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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믿고 막 간다-661화 (661/729)

# 661

제661장 점령 성공

엘리카시스성은 카쿠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이다.

이런 도시의 방어력이 약할 수 있겠는가?

그 누구보다 존귀한 지위에 있는 거미여왕은 가쿠계의 최강자이자 가쿠의 절반에 가까운 세력을 홀로 통치하는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네간과 지상계까지 세력 확장을 획책할 정도로 지혜와 실력을 겸비한 인물이다.

엘리카시스성은 거미여왕의 본성이다.

이 도시에는 고수들이 운집해 있으며, 지형적인 면에서나 환경적인 면에서도 전혀 빈틈이 없었다. 게다가 거미여왕의 명망과 위세까지 대단하여 가쿠계가 우러러보는 성지와도 같았다. 이런 도시가 하루아침에 함락될 수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그러나 그 ‘생각지도 못한 일’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굉장히 갑작스럽게 벌어졌다.

거룡, 베헤모스, 타이탄, 엘프족의 성주 들은 모두 천역급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을 다 합치면 족히 70~80명은 되었고, 여기에 혼돈의 숲 사대 거물까지 가세하면 대륙의 도시 대부분을 능히 함락할 수 있었다.

더욱이 사대 세력의 최상급 고수가 포함된 정예군단과 기적상회가 최근에 개발한 최상급 무기까지 동원된 상태였다. 엘리카시스성은 전혀 방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의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자 금세 패색이 짙어졌다.

이는 지상계와 가쿠계의 결전이었다.

이때, 비룡이 외곽 건축물을 무너뜨린 후 보석처럼 중앙에 박혀 있는 성을 발견했다. 그가 날개를 활짝 펴고 성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 강철도 녹일 듯한 뜨거운 화염을 내뿜었다.

“크아아!”

비룡이 산발적으로 내뿜은 화염이 하나같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채 화살처럼 날아갔다.

용의 화염이 성에 내리꽂히자 안에서 강렬한 마력 파동이 발생했다. 빛을 발하는 암홍색 가느다란 실이 용의 화염을 향해 뻗어 나갔고, 거대한 마력이 용의 화염을 단숨에 분산시켜 버렸다.

비룡이 경악했다.

용의 화염은 용족의 대표적인 공격 방법으로 강한 용일수록 용의 화염도 맹렬하였다. 천역 경지에 가까운 이 비룡의 화염을 손쉽게 깨뜨렸으니 상대는 분명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인물일 것이다.

심상찮은 낌새를 느낀 비룡이 몸을 피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스스스스.

수많은 거미줄이 하늘을 향해 무더기로 치솟더니 비룡의 등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저 가느다란 거미줄로만 보이지만, 가닥마다 만만치 않은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이윽고 비룡의 비늘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비룡은 분노 섞인 비명을 내지르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이때 수많은 거미줄이 지상에 있는 사람 하나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반은 사람, 반은 거미의 모습을 한 거미족이었다. 그녀는 일반 거미족의 2배 가까운 몸집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괴한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상반신은 성숙한 여성의 몸이나 하반신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거미 다리 8개가 꿈틀댔다. 아름다움과 추악함의 결합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은 전혀 없었다.

그녀 주변이 무수히 많은 거미줄로 뒤덮였다.

그녀가 이 거미줄을 밟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 사람이 바로 지하세계의 거물인 거미여왕이다. 그녀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가쿠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동안 그녀가 도시를 침입할지언정, 자신의 본성이 침입을 받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휙!

그녀가 거미줄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녀는 핏빛의 거미줄 한 가닥을 잡은 채 비룡의 목을 천천히 감쌌다. 이것은 평범한 거미줄보다 더 가늘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나 사물을 절단하는 힘만큼은 엄청났다. 게다가 거미여왕의 강력한 마력까지 주입되자 비룡의 머리가 잘려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바로 이때, 하늘을 진동하는 포효성이 울려 퍼졌다. 사람의 모습을 한 데스윙이 달려들어 검은 화염에 휩싸인 용의 발톱으로 거미줄을 불태워 버렸다. 데스윙은 신속하게 거미여왕 쪽으로 다가가 다른 한 손으로 용의 화염을 응집시켜 거미여왕의 머리를 가격했다.

거미여왕이 손을 들자, 수백 가닥의 거미줄이 손바닥에서 뻗어 나가더니 거대한 망을 형성했다. 거미줄이 얽히고설키면서 각종 주문을 형성하자 거대한 망이 삽시간에 결계로 변하였다. 데스윙이 죽음의 화염이 감싼 발톱으로 결계를 내리치자 두 사람 모두 동시에 튕겨 나갔다.

‘대단하다!’

‘역시 지하세계의 군주가 될 만한 인물이군!’

거미여왕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자 그녀의 몸속에서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는 거미줄이 계속 뻗어 나왔고, 순식간에 도시의 상공을 전부 뒤덮었다.

“거미줄 영역!”

거미줄은 최소 수억 가닥은 되었다.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느다란 거미줄에는 모두 막강한 마력이 내포되어 있었다.

기적성에서 온 비행마수가 엘리카시스성 상공에 날아들었으나 거미줄을 통과하자마자 조각나 버렸다.

기적성의 검은 번개 전투기도 이 구역에 잘못 진입했다가 날카로운 거미줄에 닿자마자 부드러운 두부처럼 반 토막이 나버렸다. 전투기의 마력 방패조차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추락하던 전투기가 또다시 거미줄에 닿자마자 4조각이 나 버렸고, 이내 8조각, 16조각으로 잘려나갔다.

비룡처럼 막강한 생명체도 거미줄 진법에 빠지면 중상을 피할 수 없으며,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온몸이 경직된 상태로 거미줄에 딱 달라붙어 떨어질 수 없다.

거미여왕이 영공 전체를 장악했다.

“사인우(絲刃雨)!”

거미여왕이 양손을 한 바퀴 돌리자 수많은 거미줄이 마치 빗물처럼 아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거미줄은 호신마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 거미줄이 도시 곳곳에 내리꽂히자 사람들은 거미줄에 온몸이 찢겨 비참하게 죽어갔다.

“기생지사(寄生之絲)!”

거미여왕이 거대한 거미줄을 흩뿌리자 사람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갔다. 거미줄이 두개골에 침투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발작을 일으키며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베기 시작했다.

천제현은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실의 정령인가? 저 정도의 마력이라면 천역 7성 정도는 되겠는걸.’

거미여왕의 마력만 보면, 랜스로드가 유일하게 그녀와 견줄 수 있었고 나머지 세 사람은 그녀보다 조금 못 미쳤다.

“한눈팔지 마라.”

데스윙은 공격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가 거미여왕의 움직임을 보고난 후에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상대는 바로 나다!”

거미여왕의 눈빛에서 차가운 한기가 서렸다. 수많은 거미줄이 세찬 파도처럼 데스윙을 향해 굽이쳐 날아갔다. 그러자 데스윙 주변에서 검은 화염이 일더니, 다가오는 거미줄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거미여왕은 데스윙보다 마력은 높았으나, 데스윙은 일대 거룡으로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보다 상대의 전투력이 한, 두 단계 높아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거미여왕이 마력으로 만든 거미줄은 다른 이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압도적인 무기였으나, 데스윙에게는 조금의 위협도 되지 못했다.

이를 본 거미여왕이 열손가락을 연속으로 튕기자 거미줄 영역 안에 수백 만 가닥의 거미줄이 그녀 주위로 좁혀오기 시작했다. 거미줄이 빛을 발하며 다양한 형태로 바뀌더니 각양각색의 진법을 형성했다.

“열천조(裂天爪)!”

진법의 힘이 짓누르기 시작하자 데스윙이 발톱을 빠르게 휘둘렀다.

용의 화염이 터져 나와 주변의 마력진을 전부 공격했다.

거미여왕의 낯빛이 미세하게 변했다. 그녀는 즉각 양손을 들어 날카로운 거미줄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데스윙 주변에 가느다란 거미줄이 가로와 세로로 끊임없이 교차되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밀림과도 같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각각의 거미줄에 엄청난 마력을 흘려보내자 세상의 모든 물질을 해체할 듯한 눈부신 빛이 방출했다.

천역의 강자라도 이 거미줄 밀림에 갇히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다.

그러나 데스윙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온몸으로 용의 화염을 내뿜었다. 전신이 불타오르는 데스윙이 얽히고설킨 거미줄 더미를 향해 부딪혔다. 강철도 손쉽게 잘라낼 수 있는 거미줄이 데스윙의 호신마력을 뚫어 그의 비늘이 뜯겨 나갔으나, 거미줄도 용의 화염으로 인해 불타 버렸다.

“귀찮군!”

데스윙이 거미줄 밀림을 뚫고 거미여왕 앞에 나타났을 때 그의 비늘 곳곳이 떨어져 나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저 외상에 불과했다. 데스윙이 온힘을 방출하여 거미여왕을 힘껏 내리쳤다.

거미여왕이 마치 실뜨기하듯 양손을 펼치자 거미줄망으로 구성된 결계가 눈앞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데스윙의 일격으로 이 결계가 깨지고, 거미여왕은 죽음의 화염에 휩싸인 채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닥에 쓰려진 그녀의 주변이 거대한 힘에 의해 커다랗게 함몰되고 말았다.

데스윙이 천천히 내려왔다. 손상된 비늘은 빠르게 재생되었고, 괴물 같은 회복능력으로 상처 역시 빠르게 호전되었다.

엘프왕, 썬더, 클로는 관전만 할 뿐 누구도 끼어들지 않았다.

이 네 사람은 모두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이들 중 엘프왕의 마력이 가장 높았고, 희귀한 시간의 재능까지 지니고 있었다. 반면 세 사람은 마력 면에서 그보다 다소 약할 수는 있으나, 종족 자체적인 천부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거물급 인물들이자 당대 최고의 강자들이니 굳이 연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데스윙만으로도 충분했다.

거미여왕의 실력은 의심할 바 없이 강했으나 이 거룡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4인이 커다랗게 파인 곳으로 걸어갔다. 그 안에는 용의 화염에 중상을 입은 거미여왕이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증오와 독기로 가득했다.

랜스로드가 말했다.

“재주가 아까우니, 우리 연맹에 가입하는 게 어떻겠소?”

“네놈들한테 가입하라고?”

거미여왕이 냉소했다.

“나만이 유일한 왕이다. 왕은 절대 타협하지 않지. 그러니 죽어도 네놈들과 함께하진 않겠다!”

싹!

번개의 검이 거미여왕을 관통했다.

거미여왕의 눈이 순간 동그랗게 변했다.

썬더의 오른팔에는 여전히 번갯불이 번쩍였다. 그가 기다란 번개의 검을 쥔 채 싸늘한 시선으로 거미여왕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했나 보지? 스스로 죽고 싶다는데, 우리가 못 들어줄 이유가 있나?!”

거미여왕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다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가쿠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최소한 거미여왕의 지배를 받던 도시는 이제 그녀에게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고, 명리를 다투는 전투가 연달아 발생했다.

가쿠계는 통치자 한 명을 잃었고, 이로써 숲 연맹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크게 줄어들었다. 적어도 기적성이 안중에 둘 만한 요소는 제거된 것이다.

천제현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이번 기회를 통해 가쿠계 인물들을 지원하여 가쿠계와 기적성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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