 아가씨 기대에 더 부응해야겠지요!”
공서련이 오글거린다는 투로 말했다.
“아유, 능글맞기는!”
“천제현, 대회장 준비가 끝났어.”
통신기에서 큰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레이더 시스템에 강력한 마력 파동이 잡혔어. 꽤 가까운 곳에서 말이야. 분명 각국의 제왕들이 온 걸 거야. 제왕들 접견할 때 제발 그 성질머리 좀 죽이고 잘 대접해 주라고.”
“걱정 마. 언니!”
공서련이 통신기를 낚아채며 말했다.
“내가 옆에서 잘 감시하고 있을게. 별일 없을 거야!”
이때 하늘을 가로지르는 우렁찬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용맹한 기운을 내뿜는 마수 아홉 마리가 상공을 가로질러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이 마수들은 사자 머리, 사슴의 뿔, 호랑이의 눈동자, 사불상의 몸, 용의 비늘, 소의 꼬리로 이루어졌으며, 전신이 백옥처럼 희고 투명했다. 이 마수들은 네발로 회오리바람을 밟고선 거센 기운을 풍기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공서련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 중얼거렸다.
“저거 기린 아니야?”
“옥기린이에요.”
기린은 여러 종으로 나뉘는데, 그중 옥기린은 가장 아름다운 기린에 속했다. 가장 강한 기린은 아니지만, 저 아홉 마리 모두 최소 4급 이상의 수준을 지니고 있었다.
“기린들이 차를 끌고 오고 있어요. 대륙에서 정상급 인물이라야 가능한 일이죠.”
공서련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분명 풍월제국의 여왕폐하일거야!”
기린차가 기적성에 거의 당도할 때 즈음이었다.
기린차가 땅에 닿기도 전에 경국지색의 여인 열댓 명이 아름다운 자태로 깃털처럼 가볍게 땅으로 내려왔다. 이 여인들은 천역 경지의 고수로, 강력한 기운이 온몸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는 예를 갖추어 한 목소리로 말했다.
“풍월여제께서 납십니다!”
마수차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붉은색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마수차에서 유려한 몸짓으로 내려왔다.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여인은 10대 소녀의 귀여움과 20대 여인의 성숙함, 30대 여인의 감성과 농밀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쓴 얇은 면사포는 그녀의 얼굴을 가리기는커녕 오히려 신비한 분위기만 더해졌다.
“과역 기적성은 명불허전이군요.”
풍월여제가 본 기적성은 더할 나위 없이 번화했고, 신기한 교통수단이 수시로 오갔으며, 난생처음 접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며칠 전 대건제국이 황금용응군단 8만 명을 보내 기적성을 공격했다는 얘긴 들었습니다. 그 대건 황제는 정말이지 품격이 떨어지는군요. 그를 초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력을 사용한 건가요?”
이때, 약간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말씀 한번 잘하셨습니다. 그는 품격뿐만 아니라 군대 역시 실력이 형편없더군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분명하다! 감히 제국의 군대가 약하다고 하다니?
풍월제국은 대건제국과 함께 쌍두마차로 불리는 세력이 아닌가? 대건제국의 군대가 약하다고 한다면, 이는 풍월제국의 군대 역시 약하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풍월여제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앳된 소년처럼 보였으나 고귀한 기품이 느껴졌다.
“대륙 최초의 여제라 들었습니다. 듣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우시군요.”
“기적성의 성주, 기적상회 총회장, 숲 연맹의 의장인 천제현입니다.”
풍월여제가 천제현을 바라보며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발명한 것들은 참으로 흥미롭더군요. 제가 당신을 대현자, 대제상, 국사, 제후로 봉할 테니 풍월제국으로 오는 건 어떤가요?”
이 여왕은 자신이 봉할 수 있는 모든 벼슬, 그것도 가장 높은 벼슬을 천제현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풍월제국에서 수억 명을 호령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참 탐나는 벼슬들입니다만…….”
천제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제 약혼녀가 질투가 심해서요. 성질이 하도 드세서 밉보이면 안 되거든요.”
공서련이 약간 질투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천제현의 말에 금세 약이 올랐다.
“여왕님, 저놈 말 듣지 마세요!”
풍월여제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성주께서는 정말 기인이시군요.”
난처한 상황을 모면한 천제현이 풍월여제에게 말했다.
“회의 준비는 모두 끝마쳤으나 아직 다른 분들이 오지 않으신 관계로 폐하께서는 먼저 기적성을 둘러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귀빈들께서 모두 도착하면, 그때 회의장으로 모시겠습니다.”
풍월여제는 기적성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불과 1년 사이, 기적성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다양한 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일반 백성이든 여제처럼 고귀한 신분의 제왕이든 이곳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반 시진이 지난 후, 하늘에 봉황 아홉 마리가 끄는 마수차가 나타났다.
봉황은 엄청난 마력을 발산하여 하늘을 활활 타오르는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분천제국의 분천왕이 당도한 것이다. 이 아홉이라는 숫자는 궁극의 수로 존귀함을 상징하기에 풍월여제든 분천대제든 신선수 아홉 마리를 끌고 온 것이다. 오로지 이 탈것만이 그들의 신분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분천대제는 건장한 풍채를 자랑하는 중년 남성으로 붉은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기적성에 불사조의 후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지요?”
천제현은 순간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
“설마 남궁혜 아가씨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맞습니다!”
분천대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궁 가문의 선조는 우리와 같은 핏줄이 흐르고 있습니다. 다른 가문은 사라지고 남궁 가문 역시 소국의 작은 가문으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당신 덕분에 이토록 발전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천제현은 분천대제가 기적성에서 사람을 빼가려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남궁혜와 남궁 가문 다수의 사람이 기적상회에서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분천대제가 이들을 흡수해 기밀을 훔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남궁혜 아가씨는 전도유망한 분입니다. 지금은 기적상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분이지요.”
“전도유망하다니, 내 곁에서 배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 일은 남궁혜 아가씨의 의견을 들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나중에 직접 물어보지요!”
천제현이 분천대제를 배웅한 후에 공서련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남궁 언니가 저자를 따라갈 리 없겠지?”
“그럴 리 없어요.”
천제현이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했다.
“남궁 아가씨와 우리의 친분은 차치하더라도 분천제국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우리 기적성이 줄 수 있는 게 10배는 더 많을 거예요. 게다가 남궁 아가씨는 제가 전수해 준 대열반경을 익히고 있죠. 남궁 아가씨를 사부로 모셔도 모자랄 판에 감히 제자로 둔다고요?”
풍월, 분천 등 두 제국의 제왕이 먼저 도착한 후, 뒤이어 마수령족 광수제국의 광수대제, 나이트 엘프왕 겸 밤 숲의 의장, 저승바다에서 온 명왕, 용들의 땅 대장로 등도 잇달아 도착했다.
하루 동안, 발 한 번 구르면 대륙 전체가 벌벌 떠는 인물들이 모두 기적성에 모여들었다. 이제 곧 기정정상회의의 서막이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