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 믿고 막 간다-660화 (660/729)

# 660

제660장 엘리카시스

거미여왕 엘리카시스의 본성은 가쿠계 핵심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 도시는 여왕의 이름을 본떠 명명되었다. 도시 규모가 특출나게 크진 않았으나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종족은 모두 거미여왕의 후예, 친족, 그리고 가장 충실한 호위무사들이었다.

엘리카시스성 주변은 다른 지하성들로 가득했다.

요충지와 요새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지형도 매우 험준했다.

엘리카시스성을 공격하고 싶어도 먼저 이 험준한 일대를 통과해야 가능했다. 열악하다 못해 위험하기까지 한 지역을 지나 지하성 요새까지 무사통과해야 엘리카시스성을 공략할 수 있다. 이처럼 접근조차 어려웠기에 엘리카시스성은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겨졌다.

“도착한 것 같군요.”

“앞에 보이는 곳이 바로 곤충령의 본성입니다!”

망토를 두른 네 명이 지하세계에 나타났다. 그들은 광활하게 펼쳐진 들판에서 서 있었다. 광야에는 온통 특이한 지하식물이 자라고 있었는데, 어떤 것은 버섯처럼, 어떤 것은 넝쿨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공통적으로 기괴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곤충령의 전설적인 성 엘리카시스가 보였다.

이 4인은 다름 아닌 엘프왕 랜스로드를 비롯한 사대 거물이었다.

엘리카시스성을 둘러싼 주변 지역은 통과하기 어렵고 각종 곤충령 요새가 핵심지역에 포진해 있긴 했지만, 고작 4명만 움직이는 것이었고, 다들 만만치 않은 실력자라 이곳에 잠입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곳인가 보오!”

데스윙 니드호그가 용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천제현이 고안한 방법이 정말 통할 것 같소? 군대 전체를 이곳으로 보낸다니, 이게 가당키나 하오?”

엘프왕이 우아한 미소를 지었다.

“용 영주, 기적성의 전송탑도 천제현이 나타나기 전까지 한낱 뜬구름에 불과했소. 허나 그는 뜬구름을 현실로 만드는 재주가 있지 않소.”

“뭔 말이 그리 많소?”

인내심이라곤 전혀 없는 클로가 말했다.

“시작합시다!”

썬더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준비에 착수했다. 그는 성안을 핵심으로 삼아 간단한 전송탑을 만들기 시작했다. 장인이 많기로 유명한 거인족이니만큼 그 역시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었다.

공간문은 전송탑과 차이가 있었다.

전송탑은 전송지점과 수신지점이 대등해야 하지만, 공간문은 달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균열공간의 전송지점이며, 수신지점은 전송지점에 반응하고 연결할 수 있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썬더가 전송탑을 완성한 후 3인은 그 옆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자 전송탑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허공에서 거대한 힘이 이곳으로 떨어졌다. 전송탑의 주변 공간이 뒤틀렸고 원소들은 어지럽고 세차게 움직였으며, 각종 마력이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전송탑 표면에 박힌 성안이 펑 소리와 함께 조각나 버렸다.

이 성안이 깨지자 거대한 마력이 주변으로 방출되더니 문 형태로 된 구조를 짓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거대 전송문이었다.

“매번 성안을 써야 하오?”

엘프왕이 깨진 성안을 보며 아깝다는 듯 말했다.

“이 정도 규모를 전송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오.”

용 영주가 담담하게 말했다.

“한 부대를 전송할 수만 있다면, 그깟 성안이 뭐가 대수겠소?”

방금 구축한 전송탑은 이미 망가져 버렸다.

한편, 사대 거물은 내심 염려스럽기도 했다. 공간문이 임의의 전송탑을 공간입구로 삼을 수 있다면, 이는 기적성 군대가 그들의 근거지에도 군사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영원의 숲, 황야고원, 용의 고개, 타이탄산맥 할 것 없이 말이다.

주변 경계를 아무리 강화하고 지형이 아무리 복잡해도 기적성 앞에서는 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기적성의 공간문은 그들 지역에 있는 전송탑을 전송지점으로 삼을 수 있어 손쉽게 출입할 수 있다. 그러니 입장을 바꿔 놓고 본다면 불안감을 가지는 건 당연했다.

그렇다고 전송탑을 파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과거 전송탑이 없어도 전혀 문제없던 사람들이 지금은 전송탑으로 외출하는 게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전송탑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었으며, 대륙의 그 어떤 교통수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했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한들, 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제 막 창설된 숲의 연맹으로 모두가 ‘밀월기’를 맞이하고 있다. 더욱이 기적성은 줄곧 상생의 방식으로 협력을 모색했다. 기적성은 혼돈의 숲에서 상당히 높은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도시 하나 점령한 사실 없이, 오로지 협력의 창구로서 연맹 가입을 독려했다.

기적성은 강력하지만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위엄은 있으나 강제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굳이 반목할 위험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공간문은 형성 과정에서 공간균열로 인해 강력한 마력 파동과 엄청난 굉음이 발생하여 수백 리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시대 사람들이 확고한 안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주요 도시마다 공간문에 대응하기 위한 부대를 배치해 두었을 것이다.

공간문이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공간문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공격해야 막을 수 있다. 공간기술력이 있다면, 굳이 병력을 배치할 필요 없이 공간 방해 장치로 공간문의 침입을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먼 훗날 개발된 방법이라, 이 시대에서는 실행 불가능하다.

어쨌든 공간문의 등장이 이토록 요란스러우니, 엘리카시스성의 부대가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한바탕 소란이 있은 후, 곤충령 대장 10여 명이 수만 대군을 이끌고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성을 나섰다.

“저게 뭐야?!”

곤충령들은 저 멀리 문 형태를 띤 거대한 건축물을 발견했다. 이 건축물은 황량한 벌판에 모습을 드러내며 강렬한 빛과 마력을 방출하였다. 이토록 기묘한 장면은 그들로서도 난생처음이었다. 순간 집단 패닉에 빠진 곤충령들은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잠시 머뭇거린 그 짧은 시간이 전송을 중지할 마지막 기회임을 알지 못했다. 공간문이 점차 또렷해지면서 기본적인 형태를 갖춰갔고, 그 안에서 기적성 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곤충령 대장은 거대한 공간문에서 지상의 모습이 나타나는 걸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지상계 놈들의 음모다! 죽여라, 죽여! 저놈들을 죽여라!”

지금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간문 안에서 지상계가 나타난 것을 보면, 분명 지상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현재 가쿠계와 지상계의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지 않은가? 지상계와 관련된 모든 것은 가쿠계의 적이나 마찬가지니 반드시 파괴하고 궤멸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장 먼저 전송문에 들어선 기적성의 흑뢰 10여 대가 숨 막히는 속도로 가쿠계에 진입했다. 흑뢰가 공간문에서 나오자마자 가쿠계 군대를 향해 돌격하였고, 마력대포, 각종 미사일, 중형 마력총 등으로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다. 가쿠의 곤충령 부대는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금세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흑뢰 전투기들은 곤충령 부대를 지나 엘리카시스성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파벽!”

“파벽!”

남궁혜의 호령 아래 검은 미사일 하나가 발포되었다. 마력진이 새겨진 미사일이 강한 추진력에 힘입어 직선 궤도를 그리며 엘리카시스성의 보호 결계에 떨어졌다. 엘리카시스성의 보호 결계는 장응국 왕성보다 훨씬 강했다.

파벽자는 장응국 왕성의 결계에 커다란 구멍을 냈지만, 엘리카시스성의 결계에는 약간의 손상밖에 못입혔다. 그러나 뒤이어 파벽자 8~9개를 동시에 발사하여 결국 결계를 응고시켰다.

“부수어라!”

마력대포가 결계를 향해 거침없는 발포를 시작했다. 그러자 거울이 깨지듯 엘리카시스성의 보호 결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곤충령들이 경악해 하는 사이 공간문에서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굉음이 들렸다. 우람한 몸집을 자랑하는 베헤모스, 번갯불을 휘감은 타이탄들이 하나씩 걸어 나오기 시작했고, 비룡 십여 마리까지 뚫고 날아왔다.

베헤모스 거대마수가 아래를 향해 발톱을 휘두르자,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요동쳤다. 균열 하나하나가 대지의 교룡처럼 더없이 난폭한 기세로 곤충령 부대 사이를 휩쓸고 지나갔고, 그 충격에 병사들 모두 나가떨어졌다. 타이탄의 번개가 그 뒤를 따라 수천 명에 달하는 전사를 내리치자 그 자리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렸다.

비룡이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룡들이 군사 밀집 지역에 뜨거운 화염을 토했고, 곤충령 전사들은 그 즉시 불에 타 버렸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곤충령 전사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기적성 군단이 가쿠계로 계속 쏟아져 들어왔다. 기적성 군단이 곤충령 정예군을 파죽지세로 쓸어 버리며 엘리카시스성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천제현이 공간문에서 걸어 나와 엘프왕 일행을 찾았다.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랜스로드 등은 기적성이 만든 공간문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수많은 전사들이 공간문에서 끊임없이 걸어 나왔다. 대륙의 전쟁사를 통틀어 이처럼 경악할 만한 장면이 있었는가? 거리, 환경, 장애물 등을 모두 무시한 채 최고의 정예부대가 적진에 들어와 전투를 벌일 수 있다니.

제아무리 기민하게 대응한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엘리카시스성안에서 격렬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거미여왕과 기적성 군단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리라.

“거미여왕은 천역 강자로 만만치 않은 상대입니다. 게다가 이 도시의 천역 강자가 그녀 하나만이 아닐 지도 모르고요. 불필요한 인명피해가 없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0