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65화 (665/729)

# 665

제665장 왕국연맹

이들 열 명은 만만치 않은 공간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평상시였다면 천제현은 놈들을 손쉽게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간을 교란하는데 너무 많은 힘을 쓰느라 도망칠 힘을 남겨두지 못했다. 위험이 오는 것을 느낀다고 해도 잽싸게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대건제국의 정상급 강자 중 하나인 무왕 앞에서 천제현이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천제현의 움직임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영혼공격은 정신이나 마력, 물리공격과 다르다. 보라색 영혼참이 응집될 때 마력 파동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영혼참이 지나갈 때도 별다른 힘을 느낄 수 없다.

술사의 호신마력 역시 영혼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천제현의 낫이 빠른 속도로 공간능력 고수들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공간능력 고수들의 몸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으나 영혼은 완전히 분리되어 정령에 흡수되었다. 공간능력자는 매우 귀하다. 천제현은 이들의 영혼을 아무런 손상도 입히지 않고 흡수했으니 공간능력 향상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공간능력자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공간능력자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대건 같이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제국은 상당수의 공간능력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높은 마력까지 오른 고수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이들은 분명 국가의 중요한 인재들이다. 이런 인재들이 무왕 면전에서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무왕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이런 죽일 놈!”

형무영이 무서운 살기를 뿜어냈다. 그의 손에 들린 장검이 휙 하는 소리를 내며 갑자기 사라졌다.

“무영검진!”

장검이 사라졌다.

대전이 순식간에 검기에 휩싸였다. 형태가 없는 검 수천만 개가 빛처럼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대전을 맴돌았다. 무시무시한 검기가 점차 봉쇄된 거대한 검진을 형성했다. 검진 안의 모든 물체는 형무영의 먹잇감이었다.

천제현은 가장 중요한 먹잇감이었다.

“그대의 상대는 나라고. 이렇게 집중하지 않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랜스로드가 우아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랜스로드는 형무영이 검진을 펼칠 때 동시에 지팡이를 대전에 꽂았다. 지팡이의 뾰족한 끝이 단단한 바닥을 뚫고 들어가자 녹색 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녹색 빛이 지나간 곳마다 바닥이 갈라지며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샘처럼 끊임없이 솟아났다.

“수계강림!”

엘프왕이 역대 엘프왕만이 쓸 수 있는 비술을 펼쳤다.

10미터, 100미터, 1,000미터, 10,000미터……, 식물들이 늘어나면서 온 땅을 덮었다. 식물들은 매우 난폭하고 거칠게 형무영의 검진을 덮어 버렸다. 높은 곳에서 본다면 웅장하고 위엄 넘치는 매머드 궁전이 순식간에 폭발한 모습에 경악할 것이다.

이번 폭발을 일으킨 것은 화염이나 충격파가 아니라 하늘 높이 솟은 수천만 그루의 거목과 셀 수 없이 많은 덩굴, 풀들이었다.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랜스로드는 장응전국 왕성 중앙을 원시림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숲은 단순한 숲이 아니었다.

모든 거목과 덩굴, 풀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식물들은 대형 진법의 일부분으로, 진법이 가동될 때 랜스로드가 표시한 모든 적에게 맹공을 퍼부을 것이다.

서둘러 지원 온 장응왕국의 군대는 나무진에 막혀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이번 공격은 랜스로드가 지닌 자연의 지팡이에서 나왔지만 그래도 랜스로드가 얼마나 막강한 실력을 지녔는지 알기에 충분했다. 그는 극히 희귀한 시간재능을 지닌 데다 성물인 자연의 지팡이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었다.

역대 엘프왕 중 랜스로드만이 이런 능력을 지녔다.

현재 혼돈의 숲 최강자는 랜스로드이다.

형무영은 수많은 덩굴과 거목 전사들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그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랜스로드의 공격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랜스로드가 산책이라도 하듯 가볍게 대건제국의 무왕을 제압하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용의 영주에게 물었다.

“데스윙, 아직 안 끝났나?”

용의 영주 역시 엄청난 강자이다. 마력이 훨씬 높았던 엘리카시스 역시 가볍게 처리한 그가 아닌가?

장응황제의 실력은 엘리카시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용의 영주는 그저 랜스로드의 비술에 놀라서 잠시 넋을 잃었을 뿐이었다. 엘프왕은 그의 예상 보다 훨씬 대단했다.

장응황제는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건제국의 무왕을 불렀다고 만사형통일 줄 알았단 말인가?

“데스윙 영역!”

용의 영주가 검은 불길을 뿜어냈다. 불길은 올가미처럼 주위를 봉쇄했다. 장응황제는 둔술을 펼쳐 붉은빛으로 변해 몸을 피하려다 죽음의 화염에 부딪혔다. 그는 화염에 갇혀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했다.

“용염지옥!”

죽음의 화염이 하나로 응집되면서 화염 올가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강력한 힘이 풀처럼 전부 장응황제의 몸에 달라붙었다. 장응황제는 곧바로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짐은 죽을 수 없다!”

“장응전국에는 천만의 병사가 있다. 짐이 죽는다면 네놈들은 절대 무사할 수 없어!”

죽기 직전에도 저딴 소리를 지껄이는군.

장응황제의 머리를 제외한 몸은 용의 화염에 싸여 순식간에 검게 그을린 재로 변해 흩날렸다. 장응황제의 머리는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에 남겨두었다.

형무영은 이 광경에 아연실색했다. 그는 검을 휘둘러 숲에 길을 내더니 순식간에 날아올라 화살처럼 빠르게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도망치려고?”

용의 영주가 양 날개를 펴고 쫓아갔다.

“놔두세요!”

천제현이 용의 영주를 만류했다.

“저놈을 죽이는 거야 식은 죽 먹기이나 숲의 연맹은 아직 대건제국과 전쟁을 벌일 단계가 아닙니다.”

용의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날개를 접었다.

혼돈의 숲을 주름잡는 거룡은 천제현의 말에 조금도 토를 달지 않고 고분고분 따랐다. 이 모습을 용성에서 봤다면 모두 놀라서 턱이 빠져라 입을 쩍 벌릴 것이다.

사실 데스윙뿐만 아니라 클로와 썬더 심지어 엘프왕까지 천제현을 각별히 대우했다. 이들의 실력이 천제현보다 떨어져서가 아니다. 천제현이 앞으로 대륙을 좌지우지할 거물이 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천제현을 돕는다면 앞으로 셀 수 없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랜스로드가 천제현에게 물었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장응황제는 죽어 마땅해요.”

천제현은 출발할 때 이미 장응황제를 죽이겠다고 마음먹었다. 장응황제를 죽인 건 매머드 궁전에 도착해서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다. 장응황제는 너무 악명 높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지역의 단합을 꾀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기적성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장응전국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새 황제를 세워야 해요.”

랜스로드는 천제현과 같은 생각이었다.

“마수령 국가의 군대가 너무 많네. 장응전국의 천만 대군은 분명 불확실한 요소지. 누구를 황위에 앉혀야 할지 생각은 해뒀소?”

천제현은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는 곧장 둘과 함께 혈응군단 근처로 이동했다.

셋은 혈응왕의 막사로 들어가 바로 혈응왕을 잡아들였다.

천제현은 군말 없이 그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장응황제 직위를 계승하고 숲의 연맹이 제시하는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이 길을 선택하면 자유와 세력 확장에 어느 정도 제약이 걸리겠지만 장응전국은 기적상회의 기술로 부강해질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죽음이었다. 장응전국에는 여러 명의 왕이 있다. 혈응왕이 제안을 거절하면 다른 왕을 찾아가면 된다. 거절하는 왕을 하나씩 죽이다 보면 언젠가는 제안에 응하는 자가 나타날 것이다.

이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장응전국의 패권추구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혈응왕은 애초부터 선대 장응황제의 야심에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장응황제와 힘을 합치지 않았다. 장응황제가 이미 죽었으니 장응전국의 세력 확장 역시 철저한 실패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 굳이 저항할 필요가 있겠는가?

저항을 포기하면 그에 따른 이득이 있다.

기적성은 앞으로 장응전국에 쇼핑몰을 짓고 물류와 통신뿐만 전송시스템까지 구축할 것이다. 장응전국은 영토가 넓고 자원과 인구가 풍부하니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혈응왕은 곧장 황야고원의 샤먼교 대신전으로 이송되었다. 샤먼교 주교가 주술을 사용하여 혈응왕 몸에 독충을 넣었다. 이건 만일을 대비한 조치였다.

천제현은 혈응왕을 장응전국으로 보냈다. 혈응왕은 개인의 명성으로 마침내 장응전국의 혼란한 정세를 평정하고 순조롭게 황제의 보위에 올랐다.

삼대 왕국의 위기를 해결한 후 천제현은 곧장 기적성으로 돌아갔다.

공화련이 거대한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응전국이 휘하에 들어온 이상, 북쪽의 광활한 지역은 이제 아무 문제없을 거야. 앞으로 장응전국에 의해 멸망한 십여 개의 국가를 빨리 재건해야 해. 그렇게 되면 반년 안에 북쪽에는 열 곳이 넘는 작은 왕국이 생길 거야.”

“이 소국들은 건국 초부터 기적성의 도움을 받게 되네요. 군대와 왕실도 기적성의 도움을 받아 재건하게 될 거예요.”

여러 국가를 돌아보고 막 도착한 풍채향이 말을 거들었다. 그녀는 이 국가들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다.

“이 왕국들은 재건된 후 기적성을 더욱 존경하게 될 거예요. 백성들도 기적성의 은혜에 감격할 거고요. 우리의 계획은 막힘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예요!”

“끝내준다!”

공화련이 탁자를 치며 일어났다.

“이렇게 많은 나라를 하나로 통합해서 통일된 통신망을 구축하고 물류창고와 전송탑을 세운다면 100억이 넘는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질 거야!”

이 국가들의 인구를 합치면 100억까지는 못 되어도 80억은 될 것이다.

숲의 연맹은 강자는 많았지만 인구가 적었다. 새로 건국한 왕국연맹은 이점을 보완해 줄 것이다. 인구가 많다는 것은 거대한 시장이 있다는 뜻이다. 기적상회는 각지의 자원을 서로 이동시켜 전 지역을 짧은 시일 안에 번영시킬 것이다.

기적성은 성 하나, 땅 한 줌 점령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다.

“전송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금 자원이 정말 부족해요. 혼돈의 숲에도 전송탑을 다 세울 수 없으니 북쪽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죠.”

천제현이 비비안과 키라에게 눈길을 돌렸다.

“우주탐사 계획은 어떻게 돼가고 있죠?”

“걱정하지 마. 회장이 맡긴 임무니 목숨을 걸고 완수할게! 로켓은 곧 완성될 거야!”

자신이 호명되자 비비안은 기뻐서 펄쩍펄쩍 뛰며 호언장담했다.

“이번에는 우주로 가서 별마저도 따가지고 돌아올 수 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