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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62화 (662/729)

# 662

제662장 거미수정

“성주님, 보고 드리겠습니다!”

“성에서 보물창고 같은 궁전을 발견했습니다!”

전장을 수습하던 기적성 병사가 천제현에게 달려왔다.

“보물창고라고? 가보자꾸나!”

거미여왕은 반평생을 영토 확장과 전쟁에 매진하며 지상세계에서 네간까지 발자취를 남겼다. 이런 통치자에게 자신만의 보물창고 없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도 거미여왕의 보물창고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규모였다.

거미여왕이 엄청난 부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총 6층으로 된 궁전은 층마다 보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각종 금붙이에서부터 진귀한 약재, 신병보갑 같은 것들이 차고 넘쳤다.

데스윙 같은 거물도 거미여왕의 재물을 본다면 놀라서 혀를 내두를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 많은 재물을 모았을까!”

거미여왕은 가쿠계의 최고통치자로 가쿠계의 자원은 모두 그녀 차지였다. 거미여왕 일족은 가쿠계를 수천 년 동안 주름잡던 강한 종족이다. 이런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보물이 있겠는가?

천제현이 신식으로 창고를 훑었다.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자원이 상당했다.

3급 선약은 십여 알이 넘었고 성안 같이 희귀한 재료도 적지 않았다. 거미여왕의 보물은 정말 너무 많았다. 지상세계와 네간계의 보물도 꽤 있었다.

천제현은 거미여왕 세력과 처음 벌어졌던 충돌을 떠올렸다.

그때 거미여왕의 후예는 올드만 광산을 점령하고 어린 드워프족조차 봐주지 않았다. 이 곤충 종족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거미여왕은 이들 꼭대기에 선 통치자이다. 이들은 약탈한 자원을 모두 왕성에 바쳤다.

당연히 재물은 나날이 쌓여갔다.

거미여왕이 진정으로 아끼는 상품 보물만이 창고에 들어갔다. 질이 떨어지는 것들은 창고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었다. 매년 덜 진귀한 보물들을 창고에서 빼내 공간을 새로 만들고 더 좋은 것들을 채워 넣었다.

“이번에는 정말 돈벼락을 맞았네!”

천제현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안의 보물들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요?”

재물깨나 모아본 용의 영주가 직감적으로 판단했다.

“한 5~6천만 마석은 될 것 같군!”

“5~6천만 마석이라니!”

이건 거미여왕 한 명의 보물일 뿐이다.

엘리카시스의 재물을 전부 꺼낸다면 그건 또 얼마나 무시무시한 액수일까?

“이걸 저 혼자 차지할 생각은 없습니다.”

천제현은 몹시 흡족했다.

“모두 함께 공을 세웠으니 다섯 세력이 공평하게 나누는 게 어떻습니까?”

사대 거물이 모두 멈칫했다.

“통 한 번 크네.”

엘리카시스성을 함락시키는데 사대 거물이 힘을 보탠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건 천제현의 공간문이었다. 기적성의 공간문이 없었다면 사대 거물이라고 해도 별수 있었을까? 게다가 기적성은 공간문을 만드느라 많은 자원을 투자했다.

그러니 천제현이 조금 더 욕심을 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천제현은 개의치 않고 사대 거물과 똑같이 나누자고 했다.

이건 단순한 재물이 아니다.

“여러분은 숲의 연맹을 떠받치는 기둥이니 사양하지 마십시오. 숲의 연맹은 원대한 포부를 펼칠 시기에 와 있습니다. 이 자원을 발전에 투자하면 연맹이 한 걸음 더 도약하게 될 겁니다!”

천제현이 손을 흔들었다.

“이 보물 중에 뭔가 특별한 게 있는지 더 찾아봅시다.”

사대 거물은 모두 흡족한 얼굴이었다.

이 역시 그와 협력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천제현은 털털하고 이해득실을 시시콜콜 따지지 않는다. 5~6천만 마석에 달하는 보물을 똑같이 나누면 모두에게 천만 이상 돌아간다. 별 노력 없이 얻게 된 이 재물을 연맹 플랫폼에 투자한다면, 사대 거물의 세력은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혼돈의 숲 너머를 공략하는 일도 식은 죽 먹기가 될 수 있다.

숲의 최고 갑부인 데스윙 역시 크게 흥분했다.

그러니 나머지 세 명이야 어떻겠는가?

황야고원은 무척 궁핍한 편이라 연맹에서 다른 세 세력과 경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 재물이면 급한 불을 끄기에 충분했다. 타이탄족은 그렇게 가난하지 않지만 자원을 많이 소모했다. 거미여왕의 보물창고에 쌓은 보물들은 타이탄족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엘프왕도 마찬가지였다. 엘프족은 경제적으로 전혀 어렵지 않지만 늙고 보수적인 고위층 때문에 자원을 사용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엘프왕에게 이 재물은 몹시 중요했다.

“어라, 잠깐만, 저건…… 거미수정이잖아!”

산더미 같은 보물 틈에 회색 수정석 보물 상자가 눈에 띄었다. 천제현은 선약을 발견했을 때보다도 훨씬 기쁜 얼굴로 달려가서 수정석을 한 움큼 쥐고 자세히 살펴봤다.

“이게 뭐지?”

타이탄 썬더조차 이런 수정석은 처음이었다.

“특별한 수정석인가?”

물건은 희소할수록 귀한 법이다.

용의 영주가 훑어보니 이런 회색 수정석이 100상자도 넘었다. 그렇게 희소한 게 아니니 별로 특별한 수정석은 아닌 듯했다.

“보십시오!”

천제현이 거미수정 한 개를 손에 움켜쥐고 마력을 불어넣어 활성화했다. 거미수정 안에서 반짝이는 거미줄이 수천 가닥 분출되었다. 거미줄은 마치 머리카락처럼 주변으로 흩어져 한참 동안 뻗어나갔다.

“거미수정은 마력진을 퍼트릴 수 있는 최고의 매개체예요!”

수천만 갈래의 거미줄은 정신의 통제를 받으며 재단사 손에 들린 실처럼 서로 엉키고 겹치면서 거대한 마력진을 형성했다.

사대 거물은 모두 경악한 기색을 보였다.

천제현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거미수정 품질이 좋을수록 더 큰 마력을 담을 수 있어요. 제 손에 들린 이 거미수정에 족히 초월마력행렬 컴퓨터 한 벌을 충분히 탑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거미수정만 있으면 기적상회는 더욱 가볍고 작은 초월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거죠. 고품질 거미수정이이나 거미수정을 여러 개 합쳐 연산 속도가 10배, 심지어 100배 빠른 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 거미수정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 아시겠어요?”

거미수정을 사용하면 진까지 펼칠 수 있다.

대형 진법을 손쉽게 거미수정에 저장할 수 있다.

이 시대에는 거미수정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거미여왕이 거미수정을 이리 많이 모은 것은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 것이다. 거미수정은 거미족과 관계가 있어 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마력 과학기술 시대에 이런 재료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혁명적인 재료로 평가받는다.

기적상회에서 초월마력행렬 컴퓨터를 개발한 후 운문은 이를 최적화시키고 향상하는데 매진하는 중이다. 그러나 연산속도가 조금 빨라졌을 뿐 비약적인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력진 수백 개로 이루어진 마력 행렬이 동시에 돌아가기 때문에 초월마력 컴퓨터는 크기를 줄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새로운 진법 저장 매체인 자그마한 거미수정 하나면 수백 개의 마력진을 탑재할 수 있다. 거미수정은 자체로도 영체 재료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러니 휴대할 수 있는 초월 알파브레인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재료를 대량으로 사용한다면 기적상회는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랜스로드가 말했다.

“보물창고에 이렇게 많은 거미수정이 있다는 건 가쿠계에 거미수정 광산이 있다는 소리군. 이 광산을 반드시 찾아내야 해. 이건 숲의 연맹에 몹시 중요한 일이야!”

다른 세 명도 같은 생각이었다.

거미여왕 보물창고의 거미수정은 분명 모두 제련을 거친 것이었다. 가쿠계에서 오래전부터 이 자원을 채굴했다는 이야기이다. 모두 보물창고를 대충 살펴본 후 포로들을 심문한 끝에 거미수정 광산의 행방을 알아냈다.

거미수정은 가쿠계에서 그리 희귀한 자원이 아니었다.

가쿠계에 알려진 거미수정 광산만 해도 다섯 곳이 넘었다.

이 사실에 천제현은 미칠 듯이 기뻤다.

‘거미수정이 이렇게 풍부하다면 차세대 마력 기술은 거미수정을 매개체로 하여 전개할 수 있어. 거미수정 광산 채굴은 차근차근히 진행해도 돼. 뒷수습이 우선이다!’

거미여왕을 제거되고 엘리카시스성이 함락된 후 엘리카시스 왕국은 완전히 무너졌다. 엘리카시스 왕국은 가쿠계의 가장 큰 세력이자 지주이므로 가쿠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엘리카시스 왕국의 멸망에 지하세계의 여러 세력은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분노하는 곳도, 다행스러워하는 곳도, 기뻐하는 곳도, 슬퍼하는 곳도 있었다.

거미여왕은 가쿠계를 수백 년동안 통치했다. 거미여왕의 후예와 충성스러운 신하들은 보복을 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거친 타이탄의 신뢰(迅雷)와 거룡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저항에 부딪힌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얼마 안 가 모두 진압될 것이다.

곤충령은 인간족이 아니라서 문명이나 문화가 없다. 명예 같은 고리타분한 것은 전혀 지키지 않는다. 네간계의 암흑족이나 악마족처럼 가쿠계의 곤충령족 역시 힘을 숭배한다. 힘을 최고로 여기는 종족은 비교적 쉽게 정복할 수 있다.

숲의 연맹 대군이 주제 모르고 날뛰는 성 몇 개를 휩쓸며 강력한 전투력을 보인 후, 다른 성에서 바싹 몸을 사리며 숲의 연맹에 함부로 손을 쓰지 못했다.

엘리카시스성조차 함락되었다. 잔당들이 강해 봤자 거미여왕만큼 강하겠는가?

엘리카시스성의 함락에는 미심쩍은 점이 많았다. 숲의 연맹 군대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쿠계의 가장 중심지에 나타났다. 그 어떤 곤충령도 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 이건 정말 괴이한 일이었다.

숲의 연맹에 대한 소문이 점점 더 멀리 퍼졌다. 숲의 연맹 부대는 엘리카시스 왕성에 갑자기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른 곤충령 영주 앞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소리다. 그토록 강한 거미여왕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했는데 나머지 곤충령들은 파리 목숨 아니겠는가?

거미여왕이 사라진 가쿠계는 권력 구도를 다시 짜야 한다.

곤충령 영주들 중 일부는 몰래 숲의 연맹에 투항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들은 숲의 연맹이 엘리카시스 왕국을 멸망시켰지만 가쿠의 세력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숲의 연맹은 분명 현지에 자신의 세력을 키울 테니 이 틈을 치고 들어온 것이다.

천제현은 엘리카시스 왕국을 열 곳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하면 가쿠계는 한동안 계속 혼란스럽겠지만 지상세계를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할 것이다. 먼 훗날 안정된다고 해도 기적성과 기적상회의 통제 하에 모반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가쿠계를 평정한 후 네간계를 평정하자.’

데스윙과 클로는 군대를 이끌고 네간계로 진입하는 통로를 찾아냈다. 네간계에는 숲의 연맹이 세운 공간요새가 있다. 숲의 연맹 부대가 네간에 장기 주둔할 수 있다면 현재 장악하고 있는 네간계 영역을 보호하고 나머지 지역까지 삼킬 수 있다.

네간계의 인구는 가쿠계보다 적다. 네간계의 세력 판도는 가쿠계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러나 네간계에는 가쿠계보다 더 많은 강자가 있어서 상대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그러나 클로와 데스윙 같은 강자가 있으니 이 정도 일이야 가볍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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