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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71화 (671/729)

# 671

제671장 동맹

혼돈의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난 서해성은 과연 명성 그대로였다. 서해성에 처음 온 사람들은 누구나 이곳의 아름다움에 놀라곤 한다.

엘프는 미적 기준이 아주 높은 종족이다.

엘프가 함축적인 미를 보여준다면, 인어족은 열정적이고 낭만적인 표현력을 가졌다.

인어가 다스리는 서해성은 이국적인 모습으로 가득했다. 공화련 자매와 비비안, 남궁혜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서해성에 도착한 천제현은 바로 파샤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오히려 서해성 각지를 보란 듯이 돌아다니며 서해성 주민들에게 많은 선물과 혜택을 안겨 주었다. 한창 잘나가고 있는 기적성이지만, 천제현이 떠들썩하게 곳곳을 돌아다니자 서해성 주민 대부분이 그가 온 목적을 알게 됐다.

한 인어가 기대감이 어린 눈빛으로 천제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서해성에도 영화관을 만들어주실 건가요?”

“당연하죠!”

천제현은 손을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

“열 개, 스무 개 이상 만들어 아름다운 인어들에게 무료로 개방할 생각입니다. 방송국도 만들어서 인어 예술가들을 발굴하고요, 인어족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대륙으로 널리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 말에 인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천제현은 계속해서 큰소리를 쳤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서해성에 전송탑을 세워서 모든 인어가 전송의 편리함을 누리게 해드릴게요. 그리고 기적쇼핑몰과 공간창고를 만들면 서해성 주민 모두가 지금보다 열 배는 부유해질 거예요!”

인어들은 상기된 얼굴로 재차 확인했다.

“그게 정말이에요?”

인어족 소녀가 물었다.

“거짓말 아니죠?”

“제가 왜 여러분을 속이겠어요?”

천제현이 소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여러분, 카라 공주님은 우주 계획에만 참여하신 게 아니에요. 기적상회의 고위급 인물이 되어 중요한 제품 연구에 참여하고 계시다고요. 앞으로는 놀라운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날 거예요!”

“우와, 카라 공주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천제현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서해성과 기적성의 협력은 아주 중요하답니다. 어떻게든 순조롭게 진행돼야 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맞아요, 맞아!”

천제현이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의 연맹을 방해하는 사람은 서해성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카라 공주님을 거스르는 거예요! 여러분, 서해성과 기적성이 동맹을 맺을 수 있도록 행동으로 응원해 주세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서해성이 일단 숲의 연맹 도시가 되면 대륙의 그 어떤 나라도 함부로 여러분을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현 성주의 말이 맞다.

이번 협력은 정말 중요하다.

이때, 카라가 다가와 말했다.

“여러분, 파샤 할머니가 궁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가시죠.”

“여러분, 좋은 소식을 가져올게요!”

천제현이 서해성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제 소문은 아주 빠르게 퍼져서 서해성 전체가 천제현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천제현은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협력안을 파샤가 거절할 수 있을까? 그녀가 사리는 어두울지 몰라도, 민심은 무시할 수 없을 테지.

인어궁전은 아주 화려하고 웅장했지만 결코 저속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았다. 아름다운 인어족의 노랫소리가 궁전 안팎을 맴돌고 있어 환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이 먼 서해성까지 친히 와 주시다니, 참으로 영광이오.”

파샤가 천제현 일행을 훑어보며 말했다.

“작은 오해가 있었지만, 마음 쓰지 않으시길 바라오.”

“사소한 일인걸요, 이미 다 잊었어요.”

천제현이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이제 한 가족이 될 사이 아닙니까! 그렇죠, 큰아가씨? 파샤 성주님, 아주 지혜로운 결정을 하신 겁니다. 서해성이 숲의 연맹에 가입하면 나쁠 게 하나도 없고 이익만 있다니까요! 저는 일을 질질 끄는 걸 싫어합니다. 소중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바로 연맹 협상을 체결하죠.”

파샤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의논하고 싶었던 거지 완전히 동의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천제현 저 인간은 곳곳에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걸로 모자라 이제는 이런 발언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파샤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 아닌가! 하지만 서해성의 연맹 가입은 이미 사실처럼 되어 버렸다. 파샤는 무작정 이를 저지하거나 거절할 수 없다. 여기까지 와준 기적성 성주의 체면도 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할 수는 없지 않은가?

숲의 연맹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파샤는 연맹에서 더 많은 이익과 특권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가장 좋은 건 기적성과 혼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카라를 기적성 성주 천제현과 결혼시키면 인어족은 앞으로 더 많은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다.

“아, 그리고 파샤 성주님,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어요.”

천제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곁에 있는 공서련을 감싸며 말했다.

“제 약혼녀, 공서련입니다. 함께한 지도 어느새 2년이네요. 대륙 전체를 뒤흔들 멋진 혼례를 준비하고 있는데, 서해성에서 식을 진행할까 하고요. 파샤 성주님, 거절하지 않으시겠죠?”

공서련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냥 한번 말해 본 것뿐이었는데, 진짜로 들어줄 줄이야.’

무엇보다도 공서련은 천제현과 파샤 간에 갈등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바로 이런 말을 하다니, 파샤 성주의 체면을 너무 세워주지 않는 것 아닌가.

“와, 진짜야?”

남궁혜의 표정에 부러움과 질투가 그대로 드러났다.

“서련아! 대장이랑 결혼한다는 얘기를 왜 안 해줬어!”

비비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천제현의 결혼식은 온 세상이 알게 될 테고, 그럼 서해성도 덕분에 유명해지겠네! 서해성에는 아주 좋은 홍보 기회야!”

파샤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천제현이 기선을 제압하고 나서는 바람에 혼인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됐다.

“천제현 성주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는 분명 미담으로 전해질 거요.”

파샤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우선 연맹 이야기부터 합시다.”

본론으로 돌아온 건가?

“파샤 성주님, 다른 걱정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성숙하고 아름다운데다 감미롭기까지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화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숲 연맹의 발전 추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빨리 가입할수록 더 많은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셈이죠. 계속 머뭇거리며 결정하지 못하면, 많은 이익을 놓치게 될 거예요!”

공화련은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

가입 여부는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해라. 절대 애걸하지 않겠다.

기적성은 이런 자신감이 있었다. 숲의 연맹이 날로 번창하며 세력을 확대하는 마당에 서해성이 거만한 태도로 나온다면 그쪽에서 상황 파악을 잘못한 것이다. 서해성이 숲의 연맹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해성이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숲의 연맹이 흔들릴까?

웃기는 소리.

사대 거물과 네간, 가쿠, 모두 숲의 연맹에 들어와 있다.

고작 서해성 하나가 숲의 연맹에 불만을 품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이분은 기적성의 부성주, 화련 아가씨겠구려.”

파샤가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말씀 많이 들었소. 오늘 뵈니 과연 비범한 기품을 갖고 있군요. 이제 여러분 같은 젊은이들의 시대가 됐소. 예전 푸른제국에 있던 이 늙은이는 별 볼일 없게 되었지. 얼마 남지 않은 생, 바라는 게 뭐 있겠소. 그저 이 조그만 곳에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면 족하다오! 숲 연맹 가입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많은 제약이 뒤따를 거요. 또 숲의 연맹은 천하에 뜻을 두고 있으니 앞으로 서해성도 패권싸움에 휘말릴 수밖에 없지 않겠소? 그러니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는 거라오.”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였다.

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이냐.

공화련은 파샤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챘다. 그녀는 공수표를 남발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성주님, 뭘 원하시죠? 말씀해 보세요!”

파샤 성주가 천천히 말했다.

“이 늙은이가 알기로는 엘프, 마수령, 거인, 거룡이 모두 자신들의 은행을 설립했고, 숲 속 도시 수억 명의 재산을 관리한다고 들었소. 또 왕국으로 영역을 넓혀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지요?”

“인어족은 대형 해양종족입니다. 신뢰와 명성, 호소력 등 무엇 하나 뒤쳐지는 것이 없지요. 기적성은 인어족의 은행 설립을 돕고 싶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대륙에서는 엘프 은행을 비롯한 다른 은행들과 비교가 안 될지 모르죠. 하지만 인어족은 다른 지역을 노려야 합니다. 여러분은 해양종족이라는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파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파샤는 줄곧 기적성을 연구해왔다. 그중에서도 은행 설립에 대한 내용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적상회가 서해성의 푸른은행 설립을 도와준다면 인어족은 더 빨리 발전할 것이다. 어쩌면 향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푸른제국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파샤는 평생을 푸른제국에서 살았다. 푸른제국 재건은 그녀의 꿈이었다.

기적성이 동의하지 않으면 은행 설립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공화련의 한마디로 서해성은 은행영업 허가증을 얻은 셈이다. 앞으로는 더 얻기 힘들고 귀중해질 허가증이다. 서해성은 대륙 최초로 해상에 은행을 세운 세력이 될 것이고, 오랫동안 그 우위를 누릴 수 있으리라.

파샤가 또 말했다.

“서해성은 서쪽 해안에서 가장 번화한 무역도시라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왕국과 전국, 제국의 해운항로를 쥐고 있지. 바다와 육지의 수많은 종족을 합치면 그 규모가 수십 억에 달할 정도니 서해안 최대의 무역 중심지라 할 수 있소. 서해성이 이렇게 번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운무역 덕분이었소. 우리가 숲의 연맹에 가입하면 숲의 연맹에서는 서해성의 이익을 어떻게 보장해 줄 생각이오?”

서해성은 서해안의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연해지역의 중요 무역중심지가 되었다.

기적성이 공간운송의 장점을 활용하면 앞으로 대륙 통상의 생명줄을 쥐게 될 것이다. 그들이 서해성이 마련해 놓은 길을 따라 먼저 발전해 버리면, 서해성이 어디 경쟁이나 되겠는가?

“기적성은 서해성과 협력해서 공간창고와 기적쇼핑몰을 개방하고, 서해성의 기존 상업 네트워크를 보조하며, 해운과 공중수송, 공간운송을 하나로 묶은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할 겁니다. 기적성의 모든 것을 서해성도 활용할 수 있겠죠. 우리는 협력관계니까요. 기술적 우위를 독점해서 착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정말 통이 크군요!”

파샤가 탄복하는 눈빛으로 공화련을 바라봤다.

“무명의 기적상회가 2년 만에 혼돈의 숲 최고의 세력으로 부상한 건 다 당신 같은 성주가 있었기 때문이었구려.”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적성은 서해성과 연맹을 맺은 후 서해성을 통째로 삼켜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공화련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기적상회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어차피 모두가 기적성의 기술을 사용하고, 기적성의 루트를 이용한다. 소소한 무역 이윤은 기적성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서해성이 기적성을 위해 무역 루트를 제공하기만 하면, 기적성이 뭘 하든 그보다 돈을 더 벌지 않겠는가?

서해성은 마음 놓고 가서 일하면 된다. 기적성은 그들과 시장 경쟁을 하지 않을 테니까.

공화련이 파샤에게 말했다.

“카라 공주님은 이미 기적상회의 고위 관리가 되었어요. 그 분처럼 정신 재능을 가진 자들이 인어족에 많다죠? 모두 기적상회에 아주 귀한 인재들입니다. 카라 공주를 중용하고, 더 많은 인어족을 상회로 모시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연맹에서 인어족의 지위는 엘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공고해지겠죠.”

공화련은 독심술이라도 하는 양 파샤의 마음속을 명확하게 읽어냈다.

파샤가 왜 카라를 천제현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하겠는가? 자신의 나이를 생각해서 미리 서해성과 인어족에게 믿을 만한 구석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공화련은 최고의 선택을 했다.

인어족은 매우 귀한 종족이다. 종족 가운데 정신 재능을 가진 자가 많기 때문이다. 노련한 선장이 인어의 노랫소리에 방향을 잃고 마는 것도 다 정신 간섭 때문이었다. 꽃의 엘프들만으로는 정신세계 구축에 어려움이 크다. 그런 기적상회에 인어족은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파샤에게 무슨 걱정이 남아 있겠는가?

“공화련 성주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이 늙은이도 할 말이 없구려.”

파샤는 벌떡 일어나 공화련을 보며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우리 인어족은 손님 대접하기를 아주 좋아하는 종족이라오. 이 늙은이가 연회자리를 만들었으니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요.”

“하하하!”

공화련이 있으니 천제현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는 껄껄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럼 어디 인어들의 열정을 느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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