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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75화 (675/729)

# 675

제675장 태세 전환

만교전국의 함대가 수정선을 포위했고, 그들 중 선두에 있던 기함이 수정선 앞으로 다가왔다. 배 안에서 검은색 갑옷을 걸친 2미터 50에 달하는 거한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천제현 일행은 처음 보는 종족이었는데, 온몸을 덮은 비늘, 긴 체형 등이 교룡과 인간의 혼합체 같았다. 특히 두 눈은 용족 특유의 암금색을 띠고 있었다.

교룡인은 명성이 자자한 고등 해양종족으로, 바다교룡의 언어에 정통하며 무공에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태어나 용감하고 호전적이다. 푸른제국이 건재했을 때는 대부분의 무관직을 교룡인들이 차지했을 정도였다.

푸른제국이 멸망하자, 사대 총사 중 한 명이었던 교룡인 루카스가 강력한 병사들을 이끌고 서해 최대의 군도를 다스렸으며, 옛 세력들을 규합하여 만교전국을 세우게 되었다. 만교전국의 풍요도는 서해성의 수정만에 비할 바가 못 되었지만, 군대의 규모나 세력은 파샤군보다 몇 배나 강했다.

“그건 파샤 성주의 배 아니오?”

“여기까지 왔으면서 어찌 만교군도에 머물다 가지 않는 것이오?”

두 마리의 바다교룡이 수중에서 수정선 주변을 맴돌았고, 십여 척의 군함이 주변을 물샐 틈 없이 둘러싸고 있었다.

인어선장은 갑판으로 나와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만교전국의 해역을 침범하지 않았거늘, 무슨 근거로 우리에게 이러는 것입니까!”

파샤와 루카스가 각각 자신의 세력을 형성했다고는 하나 근원을 따져보면 뿌리가 같았다. 만교군도와 서해성 모두 푸른제국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그래서 둘의 관계가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어도 반목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해성은 만교전국에 물자 운수를 제공해 줬고, 만교전국 또한 서해성이 요청할 때마다 군대를 파견해주곤 했다. 상호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선을 넘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분쟁이 생길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 수정선이 파샤의 것인 줄 알면서도 어째서 군함을 보내 포위한단 말인가?

“소식을 듣자 하니 최근 서해성이 아주 잘 나간다고 하던데.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으면 우리의 보호비도 올려줘야 하는 것 아니오?”

교룡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목적을 말했다.

“만교군도의 보호가 없다면 서해성이 어찌 발 뻗고 잘 수 있겠소!”

인어 선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갑자기 태세를 전환하다니, 뭔가 내막이 있는 게 분명했다.

“만교왕께서 원하시는 바가 있다면 서해성의 파샤 성주님께 직접 요구하시면 될 일. 우리를 막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하하하.”

그 교룡인은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샤 성주가 자신의 수정선을 빌려줬다면 중요한 손님이라는 의미겠지. 그런 손님을 우리 손에 넣었으니 쓸모가 없을 리 없지 않겠나?”

“대체 그게…….”

선장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교룡인들의 이런 태도는 서해성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금까지 만교전국과 서해성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꾼단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룡인 장군이 손에 든 장창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부 끌어내려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다교룡 몇 마리가 울부짖으며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바다교룡은 최고급 용족 마수로, 성체가 되면 3급 중상위 마수로 자라난다.

“크어어엉!”

바닷물로 이뤄진 갑옷을 입은 듯 회오리 치는 물이 바다교룡 두 마리의 몸체를 휘감고 있었다. 놈들은 거대한 드릴처럼 하늘 위로 치솟아 올라간 뒤 무서운 속도로 곤두박질쳤다. 놈들과 부딪히면 수정선의 갑판은 산산조각 나 버릴 것이다.

“멍청하긴!”

남궁혜와 비비안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한 마리의 봉황으로 변해 하늘로 올라간 남궁혜가 먼저 교룡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물과 불이 만나면서 거대한 물안개가 만들어졌다. 머리통이 불에 그을린 바다교룡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비비안은 공간 능력을 사용했다. 교룡의 몸에 공간참이 떨어지자, 철갑처럼 단단해 보이던 바다교룡의 몸이 칼에 잘린 지렁이처럼 두 동강이 나서 바다로 떨어졌다. 그러고서도 명이 끊기지 않은 놈은 버둥거리며 울부짖었고, 주변 바닷물이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다.

남궁혜가 비비안에게 말했다.

“일단 대장부터!”

비비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두 사람은 상대의 기함으로 순간이동했다.

남궁혜의 몸에서 다시 한 번 맹렬한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녀의 불주먹이 운석처럼 주변에 떨어졌고, 비비안은 팔을 칼날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손날에 불과했지만, 공간능력이 더해져 그 어떤 신기보다도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흥, 조무래기들은 아니었나 보군.”

교룡인 대장이 긴 창을 들어 내리치자 공포스러운 힘이 밀려오면서 비비안의 공간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가 또 다른 손을 뻗자 그의 마력이 수백 마리의 작은 교룡으로 변했다. 그 교룡들은 서로 얽히고 설켜 해일 같은 마력 파동을 형성한 후 남궁혜를 향해 날아갔다. 남궁혜는 그 힘을 맞고 갑판에 세게 부딪혔다. 부상이 심각해 보였다.

‘엄청난 마력. 천역 경지의 고수다!’

만교군도가 정말 서해성과 등을 돌리려는 건가? 이 정도의 고수라면 만교군도 안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만교왕이 가장 아끼는 대장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이런 중요한 인물을 시비 거는 데 보내다니, 그야말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셈 아닌가.

교룡인 대장은 다시 장창을 들어 수정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하시오. 만교왕 폐하께서 여러분을 보고 싶어하시니 잠시 들렀다 가시는 게 어떻겠소?”

인어들의 안색이 납빛이 되었다.

‘큰일이다.’

주변을 에워싼 만교전국의 군함이 십여 척 정도 되니 최소한 병사 수만 명은 타고 있을 것이다. 교룡인족 최강의 고수와 대장군이 친히 이끄는 부대가 만만할 리 없다. 천역 경지인 교룡인 대장은 차치하더라도 군함의 규모만 봐도 저항이 불가능했다.

교룡인 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닷속에서 십여 마리의 바다교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이 수정선 주위를 맴돌자 풍랑이라도 생긴 듯 바다 표면이 흔들리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수정선을 철저하게 봉쇄해 버릴 심산인 것 같았다.

인어족 선장은 황급히 천제현에게 뛰어갔다.

“천제현 성주님,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빨리 몸을 피하십시오!”

인어족 선장은 파샤 성주의 심복으로, 기적성주에게 전송두루마리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는 하나 천제현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천제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뭘 걱정하는 겁니까? 우리에게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아서요?”

당연한 것 아닌가.

천역 경지의 고수만 해도 상대하기 벅찬데 수면에서는 대군에게 포위당해 있고, 바닷속에서는 바다교룡이 길을 막고 있다. 수정선 안에 있는 그들 몇 명의 힘으로 뭘 어쩔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옆에 있던 공화련이 느긋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누른 후 짧게 명령을 내렸다.

“공격 명령이다. 주변 장애물들을 청소해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해져 있을 때였다.

상공에서 귀를 찢어놓을 듯한 굉음이 들리더니 흑뢰 전투기 십여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전투기에서 뭔가가 포물선을 그리며 그들 머리 위로 떨어졌다.

마력포였다.

마력포를 맞은 만교전국의 함선들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어떤 함선은 한 방에 산산조각 나 가라앉기 시작했다. 만교전국의 전사들이 채 상황판단을 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무시무시한 미사일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콰과광!

사방이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교룡인 대장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노호성을 지르며 하늘로 뛰어올라 흑뢰 전투기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 전방 상공에서 뭔가가 번쩍하더니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펑!

교룡인 대장의 가슴팍이 터져나가며 피를 뿌렸다. 그는 순식간에 십 미터 밖으로 밀려났다. 심후한 마력과 호신무공으로 무상검지의 위력을 줄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심장이 관통되었을 것이다.

“대담하구나. 감히 나한테 부상을 입히다니!”

교룡인 대장은 한 손으로 상처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장창을 날렸다. 장창은 역류하는 물결처럼 빛줄기를 매달고 천제현에게 날아갔다. 그러고는 은하수처럼 천제현의 몸을 덮고 그를 갈기갈기 찢으려 했다.

“과연 천역 고수구나.”

그러나 다음 장면을 본 교룡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산이 찢겨진 천제현의 몸이 수많은 불꽃으로 변하더니 하나로 뭉쳐져 거대한 불바다를 이룬 것이다. 그 화염은 순식간에 교룡인을 삼켜 버렸다. 그리고 불길 한가운데서 사람의 형체가 생겨났다. 천제현이었다.

“분신인가!”

천제현은 교룡인 대장에게 기습을 당하는 순간 유명 분신을 시전한 후 본체는 교룡인 대장의 뒤로 순간이동했다. 그리고 교룡인 대장이 자신의 분신을 공격하고 있을 때 그도 공격을 시전했다.

“무상검참!”

천제현이 마력을 모아 폭발시키듯 강력한 검초를 시전했다. 보통의 무상검으로는 천역 고수의 힘을 상대할 수 없지만, 이 검법은 무상검지보다 열 배 이상 강력했다.

교룡인 대장은 유명화에 휩싸여 있었다. 유명의 힘은 천역 경지에 근접했다. 그는 온몸으로 화염을 내뿜으며 두 손에 불길을 모아 거대한 화염칼날을 만든 뒤 교룡인 대장을 내리쳤다.

콰광!

교룡인 대장은 어쩔 수 없이 창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았다. 화염과 성난 파도가 부딪히자 순식간에 화염이 걷히기 시작했다. 과연 놀라운 마력이었다. 그러나 교룡인 대장의 호신무공도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 천제현은 바로 이 틈을 노려 공간검참을 시전했다.

엄청난 힘이 소리도, 형체도 없이 날아갔다.

이 일격에 맞는다면 교룡인 대장은 즉시 몸이 반으로 갈릴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전투를 겪어온 노련한 장군은 직감적으로 위험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몸을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팔 하나가 뚝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본 교룡인들의 사기는 바닥에 추락했다.

천역 경지의 고수가 저런 조무래기한테 팔을 잃다니! 혼비백산한 교룡인 대장은 즉시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순식간에 천 리 밖으로 도망갈 수 있다.

“도망가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천제현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새끼 여우가 눈에서 빛을 발하며 튀어나왔다. 그러자 바닷속을 선회하던 십여 마리의 바다교룡들이 새끼 여우의 눈빛에 마비라도 된 양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고는 한 마리씩 소용돌이를 그리며 바닷속에서 튀어나와 교룡인 대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교룡인 대장은 대경실색했다. 너무 놀란 그는 제대로 방어조차 못하고 허공으로 날아갔다. 바다교룡들은 계속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망할!”

그때 교룡인 대장의 얼굴이 다시 한 번 파랗게 질렸다. 칠흑처럼 검은 보검 하나가 그의 목 아래 놓인 것이다. 검에서 강력한 파멸의 힘이 느껴졌다. 천제현이 손을 살짝만 움직여도 그의 머리통은 즉시 목에서 떨어질 것이다.

“굳이 우리가 만교군도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내가 당신을 서해성으로 초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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