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73화 (673/729)

# 673

제673장 거성의 도약

서해성.

기적쇼핑몰 플랫폼이 정식으로 오픈되었다.

서해성 주민들은 며칠 동안 삶이 180도 변하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연맹의 6대 도시로 자리매김한 서해성은 숲의 도시들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다른 도시들이 지니지 못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영원의 숲과 황야고원, 타이탄산맥과 용의 고개는 너무나 폐쇄적이었다.

그러나 서해성은 혼돈의 숲 지역에서 유일하게 대외적으로 개방된 도시였고, 서해의 스물 몇 개 국가들이 전부 수정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원래부터 대량의 자원을 수급하던 서해성은 연맹 가입으로 더 많은 자원들을 공급 받을 수 있게 됐고, 숲의 자원을 사서 서해성과 동맹을 맺은 수많은 해양국가로 운반했다. 이를 통해 지역 전체의 경제 발전을 이끌게 되었다.

서해성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면서 수많은 인어족과 해양종족들이 가족, 또는 부족 단위로 상회를 만들어 창업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숲 연합에 가입한 서해성의 기초 인프라는 아직 완비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풍이 일고 있었다.

물론 장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피시송은 백만 명에 달하는 인어족 주민들 중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매우 평범한 소녀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수정만의 하급 군관이었다. 그녀는 무공 면에 있어서도 특출한 자질이 없어 이제 겨우 혼성 7성 수준에 불과했다. 그나마 남보다 뛰어난 데가 있다면 인어족 중에서도 아름다운 축에 든다는 것과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악기 몇 개를 발명하거나 노래를 작곡하곤 했다.

하지만 음악이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서해성은 인어족들에게 섭섭지 않은 복지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그래 봤자 굶어 죽는 것만 면할 수 있을 뿐이었다. 피시송은 어려서부터 간직해온 꿈이 있었다. 이렇게 평범하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일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지? 수련에 힘써볼까?’

앞서 말했듯 피시송은 무공에 이렇다 할 재능이 없었다. 게다가 혼자 힘으로 수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려면 많은 자원과 물자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집안이 지원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남들처럼 장사를 해볼까?’

하지만 그녀는 사업에 흥미가 없을 뿐더러 자본도, 인맥도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피시송의 앞에 낯선 두 사람이 등장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그 ‘낯선 사람’들은 엘프족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었다. 남자 엘프는 큰 키에 준수한 외모를, 여자 엘프는 아름답고 풍만한 몸매를 갖고 있었으며,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으로 봤을 때 최소한 진령 7성 이상의 고수들로 보였다. 생활 반경이 좁은 피시송으로서는 처음 보는 고수들이었다. 게다가 엘프라니.

“피시송 씨죠? 먼저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남자 엘프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아비숑, 이쪽은 오리디스라고 합니다. 저희는 생명수 부족의 엘프 장로였는데 최근에 라이프문화예술상회를 설립했죠.”

피시송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엘프족들이 상회를 설립했다고?

엘프 장로라면 나이가 몇 백 살은 될 것이다.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엘프들까지 창업 물결에 뛰어들 줄이야.

피시송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무슨 일로 절 찾아오셨나요?”

아비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상회는 엔터테인먼트 상회입니다. 영화와 음악 산업을 주로 취급하고 있죠. 저희가 제작한 영화가 숲 연맹의 50여 개 도시에서 방영되고 있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답니다. 음반도 세 번 발표했는데, 대도시에서 판매량 30만 장을 기록했죠. 그래서 새로운 인재들을 찾던 중 인어족의 노래 솜씨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피시송 씨가 이 분야에 특히 재능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가씨와 계약을 하고 싶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엘프들이 천 리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이유가 그녀의 재능 때문이었다니.

“우리 상회는 엘프족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상회랍니다. 문화예술상품들을 생산하는 동시에 기적방송국이나 엘프방송국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죠.”

아비숑이 계속 말했다.

“이제 우리는 숲의 연맹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 개척을 계획 중입니다. 음반 발표와 음악회 개최 등을 통해서요. 인어족들과의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향후 서해의 많은 나라에도 진출할 수 있겠죠. 피시송 씨께도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한번 생각해 주세요.”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오리디스도 입을 열었다.

“계약을 원하신다면 가능한 빨리 연락해 주세요. 여기 연락처입니다.”

그러나 피시송은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렸다.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계약할게요!”

이런 좋은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피시송은 악기 연주와 작곡, 작사를 좋아했지만 지금까지는 취미에 불과했고, 그걸로 어떤 수익도 창출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좋은 제안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피시송은 한 번 꽂히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바로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서 남기고 짐을 꾸린 뒤 엘프들의 뒤를 따라갔다.

아비숑과 오리디스는 생명수 엘프 부족의 장로로, 천제현과 가장 먼저 접촉한 엘프들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받은 영향도 남들보다 큰 편이었다. 특히 오리디스는 지난날 좋은 기회를 차 버린 걸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그때 천제현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를 놔줬다면 그의 은인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당시 그녀는 천제현을 보며 하늘의 별을 따려는 헛된 희망에 휩싸여 있다고 비웃었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떤가?

장난처럼 던진 말이 모두 현실화되고 말았다.

천제현, 그 인간이 우주공간에 10개의 광산을 개발해 정말 별을 캐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미 지난 일이니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언제까지 회한에 젖어 있느니 현재에 충실한 게 낫다.

영원의 숲과 기적성이 동맹을 맺은 후, 비비안이 생명수 부족을 방문했었다.

그때 아비숑과 오리디스는 그녀의 부추김으로 인해 장로 직위를 내놓고 상회를 설립했다. 비비안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구인 공서련, 남궁혜까지 그들의 상회에 투자금을 내놓았다.

얼마 후 그들이 설립한 상회는 엘프족이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상회 중 하나가 되었다.

영화와 음악, 문화는 수요가 끊이지 않는 시장이다.

그들의 상회는 엘프족과 대륙 문화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거대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었다.

아비숑은 피시송을 영입해 음반 전문 부서에 배치할 생각이었다.

“피시송 씨, 먼저 노래부터 몇 곡 들어볼 수 있을까요?”

피시송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인어족은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외딴 섬에서, 혹은 해협에서 그녀들이 노래를 부르면 해양 생물들이 매혹되어 다가오며, 경험이 풍부한 선장들조차 선로를 잃을 정도라고 한다. 그 매혹적인 노랫소리는 인연이 닿지 않으면 평생 한 번도 듣기 힘들었다.

그러나 기적상회가 개발한 자음기술로 인해 인어족의 노래를 자음석판에 녹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얼마 안 가 전 대륙에 아름다운 인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질 것이다.

반주가 울려 퍼지자 피시송은 조금씩 자기 페이스를 찾으며 속삭이듯 노래를 시작했다.

매혹적인 인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노래에는 정신 마력도 살짝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현장에 있던 모두는 온몸에 흐르는 전율을 느끼며 환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반짝거리는 모래사장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모래와 자갈은 수정처럼 투명했고, 하얀 파도가 옥이 부서지듯 암초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바닷가에 인어들이 살고 있었다.

피시송이 직접 작곡한 노래, ‘수정만’이었다.

서해성에 위치한 수정만은 혼돈의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불리곤 한다. 피시송의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직접 그곳에 찾아간 듯 황홀한 느낌을 선사했다.

피시송은 ‘수정만’ 외에도 몇 개의 노래를 더 불렀다. 하나하나가 천상의 목소리처럼 심금을 울렸다.

해양 종족의 언어로 이뤄진 가사인지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노래가 이 정도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가사는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100여 개의 발음을 지닌 인어족의 언어는 엘프어보다 훨씬 아름답고 간드러졌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도 충분히 그 진수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도 피시송은 자신 없는 어투로 말했다.

“어떠셨어요? 들을 만했나요? 이것 말고도 작곡해 놓은 곡이 꽤 있는데. 잘 모르시겠으면 더 불러 볼까요?”

“완벽해요!”

오리디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엄청난 자질과 잠재력을 지녔군요!”

“일단 이 노래부터 녹음하죠.”

아비숑이 오리디스에게 말했다.

“저는 기적방송국에 좀 갔다 올게요. 오늘 밤에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해야겠어요. 음악 채널과 시간대 잡아놓고 올게요.”

그 말을 들은 오리디스가 말했다.

“우리, 얼마 전에 중주방송국과 협력 계약을 체결했잖아요. 중주방송국은 왕국연맹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니까, 그쪽으로 접촉해 보는 게 어때요?”

잠깐 생각하던 아비숑이 대답했다.

“알겠어요! 둘 다 방문할게요!”

오리디스가 이어 말했다.

“일단 피시송 씨의 노래 몇 곡을 음반으로 제작하죠. 10만 장 정도 선제작 합시다. 제가 보기엔 없어서 못 팔 것 같아요.”

두 엘프는 간단하게 몇 마디 나누더니 바로 결정을 내렸다.

이윽고 아비숑이 계약서를 들고 왔다.

“이 계약서에 서명하시면 아가씨는 우리 상회 소속 예술가가 되는 겁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우리 계약은 숲 연맹의 법적 보호를 받게 될 거예요. 우리는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하겠습니다. 앞으로 피시송 씨의 노래는 방송국 유료채널이나 음반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겠죠. 그렇게 얻는 수익은 상회와 5:5로 배분합니다. 음악회나 콘서트 등을 통해 얻는 이윤은 피시송 씨가 7, 우리가 3을 갖는 걸로 하고요. 광고나 영화 출연 등 기타 소득에 관한 부분도 전부 여기에 쓰여 있습니다. 그럼 다른 질문이 없으시면 계약을 체결할까요?”

사실 피시송은 계약이니, 이익 분배니 하는 건 영 젬병이었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엘프족의 성격을 믿기로 했다.

그녀는 계약서를 슥 한 번 훑어본 뒤 바로 서명을 했다.

그날 밤, 피시송의 노래는 방송을 통해 혼돈의 숲과 여러 왕국으로 전파되었고,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문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시장 반응이 이 정도로 좋을 줄은 아비숑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하루.

딱 하루 만에.

음반 주문 건수는 20만 건을 초과했다. 사전 예측은 물론이고 역대 기록까지 뛰어넘는 수치였다. 음반 한 장당 순이익은 마석 1개 정도로 높지 않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20만 장이 팔린다면 마석 20만 개 아닌가. 상회와 5:5로 나눈다고 해도 하룻밤 새에 10만 마석을 번 셈이다.

‘10만 마석이라니!’

피시송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 숫자였다.

예전 같았으면 평생을 모아도 이 정도의 돈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비숑과 오리디스는 첫 번째 음반이 200만 장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피시송이 작곡한 곡은 아직도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창작활동을 할 것 아닌가. 소비력이 높은 서해의 수많은 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는 것도 희망적이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보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향후 최소한 천만 마석의 이윤은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피시송은 라이프엔터테인먼트의 최고 스타로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화예술상회는 성 몇 개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경제적 가치와 연간 영업수입을 창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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