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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79화 (679/729)

# 679

제679장 기적성 침공

혼돈의 숲에 진입한 황금용응군은 무서운 기동력에도 불구하고 작은 기척조차 없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이 부대 전체를 한 겹 에워싸고 있는 듯했다.

땅이든 하늘이든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황금용응군의 그림자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용응수는 용족의 피가 흐르는 맹금류 마수로 용과 매가 합쳐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 날개를 활짝 편 길이는 무려 8m, 비행속도만 놀라운 게 아니라 용족 비술에까지 능하니 전장에서의 파괴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황금용응수는 그중에서도 가장 특출난 품종이었다.

황금용응수는 저마다 널찍한 등판에 세 명 이상의 병력을 실은 채로 날고 있었다. 각각의 무리에서 가장 지위가 높아 보이는 탑승자는 전신이 금색으로 번쩍이는 기사갑옷 차림이었는데, 바로 진령급 마력을 자랑하는 정식 용응기사들이었다. 나머지 동승자들은 커다란 활을 든 보조 역이었다. 신분은 비록 기사의 수행원에 불과할지라도 이들 역시 정예 중의 정예, 소지한 장비 또한 최고급이었다.

한 예로, 장응전국은 어마어마한 군대를 보유한 나라였다. 5대 핵심 군단만 해도 수백만 명이 넘었고, 나라 전체를 통틀어서는 군인 수가 천만 단위에 달했다. 어지간한 침략 전쟁에는 백만 명 정도가 기본적으로 동원될 정도였다.

하지만 수만 많아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황금용응군에서 대충 이백 명만 골라 내보내도 장응전국 군사 만 명쯤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이게 바로 제국과 전국의 차이였다.

전국에서는 군대를 단기간에 양성해 빠르게 전장에 투입했다. 질이 아니라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제국의 핵심 부대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주 긴 시간 동안, 세대와 세대를 걸쳐 실력을 쌓으며 육성됐다. 이때문에 수는 얼마 안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륙 어느 왕국에 갖다 놓든 그들이 발휘하는 위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전국급 세력조차 못 되는 기적성이 무슨 수로 제국의 전투력을 당해내겠는가?

형무영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고 생각했다. 이 많은 황금용응군이 무슨 필요가 있어서? 영원의 숲이나 용의 고개를 치는 것도 아니고, 기적성쯤이야 2~3만이면 충분할 것을.

하지만 장수 된 입장에서 위풍당당한 대규모 전력을 이끌고 출정하는 게 어디 싫기만 하겠는가. 기적성은 그간 족족 대건제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보란 듯이 망신을 주기까지. 이참에 기적성을 단단히 손봐주면 대건제국의 체면이 다시 서는 건 물론이요, 주제 모르는 여타 세력들에게도 따끔한 교훈이 될 것이다.

“이제 곧 기적성입니다!”

아직은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었지만, 형무영 정도의 마력이면 여기서도 육안으로 기적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속도대로 전진하면 30분 안에 도착할 듯했다.

“전군에 명한다!”

형무영이 보검을 뽑아 높이 쳐들었다.

“이 기세를 몰아 그대로 공격한다!”

전열을 정비할 필요 따위는 없었다.

용응수는 괴물 같은 체력의 마수였다. 열흘 밤낮을 날아와서 당장 전투에 투입된다 해도 끄떡없을 정도였다. 형무영이 즉각 공성 명령을 내린 건 적의 허를 찌르겠다는 계산이었다.

형무영이 군단의 최전방부에서 공격을 준비하려던 그때, 문득 이상한 기류가 느껴졌다. 기적성 방향에서 반짝이는 빛의 점들이 떼를 지어 포착된 것이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장거리미사일이었다.

기적성의 로켓기술력은 그간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지금 날아오고 있는 미사일의 속도는 음속의 열네 배에서 열다섯 배에 달했다. 진령급 술사의 순발력으로는 애초에 피하고 말고 고민할 여지가 없다는 말이었다. 형무영 같은 고위급 천역술사조차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제길!”

“기적성의 무기다!”

“발각당했다!”

천역급 장수 몇몇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환신수의 엄호가 있는데 대체 어떻게 노출됐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적의 무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황금용응군에는 아무런 보호막이 없었다. 잽싸게 방향을 틀어 피하는 것도 대규모 군단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로켓미사일이 하나하나 바늘처럼 군단 사이로 파고들었다.

다음 순간, 황금용응군은 격렬한 폭발에 휩싸였다.

기적성 주위의 대규모 미사일 발사대는 공화련이 몇 달에 걸쳐 수십만에 달하는 노동력과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 설치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진령술사마저 가볍게 처치할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을 발산하는 미사일이 배치됐다. 게다가 슈퍼 알파브레인의 스마트 제어가 적용되어 빗나갈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황금용응군은 한순간에 만신창이가 됐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미사일 공격으로 비행속도가 떨어지기 무섭게 하늘에서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무수한 고공폭탄이 마치 소나기처럼 황금용응군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기이한 것은 단 한 발의 폭탄도 숲 속으로 떨어지는 법이 없이 전부 공중에 자동으로 폭파된다는 점이었다.

아무런 대비도 없는 상황에서 무차별 융단폭격이 연이어 쏟아졌으니 제아무리 대단한 고수집단이라고 해도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작 몇 분 사이에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났다.

대건제국이 휘청할 만큼의 타격이었다.

제대로 된 개전은커녕 공격이라고는 운도 떼보기 전에 되레 기습부터 당하다니. 분노한 형무영이 앞뒤 가릴 것 없이 소리쳤다.

“전력을 다해 돌진하라!”

황금용응군은 제국 최정예 군단이었다.

형무영의 지시에 따라 선봉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처참한 타격을 입은 와중에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걸 인지한 군단 전체가 빗발치는 공격을 뚫고 기적성을 향해 돌격했다.

위장술도 더는 필요가 없었다.

엄호를 중단한 환신수가 이번에는 황금용응수를 그대로 본뜬 환영을 만들어 하늘을 새카맣게 메웠다.

이 역시 환신수가 보유한 환술 중 하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환영은 울음소리와 냄새마저 모방 대상과 똑같은 건 물론이고 진짜처럼 움직이며 물리적 충격이나 마력 공격까지 가할 수 있었다.

“대열 분산!”

황금용응수 기사들이 서로서로 간격을 벌렸다. 미사일 집중포화를 피하는 동시에 하늘 가득한 환영 사이로 몸을 숨김으로써 적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역시나, 기적성이 미사일 발사를 멈췄다.

“통한 건가?”

그런데 이때, 기적성 쪽에서 수백 수천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력대포였다. 기적상회는 기술도 자재도 한참 부족하던 남하국 시절에 이미 진령술사를 날려 버리는 무기를 만들어낸 바 있었다.

지난 1년간 기적성의 무기제조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연구개발에 투입된 예산과 자재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의 마력대포 앞에서는 진령술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하급 천역술사마저 뼈도 못 추릴 터였다.

더 무서운 건 기적성 방향에서 날아오는 빛줄기 중에 일반 마력대포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산꼭대기에서 날아드는 일부 빛줄기는 마력대포보다 사거리도 몇 배나 더 길고 타격 정확도도 놀라웠다. 강렬한 빛이 한 번 번쩍일 때마다 환신수가 한 마리씩 죽어 나자빠졌다.

흩어질 줄 모르고 공중에 남아 있던 빛줄기가 마치 거대한 칼날처럼 공기를 가르며 옆을 지나던 용응기사 무리를 난도질했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건 또 뭐야!”

형무영은 완전히 패닉 상태였다.

미사일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놈들이 지금 쓰는 무기는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이었다. 사실 대건제국 군대만이 아니라 기적상회 내에서도 이 무기의 존재를 아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기적성 방어력 확대의 일환으로 공화련은 몇몇 산줄기를 선택해 개조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지금 보는 극강의 마력레이저포가 탄생했다.

일반 마력대포가 고밀도로 압축한 마력을 단번에 발사해 적을 사살하는 원리라면, 산봉우리에 설치된 마력레이저포는 그 아래 산허리 전체를 마력 공급설비로 개조한 덕에 높은 빈도로 연속해서 마력 줄기를 발산함으로써 레이저 빔과 같은 효과를 냈다.

이는 사거리, 속도, 정확도, 어느 것 하나 경이롭지 않은 점이 없는 신무기로, 끊김이 없는 레이저 빔 효과는 대형 목표물을 절단하거나 대규모 적군을 한꺼번에 소탕하는 데 아주 유용했다.

마력레이저포 십여 문이 동시에 가동되자 같은 숫자의 레이저 빔이 공중에서 위협적인 칼춤을 췄다. 알파브레인이 제어하는 마력레이저포가 환신수의 환영 따위에 속아 넘어갈 리 없었다. 당장 환신수부터 제물로 삼은 레이저 빔이 곧장 이어서 황금용응수를 도륙하기 시작했다.

마력레이저의 위력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황금용응수들은 레이저에 스치기만 해도 새카만 숯덩이가 되어 버리거나 심지어 아예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리기 일쑤였다.

“돌파하라!”

“돌파하라!”

황금용응수 군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기적성에 도착하기도 전에 병력이 벌써 1~2만이나 줄었다.

적의 방어력이 이 정도일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황금용응군은 역시 정예부대였다. 이 처참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후퇴가 아닌 진격을 택했다.

참혹한 대가를 치른 끝에 황금용응수들이 드디어 마력레이저포의 공격범위를 빠져나왔다.

이제는 기적성도 별수가 없을 것이다.

조금 전과 같은 중화기를 제하고 나면 그들이 무슨 재간으로 황금용응군에 맞서겠는가?

황금용응군은 이미 기적성 코앞에 도달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한들 같이 죽자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자기 머리 위에다 융단폭격을 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대건제국의 예상이 맞았다.

기적성 상공에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거나 위험한 레이저포를 발사한다는 건 공화련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런 무기들은 작은 실수로도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었다.

바로 이때.

기적성 외곽에 검은색 방어결계가 형성됐다.

방어결계라?

형무영이 핏발 선 눈을 부릅떴다.

“이까짓 결계로 대건의 군대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더냐!”

그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기적성 중앙에서 두 개의 거대한 물체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군함을 닮은 정체불명의 물체는 전체가 금속 재질에 길이만도 800m가 넘었다. 표면을 빽빽하게 장식한 포신과 발사구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뭇 불길한 예감을 자아냈다.

“저건 또 뭐지?”

공중에 뜬 웅장한 배 두 척을 본 형무영은 저도 모르게 입을 헤 벌렸다.

그 순간, 거대한 배에서 백 대도 넘어 보이는 흑뢰 전투기가 쏟아져 나왔다. 각각의 흑뢰 전투기 뒤쪽에는 수천에 달하는 기이한 그림자가 따르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긴 기갑을 입고 공중을 나는 병사들이었다.

기적성 비행군단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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