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3
제663장 평화협상
가쿠계는 랜스로드와 데스윙이, 네간계는 썬더와 클로가 맡았다.
천제현은 아무 걱정 없다는 얼굴로 기적성으로 돌아갔다. 천제현은 기적성에 도착하자마자 공화련과 운문의 여러 부서 최고 책임자를 소집했다.
“이번 가쿠계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엄청난 수확을 거뒀습니다.”
기적성은 아직 지하세계와의 통신 통로가 없었다.
그러나 천제현이 공간창고를 통해 보낸 편지로 공화련은 가쿠계의 전황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 소식은 이미 숲의 연맹에 쫙 퍼졌다. 숲의 연맹 일원들은 모두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승리는 가장 강력한 적을 섬멸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숲의 연맹은 이 기회로 지하세계에 깊숙이 진출할 수 있다. 이건 분명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수확은 또 뭐지?’
천제현이 일부러 성에 돌아와서 발표하는 것이니 분명 예삿일은 아니야.
“클라크 장로님, 운천학 어르신, 고천추 어르신, 여러분을 계속 괴롭혔던 신소재 문제가 가볍게 해결되었어요.”
천제현이 거미수정 한 움큼을 회의실 탁자에 뿌렸다.
“오늘부터 기적상회의 중요하고 복잡한 제품의 행렬 상자는 모두 거미수정으로 대체합니다!”
모두 거미수정의 기능을 아는지라 눈빛을 반짝거렸다.
대륙은 수만 년 동안 마수 가죽과 석판, 수정석판 같은 재료를 마력진 저장 매체로 사용했다. 이 재료들은 구하기 쉽지만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평범한 중소형 마력진이라면 괜찮지만 대형 마력진, 특히 마력진이 조합된 행렬은 전혀 담을 수 없다.
기적상회의 초월 컴퓨터나 흑뢰 전투기 같이 복잡한 제품에는 마력 행렬 조합을 탑재해야 한다. 대형 마력진은 저장 매체에 각인하여 다시 전용 상자에 장착해야 한다.
마력 행렬은 크기가 커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구조가 복잡할수록 파손되기 쉽다. 이런 행렬을 각인한 진법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여 충격이라도 입게 되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진법 일부분만 손상되어도 행렬 시스템 전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기존의 방식은 정말 너무 불편했다.
기적상회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풍부해지고 있다.
더욱 우수하고 안정적인 진법 저장 매체를 채택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기적상회는 가장 필요한 시점에 거미수정 같이 중요한 재료를 발견했다.
운문의 노학자들은 반년 넘게 재료를 연구하고 찾아왔다. 거미수정의 엄청난 가치를 알고 있는 이들은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천제현이 계획을 발표했다.
“기적성의 도시 관리 알파브레인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겠어요. 특히 핵심 관리요원인 제로에 최소 100개의 고품질 거미수정을 장착해야 해요. 그럼 알파브레인의 연산 속도가 1초에 수백억 회 이상으로 빨라질 겁니다!”
장내가 고요해졌다.
‘연산속도가 1초에 수백억 회 이상이라고?’
기적성의 알파브레인을 전부 모아도 그 정도 속도는 안 나올 것이다.
공화련 역시 매우 기쁘고 놀라웠다. 기적성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중이라 매일 처리해야 할 데이터 역시 늘고 있었다. 제로의 처리 능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이번에 혁신적인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면 기적성은 더욱 질서정연해질 것이다.
천제현의 계획은 상당히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거미수정이라는 좋은 재료가 있고 초월마력행렬 컴퓨터를 담당하는 운문의 인재 수천 명이 있다면 차세대 알파브레인 개발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천제현이 다시 일련의 계획을 발표했다.
거미수정만 잘 활용한다면 기적성의 앞날은 밝다.
운문 사람들이 전부 떠나고 회의실에 공화련만 남았다. 공화련이 천제현에게 말했다.
“이번에 가쿠계에서 이런 엄청난 수확이 있을 줄 몰랐다. 나에게 거미수정은 지하세계를 점령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어.”
“그럼요. 기적상회는 정체기에 진입하고 있었죠. 혁신과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적합한 재료를 찾지 못해 비롯된 정체기죠. 거미수정을 찾게 되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천제현이 또 갑자기 뭔가를 생각해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남은 문제는 장응전국 하나뿐이네요. 장응전국 상황은 어떤가요? 대주국은 어떻죠? 빙우 누님께서 위험한 건 아니겠죠?”
“걱정하지 마. 사실, 장응전국은 문제 될 게 없어.”
“엥? 그게 무슨 말씀이죠?”
이 일은 공화련이 세웠던 계획에서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공화련은 남궁혜를 파견하여 장응전국에서 가장 큰 식량창고 열 곳을 기습하였다. 또 장응전국에 의해 멸망한 왕국의 유민들을 포섭했다. 남궁혜의 기습이 성공하자 공화련은 즉시 이 소식을 장응전국 각지에 알렸다.
기적상회의 선동으로 유민들이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장응전국은 혼란에 빠졌다.
세 명의 응왕은 대주국의 성 3분의 1을 점령하자마자 장응황제의 긴급 소집령을 받고 각지로 돌아가 반란을 진압해야 했다.
제 코가 석 자인 장응전국이 어떻게 삼대 왕국을 넘볼 수 있겠는가?
거미여왕이 피살된 소식이 전해진다면 장응전국은 삼대 왕국을 공격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자진하여 화친을 청하게 될 것이다.
천제현이 껄껄 웃었다.
“대단해요. 정말 잘 하셨어요.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도 장응전국을 제대로 손봐주셨군요.”
“장응전국은 스스로 패배를 자초한 거야.”
공화련이 기품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온 국력을 동원하여 전쟁을 일으키느라 자원을 너무 많이 소모했어. 다른 나라들을 점령하는데 너무 열을 올렸어. 그러지만 않았어도 이런 꼴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천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지요. 앞으로 장응전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장응전국에 의해 멸망한 국가들의 재건을 도와야 해요. 장응전국에 그 어떤 기회도 주어선 안 돼요.”
공화련이 대꾸했다.
“걱정 마. 내 계획은 이제 막 시작됐어. 다음 계획까지 다 준비해 두었으니 장응전국은 이제 판세를 뒤집을 수 없어.”
공화련이 그렇게 말하니 천제현은 마음이 놓였다.
북쪽의 장응전국부터 서쪽의 해양종족 그리고 지하세계까지 기적성은 차례차례 처리해나갔다. 이번에 숲의 연맹을 노린 음모는 철저히 실패했다. 이번 위기를 넘긴 숲의 연맹은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비약할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장응전국이 무너진 후 북쪽의 여러 소왕국들은 하나로 통일되어 커다란 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 세력은 앞으로 기적성의 중요한 파트너이자 시장이 될 것이다.
지하세계를 점령한 후 숲의 연맹은 네간과 가쿠 세력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두 지역에서 지상세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진귀한 자원, 특히 거미수정 같은 전략적 의의가 있는 보물들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북쪽의 해양종족과는 아직 대치 상태이긴 하지만 푸른공주 키라는 현재 기적성에 있다. 천제현은 조만간 해양종족이 숲의 연맹에 편입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적상회는 이렇게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인구와 영향력으로 따지면 이제 전국을 완전히 초월하여 제국급 세력과 어깨를 겨룰 수 있을 정도였다. 기적상회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천제현의 개인 실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천제현은 이렇게 짬이 날 때 폐관 수련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거미여왕의 보물창고에서 대량의 3급 선약을 찾아냈다.
천제현은 이 선약들을 공간창고를 통해 기적성으로 보냈다. 기적성의 실험실로 돌아온 천제현은 선약 하나와 데빌엔트의 알 수십 개를 꺼내 단약을 제련하기 시작했다.
데빌엔트의 알은 정신을 진작시키는 효과가 탁월하다.
천제현이 선택한 선약에도 정신 증폭 효과가 있었다.
제련한 3급 선단을 복용하자 정신력이 급증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력 증가는 신식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천제현의 신식은 이미 현성에 이르렀기 때문에 한 단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선약 하나와 데빌엔트의 알 수십 개로는 한참 부족하다.
이 단약의 주요 역할은 마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얼마 전 몸이 개조될 때 천제현은 체내에 축적된 강한 마력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선단으로 마력을 끌어올리자 일거에 진령 9성을 돌파했다. 이제 진령 9성 정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친김에 진령 9성 정점까지 돌파하려고 할 때 공화련이 급히 소식을 전했다.
“장응전국의 황제가 화친서를 보냈어. 그뿐만 아니라 평화협상을 위해 숲의 연맹 성주를 장응전국의 왕성으로 초대했어.”
‘그 늙은이가 드디어 엉덩이에 불이 붙었군.’
공화련이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협상을 굳이 장응전국에서 할 필요는 없잖아. 장응황제의 성의가 부족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다른 꿍꿍이?”
천제현은 사실 그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길 바랐다.
장응전국은 오랜 시간 도처에서 전쟁을 일으킨 악명 높은 전국이다. 게다가 장응황제는 엄청난 야심가이다. 이런 세력이 있으면 지역의 평화로운 발전을 저해 한다.
“엘프왕과 용의 영주께서 가쿠계 뒷수습을 거의 다 마치셨을 것 같네요.”
천제현이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말했다.
“제가 두 분과 함께 다녀오죠. 장응전국이 엉뚱한 짓을 벌여도 절 어쩌진 못할 거예요.”
엘프왕과 용의 영주가 함께 간다니 공화련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날 엘프왕과 용의 영주가 가쿠계에서 돌아왔다. 둘은 천제현과 함께 견융초원에 위치한 최북단의 전송탑에 도착한 후 다시 장응전국으로 들어갔다.
최근 난리를 겪은 장응전국은 안팎으로 무질서한 상태였다.
장응전국이 오랜 세월 고생하여 점령한 왕국 십여 곳은 기적성의 선동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오합지졸이라도 기적성의 선진 무기로 무장하면 골치 아픈 부대가 될 수 있다.
장응전국은 속국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실패를 겪었다. 여러 차례 타격을 받자 장응전국의 여러 가문은 황제에 대해 다른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들은 장응전국이 여러 해 견지해온 길이 옳은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회의의 눈총을 받자 장응황제는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기적성의 성주, 즉 숲의 연맹 최고 지도자인 천제현을 장응전국 왕성으로 초청하여 평화협상을 여는 것은 궁지에 몰려 내놓은 조치이다.
천제현은 장응황제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오만하고 난폭한 황제가 인간족에게 머리를 숙인다고?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늘어놓을지 일단 들어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