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0
제670장 다시 서해로
숲의 사대 거물에 서해성은 왜 포함되지 않았을까?
서해성은 푸른제국에서 분열되어 나왔으므로 부속도시들이 모두 서쪽의 연안, 열도, 해저 세계에 위치해 있다. 혼돈의 숲에 있는 부속도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규모와 세력만 따져 보면 황야고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또한, 서해성은 서쪽 해안선 수십만 리 범위 안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다. 크고 작은 왕국 및 제국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협력은 전략적 의미가 아주 커요!”
긴급회의에 참가한 공화련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숲의 연맹은 서해성이 필요합니다. 서해성과 협력하면 바다 자원을 채굴할 수 있고, 우리의 영향력을 더욱 확장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서해성을 통해 대륙 여러 국가와 교류하고 그곳으로 우리의 우수한 제품과 과학기술을 진출시킬 수 있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해성은 혼돈의 숲 지역 가운데 유일한 무역 도시다. 서해성과 교류하는 나라 중에는 제국이 두세 개, 전국은 약 열 개 정도 있었으며, 왕국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기적성이 서해성과의 관계를 활용하면 더 많은 세력과 손을 잡을 수 있으리라.
“물론 서해성쪽에서도 이익이면 이익이지 손해는 아니에요. 서해성을 탐내는 대륙 세력은 많지만, 너무 먼 곳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측면이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서해성에 숲의 연맹이라는 배경까지 생기면, 제국 수준의 세력일지라도 섣불리 덤비지는 못 할 거예요!”
맞는 말이었다.
대건제국은 서해성을 계속 탐내왔다.
하지만 서해성이 숲 연맹에 가입하면 연맹의 과학기술과 무기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런 서해성을 대건제국이 어찌 쉽게 넘볼 수 있겠는가? 다른 기술은 관두고서라도, 공간문은 절대 호락호락한 기술이 아니다. 자원 소모가 많기는 하지만, 대륙 어디든지 군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세력이라도 꺼려할 능력이었다.
천제현, 공서련, 카라, 비비안은 회의실에 앉아 공화련의 이야기를 들었다.
숲의 연맹은 서해성이 있어야 완벽해진다. 강력한 중립 세력이 서해안에 우뚝 서 있으면 바다에서 뭔가를 진행하고 싶어도 눈치를 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의 발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게 뻔하다.
“서해성이 먼저 가입 의사를 밝힌 건 의외예요.”
공서련이 기뻐하며 말했다.
“수고를 덜 수 있겠어요!”
“서해성은 협의를 하자고만 했을 뿐이야. 최종 확정은 아니니까 방심해서는 안 돼.”
“뭐가 두려워? 카라도 우리 편인데!”
비비안이 거리낌 없이 말했다.
“이제 다 된 밥이나 마찬가지야!”
기적성의 우주 계획으로 카라는 단번에 유명해졌다.
지금 숲의 연맹과 왕국 연맹에서 카라 공주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륙 곳곳에 그녀의 포스터가 붙었고, 수백, 아니 수천만 명에 달하는 광팬들이 생겼다. 그야말로 실력과 외모를 모두 갖춘 이 시대의 대스타가 된 셈이다.
게다가 카라는 아주 드물게 정신 재능까지 가지고 있었다.
숲의 연맹은 충분히 강하지만, 천역 수준의 정신 재능을 가진 자를 찾는 것은 힘들었다. 이 와중에 카라가 제 발로 찾아왔으니, 공화련으로서는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기적상회는 정신 과학기술 제품 연구를 중점과제로 설정해 놓았지만, 앞에서 이끌어줄 인재가 부족한 참이었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카라를 기적상회의 신제품 모델로 내세우지 않는다면 이보다 아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카라는 이미 기적상회의 고위 간부 중 한 명으로, 정신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 개발 및 홍보를 맡고 있었다. 그녀의 명성이 천하에 널리 퍼진 지금, 서해성이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카라는 언젠가 서해성의 성주가 될 몸이다.
그녀가 보름 동안 기적성에서 지내면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해성 사람들도 꽤 조급해졌을 것이다. 숲의 연맹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고, 현재 십여 개의 왕국과 수백 개 도시가 그 영향력 아래 있다. 지하와 우주를 포함해 인구, 국가 영토, 자원 등 모든 부분에서 숲의 연맹은 제국 세력 수준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푸른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서해성도 기댈 상대를 찾아야 한다.
숲의 연맹국들은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제국의 속국이 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하지만 공화련의 성격으로 볼 때, 최후의 순간까지 마음을 놓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곧 인원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모두 서해성으로 가서 전송탑과 공간창고를 지어주면 좋겠어요.”
“걱정 마! 내가 파샤 할머니를 설득할게!”
카라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
“아무 문제없을 거야!”
“요즘 성 안에 별일도 없잖아요.”
천제현은 공서련의 어깨에 손을 두르며 말했다.
“우리 같이 바다에 놀러가요. 서해의 신선한 해산물 맛도 보고요!”
공서련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좀 진지해질 수 없어?”
“대장, 나도 갈래!”
“천제현, 나도, 나도!”
놀기 좋아하는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끼어들었다.
‘겨우 시간을 내서 공서련과 데이트 여행을 갈 참이었는데, 눈치 없이 끼어들다니! 됐다, 눈치는 없지만 그래도 예쁘니까 봐주자.’
“좋아요, 다 같이 서해에 가서 신나게 놀아봅시다!”
천제현과 세 사람은 어떻게 놀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일과 관련된 내용은 완전히 제쳐 둔 모습에 공화련은 어이가 없었다.
기적성 사람치고 그녀를 존경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언제나 제멋대로인 남궁혜나 비비안 공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 녀석 때문에 모두가 산만해졌다.
공화련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내가 다 준비해 놨으니 지금 출발하도록 해!”
그러자 천제현이 공화련을 보며 말했다.
“큰아가씨. 아가씨도 함께 가요.”
“나? 내가 어떻게 가!”
공화련이 그를 살짝 흘겨보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어떻게 기적성을 떠나? 농담하지 마!”
공화련은 기적성과 기적상회의 심장이자 두뇌다. 매일 수많은 일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숲의 연맹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까지. 그녀 혼자 이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는가?
“안 돼요, 안 돼!”
천제현은 언짢아하면서 공화련을 졸라댔다.
“잊지 말아요. 상회 회장은 바로 저라는 걸. 자, 명령이에요. 7일 동안 휴가니까 우리와 함께 놀아요!”
“그래요, 언니! 같이 놀아요!”
공서련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언니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였다. 누구도 삶을 즐길 언니의 권리를 빼앗을 순 없다. 그래서 그녀는 천제현의 결정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회장이라더니, 드디어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하는군.’
남궁혜도 말했다.
“맞아요. 제로가 있는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제로가 해결 못 할 일이 생겨도, 원격으로 언니에게 연락할 수 있잖아!”
비비안도 설득에 동참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지냈어. 지금까지 휴가도 없었잖아!”
신입인 카라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자 공화련은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으며 부탁했다.
“서해성에 도착해서 전송탑을 지은 후에 내가 가면 되지 않겠어?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7일이나 휴가를 쓸 수는 없다고!”
“안 돼요!”
천제현이 드물게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이건 회장의 명령이에요!”
공서련도 말했다.
“언니, 흑뢰 전투기를 타고 날아가면 시간이 얼마 걸릴 것 같아? 반나절도 안 걸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엘프왕 폐하나 세나리우스 님에게 좀 봐달라고 하면 되잖아!”
이렇게까지 되니 공화련도 어쩔 수 없었다.
“좋아, 좋아. 하지만 이번 한 번만이야!”
“와!”
공서련은 팔짝 뛰며 좋아했다. 언니가 휴가를 간다니, 자신이 쉬는 것보다 더 기뻤다. 그녀는 신이 나서 공화련을 끌고 나섰다.
“가자. 우리 옷 갈아입고 바로 출발하자고!”
이 중요한 임무를 천제현은 여행으로 바꿔 놓았다.
이윽고 그들은 전투기를 타고 기적성을 출발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름다운 해안에 도착했다. 카라가 서해성에 나타나자 서해성 전체가 난리가 났다.
“카라 공주님이 돌아오셨다!”
“공주님, 정말 대단하세요!”
“숲의 연맹 상인들에게서 상영기를 사서 공주님과 엘프 공주님이 함께 로켓을 타는 화면을 봤답니다. 서해성에 공주님 이야기가 쫙 퍼졌어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어요!”
평소 서해성에서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일이 거의 없는 카라인지라 대부분의 하층민들이 그녀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 기적상회가 대대적으로 공주를 띄워주면서 많은 이들이 그녀의 신분을 알게 됐다.
특히 유달리 사이가 좋은 인어 자매들이 그랬다.
그녀들은 카라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한 달 만에 서해성으로 돌아온 카라는 어느새 서해성의 영웅이 되었다. 달에도 갔다 왔고, 로켓 계획의 주요 책임자 중 하나인 그녀를 어찌 추앙하지 않겠는가?
카라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여기 기적성 사람들을 봐 주세요. 천제현 성주, 공화련 부성주, 비비안 부성주, 생산부와 자원부 부장인 공서련, 무장부와 군수부 부장인 남궁혜예요. 모두 기적성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죠. 이번에 우리 서해성과 협력 관계 체결을 논의하러 왔답니다!”
“정말요?”
“천제현 성주님이셨구나!”
“공화련 성주님도 온 거야? 우리 서해성 체면이 섰는데!”
“저 분은 비비안 공주님 아니야? 우리 공주님과 함께 로켓에 탔던 엘프 공주님이잖아!”
서해성의 반응은 모두의 상상을 뛰어 넘었다. 서해성은 아직 숲 연맹의 세력 범위에 포함된 곳은 아니었으나, 혼돈의 숲 무역 중심지인 덕에 소식도 빠르게 전해지고 기적성의 많은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기적성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기적성하고 협력 관계를 체결한다고? 서해성 사람들은 더욱 기쁘고 기대가 됐다!
천제현이 웃으며 말했다.
“큰아가씨, 보세요. 이게 바로 대중적 기반이고 민심이에요! 온 성이 우리 기적성의 좋은 점에 대해 알 수 있게 홍보를 더 많이 해야겠어요. 파샤 성주가 동의를 안 해주면 그건 민심을 거스르는 짓이라고요!”
그러자 공화련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적당히 좀 하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